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다시 보다: )/ 조태현

[조가촌(조태현)]

<다시 보다: 한국 근현대미술전>을 보고

가촌 조 태 현

햇볕이 아직은 꽤나 강렬했던 지난 8월26일 오후, 오랜만에 올림픽공원 소마미술관에 다녀왔다. 사실 전시회 개최 소식은 신문에서 이미 4월초에 알고 있었는데, 계속 다음 달에 보러가야지 하며 차일피일 미루다가 우선 순위에 밀려 결국은 전시 하루 남기고 간신히 다녀오게 된 것이다. 코로나19 유행이 주춤해진 요즘 들어 인사동 등 전시장엔 몇 번 갔었지만, 올림픽공원 소마미술관은 근래 들어서는 아마 처음인 듯하다.

<다시 보다: 한국 근현대미술전>은 88서울올림픽 개최 35주년을 맞아 열린 특별 기획전이라고 한다. 이번 전시는 굴곡의 근대화 과정에서 한국이 서구적 조형어법을 본격적으로 수용한 1920년대부터 문화적 대변환의 계기가 된 1988년 서울올림픽에 이르기까지 근현대 미술의 전개과정을 한 눈에 조망하고, 확인할 수 있는 큰 마당이다. 외세, 식민, 해방, 전쟁, 분단의 질곡을 딛고 일어선 우리 그림, 우리 조각의 진정한 얼굴을 '스스로 그리고, '스스로 새기는' 전시였다. 이러한 취지로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25인의 작가를 선정, 그들의 작품 159점을 소개한 이번 특별 기획전은 한국미술의 자생성, 주체성의 혈맥을 5개의 소주제로 나누어 전시한다.

향토적 소재의 화풍으로 민족의 정체성 찾기에 천착했던 <우리 땅, 민족의 노래>, 아방가르드 정신으로 동시대의 새로운 표현양식을 추구한 <추상, 세계화의 도전과 성취>, 주류 미술사에서 소외되었던 여성 및 북한을 포함한 해외 이주 작가의 미술을 새로운 담론으로 재조명하여 21세기 한국미술의 외연을 확장하는 <여성, 또 하나의 미술사>와 <디아스포라, 민족사의 여백>, 그리고 수적 열세와 열악한 환경에서 일구어낸 입체 조형의 꽃 <조각, 시대를 빚고 깎고> 등으로 한국 근현대미술을 살펴 보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안내 팜플렛에 나와 있는 설명을 인용하여 총 5개의 소주제 섹션별로 주요 작가와 내용들을 간략히 살펴 본다.

첫 번째 섹션은 ‘우리 땅, 민족의 노래’이다. 이 주제에 속하는 작가로는 이중섭, 박수근, 장욱진, 이인성, 구본웅, 박생광 등이 소개되고 있다.

한국의 근대미술가들은 이 땅의 공기, 이 땅의 얼굴을 즐겨 그렸다. 경관이든 인물이든 그것은 우리가 사는 시대의 하나의 풍경(風景)이라 요약할 수 있다. 풍경은 눈에 보이는 외관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까지 담아내고 있다. '경(景)'은 날(日)의 빛(光)과 그림자를 의미하듯이 객관적으로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다. '풍(風)'은 풍토나 풍수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한국 근대미술의 인물화와 풍경화는 단순히 소재차원을 뛰어넘어 시대의 공기, 시간을 압축한 민족의 노래라고 할 수 있다. 이 땅에 살았던 한민족의 희로애락을 담아낸 이 섹션은 일제 강점기와 해방, 6·25 전쟁의 격동을 거친 대한민국 역사의 빛과 그림자라고 함축한다.

오직 독학만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질감과 화풍으로, 소박한 일상과 시민의 정을 토속적이고 따스하게 또한 동화처럼 따뜻하게 담아낸 박수근 화백, 특유의 힘이 넘치는 화풍과 섬세한 터치들이 인상적이고 아이들과 가족에 대한 그림을 많이 그린 이중섭 화백과 편지들, 그리고 향토적인 이미지와 심성을 캔버스에 담아낸 장욱진 화백의 그림들이 내 마음을 사로 잡는다. 특히나 이중섭 화백의 <황소> 박수근 화백의 <골목안> 등 주요 작가별 대표작들은 작가의 생각을 가깝게 느끼고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게 하는 또 다른 기회였다. 또한 특히 좋아하여 수년 전 대구미술관에서 열린 미술상 시상행사에도 따라 갔었고, 한국의 고갱이라고도 불리는 천재화가 이인성 화백의 <사과가 있는 정물>은 더 큰 느낌을 주었다

두 번째 섹션은 ‘디아스포라, 민족사의 여백’이다. 이 주제에 속하는 작가로는 배운성, 이쾌대, 변월룡, 황용업 등이 소개되고 있다.

민족분단 70년이란 분단의 미술사를 말해 주는 이 섹션은 동족상잔이란 6.25전쟁을 거치면서 오늘까지 이어지는 분단으로 인한 고착화되고 단절된 월북작가들을 조명한다. 또한 ‘제3의 한국’ 해외 한인작가의 작품도 소개함으로써 통일의 미술사, 민족의 미술사를 염원하는 것이다.

이쾌대 화백은 해방전후 인물로 물방울화가로 유명한 김창열화가도 그의 제자라고 한다.

특히 이중섭 화백과 함께 미술협회를 결성하여 전람회도 개최하였다고 하는데, 해방 이후 월북으로 가족과 헤어지고, 가족들이 그 동안 지킨 작품을 공개하여 1990년대 처음으로 서울에서 전시회가 열렸다고 한다.​

세 번째 섹션은 ‘여성, 또 하나의 미술사’ 로 나혜석, 이성자, 방혜자, 최욱경, 천경자, 박래현 등이 이 시기의 여성화가들이다.

봉건, 남성 중심 가부장제의 질곡을 딛고 일어선 한국 여성 미술의 여정을 추적하는 섹션으로 근대미술을 여성이라는 시각으로 조명하여 남성 중심의 주류 미술사에 새로운 문제를 제기한다. 안내서에서는 결혼과 육아 ,가사, 사회적 편견 등 3중 4중의 고난과 굴곡을 딛고 일서선 여성의 승리라고 설명하고 있다.

‘인형이 되기를 거부한 영원한 신여성’, 한국의 1호 여성 서양화가라고 불리는 나혜석 화백의 그림 위 벽면에 적혀 있는 문구가 아주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또한 천경자 화백의 작품들과 더불어 박래현, 최욱경 화백의 작품들이 유독 내 눈길을 사로 잡는다.

네 번째 섹션은 ‘추상, 세계화의 도전과 성취’ 로 김환기, 유영국, 한묵, 남관, 이응노 화백 등이 이에 속한다.

20세기 들어 아방가르드 전위 예술이란 거대한 세계적인 흐름에 한국 미술도 많은 영향을 받고 이에 동참하여 세계화, 국제화가 되었다. 한국의 추상미술은 동양과 서양의 만남이자 전통과 현대의 융합이라고 말하고 있다.

추상화가 중 가장 독보적인 김환기 화백의 <산>, 그리고 유영국 화백의 <산>은 절제된 선과 색감으로, 이응노 화백의 대작 <군상> 작품도 개성있는 감동을 준다.

다섯 번째 섹션은 ‘조각, 시대를 빚고 깎고’로 조각 분야에 관련 된 것으로 김종영, 권진규, 김정숙, 문신 등의 조각가가 소개되고 있다.

청동, 대리석, 나무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는 조각품들은 작품제작에 많은 시간과 공간을 요구하며 회화 분야에 비해 제약이 많다고 한다. 수적 열세와 열악한 환경 속에서 꽃 피워 온 한국 근현대 조각작품들을 모은 이번 전시는 한국 조각예술의 어제와 오늘을 동시에 조망하는 기회였다. 유명한 문신 조각가의 <우주를 향하여> 등 여러 섬세하면서도 개성있는 작품들까지 감상할 수 있는 보기 드문 전시회였다.

5개월 동안이나 열리는 큰 전시인데도 그 동안 짬을 내지 못하고 끝나기 직전에사 가게 되었지만, 이번 미술관 나들이는 그림을 좋아하고 그리기를 좋아하는 내게 많은 미술사적 정보와 유명 작품을 통한 교감, 그리고 감동과 즐거움을 준 좋은 기회였다는 생각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지난 번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전 때도 관람기회를 아쉽게 놓쳐버린 적이 있어 이번에는 꼭 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늦게라도 나서게 된 것이 너무 잘 했다는 생각이 다시 든다.
실제로 매년 지역 또는 동호회 화가들과 정기 작품전을 함께 해 오고 있고 한국미협의 회원이기도 하지만, 아직도 생업에 매달려 시간이 없네, 여유가 없네 하고 있어 그저 아쉽기만 한 상황이기는 하다. 이제 이번 미술전 나들이를 통해 나태해지기만 하는 나를 다시 다잡고 스케치 등 그림에도, 그리고 수필, 시 등 문학 글쓰기도 좀 더 부지런히 해야 겠다는 생각을 가져 본다.

다시 좋아하여 매월 적어넣는 도연명(陶淵明)의 시구 “왕자불간 내자가추(往者不諫 來者可追)”를 새달 작은 다이어리에 위에 적어 놓는다. 그리고 지난 주말경 신문에서 본 김환기, 이중섭 화백과 같은 시대를 산 월북화가 임군홍 화백의 작품전시회가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는데 언제 가볼까 하고 대략 일정을 체크해 본다.

가촌(嘉村) 조 태 현(趙 泰 玄)

전북 익산 출생(1953)

경제학박사, 수필가, 시인, 서양화가

현 가촌경영연구소장, 솔로몬서치 상무이사,

문학저널문인회 부회장, 동작미술협회 이사,

수필집: <여백을 채우며(2013년)>, 동인지 <별을 보며(2013년)> 등 다수

전문서: <금융기업 마케팅>, <금융마케팅전략론>, <고객 유혹의 기술> 등 다수

수상: 문학저널 수필 신인문학상(2005년), 창작문학상(2013년) 수상

동작문학 시 신인상(2022년), 벽골미술대전 서양화부문 특선(2006년)

피카디리 아트프라이즈 오마주 특별상(2019년)

4.1.수필원고(다시 본다, 한국 근현대미술전).동작문학 2023..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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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환]

수필 8) 조태현 선생님, 안녕하세요
알찬 동작문학지로 탄생하길 기대합니다~~ㅎ

[김상연]

글 잘 읽었습니다.
예화랑에서 하는 임군홍 화백 전시회 어제 다녀왔습니다.
시대적 상황을 극복하고 남긴 작품이라서 감회가 새로웠답니다.
애쓰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