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도,
만년필만 고집한다 만년필로 종이 위에 글을 사각사각 써 내려가면 종이와 만년필
의 마찰 감촉이 아주 좋다 잉크를 한 병사면 오래도록 쓸 수 있고 잉크 냄새도 싫지
않다 볼펜이나 다른 필기도구로 글을 쓰면 감촉이 싫어서 사용을 하지 않는다 옛날
로마인은 대나무 줄기를 잘라서 한쪽 끝을 펜촉모양으로 만들어 만년필과 같은 형
태의 필기구를 개발하였다.
선비들이,
가장 친한 벗을 文房四友 종이 먹 붓벼루 4가지를 일컫는데 벼루와 먹은 붓을 사용
하기 위한 도구로서 만년필은 문방사우 가운데 종이를 제외한 먹 벼루 붓의 기능을
다 감추고 있는 것이다 아버님은 제사 지낼 때 지방과 축문은 가는 毛筆을 사용 했
는데 그 모필은 잘게 쪼겐 대나무 발에 돌돌 말아 벼룻집에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祭器 를 보관하는 향로 향합 촛대와 함께 화류 문갑에 별도 보관했던 것이다.
그 붓은,
靑毛에 黃毛두른 것으로 청살모 꼬리를 심으로 바깥은 족제비 꼬리를 두른 붓인데
아버지가 끔찍이도 아낀 붓이다 초등시절 신문지에 한자글 쓰기 연습할때 그 붓을
사용하면 엄한꾸중을 듣고 나서부터 다시는 황모 붓은 사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설
명절이나 제사때 쓰는 지방은 글씨가 가늘기 때문에 필두가 날카롭고 붓의 탄력이
좋은 족제비 꼬리로 만든 붓을 제일로 취급했다 연습용으로 쓰이는 붓은 부드러운
노루꼬리를 사용한 값이 싼 붓을 사용했었다 어릴때 붓 잡는 자세를 아버지로부터
배우고 신문지 빼곡히 가지런히 놓아 서예와 한문을 배웠던 것이다.
고등학교,
입학하던 날 아버지는 파카 만년필과 날짜 나오는 오리엔트 시계를 선물로 사주셔
서 새로산 교복에 만년필 꽂고 시계 차고 학생용으로 맞춘 단화 구두신고 안방에서
사랑방으로 왔다 갔다하는 모습을 보고 빙긋이 웃던 어머니의 모습이 오늘따라 생
각이 새삼 생각난다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필기도구는 새의 깃털로 만든 펜이다
가장 강한 깃털 펜은 봄철 살아있는 새의 왼쪽 날개 끝에서 다섯 번째 것이다 새 왼
쪽 날개의 깃털이 안쪽으로 살짝 구부러져 있기 때문에 오른손잡이에게 아주 적합
한 형태이다 일반적으로 거위털이 가장 많이 사용되었으며 백조 털은 아주 귀하고
비싼 것으로 사용되었다.
가는 선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탉의 깃털이 최고이며 독수리 부엉이 매의 깃털도 사용했다 사
진은 자주 애용하는 필기구다 좌측으로부터 20년 사용한 굵은 글씨용 몽블랑 30년
(파손으로 1회교환) 사용한 작은 글씨용 파카(닳아서 촉 1회 교환)크로스 볼펜크로
스 샤프다 톡톡 치는 컴퓨터 글 보다 종이에 사각사각 써 내려가는 글이 더 좋다.
와인을,
한잔하고 취중에 글을 쓰니 삼천포로 빠진다 그때부터 만년필만 사용 하여서 지금
도 볼펜으로 글을 쓰면 영 불편하고 어둔하다 애용하는 필기구로는 파카 워터맨 크
로스 몽블랑이 있고 휴대하는 펜을 제외하고 책상 위에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다 몇
일전 대마도 행사때 지인으로 부터 만년필 하나를 선물로 주신다 독일제 細筆 가는
글씨용이다
첫댓글 그옛날
아버님이 주신 몽브랑이란 만년필이 생각나네요
와우, 지금도 만년필로 글씨를 쓰시는군요.
대단하십니다.
마이웨이님께서 오늘도 귀한 글
한 자락 남겨 주셨네요
여러 편의 글들을 접해봅니다
맑은 영혼에는 맑은 글로
접해보기도 합니다
님의 너그러운 마음에 담긴 고운
글 무엇보다도 고귀한 작품이네요
맑은 영혼답게 맑은 글을 대하니
언제나 즐겁습니다 문방사우 예찬
앞에서 많은 것을 깨우치고 베우고
있습니다 잠시 읽어보는 글 속에서도
평 안 함을 느끼게 합니다
만년필에 잉크 넣는 법을 잊어버릴
만큼 지난 시간까지도 사용하고
계시니 대단하시고요
Tv 뉴스에서 대통령이 마이웨이님 만년필과
같은 종류로 사인을 하는 장면을
여러 번 보았는데 역시 좋은 것이라는
걸 실감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향 필하세요~^^*
ㅎㅎㅎ
와우~~대단합니다.
몽블랑 만년필 한번
써봤으면 ...
희망사항이죠..ㅎ
만년필으로 글씨쓰면
얼마나 잘 써질까나요..
ㅎㅎㅎ
글은 손가락으로 ㅎ 볼펜이나 연필같은 도구는 수업할 때뿐예요 그래서 인지 문방사우에 대한 욕심이 전혀~ 원래 가져보질 못하기도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