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개발"…상온 초전도체, '제2의 황우석 사태' 되나
입력2023.08.04. 오후 6:42
수정2023.08.04. 오후 6:49
이석배 "세계 연구진 따라올 것"
전문가들 "LK-99 회의적"
사진=연합뉴스
한국 연구진이 세계에서 처음 개발했다는 상온·상압 초전도체 ‘LK-99’를 두고 국내외에서 회의적인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LK-99를 개발한 스타트업 퀀텀에너지연구소의 이석배 대표는 4일 “세계 연구진이 (우리를) 모두 따라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LK-99 제조법은 (미국 코넬대 아카이브에) 다 공개했다”며 “전 세계가 후속 연구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퀀텀에너지연구소는 LK-99 관련 논문을 ‘APL머티리얼스’라는 학술지에 투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심사 결과는 2~4주 뒤에 나올 전망이다.
이 대표는 “한 달 정도면 세계 연구진이 다 따라 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조만간 (연구 성과를) 모두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초전도저온학회 검증위원회가 요청한 LK-99 시편과 관련해서는 동료 연구진인 김현탁 미국 윌리엄앤드메리대 연구교수를 통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초전도저온학회는 지난 2일부터 “현재 공개된 논문과 영상만으로는 LK-99는 상온 초전도체가 아니다”는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많은 전문가가 LK-99에 대해 조심스럽게 회의적인 견해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메릴랜드대 응집물질이론센터는 “논문 데이터가 극도로 추정적”이라고 평가절하했다. 1일 “LK-99가 상온 초전도체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던 미국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 연구진도 입장을 바꿨다. 초전도 테마로 급등한 국내 주식은 이날 대부분 폭락했다.
"LK-99 관련 등록특허, 지구상 물리법칙 반하면 취소 가능"
상온 초전도체 논란 지속
세계 최초로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퀀텀에너지연구소가 보유한 특허가 과학계의 검증에 따라 취소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구상의 물리 법칙에 위배되거나 최종적으로 제작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다. 특허 심사 과정에서는 출원 서류에 담긴 화학식 속 물질의 실제 성립 가능성까지는 심사하지 않는다.
○‘등록특허’ 여도 취소 가능
4일 특허정보시스템(KIPRIS) 등에 따르면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상온·상압 초전도체 주장 물질인 LK-99와 관련해 1개의 등록특허와 3개의 공개특허를 갖고 있다.
등록특허는 ‘초전도체를 포함하는 저저항 세라믹 화합물의 제조 방법 및 그 화합물’ 한 개다. 공개특허는 초전도체를 포함하는 저저항 세라믹 화합물, 상온·상압 초전도 세라믹 화합물 및 그 제조 방법 2개 등 총 3개다.
등록특허와 공개특허의 차이는 크다. 등록특허는 특허청의 심사를 통과한 상태다. 특허청이 제출된 서류에 기재된 내용을 살펴본 뒤 특별한 거절 사유를 찾지 못한 경우다. 특허 거절 사유는 기존에 나온 기술과 동일하거나 누구나 쉽게 발명할 수 있어 특허로 보호할 정도의 수준이 아닌 경우 등이다. 등록특허가 되면 특허를 낸 사람이 해당 발명품에 대한 독점권을 갖는다. 반면 공개특허는 특허 출원 서류를 특허청에 내고 1년6개월이 지나면서 자동으로 공개된다.
특허청은 작년 5월 27일 ‘초전도체를 포함하는 저저항 세라믹 화합물의 제조 방법 및 그 화합물 특허’를 심사하고 등록특허로 공고했다. 다만 심사 과정에서 특허청은 해당 물질을 검증하는 행위는 하지 않는다. 특허청 관계자는 “특허 심사관이 심사할 때는 제출된 서류 속 데이터에 대한 신뢰를 바탕에 두고 이전 기술보다 진보성이 있는지 등을 살필 뿐”이라고 했다. 실제 출원된 특허 서류 내 화학식과 해당 화학식으로 물질을 제작할 수 있는지까지는 살피지 않는다는 의미다.
현재 진행 중인 과학계 검증 결과에 따라 등록된 특허라고 하더라도 취소될 수 있다. 특허청 관계자는 “지구상에서 도저히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이 검증된다면 등록된 특허라도 나중에 무효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특허청은 공개특허 상태인 3개의 특허에 대해서는 심사관을 지정하고 후속 절차를 밟고 있다. 아직 특허 거절 통지가 나지는 않았다.
○이석배 대표 “특허관련 아는 바 없다”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는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등록된 특허의 취소 가능성에 대한 것은 특별히 아는 바 없다”고 했다. 퀀텀에너지연구소를 대리해 출원 업무를 수행한 지정훈 진우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특허 출원 과정에서 상온 초전도체 물질을 실제로 봤는지 △화학식 등 출원 서류 속 데이터의 검증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등을 묻는 전화와 문자에 답하지 않았다.
전날 찾은 서울 가락동 퀀텀에너지연구소 사무실은 문이 굳게 닫힌 상태였다. 연구소 문 앞에는 택배로 시킨 음료수만 놓여 있었다. 이 대표의 자택인 이 건물 2층 벨을 수차례 눌러도 내부 인기척은 없었다. 특허 출원 당시 등록 주소지인 서울 성수동 윈스타워 7층 사무실은 작년 봄에 철수했다. 현재는 건강식품 제조사가 창고로 쓰고 있다.
○과학계 검증 가열
초전도는 특정 온도와 압력에서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현상이다. 이렇게 전기 저항을 상실한 물체를 초전도체라고 부른다. 초전도체는 전기 저항이 없어 전류를 무제한으로 흘려 보낼 수 있다. 발전 송전 효율이 혁명적으로 좋아진다. 자기부상 열차, 핵융합발전, 양자컴퓨터 등 미래 첨단 기술에서 사용되는 원리이기도 하다.
초전도 현상은 1911년 처음 발견됐다. 영하 269도로 냉각된 수은에서다. 이후 과학계는 일상 환경의 온도와 압력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물질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영하 250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발견한 연구자는 1987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2015년에는 영하 70도, 대기압 150만 배 초고압 상황에서 초전도 현상이 발견됐다.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인 상온·상압 상태에서의 초전도체 논란은 지난달 22일 시작됐다. 고려대, 한양대 등 출신 연구진으로 이뤄진 퀀텀에너지연구소와 관련 있는 한 연구자가 지난달 22일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아카이브를 통해 관련 논문 2편을 공개하면서다.
논문과 특허 등을 통해 공개된 LK-99의 제조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산화납과 황산납을 섞은 뒤 가열해 황산화납을 만들고, 구리와 인을 섞어 인화구리를 제조한다. 이후 황산화납과 인화구리를 섞어 섭씨 725도에서 24시간 구우면 된다. 그 결과 납을 기반으로 한 인회석(아파타이트) 구조가 만들어진다. 아파타이트는 육각 기둥 모양으로 원자 배열이 반복된 형태를 의미한다. 이렇게 제조된 납-아파타이트는 상온·상압 초전도성을 갖는다는 것이 퀀텀에너지연구소의 주장이다. 국내외 과학계는 퀀텀에너지연구소의 주장을 한창 검증하고 있다.
김진원 기자, 이해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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