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크레스트 그릴, 두 개의 가느다란 가로줄 형태로 이어진 풀 LED 헤드렘프로 빚어낸 전면은 심플하면서도 웅장합니다.
제네시스 날개 로고가 끝나는 지점으로부터 보닛 위에 양쪽으로 줄을 그으며 날아가는 장식이 매우 멋집니다. 제네시스 G90으로부터 먼저 시작한 기믹이지만, 흔히 사이드미러 쪽에 장착하는 사이드 리피터도 펜더 쪽으로 과감하게 긴 줄 형태로 빼냈습니다. 앞부분 턴시그널과의 연속적인 느낌도 나면서, 타사 차종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개성이기도 합니다.
장식적인 요소와 주름이 많던 최신 현대차들과 달리, 제네시스 쪽은 절제된 멋부림이 돋보입니다. 가로 두 줄의 패러볼릭 라인이 헤드램프, 사이드리피터, 테일램프 라인 및 뒷도어~뒷펜더쪽 굴곡으로 이어지며 자신의 정체성을 은은하게 표현하고 있으며, 3열 글라스는 치켜올라가듯 디자인하여 전장 5m에 달하는 이 차가 비대하다기보다는 알맞게 스포티해보이는 느낌까지 줍니다.
후면부 또한 두 줄의 파라볼릭 라인을 그리는 테일램프로 깔끔하게 마무리했습니다. 후면에 단순하게 테일램프 양쪽 두 줄씩만 있으면 너무 허전해보일 것 같았는지, 리어윈도에서부터 시작해 낮은 경사를 그리며 내려가다가 다시한번 안쪽으로 파고들어 내려가다가 다시 범퍼 쪽에서 돌출되는 입체적이고 독특한 조형을 뽐냅니다. 제네시스 G90와 마찬가지로 트렁크 레터링은 전면의 윙로고와 다르게 세로로 얇게 눌러낸 알파벳 레터로 적용했으며, 후진 시 노면에 차선을 조명으로 쏴주는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테일램프는 범퍼 아랫부분에 교묘하게 숨겨두었습니다.
휠은 기본이 19인치고, 70만원 더 붙이면 흰색 차처럼 20인치 휠이 붙고, 190만원 더 붙이면 검정색 차처럼 22인치 휠이 붙는 형태입니다. 타이어는 19인치만 피렐리, 20인치, 22인치는 미쉐린. 휠하우스가 엄청나게 크기도 하고, 휠 자체로도 표면 스퍼터링과 마름모꼴 패턴이 세밀하게 가미된 22인치 사양이 심미적으로는 제일 멋지긴 한데, 승차감과 장기적인 타이어 교체비용을 생각하면 20인치에 타협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보입니다.
실내는 통합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기본탑재함으로써 버튼 수를 많이 줄이고, 남은 여백은 소재의 고급화로 멋지게 꾸며냈습니다.
옵시디언 블랙 모노톤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 II)
마룬 브라운&스모키 그린 투톤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 II)
어반 브라운&바닐라 베이지 투톤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 II)
울트라마린블루&듄 베이지 투톤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 II)
옵시디언 블랙&바닐라 베이지 투톤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 II)
GV80이 돋보이는 점은 인테리어 컬러 조합이 매우 자유롭다는 점. 그동안 국산차들은 보통 소수의 지정 외형컬러를 선택해야만 화려한 컬러배색의 인테리어를 얻을 수 있었지만, GV80은 시그니처 디자인셀렉션이라는 옵션만 I 또는 II로 고르면, 그에 맞는 투톤 인테리어컬러 선택권이 외형 컬러와 무관하게 자유롭습니다. 시그니처디자인 I이 150만원, II가 300만원으로 가격이 두배 차이인데, 이 가격 차이는 가죽 재질 차이(천연가죽->나파 퀼팅 가죽), 오픈포어 리얼우드트림 적용여부, 투톤컬러 핸들 적용여부, 헤드라이닝 스웨이드 적용여부 등에 기인합니다. 투톤컬러 선택권도 시그니처디자인 I 쪽에 딱 한가지(마룬 브라운/스모키 그린 투톤) 부족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오픈포어 리얼우드 대신 알루미늄 장식이 들어가고 가격도 합리적인 시그니처디자인I 쪽에서 차 외형 컬러에 어울리는 투톤 컬러를 선택할 것 같습니다.
투톤 컬러의 가죽으로 매우 고급스럽고 두텁게 장식된 도어트림. 도어가 차체 하단까지 매우 넓게 감싸는 형태인데, 때문에 차체 아랫쪽 흙먼지가 튄 것들이 승객들이 하차할 때 바지에 묻는 일을 막아줍니다.
2스포크 타입 핸들은 기존 차들에서 많이 보지 못한 형태라 뭔가 어색하다는 느낌이 강하지만, 필요한 핸들리모컨 버튼은 모두 쓰기 좋게 갖추고 있습니다. 다만 가운데 에어백커버를 최대한 작게 구성하고, 스포크 주변 버튼을 큼직하고 쓰기 좋게 배치하는 것이 요즘 고급 브랜드들의 트렌드다보니 아무래도 이 핸들 디자인에 대해 불만 여론이 조금 있는듯 합니다.
8인치 TFT 클러스터 계기반이 기본 적용됩니다. 드라이브모드에 따른 게이지 가변 그래픽, 턴시그널 작동 방향에 따라 게이지 화면에 후측방 캠 화면을 보여준다든가 하는 기능은 기존 현대차 풀 디지털 계기반을 만들던 노하우와 동일하게, 디자인적인 감성만 아주 약간 다르게 하여 적용되었습니다. 3D 클러스터 기능, 계기반 센서를 활용한 운전자 전방주의 경고 기능 등은 현대 뱃지 대형차에선 볼 수 없는 제네시스 브랜드만의 차별화 요소들입니다.
기본적용되는 14.5인치 제네시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가로로 긴 와이드 디스플레이에 화면을 필요한 만큼 분할하여 정보를 표시하는 UI의 기본 구조는 기존 현대기아차와 비슷하게 보일 수 있지만, 컬러 배색과 기능적 업그레이드로 확실한차별화를 보이고 잇습니다. 발렛 모드, 카페이, 카투홈, 터레인 모드 등 고급 SUV로서 표시해야 할 정보들이 많다보니 스마트폰처럼 필요한 아이콘을 길게 눌러서 원하는 곳에 배치할 수 있는 커스텀 기능도 있고, 스크린이 유리창 쪽으로 조금 멀리 물러나 있지만, 센터콘솔 쪽에 위치한 터치 지원 컨트롤러를 통해 팔의 움직임 동선을 최소화하여 오히려 더 쉽고 효율적인 조작이 가능해졌습니다.
워낙 훌륭한 자체 내비게이션 맵을 잘 이용해오던 현대차그룹입니다만, GV80의 내비게이션은 수입차까지 통틀어 정말 최고 수준의 경지에 올랐습니다. 전방카메라 영상을 큰 화면에 비춰서 필요한 차선으로 정확한 안내동선을 그려주는 증강현실 내비게이션이 특히나 감탄스럽죠. 통상의 전통적인 내비게이션 맵을 원한다고 하면 설정에서 얼마든지 바꿀 수 있으며, 보다 사이버틱한 느낌을 주는 네온 테마 맵 등 다양한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서라운드 뷰 모니터는 이제 화면 속 자동차를 상하좌우 터치하는대로 게임 속 화면처럼 자유롭게 주변을 살펴볼 수 있는 기능까지 더해졌습니다.
에어컨은 더 뉴 그랜저와 마찬가지로 터치 화면을 도입하여 보다 적은 버튼으로 많은 기능을 구현했습니다. 워셔액 작동 시 에어컨을 일시 내기순환으로 바꾸는 등의 부가기능도 인포테인먼트 화면에서 추가 설정할 수 있습니다.
무드등은 밝기를 최대로 설정해도 엄청 화려하게 밝다는 느낌은 안 듭니다. 팰리세이드 발표회 때의 PT를 들은 기억을 되새겨보면, 운전자의 눈 피로도를 감안해 적용면적과 밝기를 너무 과하게 하지 않으려 한다고 하던데, 적어도 다른 현대차들 대비 무드등의 적용범위가 그래도 꽤 늘어난 느낌이라 보다 화사해진듯 합니다.
센터콘솔의 버튼 조작계도 매우 직관적으로 단순화시키면서 소재 고급감을 높혔습니다. 상하좌우 모양이 된 흰색 원형 부분은 터치 조작이 가능하고, 알파벳이나 한글을 그려넣어도 인식 가능해 내비게이션 목적지 등을 입력할 때 매우 용이합니다. 물론 이 차를 비롯해 요즘 현대차그룹 차들은 음성인식도 매우 잘 되기에 저 부분에 글자를 그려넣을 일은 실질적으로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랫쪽엔 제 기아 쏘울EV와 동일한 조작 방식의 다이얼형 SBW 전자변속기가 자그맣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커버로 덮힌 컵홀더 아래쪽엔 드라이브모드/터레인모드 컨트롤러가 위치해 있습니다. 오픈포어 리얼우드 장식의 적용면적이 매우 넓으며, 앞쪽 무선충전패드 및 옆쪽 컵홀더를 가릴 수 있는 커버 또한 묵직하게 여닫히는 느낌이 무척 좋습니다.
천장 보조등 및 각종 조작계의 모습. 요즘 현대차들과 마찬가지로 하이패스카드 삽입구를 이쪽으로 옮겨 백미러를 최대한 심리스하게 구성했습니다.
고급차의 상징은 역시 이렇게 날개처럼 펴지는 암레스트 수납함일까요? 눈에 보이지 않는 안쪽까지 플라스틱이나 날카로운 사출면 닿는 감촉 하나 없이 세밀하게 마감되어 있습니다.
120만원짜리 컨비니언스 패키지를 고르면 도어를 살포시 닫아도 스스로 닫히는 고스트 도어 클로징뿐만 아니라 운전석에 18way 전동 조절 및 쿠션 익스텐션, 스트레칭 모드가 추가됩니다. 스트레칭 모드는 보급형 브랜드 중형차에 마사지 시트라고 광고하는 수준의 은은한 마사지 기능이 따라온다고 보면 됩니다.
2열도 1열 못잖게 두터운 감촉에, 다기능의 시트를 누릴 수 있습니다. 팰리세이드처럼 2열 2인 독립형 캡틴시트 옵션을 고를 수는 없지만, GV80은 2열시트의 리클라이닝, 틸팅까지 전동으로 옵션 가능하며, 전용 독립 공조, 통풍시트뿐만 아니라 전동 햇빛가리개, 목베개까지 추가 가능합니다. 앞뒤로 시트가 훨씬 커서 그런지 레그룸은 팰리세이드보다는 조금 짧다는 느낌이 드는데, 키 182cm의 필자 기준으로도 어디 하나 부족함 없는 공간입니다.
뒤로 최대한 기울였을 때의 기울기는 폭신한 목베게와 더불어 정말 숙면이 취해질 것 같은 편안함을 줍니다. 3열로 승차할 때엔 시트 바깥쪽 어깨부분 또는 허벅지 아래 쪽에 위치한 퀵엔트리 버튼을 한번 누르는 것만으로도 진입하기 쉽게 앞쪽으로 단숨에 이동해줍니다. 물론 퀵 엔트리 버튼은 이 차보다 훨씬 저렴한 팰리세이드에도 있긴 합니다만, 팰리세이드는 앞으로 푹 꺼트린 의자를 당기려면 리클라이닝과 슬라이딩을 사람 힘으로 조절해야 했는데, 이 차는 2열 컴포트 패키지 적용차량의 경우 등받이에 살짝 힘만 주어도 스스로 제 위치로 전동 복귀할 뿐만 아니라, 맨 앞자리 인포테인먼트 화면에서의 2, 3열 원격 조절 역시 가능합니다. 이래서 돈값을 하는구나.. 라는 호사스러운 느낌을 줍니다.
바깥에서 보면 파노라믹하게 보이지만, 가운데 경계면적이 꽤 넓어서 듀얼 와이드 선루프처럼 느껴지는 구성. 그래도 개방감은 만족스러운 편입니다.
3열 시트는 다만 팰리세이드보다도 편안하질 못합니다. 뒷유리창이 팰리세이드보다 많이 아래로 눕는 형태라서 헤드룸이 많이 좁아진 것이 치명적인 단점. 키 182cm의 제 기준으로 팰리세이드는 레그룸이 조금 부족하지만 어떻게든 단거리는 탈수 있는 자리였다면, GV80은 고개가 꺾여서 잠깐이라도 앉아있기 불편한 자리였습니다. 3열 전용으로 에어벤트와 시거잭 파워아웃렛, 전동 리클라이닝 기능을 추가 지원하긴 하지만, 이 차를 7인승답게 쓰려면 렉서스 RX처럼 뒷쪽만이라도 약간 늘린 롱바디 모델이 추가된 다음에 사는게 더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3열 시트를 접고 5인승으로 만들 때부터 트렁크 공간이 넓다랗게 나옵니다. 팰리세이드도 트렁크 안쪽 버튼으로 전동 폴딩/언폴딩이 가능한 컨트롤러가 있긴 했지만, GV80은 2열시트를 접고 다시 펴는것까지 모두 전동으로 가능하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팰리세이드는 2열 전동 리클라이닝이 없어서, 아래로 꺼트린 후 다시 펴는 것은 사람 손이 필요했었지만, GV80은 힘 들일 필요가 없습니다.
현대차그룹 최초로 탑재되는 직렬 6기통 신규 3.0리터 디젤엔진. 최대출력 278ps/3,800rpm, 최대토크 60.0kg.m/1,500~3,000rpm 제원을 가지며, 공차중량은 AWD 기준으로 옵션사양 상태에 따라 2,200~2,300kg까지 나갑니다.
간신히 시승예약을 하고 갔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시승코스는 짧게 편성되어 있었습니다.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썩 많진 않았지만, 한국 토종이기에 가능한 각종 주행보조 및 편의옵션, 섬세한 만듦새가 너무나 압도적이었습니다. 전기차만 매일 타다가 오래간만에 마주한 디젤엔진 SUV는 비록 6기통이라 해도 정차 아이들링 상황에서 잔잔한 진동을 완벽히 숨기지는 못했지만, 발진가속 시의 깔끔한 진동/소음 차단 능력을 보니 굳이 휘발유 모델을 기다리지 않아도 충분히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포츠 모드에선 제법 공격적인 사운드제너레이터 세팅으로 기분도 돋아주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