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아교육 현실과 공교육화의 당위성 우리나라 유아교육의 현실은 차마 이야기하는 것조차 부끄러울 정도로 난맥상이다. 시설 운영자는 단체간의 알력과 원아모집에 시달리고, 유아교사는 저임금과 중노동에 시달리며, 아이들은 연령과 발달에 적합한 보호와 교육을 받지 못하고, 학부모들은 과중한 사교육비 부담과 시설 선택의 혼란을 겪고 있고, 학계는 유아교육과 보육으로 나뉘어져 싸우고 있다. 이같은 문제의 근원은 3-5세 유아를 2개 부처(교육인적자원부와 보건복지부)에서 중복 관리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유아교육은 사교육비 부담(연간 5조 7천억원)과 교육의 불평등이 가장 극심한 분야이다. 만 3세 미만 영아를 둔 취업모들은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곳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고, '사과'라는 말도 모르는 만 3살 짜리 아이에게 '애플(APPLE)'이라는 영어 한 마디 하도록 하는데 월 50-80만원의 사교육비를 지불하고 있는 젊은 가정의 살림살이와 돈이 없어 그 기회를 제공하지 못해 애태우는 가난한 부모의 심정 역시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영아보육은 부실하고, 유아교육은 난맥상이고, 어려서부터 통합교육을 받아야 할 장애아는 받아주는 곳이 없다. 우리나라 유아교육 현실은 국가의 재정지원이 극히 미진한 상태에서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과 사립 시설에 거의 의존하고 있다. 결국 현재 우리나라 유아교육 현주소는 제도의 모순과 정부의 정책 부재와 재정지원 미비로 인해 29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따라서 영아보육은 공보육화 및 활성화되어야 하고, 유아교육은 공교육화 및 정상화되어야 하며, 장애아 교육은 공교육화 및 통합화되어야 한다. 학부모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자녀의 교육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국가가 이를 적극 지원하여야 한다.
2. 지금 우리의 심정 우리는 올해도 어김없이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이하고 있다. 제79회째 맞이하는 어린이날이다. 언론에서는 어린이는 우리의 희망이고 나라의 보배라고 선전하고, 대통령 할아버지는 어린이 손을 잡고 청와대 뜰을 거니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어린이날을 맞이하는 우리의 심정은 참담하기 짝이 없다. 우리는 지난 5년간 줄기차게『유아교육법』제정을 통해 유아교육의 공교육체제 실현을 촉구해 왔다[부록 1 참조]. 김대중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여·야당은 총선공약으로 약속했다. 여당인 민주당은『유아교육법안』을 두 번씩이나 국회에 제출했고, 지난 설 전날(1월 22일) 유아교육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교육인적자원부는 3월 중에『유아교육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같은 약속이 지켜질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특히, 이 약속은 국민과의 약속이기도 했지만 400만명의 취학전 어린이들에게 한 약속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이 약속을 파기하려는 상황을 직면하고 있다. "어린이를 두고 가니 잘 부탁하오"라는 소파 방정환 선생의 유언을 떠 올리니 우리 어른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참담하다.
3. 정부·여당의 유아교육법 추진 현황 개관 : 유아교육법 추진은 교육인적자원부 관료들의 미온적 태도와 보건복지부 관료들의 적극적 저지노력과 일부 이익집단들의 명분없는 반대로 여러 차례 좌초된 경험을 가지고 있다. 특히, 정부·여당은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공약사항이고, 인수위 100대 과제인 유아교육 개혁을 보건복지부 관료들의 부처이기주의와 일부 이익집단의 반대표만 의식하고 의약분업사태 운운 하면서 그 본질과 정도를 애써 외면하려 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현 정부·여당 관계자들의 무소신과 책임회피 및 정책조정기능의 부재로 밖에 볼 수 없다. 국가의 정책조정기능을 담당하는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및 당정협의체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부처별 현황 : 유아교육법 추진의 주무 부처인 교육인적자원부의 부총리를 비롯한 관료들은 유아교육개혁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정국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입장을 취하면서 의지와 행동을 보이지 않고 눈치만 보고 있으며, 만 5세아 무상교육의 단계적 추진과 향후 초등학생수 감소에 대비하여 5세아를 K학년에 편입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만 3-5세 유아학교 체제 구축과 유아교육법 제정을 강력히 반대하면서 '보육발전추진위원회'를 통해 금년 6월 국회 제출할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의 골자는 "① 보육대상 연령을 '영유아'에서 '영유아 및 15세 미만의 아동'으로 확대하고, ② 보육대상 범위를 '요보호 대상'(선별적 보육서비스)에서 '모든 대상'(보편적 보육서비스)으로 확대하며, ③ '보육교사 자격인정제'에서 '보육교사 자격증제'를 도입하고, ④ 유치원 교사 자격증 소지자의 보육시설 근무를 배제하며, ⑤ 영아보육, 장애아보육, 방임 및 학대아동보육 등 특수보육서비스를 강화하는 등"[부록 2 참조]을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여성부는 영유아보육사업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면서 유치하려 하고 있으며,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및 여당인 민주당은 유아교육 개혁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부처간, 이해집단간의 의견 대립이 있어 자칫하면 의약분업사태와 같은 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정책조정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내용출처 : 본인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