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갓난아이의 배를 누르고 그 아래 있는 성기를 입에 물었다.여자가 피우는 미제 멘솔 담배보다 가느다란 아기의 성기에서 생선 비린내가 낫다.아기가 울지는 않을까 조심스레 들여다 보았지만,아기는 손발을 움직일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아기의 얼굴에 붙여 놓았던 비닐을 떼어낸 다음,수건 두장을 겹쳐서 깔아 놓은 상자안에 아기를 눕히고 뚜껑을 덮었다.그리고 상자 테두리를 테이프로 붙여 단단히 고정시키고 나서 그 위에 끈을 둘러 묶었다.상자 위쪽과 옆쪽에는 엉터리 주소와 이름을 적었다.화장을 마치고,옷을 입기 위해 물방울 무늬 원피스에 발을 넣고 끌어올리려는 순간,다시 부어오르기 시작한 유방에서 통증이 일었다.그녀는 선 채 오른손으로 유방을 주물렀다.카펫 위에 떨어진 하얀 젖을 훔칠 겨를도 없이 급하게 샌들을 끌며 아기가 든 상자를 끌어안도 밖으로 나갔다.
택시를 잡는 동안 여자는 곧 완성될 레이스 뜨개의 테이블보를 떠올리며,그것이 완성되면 그 위에 제라늄 화분을 올려놓으리라 생각했다.몸비 더운 날이었다.뙤약볕아래 서 있으려니 현기증이 났다.택시 안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 방송은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해 노인과 병약자들이 60여 명이나 사람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역에 도착한 여자는 가장 안쪽의 구석진 곳에 있는 코인로커에 상자를 쑤셔 넣은 뒤,열쇠는 생리대에 싸서 화장실에 버렸다.열기와 먼지로 뒤엉켜있는 역 구내를 부랴부랴 빠져나온 여자는 백화점에 들어가 땀이 완전히 마를때까지 휴게실에서 담배를 피웠다.그리고 팬티스타킹과 표백제,매니큐어를 사고 나서 마른 목을 축이려 오렌지주스를 마셧다.잠시 후 여자는 화장실로 가,방금 산 매니큐어를 정성껏 바르기 시작했다.
여자가 왼쪽 엄지손가락에 매니큐어 칠을 거의 마칠 때쯤,어두운 상자 속에서 가사 상태에 빠져 있던 갓난아기는 온몸에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처음엔 이마와 가슴,겨드랑이 밑을 적식 정도에 불과했지만,점점 온몸을 흠뻑 적셔나가다가 마침내 아기의 체온을 서서히 식혀 갔다.아기의 손가락이 움직이고 입이 벌어지는가 싶더니 폭발적으로 울어 젖히기 시작했다.더웠기 때문이다.후덥지근한 날에 이중으로 밀폐된 상자 속에서 쾌적한 잠을 자기란 불가능한 일이다.열기는 피의 순환을 가속화시키며 아기가 잠에서 깨어나도록 재촉했다.아기는 열기로 가득차 더할 나위 없이 불쾌한 한여름의 좁은 상자 안에서 다시 한번 태어났다.어머니의 뱃속을 나와 세상의 공기를 마시게 된 지 고작72시간 후에....아기는 경찰관에게 발견될 때까지 그렇게 줄곧 울어댔다.
여름,그 날도 하시는 교문에서 기쿠를 기다렸다.둘은 같이 걸으면서도 별 말이 없다.버스를 타고 가다 칸나가 잔뜩 피어 있는 언덕길 입구에서 내렸다.우리 반 여자애 하나가 너 보고 멋있대.하시는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기쿠는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인기가 있는 건 너잖아.하시는 칸나 꽃 한 송이를 꺽어 들고 입으로 꽃가루를 불면서,말도 안돼.라고 말했다.난 그냥 이야기를 잘 해,이 녀석은 이런 식으로 말하면 좋아하겠지,그걸 생각을 하면서 말 해,피곤한 일이야.옜날부터 그랬잖아?생각해 봐.고아원에서 말이야,난 우유 배달하는 젊은 남자와 친했잖아?넌 그에게 달려들었다가 맞은 적도 있잖아,생각나?기쿠는 고개를 끄덕였다.하시는 손가락에 묻은 칸나 꽃가루를 바지에 문질러 닦으며 말을 계속했다.잘은 모르겠지만 난 네쪽이 오히려 그 자식을 똑바로 상대했다고 생각해.사실 난 그 자식을 때려주고 싶었거든.기쿠는 웃었다.하시는 왜 웃느냐고 물었다.난 너처럼 말을 잘해서 친구를 만들고 싶었어,하고 기쿠는 말했다.그런데 그게 잘 안되니까 패고 마는 거야.언덕길 중턱에 서 있는 나무 위에 매미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애매미.비스듬히 비쳐드는 노을빛에 언덕은 오렌지색으로 물들어 있고,애매미는 유선형의 그림자를 드리운 채 울고 있다.정말 어려워,하고 하시는 땅위에 뒹굴고 있던 깡통을 발로 찼다.깡통은 언덕 아래 닭장의 양철지붕을 맞고 튀었다.까강깡,소리를 내며.
하시는 어떤 실험을 하려는 것이다.옛날 어떤 책에선가 읽은 적이 있다.그것은 롤링 스톤즈의 책이었는데,어떤 우발적인 사고 이후 믹 재거의 목소리는 변했다.그 사고 이후 믹 재거는 관능적인 목소리를 갖게 되었던 것이다.그 사고를 하시는 실험해 보려는 것이다.우선 도구를 일렬로 늘어놓는다.알코올램프,많은 양의 거즈,알로에 잎을 자른 조각,유리컵,조니 워커 한 병,그리고 커다란 가위.유리컵에 조니 워커를 가득 채우고 그 안에 혀를 담근다.알코올램프에 불을 붙이고 가위를 달구어 소독한다.하시는 유리컵 안에서 요리조리 움직이며 조니 워커를 뒤섞는 혀를 보면서,웃기는 이야기야,하고 쓴웃음을 지었다.왜 이런 일을 생각해 냈을까?밴드 때문은 아니다,니바도 관계없고 물론 미스터D도 아니다,순회공연 따위야 어찌되건 상관없다,사실은 노래 역시 아무래도 좋다,목이야 상할 테면 상해라,가도 이제 지겹다,다만,도망치기 싫다,도망가고 싶지 않을 뿐이다,어릴 적엔 철봉이 싫어서 체육수업을 땡땡이쳤다.체육 시간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다.아마도 나는 웃음거리가 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그런 짓을 해봐야 소용없다,겁먹고 도망가면 갈수록 적에게 놀아나고 만다.적이란 누구?나를 감금시키는 녀석들이다.나에게 거짓말을 시키고,거짓 삶을 살게 하는 놈들이다.지지 않을거야.이제 두 번 다시 도망가지 않아,손에 넣은 것은 절대로 놓치지 않겠어.트로이메라이도 니바도,지배하고 말 테다.콘서트도 지배해 보이겠어,기쿠는 지금쯤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내가 맛있는 걸 배터지게 먹고 잘 자라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건 큰 오산이야,기쿠,겁에 질려 울고 있지도 않고,이제 기쿠에게 부끄러운 일이란 아무것도 없어.콘서트를 지배할 수 있는 목소리와 힘을 얻는다면,그 기쿠의 애인을 빼앗아 버릴 거야.그 젊은 여자의 싱싱한 몸을 할퀴어 놓고 말겠어.
혀는 좀처럼 마비되지 않는다.가볍게 깨물어 본다.아직 감각이 남아있다.턱이 피곤해져 왔다.천천히 혀를 들어 올린다.쭉 내밀고 혀끝을 왼쪽 손가락으로 잡는다.미끈거려서 잘 잡히지 않는다.손톱으로 강하게 붙잡는다.가위를 집었다.그을음으로 더럽혀졌으나 빨갛게 달아올라 있다.그것이 혀끝에 닿는 순간 하시는 펄쩍 뛰었다.입을 누른 채 쓰러져서 바닥을 굴렀다.비명을 지를 사이도 없었다.책상이 넘어지고 유리컵이 깨졌다.너무도 아파 한동안 앞이 보이질 않았다.땀이 비 오듯이 쏟아졌다.달구어진 가위가 양탄자를 태우고 있다.하시는 쓰러진채로 가위를 집어 조니 워커에 담그고 휘저었다.술이 증발하는 냄새와 금속이 급격하게 차가워지는 소리가 났다.눈물이 그치지 않는다.조금 전 그토록 뜨겁고 아팠는데왜 비명을 지르지 않았을가,하고 생각했다.비명은 대부분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무의식중에 나오는 것인데,혼자 있을 때는 소리쳐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시 한번 혀를 내밀어 본다.눈을 감으니 몸 전체가 혀가 되어 버린 것 같은 느낌이다.가위를 끝까지 버리고 그 사이에 혀를 끼운다.차가운 가위에 닿으니 화상의 통증이 조금 줄어든다.어렸을 때 고아원의 수녀님이 읽어주었던 동화 중에 혀를 잘린 참새 이야기가 있었다.할머니가 참새의 혀를 자른 것이다.확실히 기억나진 않지만 나중에 참새는 할머니에게 복수를 했다.그런데 어떤 식으로 복수를 했던가?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그것을 생각해내려고 했는데 실패였다.하시는 떨리는 턱을 진정시키려 했다.그런데 좀체 멈추지 않았다.가윗날 위에서 혀끝이 실룩실룩 움직이고 있다.혀가 정지했다고 생각된 한순간,하시는 가위를 힘껏 눌렀다.가윗날 위로 미끈미끈한 부드러운 살덩어리가 떨어지자마자 피가 쏟아지기 시작했다.하시는 거즈를 입안 가득히 집어넣었다.아픔보다는 쏙아지는 엄청난 피가 더 무서웠다.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계속해서 거즈를 입 속으로 집어넣었다.너무 많이 넣었는지 숨이 찼다.비틀거리며 일어나서 새빨갛게 물든 가제를 뱉어냈다.조각난 알로에 잎사귀를 혀끝에 댔다.그래도 피는 멈추지 않는다.방바닥에 가위가 나동그라져 있다.잘려나간 혀끝은 가윗날 위에 그대로 있다.하시는 혀를 잘린 참새가 어떤 식으로 복수했는지를 기억해냈다.유령을 가득 담은 상자를 할머니에게 선물했던것이다.하시는 피가 멈출 때까지 거즈를 물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리고 줄곧 생각했다.유령을 가득 담은 상자를 누구에게 선물하면 좋을까.그것만 줄곧 생각하고 있었다.
아네모네가 면허증을 제시하고 필요한 서류에 사인을 하는 동안 기쿠는 가스봄베가 들어 있는 가방을 오토바이의 짐칸에 묶었다.야,당신들 정말 잘 그을었어.파도타기를 해?하얀 옷으로 통일하고 있는 걸 보니 서핑 베이비스인 모양이지?점원이 돈을 세면서 그렇게 묻는다.아니,그게 아냐.기쿠가 헬멧의 턱끈을 묶으며 말했다.
"우린 코인로커 베이비스야"
고속도로는 심하게 정체되고 있었다.아네모네는 차와 차사이를 이리저리 빠져나가며 오토바이로 달렸다.도중에 두 대의 대형트럭에게 방해를 받아 서행해야 했다.그때 기쿠는 죽 늘어서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옆 택시속에서 자신의 사진을 발견했다.그 옆엔 나카쿠라와 하야시의 얼굴이 있다.커다란 글씨로,이 사진속의 남자들을 발견한 사람은,이라고 적혀 있다.사진은 경찰서에 있을때 찍힌 것이다.그날,크리스마스이브 날,자신을 낳고 버린 여자를 죽인 다음날 아침 유치장에서 끌려나왔을 때 찍힌 것이다.그때 기쿠는 줄곧,날 건드리지 마!라고 외쳐댔다.바닥에 찰싹 달라붙은 채 몇 백 번이고,용서해 줘.하고 울먹였다.사진은 보기 흉한 얼굴을 하고 있다.눈물이 고인 눈은 초점이 없고,입은 멍하니 반쯤 열려있어 이빨이 들여다 보였다.한심한 꼴을 하고 있군,기쿠는 사진을 보며 중얼거렸다.겁을 먹어선 안 돼,분노라하.망성리면 그걸로 끝장이다.한순간이라도 주저하면 두꺼운 유리로 차단당한 채 감금되고 말아.갑자기 정체가 풀리고 길이 뚫렸다.한쪽 차선에 사고차가 서 있다.우유를 실은 탱크차다.우유탱크가 터져 주변 일대에 하얗고 탁한 물이 고여 있다.기쿠의 사진이 붙어 있던 택시가 맹렬한 속도로 달려 나간다.우유 냄새가 진동하는 택시가 사라져간 도로 저편에 열세 개의 탑이 의연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탑들은 열기를 춤고 있어 흐릿하게 보인다.오렌지색 빛이 탑 꼭대기에서 깜빡이고 있다.태양에 노출된 그 빛은 한없이 희미하다.멀리서 보니,탑의 무리들은 마치 서로 몸을 기대고 서서 헐떡이고 있는 듯이 보인다.돌로 된 벽과 금속 유리창은 불에 구운 거북이의 배보다도 부드러운 것 같다.여름에 녹아내린 흐물흐물한 상자들의 무리,대기 속을 떠다니고 있는 우유냄새,저 상자 하나하나에 어린 아이들이 갇혀 있다. 기쿠는 짐칸의 가죽벨트를 느슨하게 한 뒤 가방을 열었다.가스봄베를 확인했다.아네모네는 연료봉을 열고 속도를 최대한으로 높였다.오토바이는 거리위에 얼기설기 걸쳐진 장대한 다리위를,저편에 서 있는 탑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세로 달려 나간다.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모든 사람들이 제 가슴을 열어젖히고 새로운 바람을 받아들여 자신의 심장의 고동소리를 메아리치게 하고 싶어 한다.정체된 고속도로를 전 속력으로 질주하며 빠져나가는 오토바이의 불빛처럼 살고 싶어 하는 것이다.난 계속 도약을 시도할 것이다.하시는 계속 노래를 부르겠지,여름날의 흐물거리는 상자안에서 잠자고 있는 갓난아기,우리들은 모두 그 소리를 들었다.이 세상의 공기를 처음으로 호흡하기 전까지 줄곧 들었던 것은 어머니의 심장 고동소리이다.한순간도 쉬지 않고 들려오던 그 신호를 잊어선 안된다.신호의 의미는 단 하나다.기쿠는 다투라를 손에 쥐었다.열세 개의 탑이 눈앞으로 다가온다.은색의 덩어리가 시야를 뒤덮는다.거대한 번데기가 부화할 것이다.여름날의 흐물거리는 상자 안에서 잠자고 있는 어린아이들이 쉬지않고 뽑아내는 유리와 쇠와 콘크리트로 된 번데기가 일제히 부화할 것이다.
평하기에는 글솜씨가 딸려서....그냥 키보드좀 두드렸던게 있는데 올려봅니다.직접 몇줄 읽어보시는게 평보다 도움이 될듯해서요.이런쪽 좋아하시는분들도 있으리라고 봅니다.류는 다른건 좋아도,성적인게 나오는건 좀 두드러기 나는듯해서 못보겠어요.류는 이거랑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를 좀 좋아합니다.69나 엑소더스도 좋구요.
첫댓글 저도 류의 팬인데.. 반갑습니다. 그리고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가장 좋아하는 류의 작품 입니다. 어떤 작가든 또 뮤지션이든 처녀작에 가장 애정이 가는것 같네요.
부산으로 놀러가는 기차안에서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를 봤었는데 기차 때문인지 책 때문인지 어지럽고 속이 않좋았었죠 ㅡㅡ 하지만 분명 후반에 가까워가면 그 마치 한편의 영화와 같은 격정과 감동이 있습니다 ^^ 류의 책은 그런 매력이 있는거 같아요 코인로커도 좋았습니다 69는 의외의 책이었죠 아니 류가 이런걸
!!하고 놀랐었죠 ㅋㅋ 아직 류의 작품을 다 읽어보진 못했습니다만 엄청 관심 있는 작가입니다. 하지만 역시 여성을 거의 동물에 가깝게 만드는 ㅡㅡ 류의 성에 대한 가치관은 쉬지 않고 보기엔 너무 힘들더군요^^
코인로커 베이비스도 좋았지만 저는 69가 참 좋았어요 특히 '.... 라고 하면 거짓말이고' 이런 문장.
69..위트넘치는 그의 진면목을 볼수있었던.,,그리구 코인로커베이비스는 말할것도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