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금강호체신공(金剛護體神功) 위소보는 웃었다. "내가 보기엔 별로 이상할 것이 없소이다. 그녀는 새로운 초식을 펼치 지 못하게 되자 아무렇게나 손을 썼던 것이외다. 하하하아아!" 그는 참을 수 없어 다시 소리내어 웃었다. 위소보가 입은 상처는 매우 가벼웠다. 소림사의 금창약은 지극히 영묘 했다. 십여 일을 조섭하게 되자 몸이 거뜬해졌다. 그는 당금 황제의 대 신이라 절에서는 무척 떠받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누구도 감히 그가 행하는 일에 간섭하지 못했다. 그가 상처를 조섭하는 동안 징관은 두 소녀가 펼친 각종 초식을 일일이 기록하고 그 깨뜨리는 방법을 강구했다. 그는 위소보의 상처가 낫기만 하면 일초 일식을 모두 전수해 줄 작정이 었다. 징관이 가르치려고 하는 것은 잡다하기는 했으나 대체로 염화금나수를 위주로 하고 있었다. 염화금나수는 소림파의 고심한 무학이었고 순전히 심후한 내력을 기틀로 했다. 그리고 손 씀씀이에 있어서 조금도 패도적 인 맛이 섞여 있지 않았다. 선종(禪宗)에서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 는 수법이기도 했다. 과거 석가모니(釋迦牟尼)가 영산(靈山)에서 모임을 갖게 되었을 때 손 에 금빛의 연꽃(波羅化)을 들고 뭇사람에게 뭇사람들은 그저 침묵을 지 켰으며 그 뜻을 알지 못했다. 오로지 가섭존자(迦葉尊者)만이 활짝 미 소를 띠었다. 그리하여 석가모니 불조(佛祖)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 셨다. "나에게 올바른 설법이 있으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이 열반묘심(涅 槃妙心)은 실상(實相)이고 무상(無相)이다. 미묘한 법문(法門)은 문자 를 사용하지 않고 달리 전수하여 가르치는바 마하가섭(摩하迦葉)만이 깨달았느니라." 마하가섭은 불조의 십대 제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두타제일(頭陀第 一)이라고 일컬어지고 있었다. 선종에서는 그를 첫번째의 부처님으로 모시고 있었다. 소림사는 선종에 속했으며 마음으로 깨닫는 것을 중시 했다. 볼조께서 꽃을 들고 가섭이 미소를 하되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 고 그 오묘한 점을 마음속으로만 깨달으니 그것이야말로 얼마나 초절하 고 오묘한 경지인가? 염화(염花)라는 두 글자를 금나수에 갖다붙여 이 름을 지었던 것이다. 물론 자세나 초식이 고아했으며 흔히 보는 금나수의 손을 낚아 채고 다 리를 움켜쥐려는 것과는 그 취지를 크게 달리했다. 위소보는 전혀 내력의 근기(根基)를 쌓지 못하고 있었기에 이토록 얌전 하고 우아한 수법을 가지고 고수와 싸울 때 그저 상대방이 가볍게 휘두 르는 손에도 맞아 나가떨어져 몇 번이나 곤두박질을 쳐야 할 형편이었 고, 또한 나가떨어지면서 코에 시퍼런 멍이 들고 눈이 부어오르는 판국 인지라, 미소 운운하는 것은 전혀 상관이 없는 말이라 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그 두 소녀 역시 전혀 내력이 없었으므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위소보는 과거 해대부로부터 무공을 배울 때 감독하는 사람이 있었고 또 아울러 배우는 즉시 써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어쨌든간에 조금은 익 힐 수가 있었다. 그 후 진근남에게 무공 도보를 전수받았으나 몇 번 배 우지 않아 어려운 것이 많아서 배우지 않았다. 그리고 홍교주 부부가 그에게 가르쳐 준 목숨을 건지는 육초역시 그저 얼렁뚱땅 배운것에 지나지 않았고 신룡도에서 떠나온 이후 다시는 연습 을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번에 무공을 익히게 된 경우는 상황이 전 혀 달라졌다. 이번에 무공을 배우는 목적은 그 녹의여인을 잡아 마누라로 삼자는 것 이었다. 만약에 자기가 그녀의 지아비가 되지 못한다면 그저 칼산 위로 올라가야 하고 기름 가마 솥으로 떨어져야 하며 죽어서는 십팔 층 지옥 으로 떨어질 참이니 보통일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애써 배웠 으며 일초 일식마다 징관과 직접 대련하면서 시험해 보았다. 그는 며칠 배우다 말고 다시 게으름을 피우게 되었다. 문득 쌍아가 생 각났다. (그 나이 어린 여인의 무공이 약하지 않으니 충분히 두 계집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쌍아로 하여금 내 곁에서 나를 보호하도록 하면 된다. 내 스스로 무공을 배울 필요는 없다.) 그러나 다시 생각을 바꾸었다. (내 자신의 재간을 펼쳐서 녹의소녀를 붙잡아야만 그녀의 얼굴에 입맞 춤을 하더라도 맛이 좋을 것이다. 쌍아로 하여금 그녀의 혈도를 찌르게 하고 내가 다시 그녀의 고운 얼굴에 입맞춤을 한다는 것은 사내답지 못 한 행동이니 녹의소녀는 더욱더 나를 업수이 여길 것이다. 더군다나 쌍 아에게 그와 같은 일을 시킨다면 그녀는 말을 듣는다 하더라도 마음속 으로 매우 괴로워할 것이다. 나는 그녀에게 너무나 미안한 일을 시켜선 안 된다.) 그는 억지로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초식을 배우기 시작했다. 어느 날 징관이 말했다. "사숙, 그대가 마음을 다하여 이 무공을 배우고 있는데 사실은...... 사실은 아무런 소용이 없소이다. 그대가 이와 같이 내 몸에 손을 대려 고 했을 때 내가 만약에 내력을 내쏟기만 한다면 그대의 손목은...... 그대의 손목은 이렇게......이렇게......이렇게 될 것이니......" 위소보는 웃었다. "나의 손목이 바로 그때처럼 우지끈 하는 소리를 내면서 부러지고 만다 는 것이오?" "사숙께서는 마음을 편안히 가지십시오. 나는 결코 사숙에서 내공을 사 용치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질은 역시 처음부터 소림장권을 배우면 서 순서대로 나아가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익히는 초식이 어째서 올바른 길이 아니란 말이오?" "이와 같은 초식에는 내공의 기틀이 없습니ㅣ다. 고수를 만나게 되었을 때는 아무리 변화가 교묘하다고 하더라도 일패도지를 면할 수 없습니 다. 그저 그 두 분 여시주를 상대할 때나 쓸모가 있는 것입니다." "그것 참 잘되었소. 나는 바로 그 여시주를 상대하기 위해서 배우는 것 이외다." 징관은 그를 의혹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며 이해할 수 없는 듯 말했다. "만약에 금후 사숙께서 다시 그 두분의 여시주를 만나지 못하게 된다면 이번에 기울인 심혈은 모조리 헛된 것이 되지 않겠습니까?" 위소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만약에 그 여시주를 만나지 못한다면 반드시 살아 남지 못하고 죽게 될 것이니 올바른 무공을 연마한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소?" 징관이 말하는 것은 두 분의 여시주였고 위소보가 말하는 것은 그 여시 주였다. 징관은 더욱더 의아하여 물었다. "사숙은 혹시 그 여시주의 독에 중독되어 반드시 그녀를 찾아 해약을 얻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지 않다면 어째서 목숨을 보존할 수 없다는 것입니까?"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말하는 것은 남녀간의 그렇고 그런 이야기인데 이 노화상은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고 있지?) 그는 정색하며 말했다. "그렇소. 그렇소. 나는 그녀의 독에 중독되었소. 이 독은 오장육부와 전신의 골수에 파고들어 그녀 자신이 아니면 풀수가 없소이다." 징관은 어이쿠 하는 소리를 내질렀다. "본사의 징조 사제는 독을 푸는데 뛰어 나답니다. 내가 그를 모셔와 사 숙을 살려 보도록 하죠." 위소보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필요없소. 필요없소. 내가 중독된 것은 만성의 독약이오. 오로지 그녀 본인만이 해독할 수 있을 뿐이지 다른 사람은 쓸모가 없소. 징조 노화 상은 더욱 쓸모가 없소이다." 징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그녀 본인만이 해약을 가지고 있군요." 위소보는 그녀 자신이 바로 해약니라는 뜻으로 말했고 징관은 이를 잘 못 이해하여 오로지 그녀 본인에게만 해약이 있는 줄로 알았다. 한 마 디의 차이지만 그 뜻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노화상은 속으로 걱정이 되어 중얼거리듯 말했다. "아, 사숙께서는 그 여시주의 독문기독에 중독되었군! 다행히 만성독약 이라......" 위소보는 매일같이 징관과 초식으로 대련을 했다. 종종 그는 허연 수염 의 노승을 녹색 의상을 걸친 소녀로 생각하고 경박한 말을 하면서 초식 을 펼치기도 했다. 다행히 징관은 그와 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고 그저 소사숙은 불법(佛 法)을 오묘하게 터득하고 선기(禪機)를 깊이 깨우쳤으나 자기는 우둔하 여 그 정묘한 뜻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어느 날 두 사람은 선방에서 두 소녀의 도법(刀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자 반야당의 한 집사승이 문밖에 와서 고했다. "방장대사께서 사숙조와 사백을 청하십니다. 대전으로 가시어 말씀을 나누시자고 하십니다." 두 사람은 대웅보전으로 달려갔다. 대웅보전에는 이미 수십 명의 외부 에서 온 손님들이 앉았거나 서 있었다. 방장은 아래쪽에 앉아 있었고 윗자리에는 세 사람이 앉아 있었다. 첫 번째 사람은 몸에 몽고 옷차림 을 한 귀인이었는데 이십여 세 남짓해 보였다. 두 번째 사람은 중년의 라마인데 몸이 비쩍 마른 편이었고 키가 작았으며 살결이 거무 튀튀했 다. 세 번째 사람은 군관이었다. 몸에는 총병(總兵)의 복장을 걸치고 있었는데 나이는 약 사십여 세 정도 되어 보였다. 세 사람의 등뒤에는 수십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서 있었는데 어떤 사람 은 무관이었고 어떤 사람은 라마승이었다. 그리고 십여 명은 평민복을 하고 있었다. 하나같이 건장하고 날렵하게 생긴 것이 몸에 무공을 지니 고 있는 것 같았다. 회총방장은 위소보가 대전 안으로 들어서는 것을 보고 몸을 일으키며 입을 열었다. "사제, 귀한 손님이 본사에 찾아왔구려. 이 분은 몽고 갈이단(葛爾丹) 왕자 전하시고 이분은 서장의 대라마이신 창제대법사(昌薺大法師)이시 며 이 분은 운남 평서왕 휘하의 총병인 마보(馬寶)마대인이시오." 그리고 그는 몸을 돌려 세 사람에게 말했다. "이 분은 노납의 사제인 회명선사이외다." 뭇사람들은 위소보가 나이가 어리고 히히덕거리는 것이 경박하기 짝이 없는 소년인데 놀랍게도 소림사에서는 방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선사 라고 하자, 모두들 똑같이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갈이단 왕자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이 분 고승은 정말 재미있구려. 하하하, 야릇하군, 야릇해." 위소보는 말했다. "아미타불, 이 분 대왕자께서는 정말 우스꽝스럽구나. 헤헤헤, 희한하 외다. 희한해!" 갈이단은 노해 물었다. "내가 어째서 우스꽝스럽고 희한하다는 말이오?" "소승에게 재미있고 야릇한 것이 있다면 귀하에겐 바로 우스꽝스럽고 희한한 점이 있소이다. 그야말로 난형난제라고 할 수 있으며 피차일반 이니 어서 앉기나 하시오." 그는 회총방장의 아래쪽에 앉았다. 그리고 징관은 그의 등뒤에 가 섰 다. 뭇사람은 위소보의 말을 듣고 그 심기를 헤아리기가 어렵다고 생각했으 며 속으로 놀라운 일이라고 여겼다. 회총방장이 입을 열었다. "세 분의 귀인이 누추한 폐사에 왕림하신 것은 어떤 가르침이 있어서이 지요?" 창제라마가 말했다. "우리 세 사람은 길을 오면서 우연히 만나게 된 사이요. 그리고 말을 나누다 보니 모두 다 소림사가 중원에서 무학의 태산북두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고 매우 앙모하게 되었소이다. 우리 세사람은 외딴 벽지 에 살고 있어 견문이 좁소이다. 그래서 함께 귀사를 구경할 겸, 고승의 높으신 풍도도 엿볼 겸 해서 오게 되었소이다." 그는 서장의 라마라고는 하나 매우 훌륭한 북경의 언어를 구사하고 있 었는데, 음성은 똑똑하고 맑았으며 말솜씨 역시 점잖고 의젓했다. 회총은 말했다. "감당할 수 없소이다. 몽고와 서장, 그리고 운남 세 곳은 평소부터 불 법이 성한 곳이 아니오이까? 세 분이 오래 전부터 불법의 감화를 받았 으니 그야말로 지혜가 명철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소. 아무쪼 록 많은 가르침이 있으시기 바랍니다." 창제라마가 말하는 것은 무학이었는데 회총방장이 말하는 것은 불법이 었다. 소림사는 무공으로 천하에 알려져 있으나 절안의 고승들은 모두 다 부지런히 불법을 닦느 것을 올바른 길로 생각했고 무학은 그저 불법 을 지키고 보존하는 졸렬한 방법이라고 여겨왔다. 갈이단은 말했다. "소문에 들으니 소림사에 대대로 전해져 오는 무공은 모두 칠십 이 가 지라 하며 천하에 위세를 떨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적수가 없다고 하더 군요. 귀사의 여러 고승들께서 일일이 시범을 보여 소왕(小王) 등의 시 야를 넓혀 주는 것이 어떻소이까?" 회총은 말했다. "전하께 말씀드립니다. 강호의 소문이란 원래 믿을 것이 못됩니다. 폐 사의 승려들은 부지런히 참선의 길을 닦고 닦아 올바른 깨우침을 구하 려고 하는 중입니다. 한가할 때 무공을 익히기는 하나 그저 몸을 건강 히 하자는 것일 뿐입니다. 보잘것없는 잔재주는 입에 담을 것도 못되지 요." 갈이단이 말했다. "방장, 그대는 너무나 광명정대하지 못하군요. 그대가 칠십 이 가지의 절기를 펼쳐 보이는 것을 우리는 그저 구경하자는 것이지 훔쳐 배우자 는 것이 아닌데 그토록 속이 좁은 말씀을 하셔야 합니까?" 소림사의 명성은 너무나 높다 보니 찾아와서 무공을 가르침 받겠다는 사람들은 천여 년 동안 그치지 않았다. 어떤 사람들은 물론 성심성의 로, 또 어떤 사람들은 악의로 도전해 오곤 했다. 절 안의 승려들은 물론 언제나 좋은 말로 사양했다. 설사 찾아온 사람 이 매우 건방지고 오만하다고 하더라도 절의 승려들은 반드시 예의로써 대했으며 상대방과 똑같은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 찾아오는 사람이 무공을 써서 사람을 해칠 때라야 소림사의 승려들은 부득이 손을 써서 반격했다. 갈이단 왕자 같은 그런 말을 회총방장은 이미 여러 번 들은 적이 있었다. 그는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세 분이 만약 선리(禪理)를 밝혀 설명하고 불법을 강의한다면 노승은 마땅히 뭇승려들을 소집하여 삼가 가르침을 듣도록 하겠소이다. 무공이 니 뭐니 하는 것은 외부에서 찾아온 시주들 앞에서 펼치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갈이단은 두 눈썹을 꿈틀 하고 세우더니 큰소리로 말했다. "그렇다면 소림사는 헛된 명성만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겠소? 실지로 절의 승려들의 무공은 개방귀보다도 못하며 한 푼의 가치도 없다는 것 이 아니겠소?" "사람이 이 세상에 살아 있다는 것이 본래 허망한 것이고 근본적으로 개방귀보다 못하며 한 푼의 가치조차 없는 것이지요. 오은개공(五은皆 空)이라고 색신(色身)이 이미 헛된 것이니 명성은 더욱더 몸밖의 물건 이 아니겠소이까. 전하께서는 폐사에서 헛된 명성만 부질없이 얻고 있 다고 했는데 그 말도 옳습니다." 갈이단은 노화상이 화를 내지 않자 생각지 못한 터라 오히려 어리둥절 해졌다. 그는 몸을 일으키고 껄걸 웃더니 위소보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 다. "소화상, 그대 역시 개방귀보다 못하고 한 푼의 가치조차 없는 사람이 오?" 위소보는 헤헤 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대왕자께서는 물론 소화상보다 뛰어나십니다. 소화상은 확실히 개방귀 보다 못하며 한 푼의 가치조차 없습니다. 대왕자께서는 그야말로 개방 귀같고 한 푼의 가치가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한수 뛰어나다고 하겠습니 다." 서 있던 뭇사람들 가운데 대뜸 몇 사람이 웃음을 터뜨렸다. 갈이단은 대노했다. 그는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무공을 쓰려고 하다가 다 시 생각했다. (이 소화상은 소림사에서 배분이 무척 높다. 아무래도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위소보는 말했다. "전하께서는 화를 낼 필요가 없소이다. 세상에서 가장 고약한 냄새는 개방귀가 아니며 사람의 말이 가장 구리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말을 하면 구린내가 충천하게 되죠. 그야말로......그야말 로......흐흐흐, 예를 들어 설명할 필요까진 없겠지요? 한 푼의 가치도 없는 것은 가장 천박한 것이 아닙니다. 가장 천박한 것은 바로 남에게 몇 천만 몇 백만이나 되는 은자를 빚지고도 딱 잡아떼고 되돌려주지 않 는 녀석들이죠. 전하께서 빚진 것이 있고 없는 것은 스스로 마음속으로 알고 계실 겁니다." 갈이단은 입을 쩍 벌리고 일시 어떻게 대답해야 될지를 몰랐다. 회총방장이 말했다. "사제의 말씀은 선기가 매우 깊구려. 탄복했소이다. 매우 탄복했소이 다. 세상일은 인과응보라 원인이 있으면 반드시 결과가 있기 마련이죠. 악한 일을 하면 반드시 악한 보답이 있기 마련이라오. 한 푼의 가치조 차 없다는 것은 역시 착한 데도 없고 악한데도 없다는 것으로서 남에게 빚을 지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편이지요." 선종의 고수들은 시시각각 선리를 탐구하고 있었다. 위소보의 이 몇 마 디 말은 본래 그저 갈이단을 비웃는 흔히 있는 말에 불과했으나 회총방 장이 들을 때는 그 가운데 깊이 숨겨진 뜻이 있는 것만 같았다. 징관도 방장이 그와 같이 설명하자 대뜸 기분이 좋아져서 찬탄을 했다. "회명 사숙은 나이가 젊으면서도 덕이 있지요. 그리고 선리를 깊이 깨 달았습니다. 노납은 이 어르신으로부터 몇 달 동안 배운 결과 근래에는 참선을 할 때마다 머리가 훨씬 더 맑아지는 것을 느끼곤 했죠." 한 소화상이 아무렇게나 지껄인 말에 대해서 두 노화상이 잇달아 칭찬 의 말을 하는 것은 그야말로 갈이단에게 은근히 시비를 거는 것과 같았 다. 갈이단은 온 얼굴이 시뻘개졌다. 갑자기 몸을 벼락같이 날리더니 위소 보를 향해 덮쳐갔다. 손님과 주인 쌍방은 서로 마주보고 앉아 있었으며 간격은 이장 남짓했다. 그러나 그의 솜씨가 민첩해서 한 번 몸을 날리 자 위소보 앞에 이르렀다. 그는 두 손을 갈구리처럼 만들어 한쪽 손으 로는 안면을 할퀴려 했고 한쪽 손으로는 앞가슴을 움켜쥐려고 했다. 그러나 손가락이 미처 닿기도 전에 한 줄기의 세찬 바람이 위소보의 전 신을 뒤덮었다. 위소보는 항거하려고 했지만 어떻게 해볼 여지가 없어 그저 고스란히 죽음을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그런데 회총방장이 오른손의 소맷자락을 가볍게 떨치며 번개처럼 갈이 단의 앞을 가로막았던 것이다. 갈이단은 한 줄기 맹렬한 기운이 그의 옷자락에 부딪치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가슴 속의 기혈이 끓어 올랐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급히 세 걸음 물러섰다. 그리고 힘주어 자세를 가다듬으려고 했으나 여전히 제 대로 서지를 못하고 다시 세 걸음을 물러서야 했다. 이때 부딪쳐오던 힘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러더니 삽시간에 그 자 신의 힘 역시 종적도 없이 사라지는 게 아닌가? 그는 두 무릎에 맥이 빠지는 것을 느끼고 털썩 주저앉게 되었다. (야단났다! 이번에야말로 크게 못난 꼴을 보이게 되었구나!) 그런 생각이 막 들었을 때 엉덩이가 딱딱한 판대기에 가 부딪쳤다. 놀 랍게도 자기는 원래의 의자에 돌아와 앉아 있었다. 회총방장이 소맷자락을 들어 한 번 떨친 힘은 부드럽고 가벼웠으며 온 화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 힘이 만약 조금만 지나쳤더라면 갈이단은 반드시 앉는 그 기세로 나무 의자를 조각 내면서 뒤로 나가떨어지게 되 었을 것이다. 찾아온 사람들 가운데 무공이 고심한 사람은 그가 가볍게 한 번 떨치는 가운데 무학의 절대적인 경지를 드러내는 것을 보고 참을 수 없어 갈채 를 보냈다. 갈이단은 온 얼굴을 시뻘겋게 붉히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갈채를 보내는 소리까지 듣자 더욱더 울화가 치밀어 올랐 다. 위소보는 가까스로 놀란 가슴을 진정하려고 했으나 좀처럼 되지 않았 다. 회총이 고개를 돌리고 그에게 말했다. "사제, 그대의 정력(定力)은 고강하기 이를 데 없군. 바깥쪽으로부터 거센 기운이 비스듬히 몰려오는 데도 못본 척 아랑곳하지 않으니 말이 네. 대보적경(大寶積經)에서 가로되 '사람이 가시밭 속에 있을 때 움직 이지 않으면 가시에 찔리지 않고 상처를 입지 않는다. 그러나 곧 헛되 이 마음을 움직이게 되면 즉시 많은 가시에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사제는 나이가 어린데도 선정(禪定)의 수위가 이미 무심한 경지에 도달 했고 시시각각 움직이지 않는 지고의 경지에 도달했으니 그야말로 뿌리 가 심후하고 크게 슬기롭고 크게 지혜롭다고 할 수 있네." 그는 위소보가 피하거나 뒤로 물러날 기미도 드러내지 못한 것은 갈이 단의 달려드는 기세가 너무나 빨랐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 다. 그런데 회총방장은 위소보가 그 자신의 생사안위를 돌보지 않는 것이라 보고 탄복한 것이었다. 징관은 칭찬의 말을 던졌다. "금강경에서 가로되 '무아상(無我相)이면 무인상(無人相)이며, 중생상 (衆生相)이 없으면 수자상(壽者相)도 없다'고 했는데 회명사숙이 벌써 이런 경계에 이르도록 닦았으니 훗날 반드시 아욕다라삼막삼보리(阿褥 多羅三 三菩리)를 얻게 될 것입니다." 갈이단은 본래 끓어오르는 노기를 참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두 화상 이 또 다시 나이 어린 화상을 크게 칭찬하는 것을 보자 즉시 큰소리로 부르짖었다. "합리사파아(哈里斯巴兒), 니마공(尼馬공), 가노비정아(加奴比丁兒)!" 그러자 그의 등 뒤의 무사가 갑자기 손을 번쩍 쳐들었다. 누런 빛이 잇 달아 번쩍이는 가운데 아홉 개의 금표(金 )가 나누어 회총과 징관, 그 리고 위소보 세 사람의 가슴팍을 향해 날아들었다. 쌍방의 간격은 가까웠다. 회총과 징관은 동시에 부르짖었다. "어이쿠!" 회총은 여전히 파납공(破衲功)을 썼다. 소맷자락을 떨쳐 어느덧 세 개 의 금표를 휘감아 버렸다. 그리고 징관은 두 손을 합장하듯 하고는 경 례삼보(敬禮三寶)라는 일초를 펼쳐서는 세 개의 금표를 모조리 손바닥 안에 받아들었다. 위소보에게 쏘아진 세 개의 금표는 팍 하는 소리와 함깨 그의 가슴팍을 후려쳤다. 그런데 챙그랑 하는 소리가 몇번 일어나면서 세 개의 금표가 땅바닥에 떨어쳤다. 위소보는 몸에 몸을 지키는 보의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금표는 그에게 상처를 입힐 수 없었다. 이렇게 되자 대전의 뭇사람들은 즉시 웅성거렸다. 소화상의 나이가 어 린데 이미 소림파 내공의 최고 경지라고 할 수 있는 금강호체신공(金剛 護體神功)을 연성한 것을 보고 실로 불가사의하다고 생각했다. (저 소화상이 소림파 회자 항렬에 낄 수 있고, 소림사의 주지이며 명성 을 떨친 지 이미 수십 년이나 되는 회총방장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 었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구나.) 회총과 징관이 금표를 받아든 수단 역시 고명하기 이를 데 없었다. 내 공이 화경에 도달한 사람이 아니라면 결코 해낼 수 없었다. 그러나 다 만 위소보가 드러낸 재간이 너무나 신묘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은 그 들 두 노승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었다. 뭇사람들이 똑같이 놀라고 탄복하자 창제라마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소고승이 금강호체신공을 그 경지까지 연마하기란 정말 수월한 노릇이 아니었겠군. 하지만 신공에 있어서 아직도 모자라는 점이 있는 것 같구 려. 날아드는 암기를 튕겨 보낼 수 없어 승포자락에 세 개의 조그만 구 멍을 냈으니 말이외다."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금강호체신공을 절정에 이르 도록 연성하면 몸주위가 한층의 무형강기(無形 氣)로 뒤덮이게 되어 적 이 공격해 오는 무기나 암기가 미처 몸에 닿기도 전에 퉁겨 나간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무림에서 전해지는 전설에 불과할 뿐이며 진짜 그 와 같은 사람이 있어서 연성을 했는지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창제라마가 그와 같은 말을 하는 것은 억지로 상대방의 신가(身價)를 낮추자는 데 있었다. 위소보는 세 개의 금표를 맞게 되어 가슴팍이 여간 아프지 않았다. 더 군다나 그 가운데 한 개는 바로 상처 부근에 적중되었으므로 뼈를 에이 는 듯한 아픔이 전해졌고 단숨에 숨을 돌리지 못해 말을 할 수도 없었 다. 그저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뭇사람들은 그의 수양이 지극히 높아서 창제처럼 이치에 닿지도 않는 말을 하는 사람과는 쓸데없이 언쟁을 벌이려 하지 않는 모양이라고 생 각했다. 몇 명은 속으로 생각했다. (당신은 그의 신공이 아직 제대로 연성되지 않았다고 했소? 그렇다면 내가 당신에게 세 개의 금표를 던져 볼까? 옷자락에 조그만 구멍이 나 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을 걸.) 갈이단은 위소보가 그토록 무서운 것을 보고는 가슴 가득히 끓어오르던 노기가 대뜸 사그러지고 말았다. (소림파의 무공은 정말 대단하구나.) 창제는 다시 말했다. "소림사의 무공은 우리가 이미 구경을 했소이다. 그야말로 결코 헛된 명성을 얻은 것도 아니고 개방귀보다 못한 것도 아니었소. 하지만 소문 에 들으니 귀사에 여자를 숨겼다고 하더구려. 이것은 규칙과 계율에 있 어 잘못된 것이 아니겠소?" 회총은 안색을 굳히고 말했다. "대라마의 그 말씀은 틀렸소이다. 폐사에서는 평소 여시주가 절안으로 들어와 예불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고 있소. 부녀자를 숨기고 있다니 무슨 말씀이오?" 창제는 웃었다. "그러나 강호에서는 떠들썩하게 소문이 났소이다." 회총방장은 웃었다. "강호에서 떠도는 소문을 상관할 필요가 어디 있겠소? 끝내 회명 사제 처럼 외부로부터 날아들어오는 기운에도 전혀 마음이 움직이지 않아야 오묘한 이치를 터득한 것이 아니겠소?" 창제라마가 말했다. "소문에 듣건데 저 소고승은 선방에 한분의 절세미녀를 숨겨두고 있다 더구려. 더군다나 그는 그녀를 강제로 잡아왔다고 하더구려. 설마하니 회명선사는 그 미인에게 전혀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단 말인가요?" 위소보는 이때서야 숨을 어느 정도 돌리게 되었다. (이들이 어떻게 알고 있을까?) 그는 곧 알아차렸다. (그렇다. 그 남의를 입은 소녀가 도망쳤으니 자연히 그녀들의 사부나 어른에게 이야기했을 것이다. 아마도 이 사람들은 그녀가 데리고 온 구 원병인가 보다. 그리하여 오늘 내 마누라를 구하러 왔구나. 내 마누라 는 도망을 쳤지만 아직 그들과 만나지 못한 모양이군.) 그는 즉시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내 방안에 여자가 있고 없는 것은 가보면 알 것이오. 여러분들에게 관 심이 있다면 가서 살펴봐도 좋소이다." 갈이단은 큰소리로 말했다. "좋소. 우리는 가서 모든 것을 밝혀내겠소." 그리고 나서 몸을 일으키더니 왼손을 휘두르며 호통을 내질렀다. "절을 수색하라!" 그의 수하들이 대전 뒤쪽으로 걸어가려고 할 때 회총이 말했다. "전하가 본사를 수색하는 것은 누구의 명령을 받은 것이오." "나 본인이 명령을 내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오. 어찌 남의 명령을 받을 필요가 있단 말이오?" "그 말은 틀렸소이다. 전하는 몽고 왕자이오. 몽고에 있다면 물론 어떤 일이라도 함부로 명령을 내릴 수 있을 것이외다. 그러나 소림사는 몽고 경내에 있지 않으니 전하의 통치를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이외다." 갈이단은 마총병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렇다면 그는 조정의 벼슬아치니 그가 영을 내려 수색한다면 되겠구 려?" 그는 소림사 승려들의 무공이 고강하고 사람의 수도 많은지라 만약 싸 우게 된다면 자기쪽은 중과부적이라 적수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다시 말했다. "그대들이 조정의 명령을 어기게 된다면 그것은 반란을 일으키는 것과 다름이 없소." 회총은 말했다. "조정의 명령을 어기는 짓을 소림사는 감히 할 수 없소. 하지만 이 분 은 운남 평서왕 휘하의 무관이외다. 평서왕의 권력이 아무리 크다 하더 라도 하남성에서 일어나는 일까지 간섭할 수는 없소이다." 회총은 본래 사람됨이 똑똑했다. 창제라마는 웃었다. "이 분 소고승도 응낙하셨소이다. 방장대사께서 구실을 내세워 저지하 고 막으려 드는 것이오? 설마 하니 그 미녀는 회명선사의 방안에 있는 것이 아니고......바로......바로......방장대사의 선방에 있는 것이 아니오?" "아미타불, 죄과로다. 죄과로다. 대사는 어째서 그와 같은 말을 하시 오?" 갈이단의 등 뒤에서 갑자기 한 사람이 간드러진 어조로 입을 열었다. "전하, 저의 사매는 분명히 저 소화상에게 잡혀갔어요. 빨리 그들에게 사람을 내놓으라고 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결코 가만 있지 않고 단번에 불을 질러 소림사를 태우고 말겠어요." 여자의 음성이었다. 그러나 말하는 사람은 남자였다. 그런데 얼굴이 싯 누렇고 뺨에는 구레나룻의 수염이 잔뜩 자라 있었다. 위소보는 그 말을 듣자 즉시 이 사람이 바로 남색옷의 여자가 분장한 것임을 알아챘다. 얼굴에 노란 초칠을 하고 가짜 수염을 붙여 놓은 것 이다. 그는 속으로 크게 기뻤다. (이 며칠 간 나는 그렇잖아도 근심을 하고 있었다. 마누라의 문파도 모 르고 성명도 모르는데다가 그녀가 지아비를 등지고 사사로이 도망을 쳤 으니 어디로 가서 찾을까 하고 생각했다. 이제 보니 그녀들이 몽고 왕 자와 한패거리였군. 매우 좋다. 매우 좋아. 그렇게 된다면 내 손아귀에 서 빠져 나가지는 못할 것이다.) 회총 역시 알아본 듯 말했다. "원래 이 분은 바로 그날 폐사에 와서 사람을 해치던 그 소저구려. 다 른 한 분의 소저는 확실히 폐사에서 상처를 치료받은 적이 있소. 그러 나 소저를 따라 함께 가지 않았소?" 그 소녀는 노해 부르짖었다. "그 후 우리 사매는 다시 저 소화상에게 잡혀서 절 안으로 들어갔단 말 이에요. 저 노화상이 공범이에요. 그가 저의 사매를 쓰러지게 만들었단 말이에요." 그러면서 그녀는 손으로 징관을 가리켰다. 위소보는 깜짝 놀라 속으로 생각했다. (어이쿠, 야단났구나. 징관 노화상은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이 일이 들통나게 되었구나. 어떻하면 좋지?) 그 소녀는 손으로 징관을 가리키며 큰소리로 말했다. "노화상, 말해봐요. 그런 일이 있었어요, 없었어요?" 징관은 합장했다. "영사매, 여시주가 어디로 갔는지 말씀을 해주기 바라오. 우리 사숙께 서는 그녀가 펼친 극독에 중독되었소이다. 오로지 그녀 본인만이 해약 을 지니고 있소. 여시주는 대자대비하시니 아무쪼록 빨리 영사매에게 부탁하여 해약을 내려 주도록 하시구려. 비록 회명사숙께서는 지혜가 깊어 생사를 마음에 두지 않고 이 일에 대해서 전혀 개의치 않고 있소 이다. 소위 생사가 즉 열반이고 열반이 즉 생사라고 여기고 있는 것이 외다. 하지만......아......" 그는 이러쿵 저러쿵 한바탕 늘어놓았다. 다른 사람들은 그 말뜻을 완저 ㅓ히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역시 그 소녀가 절안에 없으며 위소보 가 그녀가 쓴 독에 중독되어서 그렇지 않아도 그녀를 찾아 해약을 얻고 자 하며 해약을 얻지 못할 때는 목숨을 건질수 없다는 뜻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뭇사람들은 그의 모습이 매우 소박하고 또 간곡하게 말하는 지라 모두가 그 말이 거짓이 아니라고 믿었다. (설사 절안에 정말 부녀자를 숨기고 있고 주지가 사람들에게 수사를 허 락한다 하더라도 소림사는 집이 백여 채나 되고 방이 천여 칸이나 된 다. 일시삼각에 어디 가서 찾아낸단 말이냐?) 이때 그 소녀는 뾰족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우리 사매는 분명히 그대들에게 잡혀서 잘안으로 들어갔어요. 아마도 이미 그들에게 해침을 당해 죽은 모양이군요. 그대들과 같은 악한 화상 이 천리를 어기고 시체를 없애 흔적을 지웠으니 자연 알아낼 수가 없겠 죠?" 그렇게 말하는 그녀는 울화도 치밀고 다급해진 나머지 목소리는 흐느끼 는 듯했다. 갈이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무척 옳소. 이...... 소화상은 좋은 사람이 아니외다." 그 소녀는 위소보를 손가락질 하며 욕을 했다. "이 나쁜 사람, 그날...... 그날 기녀원에서 많은 나쁜 여인과 섞여 지 내면서 나의 사매가 잘생긴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좋지 못한 생각을 품 게 되었지? 그러나 우리 사매가 응하려고 하지 않았을 테지...... 그대 를 따르려고 하지 않자, 그대는 그녀를 죽여 없앤 것이겠지. 그대는 기 녀원까지 출입을 하는데 무슨 나쁜 짓을 못하겠어?" 회총은 그 말을 듣고 빙그레 웃었다. 속으로 어찌 그런 일이 있을까 생 각했다. 징관은 더욱더 기녀원이 어떤 곳인줄을 모르고 있었다. 그는 소림사의 계율원, 달마원, 보리원과 같은 곳인가 보다고 생각했다. (소사숙께서는 용맹스럽게 전진하여 부지런히 선법(善法)을 행하고 있 구나. 이것이야말로 육바라밀(六바羅密)가운데의 정진바라밀(精進바羅 密)이다. 기녀원에서 도를 닦는 경지에까지 도달했군!) |
첫댓글 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