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은 형벌을 받을 범법행위를 한 만 10세 이상∼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로, 형법 제9조는 ‘14세가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형사책임능력이 없기 때문에 형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더라도 형사처벌을 하지 않고, 가정법원이 소년원으로 보내거나 보호관찰을 받게 하는 등 보호처분을 할 수 있다.
청소년의 교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촉법소년 법이 본 취지와 달리 그들에게 면죄부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대두되며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호기심에 혹은 처벌을 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행한 범법행위가 날이 갈수록 잔혹성을 띠자 사회적 물의로 번지게 된 것이다.
올 초 경찰청이 제공한 자료에 의하면 촉법소년을 범죄유형별로 구분했을 때 절도가 3만2673명(49.5%)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폭력 1만6140명(24.5%), 기타 1만4671명(22.2%), 강간·추행 2445명(3.7%) 등 순으로 이었다. 방화(263명), 강도(54명), 살인(11명) 등 강력범죄도 다수 발생했다. 마약범죄는 최근 5년간 15명에서 50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이처럼 촉법소년 범죄가 다각도에서 증가세를 보이자 연령 하향에 찬성하는 측은 ‘현재 청소년들은 정보를 일찍 접해 범죄에 대한 인식과 판단력이 과거보다 훨씬 높다’는 이유를 토대로 연령 하향을 통해 단기적으로나마 범죄율을 줄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인천에서 10대 청소년 6명이 여중생 1명을 집단 폭행하고 속옷만 입힌 채 촬영한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 학생들은 사과를 요구하는 피해 학생 학부모에게 “촉법소년이라 형사처분 못 받으니 협박하지 마세요”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이 내뱉은 말이 앞선 문단에 대한 근거가 된다. 촉법소년은 처벌을 받지않는다는 판단하에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지배적이기에 범법행위임을 인식함에도 당당할 수 있다. 즉 과거보다 높아진 범죄에 대한 인식과 판단력을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반대하는 측은 ‘촉법소년 연령조정은 소년범죄 예방에 실효적이지 않을뿐더러 국제 인권 및 유엔아동권리협약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며 소년범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낙인과 차별이 발생할 수 있기에 처벌보다는 교화 가능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 측은 연령이 하향되더라도 마지노선이 되는 나이 아래에 남은 아동에 의한 범죄는 개선되지 않는 문제로 남는다며 무조건적인 연령 하향이 아닌 사회적 차원에서의 관심을 해결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전경원 경기도 교육정책자문관은 "촉법소년 문제의 본질은 가정과 학교, 기성세대와 사회가 제 기능을 못해서 발생했다는 점"이라면서 "개인의 문제로 쉽게 치환하고 이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식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끝없는 논쟁 속에서 촉법소년에 따른 범죄가 좀처럼 줄지 않자 2022년 정부는 이들의 기준 연령을 만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하향하는 소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지난 2월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고 관련 법안 역시 여러 건 발의됐지만 본회의 상정까지 한 건도 올라가지 못했다. 여전히 정부 차원에서 논의가 지속되고 있으나 명쾌한 답이 나오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누군가 촉법소년의 범법행위에 있어 처벌과 아동인권보호 중 무엇이 선행돼야 할 과제라 생각하는지 묻는다면 필자는 전자를 답하고 싶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죽는다’는 속담이 지금까지 전해오듯 타인에게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늘 자각하며 살 것을 경고하는 사회 속에서 촉법소년이라는 보기 좋은 핑계를 대가며 그저 호기심에 범죄를 저지르는 소년들에 의해 수많은 개구리가 죽어가고 있다. 어리다는 이유로 또는 낙인효과를 걱정해서,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가며 처벌로부터 그들을 감싸주는 건 촉법소년들이 진심 어린 반성을 통해 교화될 기회를 뺏는 게 아닐까싶다.
첫댓글 촉법소년의 뜻과 현 상황 그리고 그에 받쳐주는 근거 자료, 마지막 본인의 생각까지 너무 잘 쓰셨다고 생각이듭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