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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m! 이렇게 느낌표를 꼭 붙여야 한다네요. 처음 왬!이 등장했을 때 우리나라 저널에선 홤이라고 표기했습니다. "2인조 댄스그룹 홤이 자신들의 첫 번째 앨범을 발표하고 무도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는 짧은 기사가 생각나요. 왬!이든 홤!이든, 의성어 같기도 하고 의태어 같기도 한, 로이 리히텐슈타인 그림에 등장하는 단어가 생각나는 그들은 우리 말로 쾅!하며 한 시대를 보냈습니다.
저는 거들떠 보지도(듣지도) 않았어요. 지금 와서 생각하는데, 데뷔앨범 <Fantastic>은 2020년대판 레트로 콘텐츠예요. 알몸 위에 가죽옷을 걸친 두 머슴애가 어깨에 힘주고 째려보는 재킷 이미지는 음악에도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디스코와 펑크 그리고 스카ska가 범벅이 된 초기 왬! 사운드는 앤드류 리즐리와 조지 마이클 두 사람이 나이트클럽 죽돌이니까 가능했던 노래입니다.
그저 그렇게 지나간 1집과 달리 2집 <Make It Big>은 어마어마하게 히트쳤죠? 그래도 난 여전히 왬!이 별로였는데, 그래도 말입니다. 왬!이 가진, 아니 조지 마이클이 가졌던 천재성은 느꼈습니다. 주체 못해 몸을 흔들며 뿜어내던 에너지에 담긴 음악 재능을요. 한 경기에 만루홈런 두 개에 솔로홈런은 홈런같지도 않을만큼 뻥뻥 쳐댄 "97삼성라이온즈처럼 "84왬!은 히트곡들을 연달아 내면서 수퍼스타가 됐습니다.
1집보다 더 정돈되었으면서도 선명해진 후크가 있어서 그랬을 거예요. "Freedom" 간주에 피아노를 4분음4박자가 아니라 거의 1분음1박자로 때려대다가 간드러지는 가성으로 뚜루룻뚜리 룻뚜 뚜루룻두리 룻뚜란 스캣 미줘먼트를 네 마디 속에 콕콕 집어넣는 구절은 지금도 저를 들썩이게 합니다.
문제는 그거였습니다. 아이돌음악이라도 그 간주 파트는 팀의 절반인 기타리스트 앤드류 리즐리의 솔로연주로 갔어야죠. 왬!은 그러지않고 그들 음악 모든 부분을 조지 마이클의 창의력으로 디자인했습니다. 95대5 정도의 비중이랄까. 태생이 그러했던 왬!의 운명은 오래 갈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정규앨범 마지막이 된 3집 <Music from the Edge of Heaven>은 더 진중해졌습니다. 앨범 제목처럼 생각이 갈수록 늘어났습니다.
두 사람은 그럴게 갈라서서 끝없이 비교되는 삶을 살았죠. 최고의 음악가였고 지금은 무덤에 들어간 한 사람과 휴 그랜트가 그 삶을 본따 연기한 다른 한 사람의 스토리는 다들 아실 겁니다.
20대에 재능을 거의 쏟아부은 왬!을 돌이켜 보고 듣는 제 입장에서 이런 생각을 합니다. 천재라는 측면에서 왬!과 조지 마이클의 라이벌은 듀란듀란도 마이클 잭슨이 아니라 마이크 올드필드나 브라이언 이노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첫댓글 데드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