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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국토종주기--1일차
2012년 6월 16일. 토요일 08시 20분. 의정부 시외터미널에서 부산으로 가는 고속버스에 친구와 같이 몸을 실었다. 자전거는 버스의 하단에 위치한 짐칸에 실었고....
버스는 세 시간을 달린 후 선산 휴게소에 한번 정차한 후 다시 부산으로 출발하였고 오후 2시쯤 부산시의 북쪽 지역에 있는 구포 버스종합터미널에 도착하였다. 32년전에 부산에서 군대생활을 하였고 10년전쯤 부산을 한번 방문했던 기억은 있었으나 참으로 오래 간만에 와보는 부산은 세월과 함께 시가지의 모습도 많이 변했고 ....
어쨌든 터미널을 출발하여 부산시의 중앙대로를 따라 국토종주의 시발점인 을숙도로 향했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아닌 시가지의 대로를 자전거로 달리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며 더구나 길을 건널 때마다 신호등이 진로를 막기 때문에, 달리는 속도는 매우 느렸다. 이렇게 두 시간 반을 달린 후 을숙도에 도착하였다.
물론 도착했으니 카메라를 꺼내 인증 샷을 하고.. 허기진 배도 채워야 하고..아울러 장거리 운행에 대비하여 방광도 비워두어야 한다...이런 저런 사전 간단한 절차를 마치고 오후 다섯시... 드디어 국토 종주의 마지막(??) 구간인 부산- 충주간 대장정을 시작하였다..
낙동강의 서안에 너무나 잘 조성된 평탄한 자전거 길을 타고 올라오는 처음의 과정은 무척이나 순조로웠다. 이런 길이 계속 이어진다면 예정하였던 3일 만에 충주에 도착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러기를 간절히 희구하면서 한시간 쯤 달렸나???? 뒤에 따라오던 친구가 갑자기 보이지 않는다....너 어디냐??? 전화를 거니 친구 왈...조금 전에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그 전화기를 그 자리에 놓아 두고 출발해서 다시 되돌아 갔다는 것이다. 아니 벌써부터 이런 사고가 발생하면 어떻게 하나하는 걱정이 든다. 다행이 전화는 그 자리에 있던 학생들이 가지고 있어서 무사하게 회수 할 수 있었고...
이렇게 해가 질 무렵인 6시 까지 달리니 배도 고프고 해서 자전거 도로변의 소머리 국밥 식당으로 들어가서 저녁 식사를 하였다. 저녁을 먹은 후 다시 북상 길을 재촉하였다. 7시가 넘고 8시가 되어가니 점차 어두워진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도로에 국토종주 표지가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부산시계를 벗어나 김해시로 접어들면서 도로사정은 급변하였다. 강변에 조성된 평탄하고 달리기 수월한 강변의 자전거 길이 사라지고 우회로에 접어들게 되었는데.. 이 길은 자동차도 다니지 않는 높고 외진 산길이다. 인적조차 없는 캄캄한 밤길을 자전거의 램프 하나에 의지해서 가야 하는 것은 참으로 외롭고 무섭기도 하였다. 가끔씩 들고양이가 앞을 지나쳐 소스라치게 놀란 적도 있다..높디 높은 고개를 두어개 넘고 나니 다시 민가가 나오고 어두운 밤길에서 그곳 주민들에게 우리가 가는 길이 맞는 길인지 확인하고 1차 목적지인 대구를 향해 질주를 계속하였다.
밤10시쯤 되어 창원시 북면에 있는 본포교(사실 다음날 아침에 안 사실이지만)에 도착하였다. 제대로 진행하려면 그 다리를 건너가야 하는데 강변의 자전거 도로가 이어지고 있어 계속 전진하였다. 조금 더 달리니 계속 이어지던 도로 표지판도 보이지 않아 다시 본포교로 돌아와서 낙동강을 건너갔으나 건너간 길에도 국토종주의 표지가 보이지 않았다. 다시 창원시로 건너와서 종전에 진행하였던 그 길을 계속 가기로 하였다. 멀리서 시가지 불빛이 보이고 모텔같은 광고판도 보였다..
도착해보니 거기가 창원시 북면의 마금산 온천지구였다..다행인 것은 온천지구라 밤 11시가 되었어도 음식점이 영업을 하고 있길 래 식당에 들어가 늦은 저녁식사를 하였다. 식사 후 스마트폰으로 찜질방을 검색하니 주변에 찜질방이 있었다. 1인당 8000원을 내고 땀에 절어 악취(?)가 풍기는 운동복을 벗고 목욕탕에 들어가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니 정말 나른한 피로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렇게 땀을 닦은 후 가운을 걸치고 3층의 수면실로 올라가 잠을 청하였으나 오히려 정신이 맑아져서 그런지 잠은 오지 않고 오늘 하루 지나온 일들이 주마등처럼 잔상을 남기고 사라진다.... 이러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옆에서는 이름 모르는 사람이 발산하는 코골이 소리에 나도 전염이 되어 선잠이 들었다...
이리 저리 뒤척이다 보니 새벽이다......
국토종주— 2일차(6월 17일, 일요일)
새벽 6시에 찜질방에서 일어나 지하층의 목욕탕으로 가서 샤워를 하고 옷을 챙겨 입고 찜질방을 나섰다.. 가까운 편의점에 가서 김밥과 물.. 먹을 것들을 사고 다시 낙동강으로 나왔다... 우선 배가 고프니 강변의 휴게소에서 편의점에서 사온 것들을 펼쳐 놓고 아침식사를 하였다. 아침을 때운 후 자전거를 타고 대구방향으로 진행하였으나 아무리 가고 국토종주 표시가 나타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방향을 돌려 출발한 지점으로 돌아와 보니 간밤에 보이지 않던 국토종주 표지판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본포교를 건너는 것이 제대로 된 국토종주의 길이었다...도대체 얼마를 헤맨 것인지???1시간 반정도는 허비한 것이다.
이렇게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한 엄청난(?) 시행착오를 거치고 나니 다음부터는 확실하게 국토종주 표지를 확인하고 진행하게 되었다. 창녕.함안보를 지나니 남지읍이 나타난다. 남지읍에서는 강변도로가 없어 조금 우회하여야 하는데 산길의 정상 쯤 왔을 때 도로변에 산딸기가 보였다...
마침 배도 조금 고프고 해서 자전거를 세워놓고 산딸기를 따먹었다.. 어릴 적 동네의 뒷산들을 돌아다니며 많이 따먹었던 그 산딸기며.. 오디며...그런 추억들이 머리를 스친다. 옛날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에는 이런 산딸기도 훌륭한 대체 식량이었다...
이름 모를 지역(무슨 군인지는 모르겠다)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고 낙동강의 제방도로를 달린다. 이런 산길이 있는가 하면 강변의 제방위에 조성된 자전거 도로 중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곳도 있다. 제방도로를 달리며 그 주변으로 펼쳐진 넓디 넓은 하천변의 고수 부지와 그 둔치를 활용하여 조성한 공원들....이런 가시적인 것들이 그 말 많던 4대강 사업의 결과물인가? 어찌되었든 황량하거나 지저분하고 무질서한 하천변의 모습보다는 좋아 보인다...
창령보와 달성보를 거쳐 저녁 해질 무렵 강정 고령보에 도착하니 지역은 대구시 달서구이다. 스마트 폰으로 식당과 찜질방을 검색하니 주변에 식당은 많은 데 찜질방은 너무 멀리 있다. 이틀을 자전거를 타며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였으니 영양보충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가까운 삼겹살집에 들어가 돼지고기를 먹고 인근 성서공단지역으로 들어가 모텔에 투숙하였다. 많은 모텔들이 있는데 대부분이 무인모텔이다.. 그런데 이런 곳을 자전거를 타고 들어가기에는 뭔가 거시기(???) 한 느낌이 들어 그래도 프론트에 사람이 있는 여관을 찾아가서 하루를 묵었다. 시설은 좋은데 숙박료는 35,000원....
하루 종일 뜨거운 태양아래에서 좁은 면적의 가림막이 있는 모자 하나에 의지해서 눈부심은 피했으나 노출된 피부는 찬물로 세수를 해도 1도 화상을 입은 것처럼 화끈거린다. 내일 부터는 썬크림도 바르고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도 착용하고...주행을 해야지....
6월 20일 월요일 국토종주 —3일차
안개가 낀 아침.... 어제 아침처럼 여관 인근의 편의점에 들러 아침 식사 대용 음식 - 김밥, 우유, 생수 등-을 사서 고령보로 나왔다... 첫 번째 만난 강변의 정자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아침 식사를 한다. 대구 - 문경 구간은 특별히 어려운 구간이 없지만 거리는 약 200km 정도... 오늘의 목적지는 문경이다.
국토종주(부산- 충주 구간)를 하기 전에
인천의 정서진에서 아라뱃길의 양옆에 건설된 자전거 도로를 타고 서울방향으로 페달을 밟으면 한강을 만나게 된다. 물론 한강변에도 자전거 도로가 있어 서울을 경유하여 구리 - 남양주 -양평 - 여주를 지나면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인 섬강을 만나게 되고 남한강 자전거 길로 계속 달리면 충주에 도착하게 된다. 남한강 자전거 도로는 거기에서 멈추고 새재길로 연결된다..
새재길을 달리면 소조령, 이화령을 넘어가게 되고 이화령을 넘으면 경상북도 문경시..... 문경시에서 상주방향으로 전진하면 다시 낙동강을 만나게 되고 계속 내려가면 부산의 을숙도에 도착하게 된다. 이렇게 연결된 자전거 도로의 총길이는 약 633km..
국토종주에 대한 생각
지난 5월부터 국토종주(인천- 서울- 부산)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행동계획을 구상하였다.
전체 구간을
1)인천 - 서울
2)서울 – 양평
3)양평 - 충주
4)충주 - 대구 - 부산구간으로 나누어서
각 구간별로 어떻게 다녀올 것인가를 결정해야 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1,2,3), 구간을 먼저 주말마다 한 구간씩 달리고 4)구간은 한 번에 주파한다는 계획을 수립하였다.
처음 행동으로 옮긴 구간이 서울-양평구간이다.
서울에서 양평 까지
(사실은 의정부- 서울 – 양평구간이다)
5월5일 어린이 날인 토요일에 서울 - 양평구간을 달렸다. 아침 9시에 의정부를 출발하여 중랑천의 자전거 도로를 타고 한 시간 반 정도 달리면 한강과 만나게 된다.
여기서 방향을 동쪽으로 꺾으면 구리로 향하게 되는데 계속해서 달리면 왕숙천을 지나 남양주에 접어들게 된다. 비교적 평탄한 한강변길을 따라 계속해서 달리면 팔당댐에 도달하게 되고 여기서부터는 폐철도를 자전거 길로 리모델링한 길도 만나게 된다. 과거 중앙선 철도가 다닌 철도위를 자전거로 달린다는 기분.. 그리고 이따금 만나게 되는 기차 터널... 기차 터널을 자전거로 달리다니... 얼마전만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거늘...
기차 길은 아무리 경사가 급해도 1키로미터당 높이가 5미터를 초과하지 않는다. 따라서 평탄한 길이다. 더구나 바람도 서풍이 불어 뒷바람의 도움까지 받으니 그야말로 순풍에 돛을 단 셈이다. 남양주시 구간을 통과하면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지점에 도달하고 북한강을 건너야 한다. 물론 여기서도 남양주와 양평을 연결하는 폐철교를 건너야 한다. 차량이나 기차로만 건너던 북한강을 이제는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로 건넌다. 참으로 많은 자전거 라이더들이 이러한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하여
자전거를 타고 끊임없이 남양주에서 양평으로, 양평에서 남양주로 이동을 한다.
꾸준히 페달을 밟으니 어느 듯 양평역에 도착...
양평역에 도착하니 어느듯 오후 2시 40분,, 의정부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약 6시간 정도가 걸렸다. 자전거를 끌고 양평역사로 들어가서 기차에 올라탄다. 나처럼 자전거를 타고 양평까지 와서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라이더들이 참 많다.
기차는 내가 달려온 길을 되짚어 서울로 향한다. 서울의 회기역에 도착하여 다시 의정부행 전철로 바꿔 타고 의정부에 도착... 이로서 첫 구간의 종주는 완료....
의정부에서 인천의 정서진까지....
(인천 – 서울 구간)
한강과 서해를 직접 연결하는 운하인 아라뱃길이 개통되었고... 뱃길의 양옆으로 자전거 길도 같이 조성되었다. 강원도에 정동진이 있다면 인천에는 정서진이 있다. 서울의 동쪽과 서쪽 끝이라는 지명이다.
5월 13일 둘째주 토요일에 의정부에서 정서진까지 편도75km, 왕복 150km를 달리기로 하였다.
아침 9시... 김밥 4줄, 빵, 바나나, 물을 백에 넣고 지난 주와 마찬가지로 중랑천의 자전거 길로 접어들었다. 다만 틀린 것은 한강에 도착했을 때 동쪽이 아닌 서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것이다. 반포대교에 도달하여 한강을 건넌다. 여기서부터 인천까지는 그야말로 순탄한 길이다. 그저 한강변에 조성된 평탄한 자전거 길을 따라 달리면 된다. 서울시를 벗어나면 김포시이다. 김포 터미널부터는 아라뱃길.... 원래는 한강의 범람에 대비하기 위한 방수로였으나 사업을 좀 더 확장하여 운하로도 활용하는 것이다. 길이는 약 18km....자연수로가 아닌 인공수로라 구배도 없고 커브도 없는 일직선으로 쭉 뻗은, 자전거 타기에는 매우 기분 좋은 길이다...가끔가다 공원도 있고 쉼터도 있어 다리가 피곤하다 싶으면 자전거에서 내려 사진도 찍고 피곤한 다리도 쉬게 한다. 오후 한시쯤 정서진에 도착하였다... 아라 tower도 둘러보고..4시간동안 페달을 밟느라 피로해진 몸에 영양분도 공급해 줘야한다..
등에 짊어진 백에서 김밥과 빵, 바나나, 물을 꺼내 터미널 주변의 공원 벤치에서 느긋하게 점심을 먹는다. 물론 정서진에서의 여러 가지 풍광을 카메라에 담는 것은 필수... 인천에서 영종도로 이어지는 영종대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풍경들을 카메라의 저장 장치는 물론 나의 시각적 기억의 메모리에 저장하고 의정부로 향한다. 왔던 길을 그대로 반복하여 돌아오는 길은 매우 지루하고 힘들 것으로 예상했으나 오전의 운동효과인가? 오히려 다리에 힘이 더 생긴 듯한 느낌이다.... 주의할 점은 서울시계에 들어서면 정말 자전거 도로 주변에 인간들이 많다.... 아차 방심하면 사고 날 가능성이 매우 많다...
더구나 남자들의 시선을 유인하는 풍경들이 많은 것도 경계의 대상이다.. 좌우지간 남자들에겐 좋은 구경거리이다...다만 오전에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가야하는 지루함을 제외하면 의정부 – 인천구간은 자전거 타기에는 더 없이 좋은 구간이다.. 힘차게 페달을 밟아 집에 도착하니 저녁 5시 50분.... 나른한 피로가 몰려온다....
양평- 충주구간(1)
2012년 5월 19일 토요일
아침 7시 조금 지나 의정부 회룡역에서 1호선 전철역에 오른다. 물론 자전거를 동반하고...
회기역에서 중앙선으로 환승하니 정말 사람도 많고 자전거를 동반한 라이더들도 많다...
간신히 자전거를 싣고...한시간을 달려 양평역에 도착하니 9시쯤 되었다....양평역 인근의 편의점에 들러 일용할 양식을 사고 남한강변으로 나왔다... 오늘의 목표는 충주 탄금대. 남한강의 아름다운 풍광을 벗 삼아 여주로 향한다...
남한강 길을 따라 올라가면 4대강 사업으로 조성한 여주보, 강천보, 이포보를 만난다..... 보를 만날 때마다 자전거에서 내려 인증 샷을 하고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스마트폰에 담아 내가 장거리 자전거 여행중에도 무사하게 살아있음을 마누라에게 보고한다..... 여주까지는 무난한 길d이 이어진다.
4대강 사업으로 조성한 거대한 미완성의 강변 공원.. 그리고 홍수에 대비한 시작과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저류지를 뒤로 하고 계속해서 달린다. 신륵사의 고즈녁한 풍경도 강 건너에서 보인다...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인 섬강을 건너면 강원도 원주시.....이 구간은 매우 짧다... 남한강의 범람을 막기 위한 제방위로 조성된 자전거 길을 한참 달리면 어느새 충주시에 접어든다...
충주시 구간은 강변의 자전거 전용도로가 아닌 국도변에 조성된 우회도로도 자주 달려야 한다.....과거에는 자동차가 많이 다녔던 국도였으나 구배와 커브도 심하여 직선화된 새로운 국도에 밀려 자동차 도로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도로가 국토종주를 위한 자전거 도로로 새로운 기능을 부여 받아 부활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우회도로에는 자동차는 별로 없고 국토 종주를 하는 자전거족들이 전용으로 달린다. 물론 내가 달리는 방향과는 정반대로 충주에서 양평으로 향하는 자전거 족들이 나를 알리 없지만 그들은 내게 자전거 국토종주를 한다는 동지감을 느껴서 인지 조우할 때마다 반갑게 수인사를 한다... 물론 나도 그들에게 손을 흔들거나 목례를 하면서 지나친다.
양평에서 충주로 향하는 길은 이렇게 국도 우회도로도 있고 하천 제방도로도 있지만 때로는 논과 밭 사이의 농로도 통과한다.. 여기에도 물론 국토종주라는 표지는 있다..
에피소드
경상북도 문경에서 이화령 , 소조령을 넘은 후 충청북도의 수안보에서 족욕을 하기 위해 잠시 머물렀을 때 친구 자전거의 뒷바퀴가 갑자기 빠졌다..
우리 둘은 자전거 수리경험도 없고,... 앞으로 충주까지 가려면 25km는 가야 한다.. 이런 난감한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까? 주변에는 자전거 수리점도 없다.. 우리는 자체적으로 수습하려고 시도를 해보았으나 그게 쉽지 않았다.. 그런데 휴게소 주변에 전문적인 라이더로보이는 젊은 친구들이 나타났다.. 내가 그들에게 다가가서 우리의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하였더니 흔쾌히 승낙한다.. 이 친구는 우리에게 오더니 기어를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지시하면서 5분 만에 빠진 자전거 뒷바퀴를 원위치에 고정 시켜주었다. 아무런 공구를 사용하지 않고도.... 그러면서 우리보고 어디서 오는 것이냐고 묻는다.. 우리는 지금 3일전에 부산을 출발하여 오늘 충주까지 갈 계획이라고 했더니 ..그 친구 왈... 아니 이런 (후진) 자전거를 타고 부산에서 여기까지 왔는냐고? 놀란다....
아니 그래도 내 자전거는 2008년도에 50만원 정도의 거금(?)을 주고 산 것인데.. 싸구려라니???
하기사 그들이 타고 다니는 자전거는 대략 1,000만원 정도 된다고 하니 내 자전거가 얼마나 촌티나고 우습게 보였겠는가??ㅎㅎㅎㅎ....올림픽이나 국제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이 타는 자전거는 대략 2000만원에서 3000만원 수준이라고 한다. 자동차 보다 비싼 자전거가 참 많다...
대구에서 문경까지(3일차 계속)
낙동강변의 자전거 길을 따라 페달을 밟으니 왜관이 나온다. 왜관이 속한 군은 칠곡군인데 칠곡군이라는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것이다. 6.25때 부서진 철교를 다시 복원한 왜관철교를 지나니 칠곡보가 나온다. 보 옆에는 인증센터도 있고 휴게실도 있어 잠시 쉬기로 하였다. 날씨는 6월임에도 매우 더웠고. 가뭄도 꽤나 오래 되었다. 그럼에도 낙동강에는 푸른 물이 넘치고 주변의 농경지에도 가뭄 때문에 농사를 짓지 못하는 곳은 없었다. 물도 마시고 빵으로 요기도 하면서 구미를 향하여 출발하였다.
구미는 대부분이 공단지역으로 대규모 공장이 많이 들어선 지역이다. 구미를 지나니 상주가 나온다.
상주에는 정말 감나무가 많다. 자전거 길이 강변을 벗어나 마을길을 달릴 때 보면 주변의 밭에는 모두 감나무가 식재되어 있다. 그래서 상주 곶감이 유명한 것이겠지..
상주는 또 자전거 도시로 유명하다. 시의 입구인 다리에는 자전거가 형상화되어 있어 상주가 자전거 도시임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한참을 달려 오후 3시쯤 경천대에 도착하였다. 그곳의 경관도 그럴 듯하여 자전거에서 내려 사진도 촬영하고.. . 카메라를 강변의 펜스에 올려놓고 잠시 쉬었다. 오후의 태양은 아직도 뜨거운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지만 오늘 저녁에는 문경까지 가야 하므로 다시 자전거에 올랐다.....조금 진행하니 험한 고갯길이 ㅇ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높다란 고개를 두번 넘고 나니 전망대가 있다. 경치도 좋으니 여기서 사진한방 찍고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카메라를 찾으니... 아뿔싸 카메라가 없었다...아까 경천대에서 사진 촬영후 펜스에 올려 놓은 카메라를 백에 넣지 못하고 그대로 달려온 것이다. 이를 어쩌나???? 다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 진행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되돌아 가서 찾아보기로 하였다... 혹시나 하고 넘어온 고개를 되돌아 경천대로 갔지만 역시 카메라는 없었다. 상주경찰서에 분실물 신고를 하고 허탈감에 더욱 지쳐버린 몸과 마음을 이끌고 다시 문경으로 재출발...
저녁 무렵에 상풍교에 도착하였다...
상풍교를 기점으로 낙동강길과 문경 새재길이 갈라진다.
낙동강 길을 계속 따라가면 안동으로 향하는 것이고... 새재길을 선택하면 문경으로 가는 것이다..
우리의 목적지는 문경이므로 새재길로 접어들었다...
새재길도 물론 낙동강의 지류를 타고 올라가는 길이다.
그런데 확실하게 구분되는 풍경은 새재길의 낙동강은 바닥이 보인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보가 없기 때문이다.
보가 없는 문경 방면의 낙동강 상류는 하상이 그대로 노출되어 지저분하게 보였으며 무엇인가 허전한 느낌을 배제할 수 없었다.. 이래서 4대강 사업을 한 곳과 하지 않은 곳이 확연히 구별되나 보다.
점촌에 도착하니 벌써 6시...하지를 앞둔 시점이라 아직도 밝은 저녁이다. 문경방면으로 계속 달리니 날은 어두워지고 시정거리는 점점 짧아진다. 저녁 8시가 되니 완전히 캄캄해지고 산속의 시골이라 주변의 가로등도 없는데..목적지인 문경은 아직도 15km 남았다.. 그러다 보니 자전거 길을 잃어 버리고 일반 국도로 달리게 되었다..
우리의 옆으로 대형 트럭이 굉음을 울리면 지나갈 때에는 내 몸도 같이 흔들린다.
밤 11시쯤 되자 문경읍에 도착하였다. 온천 도시인 문경에는 찜질방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불행하게도 휴업중이다.. 할 수 없이 모텔을 찾아 들어가 방을 예약하고 저녁 식사를 하러 인근 식당으로 항하였다.
저녁식사를 하고 다시 모텔로 돌아오니 12시... 대강 몸의 땀과 먼지를 닦고 피곤한 몸을 뉘였다.
문경에서 충주까지(4일차)
아침 일찍 일어나 어제 점 찍어둔 식당으로 향하였다. 식당에는 우리처럼 자전거를 타는 노인들이 세분이 식사를 하고 계셨다. 당연히 어디서 오셨고 어디로 가는 길이냐고 문답을 하니 그분들은 어제 밤에 충주에서 문경을 넘어왔다고 한다.. 연세를 여쭈어 보니 한분은 70세.. 옆에계신 분은 74세.. 끝에 앉으신 분은 80이란다..
이런 노인들도 이렇게 자전거를 타고 힘차게 살아가시는데.. 아직 60도 않된 우리들은 정말 젊은이들이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비상식량을 준비해서 배낭에 넣은 후, 가장 험난한 이화령으로 접근하였다. 이화령은 경북 문경과 충북 괴산군을 연결하는 해발 528미터의 고개이다. 초입에는 구배가 완만하여 그런대로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었으나 조금 더 올라가니 구배가 심해서 도저히 타고 갈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자전거를 내려 끌고 가기로 하였다.. 한 시간 정도 헉헉 거리며 땀을 비오듯 흘리며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니 이화령의 정상에 도착하였다.
다행히 새재길은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이지만 고개 아래로 터널이 생겨 자동차는 한 대도 지나가지 않았다. 자전거 전용도로인 셈이다.
이화령의 정상에서 인증샷을 하고... 기분좋게 내리막길을 달려 내려간다.
자전거의 즐거움이란 오르막길에서는 정말 걸어 올라가는 것보다 힘들지만 내리막길은 말 그대로 땀한방을 흘리지 않고 저절로 내려가는 것이다.. . 그래서 시간도 상대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정상에 오르는 길은 오래고 힘들지만 그 즐거움을 향유하는 시간은 너무 짧고 위험하다.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길에서 사고 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내리막길에서는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대형사고가 발생한다.. 두세시간 정도 고생한 길을 불과 10분만의 즐거움으로 상쇄하고 나니 다시 소조령이 기다린다. 그래도 소조령은 이화령에 비하여 낮은 고개이다..
소조령을 넘으니 이번 국토 종주의 최종 목적지인 충주의 탄금대가 기다린다.
양평에서 충주의 탄금대까지(2)
논과 밭 사이를 통과하는 남한강 길에는 농사 일하시는 농부들도 있다. 나 홀로 자전거를 타고 가니 일하시던 분들의 새참시간이라 막걸리를 드신다. 나를 보더니 잠시 내려서 한잔하고 가란다. 갈증도 나고 힘도 부치는 상태라 잠시 내려서 막걸리 한잔 들이키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그러나 충주에 오후 세시까지는 도착해야 다시 의정부로 돌아오는 네시 차를 탈 수 있다... 그러니 잠시라도 여유를 부려서는 안된다. 말로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계속해서 자전거 길을 달린다..
논과 밭을 지난 자전거 길은 다시 길은 남한강변의 자전거 길로 들어서고 평탄한 길을 달리니 시간은 두시 반을 가리키고 있다... 멀리 충주의 시가지가 보이고....
드디어 탄금대와 충주댐 표지가 보인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충주댐까지 달려보고 싶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고 탄금대로 향한다.. 옛날 임진왜란때
신립 장군이 왜군들을 맞아 싸운 곳이라는 탄금대..
오후 세시 반에 드디어 탄금대에 도착하였다...
인증샷을 하고 터미널을 찾아갔다. 다행히 의정부행 버스표는 있었고... 자전거를 버스의 짐칸에 싣고 의정부로 향할 수 있었다.....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은 불과 2시간이면 충분한 거리이다. 자전거로는 10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를 버스는 2시간에 옮겨주니 버스는 얼마나 편리한 이동수단인가????
소조령에서 탄금대까지
소조령을 넘으니 행정구역상으로는 충주시이다.. 충주시까지는 계속 완만한 내리막길이다... 3박4일간 고난의 행군(?)이 그 끝을 보이고 있다...
온천으로 유명한 수안보에는 관광객들을 위하여 무료로 족욕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 시간관계상 온천욕을 할 수 있는 여유는 없고 땀에 절은 운동화와 양말을 벗고 야외 족욕탕에서 편안하게 두발을 쉬게 하였다.
족욕을 하기 전에 친구가 자전거를 이동시키려고 들어 올리는 순간 뒷바퀴가 빠지는 것이 아닌가???
이런 난감이라니..???..
우리 둘이는 낑깅 대며 뒷바퀴를 제자리에 끼우려고 했지만 그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도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는 지 구세주들이 나타났다.....
그들 중 한 젊은 친구의 도움으로 바퀴를 원위치 시키고 최종목적지인 충주의 탄금대로 향 할 수 있었다. 만일 구세주가 출현하지 않았다면??? 상상하기 조차 괴로운 현실이 등장하였겠지....
양평에서 충주 탄금대 구간을 달릴 때와는 정반대의 길로 접근한 탄금대 ... 6월 20일 오후 1시 드디어 탄금대에 도착하였다. 인천 – 서울 – 부산으로 이어지는 한반도 국토 종주의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시장기가 몰려 왔다. 탄금대 주변의 식당으로 가서 흑두부 백반을 시켜 놓고 여유있는 점심식사를 하였다.
버스 출발시간까지는 아직도 두시간 정도 여유가 있으므로 .....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충주 터미널로 가서 버스표를 구입하니 한 시간 정도가 남는다.. 다시 탄금대로 가서 그늘 밑에서 남한강의 정취를 완상하며 한참을 쉬었다... 잠깐 졸기도 하면서...
어느 듯 네시가 가까워 온다...
의정부행 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버스는 의정부로 출발하였다. 두 번째 타는 충주발 의정부행 버스다. 예정대로 6시에 의정부에 도착하였다.
자전거 국토종주의 동기 & 에필로그
4월인가 신문에 60대 부부가 자전거로 1주일간 국토종주를 한 기사가 실렸다. 60대 부부이니 남자와 여자일 것이고... 그들은 나보다 나이도 많은 데... 아직 60도 안된 내가 못할 것도 없지 않은가???
그래서 지도를 보며 국토종주 코스를 연구하고 소요시간과 비용.. 숙박문제.. 비상시 대처 방안 등을 생각해 보았다... 인천에서 서울, 서울에서 양평, 양평에서 충주는 구간별로 나누어서 달리면 될 것 같고.. 나머지 구간은 하루 150km 씩 3일이면 주파가 가능할 듯 생각되었다.
이런 나이브한 생각으로 출발한 것이 나의 국토 종주의 시작이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나의 생각과 행동에 대하여 대단(???)하다고, 또는 무모하다고 말하지만 결코 대단한 것도 무모한 것도 아니다. 그저 의지만 있으면 실천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태어난 대한민국의 땅덩어리를 직접 두발로 페달을 밟으며 체험하며 겪어 본다는 것은 자동차를 타고 순식간에 지나치는 여행과는 차원이 다르다. 덕분에 모르는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어 보고 아름다운 국토 환경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었다.
말 많은 4대강 사업에 대하여 그 성과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계기도 되었고 국토에 대한 지리 공부도 하였다. 자전거를 탈 줄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런 체험을 한번쯤 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자전거를 탈 줄 모르면 배워서라도 한번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내년에는 영산강과 금강의 자전거 길도 달려 보고 싶다.
국토종주 기간 중에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사정상 모두 밝힐 수 없음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끝//
추신 : 장문의 글을 읽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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