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Jerome Powell)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지난주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연준이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와 디지털 달러 발행에 대해 극도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연구자들과 이해관계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디지털 달러 개발에 필요한 복잡하고 정교한 기술 인프라 네트워크다.
연준은 디지털 달러 프로젝트에 대해 면밀한 검토를 한창 진행 중이며 디지털 달러를 최우선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기술적, 정책적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라 디지털 달러 발행에 관해 뭔가 확실한 소식이 나오기까지는 앞으로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의 청문회 발언은 기존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연준이 현재 어느 정도의 개발 단계에 와있는지에 관해 특기할만한 새로운 내용도 없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의문이 제기된다. 연준은 CBDC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으며 디지털 달러 발행을 위해 어떤 행보를 보일까?
디지털 달러에 대한 연준의 관점
2019년 하반기부터 기존 금융 시스템의 비효율성 개선과 법정화폐의 위상 강화 또는 유지 등 CBDC 개발의 다양한 이점과 목표에 관해 많은 논의가 이어져 왔다.
지금까지 디지털 달러의 활용 범위와 구조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진 내용은 많지 않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미국은 단순히 CBDC의 ‘장래성’을 탐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연준이 공개한 간략한 기본 틀을 기준으로 디지털 달러와 국제화를 노리는 디지털 위안을 비교해보면 연준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CBDC를 활용할 공산이 크다.
파월 의장의 의회 청문회 출석 이후 2월 24일 공개된 CBDC 개발 목표에 관한 연준의 보고서를 자세히 살펴보면, 디지털 달러는 다음과 같이 연준이 마련한 기존의 관련 규정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CBDC의 구체적인 목표가 무엇이건 간에 통화 및 금융 안정성뿐만 아니라 국가 결제 시스템의 안전성과 효율성이라는 연준의 전통적 목표에 부합해야 한다. CBDC 개발은 1913년 창설 이후 연준의 길잡이 역할을 해온 이러한 목표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디지털 달러가 현재 시중에 유통 중인 모든 실물 화폐를 포함한 미국 M0 통화 공급을 대체하도록 위상을 설정하는 것에 대해 논의가 진행 중이다. 간단히 말해, 디지털 화폐도 현금 관련 현행법에 따르는 실물 지폐나 동전과 마찬가지로 고유하게 생성, 발행 및 유통될 예정이다. 트레이딩 이코노믹스(Trading Economics)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월 기준 미국의 통화 공급량 지표는 다음과 같다.
미국 통화 공급 Last Previous 최고가 최저가 Unit
Money Supply M0 5247900.00 5206600.00 5247900.00 48362.00 백만달러
Money Supply M1 6750.90 6619.40 6750.90 138.90 10억달러
Money Supply M2 19395.30 19186.90 19395.30 286.60 10억달러
M0 통화 공급은 연준의 무제한 양적완화로 시중에 추가적인 달러 공급이 계속되면서 2020년 7월부터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왔다. 범위를 넓혀 M2 통화 공급 증가세를 살펴보면 2021년 1월 전년동기대비 성장률이 25%를 초과해 신고점을 찍었다. 연준의 관련 기록에 따르면 이러한 성장률은 전례 없는 수준이다. M0/M2 비율을 비교하면 유통 통화량의 비율은 27.06%로 전체 미국 통화 공급량의 ¼ 이상을 차지한다.
디지털 달러가 현실화되면 연준은 통화 발행 및 폐기 외에도 통화 시스템 전반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며 이는 결국 금융 안정성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시중은행을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일반에 유통되는 디지털 달러에 대한 연준의 전면적 관리감독을 의미한다. 특히 연준은 디지털 달러의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현행 기술과 신기술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디지털 달러는 중국의 디지털 위안과 유사성을 갖는다. 중국인민은행(PBoC)은 디지털 위안이 중국 M0 통화 공급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해왔다. 하지만 디지털 위안 역시 M2 통화 공급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어려움에 직면해있다. M2 통화 공급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56.79%나 폭증하며 33조7,900억 달러(218조 위안)을 넘어섰는데 시중은행의 대출 급증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디지털 위안은 중국의 채권시장 관리는 물론, 향후 미 국채 판매를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달러화 패권 도전에 미국은 중국과 유사한 접근 방식으로 자체 CBDC를 발행함으로써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CBDC의 본격적인 대중화를 위해서는 확장성, 개인정보보호, 상호운영성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기술적인 문제를 제외하면 인프라 부족과 국제적 도입이 글로벌 기축통화로서 실물 달러를 대체할 수 있는 열쇠다.
같지만 다르다
다양한 디지털 화폐의 스펙트럼에서 디지털 달러는 이미 시장에 나와있는 수많은 달러 연동 스테이블 코인과 어떻게 비교될 수 있을까?
기술적 설계, 활용 범위, 도입 용이성, 접근성 등의 요소를 제외하면 법정 디지털 달러는 분명 다른 비규제 디지털 화폐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규제당국의 반대로 1년 넘게 험난한 여정을 거쳐 이제 곧 출시를 앞둔 페이스북의 디엠(Diem) 스테이블코인과 테더 USDT 스테이블코인 등이 대표적이다.
디지털 달러는 국가의 중앙통화당국이 발행하는 법정화폐이기 때문에 규제 장벽이라는 문제가 없지만 USDT는 상황이 다르다. 고객 자금 손실 은폐 혐의로 위기에 처한 테더는 뉴욕 검찰과 22개월간 지루한 법정공방을 벌였다. 이 사건은 테더가 벌금 1,850만 달러와 뉴욕주에서 사업을 하지 않기로 합의하며 2021년 2월 마무리되었다.
CBDC 추진 의지를 재확인한 파월 의장의 발언이 공교롭게도 테더의 법정공방 합의 소식에 이어 나왔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한편으로는 시가총액이 349억 달러가 넘는 USDT가 글로벌 벤치마크 스테이블코인으로서 디지털 달러의 가장 큰 잠재적 경쟁자가 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테더의 법정공방 합의를 통해 스테이블코인과 CBDC 의 공존을 위해 규제적인 측면에서 타협의 여지가 있음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클(Circle)의 USDC 스테이블코인 같은 규제 대상 디지털 화폐를 고려하면 타협의 경계는 모호해진다. 그렇다면 연준은 어떻게 CBDC 도입의 당위성을 주장할 수 있을까? 현 시점에서는 결국 다음과 같은 요소로 귀결된다.
평판과 공급
개인들은 친숙함과 편리함 때문이라도 스테이블코인보다는 연준과 은행을 더 신뢰할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이 규제를 받는다 하더라도 말이다. 스테이블코인에 비판적인 세력은 흔히 공급 문제를 강조한다. 민간기업이 발행하는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준비금에 의한 담보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2020년 10월 서클이 발표한 성명은 USDC 발행량이 서클이 보유한 달러를 초과하지 않았음을 보여줌으로써 USDC 스테이블코인의 실제가치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시켰다. 따라서 규제 대상 스테이블코인은 연준이 발행하는 CBDC와 동등한 위상을 갖는다.
선호와 기능
스테이블코인은 순수 암호화폐와 순수 법정화폐 간에 필수불가결한 가교를 형성하며 암호화폐시장 진입을 노리는 노련하고 야심찬 트레이더들에게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암호화폐로 쉽게 환전할 수 있는 USDC를 보유하는 것이 디지털 달러를 보유하는 것보다 유리할 수 있다.
연준의 통제를 받는 암호화폐와 디지털 달러의 운명을 예측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른 감이 있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CBDC와 다른 민간 암호화폐 간의 경쟁이 ‘모 아니면 도’식의 도박은 아니라는 점이다. 두 가상자산 간에 다양한 지점에서 도입이 이뤄질 것이며 그 때까지는 연준의 행보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첫댓글 소식 감사합니다.
소식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
좋은 소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