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온우주론의 홀라키적 세계관
동서양의 위대한 지혜의 전통에 따른 영원의 철학에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와 모든 생명체를 포함한 삼천대천 세계의 이 온 우주는 홀라키적인 존재임을 밝히고 있다. 윌버가 그의 최근의 저서 『성, 생태학, 영성: 진화의 정신』에서 제시한 온우주론을 보면, 존재의 대사슬과 생명의 그물망을 형성하고 있는 온우주 내으 모든 존재와 생명의 창발과 진화의 특성, 그리고 모든 생명의 상호 연결의 패턴을 20가지 교의(원리)적인 법칙으로 집약하여 제시하고 있다. 그 중에 윌버는 온우주론과 이에 따른 그의 존재론적 세계관을 뒷받침하는 모든 실재에 대한 - 의식과 생명에 대한 - 중요한 네 가지 실상은 다음과 같이 기술할 수 있다.
첫째, 모든 실재는 홀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존재계를 포괄하는 온우주는 맨 위에서 맨 아래까지 홀론의 계층적 구조를 갖고 있다. 맨 아래와 맨 위는 단순한 관념적인 표현일 뿐 실제로는 전체란 없고 현재 이 순간의 전체는 다음 순간의 더 큰 전체의 부분이며, 맨 아래로 내려가면 아원자적 입자 홀론보다 더 아래의 쿼크 수준의 홀론에서 아쿼크 수준의 아홀론으로 무한히 계속 내려가지만 현재 물리학의 수준에서는 슈퍼스트링이 춤추는 양자장의 확률 파동의 세계인 자연기氣의 장場만 만날 뿐이다. 다만 궁극적으로 계속 올라가거나 내려가면 인간 의식이나 현대 물리학적 개념에서의 존재의 실상은 맨 아래와 맨 위, 전체와 부분의 개념과 구분이 사라진다.
둘째, 모든 홀론은 작인agency, 공존communion, 초월transcendence, 분해dissolution라는 네 가지 추동력을 공유한다. 먼저, 홀론은 자칫하면 그를 없애려는 환경적 압력에 직면하여 그 자신의 전체성을 유지하고 자기 정체성과 자율성을 보존, 유지하기 위한 능력과 기능인 작인의 인력을 갖는다. 또한 다른 상위의 시스템인 바로 위의 홀론의 부분으로서의 적합성을 유지하기 위한 공존의 인력도 가져야 한다. 이 두 가지에 실패하면 홀론은 없어진다. 다음에는 홀론의 수직적 능력으로서의 인력인 자기 초월성과 자기 분해성을 갖는다. 홀론의 자기 초월적 과정은 진화의 도약과 창조적 점프이다. 이를테면 사물에서 생명으로의 진화를 거친 생명홀론은 사물의 아홀론적 속성을 비환원적으로 스스로 초월한다. 반면에 홀론이 그의 전체성을 유지 보존하는 능력인 작인과 공존을 상실하면 분해되어 버리는 자기 분해성을 갖는다. 홀론의 자기 초월적인 창발적 진화를 - 양자적 진화, 자아실현적 진화를 - 가져오는 추동력의 원인은 단순히 우연이나 일리야 프리고진Ilya Prigogine이 말하는 비평형계의 요동에 의한 갈래치기 현상이라는 말로만 설명할 수는 없고, 온우주 자체의 구조적 짜임의 내재적 원리로서 동양의 이理/도道/법성法性과 서양의 활동하고 있는 정신spirit-in-action이나 창조하고 있는 신god-in-the-making의 섭리로 설명할 수 밖에 없다.
셋째, 홀론은 창조적으로 창발한다. 홀론의 자기 초월적 능력으로 인하여 새로운 홀론이 창발한다. 이를테면 제일 먼저 아원자입자, 다음에 원자, 다음에 분자, 다음에 폴리머(생체고분자), 다음에 세포 순으로 창발한다. 창발된 홀론은 어떤 의미에서 정말 신기할 정도로 새로운 속성을 갖고 있다. 그들은 어떤 방도를 사용하더라도 도저히 그들의 구성요소로는 고스란히 환원될 수 없는 성질과 자질을 갖는다. 이러한 창발적인 조직화의 특성은 자기 조직화의 과정이 진행되는 구성요소 이상의 새로운 속성들이 존재론적으로 생겨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홀론은 그 신기성에서, 그 창발성에서, 그 창조성에서 새로운 속성이 생겨나게 되고 새로운 패턴이 드러나고 새 홀론이 나타난다. 따라서 이 창발성은 비결정성非結定性의 의미를 갖는데, 이는 이전에는 없던 어떤 창발적 홀론 속성이 과거의 속성에 의해서는 결정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온우주는 창조적 창발성의 양자 도약으로 드러난다. 우리는 이같은 창조적 창발성을 갖는 우주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홀론의 창조성은 - 창조적 창발성은 - 절대정신(절대영)이 관여하는 것이다. 절대정신에 대응하는 불교 용어는 공空이다. 절대정신/공이 사물/형식形色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공으로부터 새로운 사물/형색이 창발되고 새로운 홀론이 창발하는 것이다. 이는 우연이 아닌 다른 절대적 원리가 우주를 밀고 있음이 분명한 것이다.
넷째, 홀론은 홀라키적으로 창발한다: 홀론은 언제나 위계적으로 창발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일련의 증가하는 전체/부분으로서, 유기체는 세포를 포함하나 그 역은 아니며, 세포는 분자를 포함하나 그 역은 아닌 것이다. 이는 피할 수 없는 비대칭성과 위계성, 즉 홀라키를 구성하는 것이다. 각각의 더 깊고 더 높은 홀론은 자기보다 더 아래의 것들을 내포하면서 그 스스로의 새로운, 그리고 더 확대된 패턴이나 전체성을 추가한다. 즉 이것을 새로운 전체로서 정의하게 될 새로운 코드나, 규범이나, 형태학적 장morphic field 혹은 작인을 추가한다. 따라서 단순한 전일주의全一主義와 홀라키적 전일주의는 근본적으로 상이한 것이다. 모든 존재는 홀론이고 위계 구조를 가지며 더 상위의 더 높은 차원은 맨 위에서 맨 아래로 무한 중첩되어 있으므로 전일성은 홀라키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보다 실제적으로 홀라키의 특성을 고찰해 보면 자연이나 생명 홀론의 홀라키에서 어느 홀론이 그의 위치를 망각하고 찬탈에 의해 전체를 지배하려고 시도할 때 그 생명 홀론은 병리적이거나 지배적인 위계를 갖게 된다. 이를 테면 암세포는 신체를 지배하고, 억압된 에고는 유기체를 지배하는 등등이다. 병리적인 홀라키에 대한 치유는 홀라키 자체를 제거하거나 없애는 것이 아니라 - 그것은 여하튼 불가능한 일이지만 - 오히려 그 오만한 홀론을 사로잡아 자연스런 홀라키로 그것을 돌려서 통합시키는 일이 바람직하다.(kayjaykim: 이 부분 글자색은 제가 임의로 구분한 것입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윌버의 자연과 생명, 의식의 진화의 모든 수준을 포함하는 전일적인 홀라키적 온우주론의 세계관 속에 윌버의 독특한 홀라키적 세계관이 나타나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홀라키적 존재론/온우주론이 윌버의 존재론과 세계관의 기본 패러다임이다. 그리고 윌버는 생명, 의식의 창발과 진화의 원동력(동인력動因力)이 생명체의 절대영성spirituality에서 나오며 이를 윌버는 활동하고 있는 정신(절대영성, 절대영), 즉 진화의 정신으로 보았다. 윌버의 온우주는 원래 피타고라스 학파의 우주에 대한 정의인 kosmos를 채택한 것으로, 이는 사물 우주(세계)cosmos(물질권physiosphere), 생물계bios(생물권bio sphere), 정신계phyche(인지권人知圈/nous/noosphere), 신계神界/theos(신성의 영역theosphere/divine domain)를 모두 합친 총체적 온우주를 의미한다.
이와 같이 윌버는 그의 정신과학적 영원의 철학에 따르는 존재의 대사슬/대원환의 다차원적 온우주론의 홀라키적 세계관에서, 각 수준에서의 부분과 전체의 상호 투영성, 전일적이며 관계적인 시스템적 존재관을 기본 패러다임으로 정립하게 되었고 모든 것(모든 수준과 차원)은 다른 모든 것과 서로 연결됨으로써 여러 수준/차원이 상호 침투되어 있는 생명의 그물망을 형성한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