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종우 신부
+찬미예수님
윤리신학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자주 제기되는 질문은 과연 “인간은 악한 존재인가, 선한 존재인가”입니다. 윤리란 인간이 악한 행위를 저지르지 않도록 도와준다는 의미에서 인간의 악함을 전제하는 듯 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간의 본성은 변화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 제기됩니다. 이것은 다양한 문화 안에서 이미 결론이 나있는 듯 한데 다음과 같은 격언들에서 이 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라틴어 격언을 보면, Lupus pilum mutat, non mentem. 즉, “늑대는 털을 바꾸어도 마음은 바꾸지 않는다”는 말이 있고 영어 격언에는, A leopard can’t change its spots. 즉, “표범도 자기의 얼룩을 바꿀 수는 없다” 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한국의 속담에도 “제 버릇 개 못 준다”라는 말을 통해 인간의 본성이 변하지 않음을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윤리신학의 입장은 이와 다릅니다. 인간은 악으로 기울어지는 나약함을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악을 피하고 혹은 죄를 뉘우치고 다시금 선으로 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얼마든지 변화될 수 있음을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교회의 역사 안에서 변화된 수많은 사람들을 알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여전히 부족한 인간이지만 그래도 어린 시절 저의 행실과 생각을 돌이켜 보면 사제가 되고자 마음을 먹고 교육을 받음으로써, 그리고 사제 생활을 함으로써 조금은 나은 인간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예는 무엇보다 오늘 복음의 이후에 나타나는 제자들의 모습을 통해 결정적으로 드러납니다.
오늘은 주님 승천 대축일입니다. 오늘 복음과 독서는 그리스도의 승천에 대한 사실을 사도들의 증언을 통해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제 예수님께서는 하늘에 오르시고 더 이상 사람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실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은 예수님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며 온 지역에 그리스도를 증언하고자 노력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는, 2000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들과 같은 신앙으로 예수님을 맛보고 느낄 수 있습니다.
사실 제자들에게 주님의 승천은 참으로 두려운 것이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통해 주님이 어떠한 분인지 이제야 가까스로 깨닫게 되었는데 하늘로 떠나신다는 것은 서운함과 불안감을 동반했습니다. 여전히 학식이 부족했고 설교를 할 만한 수준도 아니었으며 그들을 비난하고 질시하는 세력들은 언제든 공격해 올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오늘 1독서에서, 예수님이 승천하신 뒤 망연히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제자들에게 두 천사가 나타나 말합니다.
“왜 하늘을 쳐다보며 서 있느냐? 너희를 떠나 승천하신 저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올라가신 모습 그대로 다시 오실 것이다.”
바로 이 순간, 두려움과 걱정으로 가득 차 있던 제자들의 삶이 완전히 변하게 됩니다. 예수님의 죽음 앞에서 뿔뿔이 도망쳤던 사도들이 이제는 성령의 도움으로 용기를 얻어 군중 앞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잡히면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예수님의 부활과 승천을 증언하게 됩니다. 한두 명도 아닌 모든 사도들이 다른 먼 나라까지 나아가 예수님을 증언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들의 삶이 이토록 극적으로 변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그들이 예수님의 승천을 직접 목격한 이후, 비록 물리적으로는 주님과 멀어졌지만 또 다른 신비로운 방식으로 “주님께서 그들과 함께 하신다”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오늘 2독서의 바오로의 선언처럼, 하늘에 올라 하느님의 오른편에 앉으신 예수님은 이제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그들과 함께 계시지 않으십니다. 하지만 그분의 “떠나가심”은 새로운 차원에서 그들과 “더 가까이, 함께 계시기 위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승천 이전, 제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기신 메시지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오늘의 복음, 즉 마태오 복음의 마지막 구절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이 말씀은 단지 제자들에게만이 아닌 우리 모두에게 하시는 말씀입니다. 주님께서 당부하신 사랑을 실천하고 주님께 마음을 둘 때 우리와 함께 계실 것이라는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오늘의 주님 승천은 주님과 우리의 물리적 멀어짐을 뜻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와 더욱 가까이 계실 것임을 약속하는 아름다운 사건입니다.
주님께서는 생전에 말씀하셨듯 기도하는 곳이라면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실 것이며 힘을 북돋아 주십니다. 우리가 힘들고 어려울 때, 외롭고 쓸쓸할 때 함께 하시며 실패와 좌절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을 때 그분께서 다가오십니다.
물론 이를 위해 우리는 반드시 “사랑”이라는 모범을 보여주신 예수님의 행적을 따라야만 합니다. 영악하고 이기적인 인간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사랑이라는 유일한 방법 밖에 없는데 바로 이것이 주님이 우리와 함께하실 수 있는 유일한 전제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승천하신 예수님께 온전한 마음으로 기도하며 다시 예수님을 뵙게 될 날까지 우리를 사랑으로 보호해주시고 그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용기를 주시길 청하시길 바랍니다.
또한 한편으로는 제자들이 변화하기까지의 여정이 꽤나 길고 고통스러운 여정이었음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승천을 보기 전까지, 먼저 예수님과 함께 살면서 그분이 누구신지 배워야 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누구인지를 깨닫기 위해 필요했던 것은 그분의 수난, 죽음 그리고 부활을 체험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과정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의심과 고통의 여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이 과정 안에서 예수님이 누구신지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그 안에 숨겨진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그들은 모든 의심과 한계를 극복하고 복음 전파를 위해 파견될 준비를 갖추게 됩니다.
우리의 삶이 가끔 녹록치 않고 슬픔으로 가득하다면, 이러한 제자들의 여정을 기억하십시오. 그리고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시기로 약속하시는 예수님의 손길을 기억하십시오. 바로 그러할 때 주님은 다시 오시고 우리의 본성은 변화될 것입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예수님의 사랑을 기억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오르셨는데, 구름에 감싸여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지셨다.” 아멘.
《어린이 강론 동영상》 https://youtu.be/NMnprYvNzEk
[방종우야고보 신부님/서울대교구 청담성당 부주임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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