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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 진동면 동파리. 동녘 동(東) 자에 언덕파(坡)자를 쓰는 마을. 동쪽에서 떠오르는 해의 언덕, 순우리말 이름 ‘해마루’로 이름을 바꾼 지 십여 년밖에 되지 않은 마을이다. 민족의 아픔과 함께 야생화와 들짐승들만 살던 곳에 평범한, 그러나 평범하지만은 않은 마을이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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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루촌은 언뜻 보면 평범한 농촌마을 같지만 입구에 세워둔 안내판을 들여다보면 볼거리가 제법 쏠쏠한 복합문화공간이다. 4~11월은 테마공원에서 야생화를, 그리고 12~4월에는 철새를 관찰할 수 있다. 해마루촌은 3월 중순 무렵부터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 야생화처럼 각지에서 실향의 아픔을 간직한 사람들이 다시 모여 만들어졌다. 총 60가구에 67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이 DMZ 내 가장 아름다운 마을은 서구식 목재주택들이 즐비한 곳으로 마치 도시의 전원주택 거리를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마을 주민들은 모두 근처가 고향이었지만 사람들의 출입이 제한된 후부터 고향을 잃게 된 사람들이다. 12년 전 마을이 생길 때 마을 어르신 중 한명인 정재겸 이장은 53년만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었다고 한다. 초평도를 껴안고 있는 천혜의 청정지역으로 예전의 모습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고향에서 다시 한 번 인생을 살게 된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지역에서 살던 특성과 개성을 살려 마을을 아름답게 꾸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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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루촌에는 매년 7월 즈음에 들썩들썩한 손님들이 찾아온다. 바로 마을 진입로에 평화의 상징‘ 고라니’ 조형물을 설치하고, 마을 벽면을 하나하나 꾸미고 있는 부산동서대학교 학생들이 찾아오는 것이다. 동서대 디자인학부 교수인 안병진 교수는 해마루촌 10호 주택에 살고 있는 마을 주민이다. 재작년(2010년)부터 시작된 해마루촌 친환경 공공디자인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봉사활동도 하고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아름다운 마을 경관에 일조하고 있다. 안 교수와 학생들은 나뭇가지 등을 이용해 친환경 조형물을 제작하고 창고 및 마을회관 외벽에 희귀 새, 지역 주민, 야생화 등 벽화를 그려 마을 모습을 탈바꿈시켜 놓았다.
동서대 디자인학부 학생들은 2010년 여름방학 때, 해마루촌을 방문해 마을의 형태가 높은음자리와 같다고 해 이름 붙인 ‘높은음자리에 고라니 뛰어놀다’라는 주제로 벽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마을 어귀와 곳곳을 장식한 건물 벽화와 조형물들은 해마루촌을 디자인 마을로 유명해지게 했으며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자연과 예술적 정취를 느끼려 이 마을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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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쌀과 함께 장단콩과 인삼이 특산물이다. 청정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라 없어서 못 팔 지경. 임진각에서 매년 10월부터 11월까지 열리는 인삼축제와 콩축제를 통해 전량이 소진된다. 특히 장단인삼은 남한에서 생산되는 유일한 개성인삼으로 생산량 전체가 홍삼으로 가공되어 판매된다는 것이 정재겸 이장의 설명이다. 특히 이곳은 최근 ‘자연생태우수마을’과 ‘녹색농촌우수마을’로 지정돼 전국의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중이다. 농촌체험이야 여느 시골과 크게 다를 것 없지만 사시사철 마을 앞을 드나드는 야생동물과 철따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야생화는 이 마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취다.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청정 자연 속에서 문화와 예술도 함께 느낄 수 있다면 일석이조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해마루촌에서는 숙식이 가능한 숙박 시설도 있고, 마을 어귀에 한 곳뿐이지만 식당도 위치해 있다. 봄에는 철새와 야생화를 관찰하며 고구마심기와 모내기를 체험하고 여름에는 우렁이와 미꾸라지잡기, 옥수수와 감자캐기를 할 수 있다. 요즘에는 오디따기 체험이 이루어지는 시기여서 오디를 따러 해마루촌을 찾는 관광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가을에는 마을 특산물인 콩꺾기와 콩타작을 체험하고 겨울에는 메주를 만들고 썰매를 타는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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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루촌 근처에는 의성 허준 선생의 묘가 있으며, 신라 천년의 비애가 서린 신라 56대 경순 왕릉, 평생 옛 신라의 영화를 그리며 한평생을 보낸 도라 전망대, 안보교육의 산실 제 3땅굴, 남북통일의 염원을 그리며 만든 평화공원 등이 있다. 해마루촌은 자연학습과 안보교육의 산 교육장으로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농촌 마을인 것. 실제로 경기문화재단에서는 다문화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국 현대사와 함께 공존해 온 DMZ접경지역에 대한 역사·문화 생태체험을 진행하며 파주지역의 해마루촌 생태체험, 도라산 전망대와 제 3땅굴 견학, 임진각 탐방 등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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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다양한 주변 관광지를 연계하여 더 많은 체험·관광객들을 모으는 것은 무리하게 한 공간에 많은 시설을 설치하거나 프로그램을 만들어 자연과 생태를 훼손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이다. 또한 해마루촌이 연계된 것과 같이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프로그램은 단순히 어린 학생들에 대한 교육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문화 가정 및 일반 시민들의 교육에도 효과적일 수 있다. 해마루촌의 정재겸 이장은 “자연과 이념이 공존하는 이곳을 아이들을 위한 산교육장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하며 포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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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루촌에는 특별한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 실향민들이 모여 만든 정작촌인 것도 특별한 이야기지만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해마루촌 근처의 임진강의 이야기를 쓴 「임진강 기행」의 저자 이재석씨는 해마루촌에 거주하고 있는 정착민이다. 그는 스스로 카메라를 둘러메고 임진강을 훑으며 강에 얽힌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담아냈다. 그의 이러한 문학적인 성과를 이룬 곳이 해마루촌. 그도 그럴 것이 곳곳에 아름다운 건물들이 세워져 있는 여유로운 거리를 걷다보면 절로 좋은 글이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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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루촌에 개인 공간이 아닌 유일한 공공장소가 있는데 마을회관이다. 마을회관에는 농촌 마을답지 않게 일반 내과나 가정의학과가 아닌 치과 병원이 있었다. 재미교포인 남영환씨는 해마루촌 마을회관 1층에 2년 전(2010년) ‘휴전선 평화진료소’를 열었다. 정재겸 마을 이장의 고등학교 동창이기도 한 남영환씨는 파주 교하가 고향이라고 한다. 전 세계 분쟁지역에 평화병원을 설립, 사랑의 인술을 통해 인류평화를 도모한다는 취지로 설립되어 평화를 위해, 그리고 마을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 진료가 계속되고 있다.
이 마을회관 2층에는 평생교육관이 있었는데 “마을 주민의 문화시설 확충의 욕구를 충족 시키고자 설립되었다.”라는 정 이장의 설명이다. 주민 여론조사에 의해 요가라든지 노래자랑같은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주민들의 노력으로 해마루촌은 ‘참 살기 좋은 마을’에 선정됐다.
많은 사람들이 체험하고 관광하러 몰려드는 농촌, 살고 싶고 머물고 싶은 농촌. 이것이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농촌이다. 다양한 이야기들 속에서 새로운 문화와 예술을 형성해 나가는 농촌의 미래는 무지개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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