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통신대학교(방송대) 입학식과 OT에서 길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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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학년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강원지역대학 신·편입생 입학식 겸 OT(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다. 내가 이번 학기에 '방송대' 교육학과 2학년으로 편입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나도(!) 학교 이름을 줄여서 '방통대'라 했는데 학교 측은 '방송대'로 불리워지기를 원한다. 언어습관상 낯설긴 하지만 바꾸어야 한다^^; 옛날 미스김이라고 부르는게 싫다는데도 굳이 미스김으로 부르는 '완고아재'는 나도 질색이었다.
80살을 훌쩍 넘은 할아버지가 어떤 일(기억이 안난다)을 시작했다. 나이늦게 시작한 이유를 물어보니, "60 즈음에 은퇴하면서 이제 살 날도 얼마 안남았다고 생각했다.그래서 뭔가 새롭게 시작한다는 건 어색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20년이 훌쩍 넘었다. 또 20년을 그냥 보낼 수도 있겠다 싶었다"고 했다. 신문인가 방송인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요지는 또렷하게 기억에 남은 인터뷰 내용이다.
요즘에 와서야 내가 새롭게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삶은 계획과 의지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우발성에 힘입는 바가 생각보다 크다는 점이다. 지난 삶을 돌이켜보면, 특히 도시를 떠난 후엔 계획성보다는 우발성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내겐 큰 충격이었다. 나는 확고한 계획과 굳은 의지로 삶을 개척해야 한다고 믿는 유형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살지도 못했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었는데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지 못했을 뿐 긍정적인 영향은 찾기 어려웠다. 앞으로 3~40년을 더 살아내야(?) 하는 나이에 백수의 삶을 살면서도 새로운 일거리를 찾기보다는 우리꽃 연구회나 합창단에 가입하고 방송대에 편입한 이유다. 요즘은 '백수 과로사'가 전혀 근거없는 빈말은 아니라고 느껴진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결코 충만감을 보장하지 않는다.
내가 방송대 교육학에 편입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부심을 거듭하고 있는 책을 완성하고 싶어서다. 사실 그간의 홈스쿨링 경험을 책으로 정리하고자 했으나 막상 붙잡고보니 2%가 아닌 20%가 부족함을 절감했다. 포기하자니 존재의 가벼워짐을 참을 수 없을 것 같고 붙잡고 있자니 배움의 부족이 통렬하다. '배워서 남주자'가 방송대 교육학과의 슬로건이다^^ 우선 배우고 책쓰기에 진력하겠지만 그 이후 내 삶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가 궁금해진다.
내겐 80학번이란 이력에 더해, 세기를 달리해서(!) 17학번이 추가되었다. 지난 학기 방송대 3학년 편입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뒤 하향지원을 한 결과다^^ 내게 방송대는 오프라인 대학의 대안이었는데 막상 OT에 참석해보니 방송대는 평생교육기관이었다. 학력(學歷)이 필요한 사람에게 일하면서, 저렴하게, 양질의 교율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평생 배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도 이만한 교육기관이 없다. 위 사진의 참석자들의 뒷모습이 이를 증명한다^^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은 각 과 과대표나 학회장들이다. 젊은 40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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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OT에 이어 교육학과 OT장으로 안내되었다. 어쩌다보니 '샤이아재'인 내 취향과 거리감이 있는 맨 앞자리에 앉게 되어 넓은 강의실에 꽉찬, 신·편입생들 뿐만 아니라 교수, 학년별 튜터, 졸업선배, 학과 임원, 재학생들을 사진에 담지 못했다 ㅠㅠ
다양한 OT 내용은 차치하고, 스터디그룹에 들어 함께 하라는 내용이 제일 중요하다고 느꼈다. 한 학기가 끝나고 두 번째 학기에 등록을 포기하는 신입생 비율이 45%인 현실을 직시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이자 스스로 손을 내밀기만 한다면 기꺼이 도와주겠다는 배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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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가 끝나고 대형 춘천닭갈비집으로 이동해서 점심식사가 이어졌다. 참석자는 1인당 1만원만 내면 된다. (닭갈비만 먹고 물만 마셔도 1만1천원이다) 신·편입생은 일부는 OT가 끝나자마자 사라지고 또 일부는 점식식사후 슬금슬금 사라져도 교수, 튜터, 선배, 학생회 임원, 재학생은 신·편입생이 있는 한 자리를 지키면서 도움말을 주고자 애쓴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2차에 가자는 얘기가 나온다. 지금은 밤이 아니라 오후 2시경이다! 결국 참석 교수님이 쏘시는(!) 2차에도 참석했다. 발동이 걸린 것인가? 이번에는 3학년 편입생 한 분이 3차를 쏘겠다고 나서 결국 어두컴컴해진 7시를 넘겨 끝이 났다.
방송통신대학교의 선배, 재학생, 신·편입생 할 것 없이 모두들 다양한 삶을 살았으며 또 현재 살고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기꺼이 그 경험을 나눠주고 공유하기를 원한다. 일반적으로 방송대 신·편입생은 두 부류가 있겠다. 학점과 필요 자격증을 따서 졸업하기만 하면 된다고 믿는 부류와 다양한 삶의 현장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다보면 예상치 않았던 우발적인 기회를 발견할 것이라고 믿는 부류이다. 후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확인한 날이었다. 불교의 인드라망도 그런 관점을 가진 사상일 것이다. 설레임은 커지고 두려움은 줄어든 날이었다.
교육의 목적은 두 가지로 나눈다. 외재적 목적과 내재적 목적이 그것이다. 교육의 내재적 목적이 개인적 측면에서의 인간의 형성에 있다면 교육의 외재적 목적은 사회적, 경제적, 물질적 목적의 실현이다. 교육의 내재적 목적이 선행이고 외재적 목적이 후행이다. 물론 어느 시점 이후엔 순환이다. 그런데 현실은 내재적 목적은 사라지고 외재적 목적만 남았다. 하지만 인드라망과 연기(緣起)사상이나 우발성의 철학이 제시하는 것처럼 내재적 목적 안에 이미 외재적 목적이 담겨있다. 하지만 우리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외재적 목적에만 매달린다. 성실하게(열정적일 순 없다) 살지만 황폐해질 우려도 낮지는 않은 삶이기 쉽다. 더 일찍 깨달았다면 좀더 유연한 삶을 살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늦지 않았다. 내게 아직 기나간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방송대 편·입학을 권한다. 함께 공부하면 좋겠다.
첫댓글 와우~~축하~축하드립니다~~^^
드뎌 제 후배님이 되셨군요~ㅋㅋ
OT까지 참석하시는 열성~~ 저는 그저 혼자서만 공부했는데 말입니다~ 입학시기엔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리~
그후론 그럭저럭 혼자 하다보니 해져서리~~ㅋㅋ
어쨌든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선배님이 주변에 정말 많으시군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