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도서관 -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한국 지성의 요람에서 세계 지성의 요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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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3.12.25. 12:43조회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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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도서관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한국 지성의 요람에서 세계 지성의 요람으로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전경.
동숭동 캠퍼스 ‘부속 도서관’의 추억
필자가 1969년 3월 서울대학교에 입학하여 1975년 2월 석사과정을 마칠 때까지 거의 매일 찾았던 대학 도서관은 지금의 대학로 의과대학 맞은편 옛 동숭동 캠퍼스 내 2층 건물 안에 있었다. 규모도 아담했고 주위를 둘러싼 느티나무 숲, 또 뜰의 우람한 마로니에 몇 그루, 그 가운데 4ㆍ19탑이 어우러져 있어 우리 학생들에게 마음의 고향이었다. 도서관을 거의 매일 찾았던 것은 당시에는 수강 시간 사이 시간을 보낼 마땅한 장소도 없었거니와, 마침 2층의 도서관 출입문을 두고 남쪽 날개에 우리 철학과 합동강의실(학과방 겸 대학원 세미나실), 북쪽 날개에 국어국문학과 합동강의실이 있었던 터라, 200석 규모의 도서관 열람실이 지척에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열람실 안쪽에 유리벽을 두고 참고열람실이 있었는데, 그곳에 거의 지정석 같은 것을 잡아두고 연전에 출간된 영문 철학백과사전(Macmillan, 1967)을 한 항목씩 번역해가면서 철학 상식을 키웠다. 그 후 어찌하다가 철학 교수가 업이 되다보니 그 시절의 작업 내용도 큰 자산이 된 것 같고, 그 습관이 이어져 내 손으로 [한국어 칸트전집]을 출간하는 데까지 이른 것 같아서 감회가 새롭다.
1975년 3월 서울대학교 주 캠퍼스가 관악산 중턱으로 옮겨지면서 옛 도서관 건물은 사라졌지만, ‘도서관’이 어찌 건물뿐이겠는가! 고향이 마음 안에 있듯, 내가 6년을 보냈던 “서울대학교 부속도서관”도 내 마음 안에 있다. 세월이 가면서 고향 풍경이 아스라해져가듯, 도서관 친구들의 모습이 아스라해져가기는 하지만.
‘중도’, 한국 현대사의 축소판이자 미래의 조명등
도서관의 규모를 건물 크기와 열람석 수, 장서 수와 이용자 수 등을 기준으로 크다 작다 판별한다면,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은 수십 년 사이에 수십 배로 성장했다. 그 성장의 역사는 현대 한국사의 축소판이자, 미래 한국사의 조명등이기도 하다.
지금은 수십 개의 분관을 가지고 있어서 ‘중도(中圖)’라고 일컬어지기도 하는 서울대 중앙도서관은 1946년 8월 국립서울대학교의 설립과 함께 그 “부속도서관”으로 출발하였고, 서울대학교가 실제적인 종합화 기획에 따른 관악캠퍼스의 조성과 함께 명실상부 종합대학이 된 1975년 3월부터는 “서울대학교 도서관”으로 불리다가, 그 후 단과대학 및 학내 연구소(원)와 학과(부)에 다수의 도서관(실)이 설치되면서 1992년 3월부터는 현재의 이름을 얻었다.
그러나 도서관이 학문 연찬의 요람으로서, 그 바탕을 이루는 것이 ‘도서’라 한다면, 서울대 중앙도서관의 시작은 훨씬 이전으로 소급한다. 국립서울대학교 부속도서관은 이미 있었던 ‘경성대학’의 도서관 건물뿐만 아니라 서책을 인수하여 설치한 것이고, 경성대학 도서관은 일제의 경성제국대학 도서관을 승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연유로 해서 서울대 부속도서관은 개관 시에 규장각 도서 15만 책을 포함해서 장서가 60여만 권이었는데, 많은 도서에는 ‘경성제국대학도서장(京城帝國大學圖書章)’ 또는 ‘경성대학도서(京城大學圖書)’ 인(印)이 이미 찍혀 있었다 —필자가 학생 시절에 빌려본 서책들은 ‘서울大學校圖書’ 인보다는 오히려 이런 도장이 찍혀 있는 것들이 더 많아, ‘낙인 찍힌’ 우리 역사를 보는 듯했다—. 서울대 중앙도서관은 그만큼 아픈 속살을 지니고 있고, 그래서 한국 문화의 발양과 인류의 복지와 세계 평화의 산실로 더욱 웅대해져야 할 사명을 가지고 있다.
“눈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을 정중앙에 둔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가 조성 사업을 개시하던 날(1971. 4. 2), 한 청년 시인(정희성. 1964년 국어국문학과 입학)은 “여기 타오르는 빛의 성전”을 보았다. 나는 그의 시혼 속에서 서울대학의 사명을 읽는다.
그 누가 길을 묻거든
눈 들어 관악(冠岳)을 보게 하라.
[……]
뼈 있는 자의 길을 보아라
뼈 있는 자가 남기는 이념의 단단한 뼈를 보아라
저마다 가슴 깊이 사려둔 이념은
오직 살아있는 자의 골수에 깃드니
속으로 트이는 이 길을
오 위대한 세대의 확고한 길을 보아라
만년 웅비(雄飛)의 새 터전
이 영봉(靈峯)과 저 기슭에 어린 서기(瑞氣)들
가슴에 서리담은 민족의 대학
불처럼 일어서는 세계의 대학
이 충만한 빛 기둥을 보아라.
온갖 어두움을 가르며
빛이 빛을 따르고
뼈가 뼈를 따르고
산이 산을 불러 일어서니
또한 타오르는 이 길을
영원한 세대의 확고한 길을 보아라
겨레의 뜻으로 기약한 이 날
누가 조국으로 가는 길을 묻거든
눈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
민족의 위대한 상속자
아 기리 빛날 서울대학교
타오르는 빛의 성전(聖殿) 예 있으니
누가 길을 묻거든
눈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
- 정희성, <여기 타오르는 빛의 성전이>
‘중도’가 소장한 국보급 도서들
1975년 3월 서울대 관악캠퍼스의 한가운데 지금의 자리에서 열람실을 공개한 ‘중도’는 좌석수가 4,000석이었는데, 2014년 7월이면 이에 더하여 3,000여 석이 확장되어 도합 7,000여 석을 헤아리게 된다. 1946년 당초 200석 규모로 출발한 “서울대학교 부속도서관”에 비하면 한국의 발전 속도만큼이나 비약적이다. 2013년 10월 말 현재 소장한 도서는 약 385만5천 책(국내도서 169만, 국외도서 170만 1천, 전자도서 46만 4천), 그 밖에 비도서 약 18만 점, 연속간행물(학술지)이 약 10만 1천 종을 헤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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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보 제 150호 [송조표전총류(宋朝表牋總類)] 2 보물 제 761, 765호 [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大佛頂如來蜜因修證了義諸菩薩萬行首楞嚴經)] |
‘중도’ 소장 도서 가운데는 [십칠사찬고금통요.16](十七史纂古今通要.卷之十六, 국보 제148호), [송조표전총류](宋朝表牋總類, 국보 제150호), [삼국유사](三國遺事, 국보 제306-2호) 등 국보 3종과 전22책인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보물 제850-3호), [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大佛頂如來蜜因修證了義諸菩薩萬行首楞嚴經, 보물 제761, 765호),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 보물 1463-3호)를 비롯한 보물 14종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