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버지 역시 뇌 전이로 방사선 10회 받으신 후 손과 발등에 전체적으로 힘이
다 빠지셨어요. 그래서 저희는 틈이 날때마다 격렬한 운동까지는 아니여도 아버지와
산책을 나가거나 동네 주위를 돌곤 했져. 지난 월요일날 엄마도 일이 있어서 집을
잠시 비운 사이에 아버지가 혼자 운동을 하시겠다며 밖을 나가셨나봐요. 그런데 갑작
스레 쓰러지셨더라구요. 경찰서에서 연락을 받고, 한강성심병원 응급실로 달려 갔습
니다. 놀랜것도 놀랜거지만... 아빠가 괜찮을까 너무 걱정되는 마음에 정신없이 갔는
데... 아빤 그때의 충격으로 뇌출혈이 일어난 상태였고요... 또 그때의 일을 전혀
기억 못하고 계셨어요. 계속 똑같은 말만 되풀이 하시면서 여기가 어디냐고 그 말만
하시더라구요. 아빠가 원래 치료를 받던 병원이 있어서 그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그런데 응급실에 환자가 너무 많아 병원 복도에서 5시간이나 기다렸습니다.
밤 10시가 한참 넘어서야 응급실 침대에 누웠는데 간호사 분들만 왔다갔다하고
선생님들은 오시지 않더라구요. 너무 답답한 마음에 어떻게 좀 해야 하는거 아니냐
간호사 분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환자가 너무 많으니깐 기다리시라고...
우선 응급실 들어오기전에 찍은 엑스레이와 뇌 ct면 된다구... 마냥 기다리고 있
다보니 주치의란 분이 오더군요. ct로는 정확치 않으니 MRI를 찍으라구요. MRI를 찍으면
환자가 넘어진 원인을 찾을 수 있다구요. 전이된 종양으로 뇌에 출혈이 생겨 넘어지게
된건지, 아니면 단순히 방사선과 항암 치료 등으로 팔, 다리에 힘이 빠져서 걷다가
넘어진건지 알 수 있다고요. 더군다나 응급 환자니 MRI를 빨리 판독해서 입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씀 하시더라구요. 저희는 MRI를 찍고 계속 기다렸습니다. 6시간
넘게 기다려도 선생님은 오시지 않았어요. 그 와중엔 아빠는 계속 극심한 두통을 호소
하시는 동안 선생님이 오셔서 하시는 말씀이라는게 약간의 출혈이 보이고 있다며
신경외과쪽에서 혈관을 보는 CT를 찍으라고 하니 그거 찍고 오라고 하시더군요. 그러
면서 그나마 여기 응급실에서 고통을 줄이는 진통제 등을 놓고 해서 저렇게 상태가
양호한거라고 보호자들이 환자 상태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라고... 갑자기 너무 화가
나서 도대체 어떤 응급 조치를 해줬냐고 몰핀 한번밖에 더 놔줬냐고, 수액 한 팩, 몰핀
한 번이 응급 조치냐고 환자 상태가 심각하다면서... 계속 검사만 하고 기다리라고만
하고 환자는 머리가 너무 아프다는데 어떤식으로 조치를 해줬냐고 말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주치의 하는 말이 입원해서 검사를 더 해보고 경과를 지켜보자고 하더군요.
얼른 혈관 보는 CT부터 찍으라길래 뭐라 말도 못하고 검사를 하고나니 아빠의 상태가
더 나빠지더라구요. 계속 구토에 누워서도 몸을 못 가누고 눈동자도 풀리고... 입원실
이라도 달라고 간호사들에게 이야기를 해도 입원실이 없으니 기다려라 아마 3~4일은
기다려야 할꺼다라고 하더군요. 그냥 이유도 모르게 너무 눈물이 나더군요. 아빠 앞에서
울수도 없고해서 입술에 멍이 들도록 꾹 깨물고 있었습니다. 응급실 현실이 전혀 이해
안가는건 아니지만... 응급실 밖에선 응급실에 자리 없어서 기다리고, 응급실에선 선생
님 못 만나서 마냥 기다리고, 입원을 하라고해도 입원실이 없다고 마냥 기다려야하고...
또 다른 암환자 분이 한 분 응급실에 계셨었는데요 갑작스레 간호사들이 부산하며 임종
이야기를 나누더군요. 병실을 요청해도 병실이 없다고 커튼을 쳐서 가족들에게 임종을
지키게 하는 모습에... 그냥 마냥 눈물이 났습니다.
넘어진 그 충격인지 아빠 상태가 무척 안 좋아졌어요. 사람도 못 알아보고 말도 더듬고 그런
상태가 반복되네요. 신경외과 교수님은 방사선 치료로 지능이 떨어지는 등의 상태가
나타날수도 있다고요. 뇌출혈만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나쁜 상황은 아니였을텐데
하는 그런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그래도 또 기적을 생각하며 기운내야 하겠져?
퇴근하고 얼른 맛있는거 사서 아빠에게 갈렵니다.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이렇게 두서없이 글을 썼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또 조만간
글 남길께요.
첫댓글 힘내세요..^^
힘내세요 꼭 괜찮아지실꺼에요^^^^^^^^^^^
아....우리의 의료현실이 언제나 개선 되려는지 안타깝군요. 님의 마음이 가상스러워 가슴이 메어집니다
제가 어제 경험한 일을 그대로 격으셨군요... 설악에서 친구남편이 갑작스런 두통과 어지러움 구토증상으로 근처병원에서 ct찍어보니 뇌전이라하면서 치료받던 병원으로가라해서 택시로3시간걸려 도착하니 님과 똑같은 절차에 가슴만 치며 동동거렸답니다. 무향님 말씀처럼 의료현실 참으로 안탑깝습니다.
사람의 생명을 그냥 돈벌이로 생각하는 병원 안타깝네요
누구에기나 일어날수 있는 일들인데...가습이 아프네여... 하지만 기운내세요...꼭 좋아지실 겁니다. 우리들의 부모님은 그렇게 약하지 않아요~!!
저희도 비슷하게 겪고 왔네요. 응급실 휠체어에 앉아서 꼴딱 밤새고 결국 신경외과 교수님을 만나는데 또 꼴딱 하루반나절을 기다려야했습니다. 말로 할 수 없는...일들이....며칠사이 많이도 일어났지요...그래도 우리 약해지지 말고 힘내서 꼭 부모님 암 이겨내요!!!
이런저런 현실이 너무 슬픕니다. 그럴수록 더 강해 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