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등단 이후 줄곧 “체험과 발견 그리고 적용”의 시세계를 열어온 우동식 시인은 세심한 관찰과 사유를 통해 사물의 본질이나 원형을 발견하고 다양한 비유를 통하여 삶에 적용하고 있다. 현역장교로 11년을 군 생활 했고, 현재는 예비군중대장으로 15년간 복무하고 있는 우동식 시인은 스피치와 시낭송가로도 재능을 펼치며 시가 삶이 되고 삶이 곧 시가 되는 이상향을 꿈꾼다. 하여 우주 만물을 경전으로 모시며 부단히 성찰하는 시적화자의 면면이 너무 어렵지 않게 독자들의 공감을 얻을 것이라 기대한다.
이번 시집은 제1부는 ‘사랑과 맛에 관하여’ 제2부는 ‘삶과 철학에 대하여’ 제3부는 ‘섬과 사찰에 관하여’ 제4부는 ‘생태와 환경에 대하여’ 등 주제별로 구성되어 있다. 작약꽃 꽃술 속으로 분주히 들락날락거리는 꿀벌의 더듬이와 그만큼 뜨겁게 살다 가신 아버지의 용접봉을 접목해 쓴 「작약꽃 경전」, 여자도 외딴 섬을 지켜온 선착장 당산 팽나무를 통해 이 시대의 ‘진정한 어른’을 갈망하고 있는 「팽나무 큰 어른」, ‘부처의 그림자’라는 사찰 이름을 응용해 “그림자로도 저 많은 꽃을 피우시네”라는 명문을 낚아 올리며 불교의 교리와 삶의 이치를 표현한 「불영사」, 포장마차에서 샌드위치를 구워 파는 여인의 서사를 통해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삶을 형상화한 「네모난 꿈」 등 우동식 시인은 ‘갈무리문학회’ 활동과 일상을 통해 얻은 사물과 풍경을 가슴으로 받아쓰며 융숭 깊은 서정의 세계를 구현한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저자
우동식
저자 : 우동식
시인
1967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났다. 전남대학교 여수평생교육원 문예창작과정을 수료했으며 2009년 ≪정신과 표현≫으로 등단, 2015년 ≪리토피아≫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바람평설?이 있으며 시 해설집 ?바다 갤러리?가 있다. 현재 여수물꽃시낭송회, 여수갈무리문학회, 여수작가회의와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목차
제1부 작약꽃 경전
작약꽃 경전/ 눈에 깃든 사랑/ 하늘말라리아/ 선운사禪雲寺 그 여인/ 자전거 타는 풍경/ 바람, 햇살 다스리는 법/ 바라보다/ 백목련/ 햇살미용실/ 금오도 어머니 밥상/ 끌림의 미味학/ 금풍쉥이 구이/ 도다리 쑥국/ 해지니네 국숫집 2/ 아내의 도시락
제2부 물(水)론
네모난 꿈/ 높은음자리 담벼락/ 착한 구두 수선센터/ 틈새를 엿보다/ 더 멀리 보는 셈법/ 농월정弄月亭 공연장/ 물(水)론/ 중심 잡고 걷기/ 우주의 빚진 자/ 다산초당 가는 길/ 직립의 이유/ 착시현상/ 직관의 사용법/ 영법泳法/ 통섭의 식탁
제3부 달빛 스캔들
바다슈퍼/ 달빛 스캔들/ 섬의 내력/ 게놈프로젝트/ 둔병도屯兵島 홍매화/ 오동도 등대/ 나에게로 가는 길 - 금오도 비렁길/ 섬, 꽃소식/ 불영사佛影寺/ 비사리구시/ 운문사雲門寺 바람의 길 / 부석사 무량수전/ 석류나무 사원/ 염화미소
제4부 팽나무 큰어른
새들의 의식/ 아우슈비츠 양계장/ 무화과/ 봄의 힘/ 봄이 오고 가는 길/ 사랑의 씨/ 벽 허물기/ 접란/ 주엽나무/ 겨울 은행나무의 발묵법/ 팽나무 큰어른/ 벚꽃 번개팅/ 살균하는 세상 -가습기 소동 후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책 속으로
분명,
불꽃이다
겹쳐진?꽃잎들이?책갈피를 펼칠 ?때
노란?꽃밥들 문장으로 타고?있다
꿀벌 한 마리
그?불꽃?주위 몇 바퀴 탑돌이하고
잉걸불 속에 내려앉아 공손이?머리를?조아린다
가장 은밀한 곳에 꿀이 있기에
곁눈질의?더듬이로?
정밀?용접?하듯, 점자를 짚어가듯 깊은 행간을 탐독한다
온몸?불씨를?뒤집어쓰고
한 문장 넘기고는
땀 훔칠 새도 없이
또?다른?장문長文 속으로?뛰어든다
용접봉 하나 들고
겁화의 불씨로 스스로 생을 태우며
전국을?누비시며 가난을 땜질하시던?아버지
두 눈에 섰던 핏발처럼,
한?끼의?거룩한 밥을?탁발하기?위하여작약꽃?경전 읽으며?
무릎?꿇고?연신?절하는?
일벌?한?마리?
삶의 뒤편은 언제나 저렇듯?뜨겁다?
- 「작약꽃 경전」 전문
감을 먹다 씨 하나 깨물었다
절반으로 쪼개지는데
눈이 번쩍 뜨인다
아뿔사! 집속의 집
접사해 놓은 것 같은
가장 깊숙한 사랑의 호흡법
감나무 한그루
감로를 떠먹은 듯
하얀 숟가락
태반 속에 새겨놓은 문신이다
누구나 제 숟가락 갖고 태어난다는 사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씨가 먹히는 어미의 말
아가야 다시 봄이다
길이 멀다
네 세상을 걸어라
- 「사랑의 씨」 전문
섬의 하루는 포구에서 문을 연다
문의 열쇠를 갖고 있는 팽나무는
깊숙이 뿌리 내린 실핏줄로
바다의 움직임을 깐깐하게 예보한다
실눈을 틔워 보이기도 하고
작은 이파리 살랑거리기도 하고
햇살에 고슬고슬 말려 놓기도 하면서
어떤 날은 몸을 마구 흔들다가
제 몸을 뒤틀어 가지를 쭉 찢기도 했다
그런 날이면 어김없이
파도가 섬을 꿀꺽꿀꺽 삼키었다
갓 잡아 올린 멍게 빛 아이들도
갯벌 닮은 할머니도
헐거워진 그물망 깁는 노부부도
모두 팽나무의 말씀에 귀 기울이는데
팽나무는 넉넉히 품을 내어준다
풍어제를 올리고 마을의 대소사를 결정할 때도
그 어른의 그늘 아래이다
시장바구니에 담긴 수다가 왁자지껄할 오후에야
뭍을 향해 풀어 두었던 밧줄을
팽팽하게 당겨 묶는다
여자도에는 여자도선船의 항로를 열고 닫는
선장 한 분 포구에 서 있다.
- 「팽나무 큰 어른」 전문
뒷물이 앞에 물을 읽고 쓰며
물이 물을 지탱하며 흐른다
살점이 찢기고 뼈가 으스러져도
서로를 치료하며 서로에게 스며든다
흙탕물이 섞...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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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표제작 「겨울, 은행나무의 발묵법」은 천년을 버텨 온 은행나무의 꿈이 겨울일 것이라는 새로운 발상으로 쓰여졌다. 즉 겨울이야말로 제대로 꿈꾸는 계절이라는 것이다. 봄을 기다리며 새싹이 돋아나는 꿈, 여름이면 잎이 무성하여 푸름으로 한 세상 덮는 꿈, 가을이 오면 노랗게 세상을 또 한번 물들이다가 숱한 열매를 맺는 꿈. 이런 꿈들을 계획하고, 밑그림을 그리고, 내공을 다지면서 뼛속까지 묵언 수도하는 겨울나무를 바라보며 인생과 시대적 겨울을 어떻게 맞이하고 보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찰이다. 인류가 직면한 겨울인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적용해 볼 수 있는 물음인 바, 사회적 거리유지와 백신 개발 못지않게 자연과 인간의 속을 여미고 다지는 공존에 더 주력해야 할 시기가 아닐까? 하는 메시지로 확장된다.
해설을 쓴 정윤천 시인은 “사소하거나 주변적인 것의 살핌과 긍지, 그것들의 노래가 그의 시의 습속이자 발묵인 셈”이라고 말하며 “흔들리고 얼면서 그 속을 여미고 다지며” “겨울나무로 깨어” 있고 싶어하는 그의 “발묵”의 끝에서, 붉디붉은 “경전”으로서의 시들이 “꽃잎”들로 환하게 피어나기를 축원한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