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 소록도 가는 길 ( 89회 )

[일향 이봉우]

                   제 89장,

순영은 유민 대신에 그와 같이 일을 해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안다.

그동안 유민은 자신의 일처럼 열심히 최선을 다 해 일을 해 주었고 한 가족처럼 자신을 늘 생각하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제 유민은 고향에 가게를 차릴 모든 준비가 다 되어 있고 약혼자가 기다리고 있다.

순영은 그런 유민을 위해 많은 선물을 준비한다.

또한 순영은 이제 복지관의 건립을 위해 양계장 한곳을 처분할 생각이다.

한 곳을 처분하고 나면 러시아 부부와 함께 얼마든지 일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이고 한결 일이 줄어들 것이다.

요즘 외지 사람들이 많이들 들어오고 있는 곳이라서 내 놓기만 하면 생각보다 좋은 값에 매매가 이루어진다.

좁은 집이지만 러시아부부와 함께 한 집에서 기거를 할 생각이다.

어차피 종현이는 집에 와서 있을 시간이 없다.

종현이의 방을 비워두는 것보다는 다소 불편하겠지만 그렇게 한 집에서 살아가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그들 부부에게 양해를 구한다.

그들 부부는 해고하는 것만 아니라면 좋다는 대답이다.

박효숙 역시 순영의 생각에 따라준다.

이제 순영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협조를 해 주고 있는 박효숙이다.

순영은 유민을 인천공항까지 데려다 주기로 한다.

“사장님!

제가 혼자 가도 됩니다.“

”그래도 되는 거를 내사 모르나?

핑계 김에 내도 서울을 가서 우리 종현이도 보고 내 엄니도 보고 오려고 그러는 거이지.“

“그러면 공항까지 제가 운전을 하고 가겠습니다.”

“그리 하이소.

그라고 누님이나 매형에게 꼭 안부를 전해주소.“

순영은 지금도 정씨 부부를 생각한다.

유민의 트렁크는 세 개나 된다.

이곳에 나올 때는 작은 가방 하나만을 달랑 들고 나왔던 유민이다.

그런 유민이 들어갈 때는 커다란 트렁크가 세 개나 된 것이다.

결혼을 위해 자신의 신부에게 줄 선물과 가족들의 선물 그리고 그동안 이곳에서 사 입었던 옷들이다.

“유민씨, 부자 되어서 가니 내도 참으로 좋소.”

“네!

이 모든 것이 사장님 덕분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누님과 매형께서도 지금까지 늘 사장님을 잊지 않고 계시다고 하시네요.

사장님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맨 손으로 들어가 그 고생을 평생 할 것인데 지금은 참으로 편안하고 행복해 하시더군요.“

”그것이 어데 내 때문이오?

정씨 부부가 을매나 성실하게 일을 해 주었는지 내도 한시도 잊지 몬하고 있다는 거 아이오?“

”제게도 너무 잘 해 주셨고 믿음을 주셨기에 참으로 그 고마움을 평생 동안 잊지 못할 것입니다.“

유민은 진심으로 순영을 잊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온갖 어려움과 수없이 많은 장애를 딛고서 굳건히 일어서는 여장부를 본 유민이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결코 좌절하거나 쓰러지지 않는 여장부라고 생각하는 유민이다.

작고 조그만 몸매에서 어디에서 그런 힘과 용기가 솟아나는 것일까 싶은 생각을 하면서 그런 순영을 유민은 존경한다는 생각을 한다.

한없이 나약하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가녀린 몸매였다.

그러나 깊고 넓은 마음과 다른 사람들을 포용하는 수없이 넓은 가슴을 지닌 순영의 따뜻하고 정이 넘치는 성품을 사랑하고 있는 유민이다.

“사장님!

이곳에 와서 사장님으로 인해 돈을 벌고 성공을 하고 돌아가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사장님께 배운 것이 너무 많습니다.

사장님의 사랑과 이해와 깊은 포용력을 저도 배우고 느끼면서 제 인생의 좌표로 삼아 일생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순영은 그렇게 유민을 보낸다.

오랜만에 편안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친정엘 들어선다.

친정은 언제나 활기가 넘치고 어머니의 모습은 여전히 편안해 보이며 이젠 연세가 많으신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정하시다.

이여인은 한참을 순영을 잡고 딸의 얼굴을 보고 또 본다.

참으로 기구하고 불쌍한 딸자식이다.

순영을 생각하면 잠을 자다가도 가슴이 아프고 안쓰러워 잠을 잊게 하는 딸자식이다.

“아픈 곳은 읎제?”

“야!

아픈 곳은 읎습니더!“

“그라도 이자는 니 몸을 돌봐야 할 나이인기라!”

이제 동욱이네도 아이들이 모두 결혼을 해서 식구가 줄어들었다.

큰 아들 상우도 결혼과 동시에 다른 살림을 내 보내고 작은 아들도 딸도 모두 결혼으로 집을 떠나 위층은 이제 종현이가 혼자서 차지하고 사는 것이 되어버린 모습이다.

순영은 이제 종현이도 독립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오빠!

이제 우리 종현이도 독립을 시키면 우짤까 싶습니더!“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종현이를 와 독립을 시키노?

종현이가 그리 하겠다고 하드나?“

“아이라예!

아무래도 이제는 그러는 거이 좋지 않겠나 싶어 묻는 것입니더!“

“안 된다.

종현이마저 집을 떠나믄 어무이가 더 허전해서 되것나?

결혼 할 때까지 만이라도 이곳에서 함께 데블고 있는 거이 신경을 쓰지 않아도 좋지 않것나?“

”그 말씀도 좋지만 우리 종현이가 원하믄 그리 했으면 합니더!“

종현이는 다른 날보다 일찍 귀가를 한다.

어머니가 올라오신다는 연락을 받았던 것이다.

이제 종현이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전임강사로 나가면서 박사과정을 이수하는 것이다.

순영은 종현이의 멋진 모습에 늘 행복해한다.

저녁을 먹고 나서 온 가족이 둘러앉는다.

“종현아!

이제는 니도 독립을 하는 거이 어떻노?“

”독립요?

어머니!

독립보다는 결혼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혼?

사귀는 아가씨가 있노?“

”예!

이미 이모도 보셔서 알고 계십니다.“

“그래?

참말로 좋은 일이 아인가?

우리 종현이가 결혼을 생각하다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노?

내사 이곳에 있을 때 내일이라도 데블고 오니라!“

“아닙니다.

제가 어떤 곳에서 살고 있는지 직접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아가씨도 미혼모의 자식입니다.“

“어떤 집안이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데이.

너희 둘이 진심으로 사랑한다믄 그것으로 엄마는 좋은 것이다.“

”네!

이번 주말에 데리고 내려가겠습니다.“

모두들 종현의 결혼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종현이는 같은 대학에서 만난 소희와 몇 년을 교재하고 있었다.

이소희는 미혼모의 몸에서 태어나 아버지를 모르고 살아왔다.

그녀 부모는 서로 사랑하면서 집안의 반대로 결혼을 하지 못하고 헤어져 엄마 혼자 소희는 낳고 평생을 소희 하나만을 바라고 살아왔다.

지금 차소희는 대학을 졸업하고 고등학교 영어선생으로 재직중이다.

“니가 결혼할 아가씨가 고등학교 영어선생님이라고?”

“네!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가고 있는 참한 사람입니다.

아마 어머니도 소희를 좋아하시게 될 것입니다.“

”그라고 보이 우리 집안에 교수님들과 선생이 많아져 참말로 좋다.“

이여인이 손자며느리가 선생이라는 말에 흐뭇해한다.

순영 역시 며느리 될 사람이 고등학교 선생이라는 말에 흐뭇해진다.

집으로 내려간 순영은 새 며느리가 될 사람을 위해 음식을 준비한다.

박효숙 역시 종현이가 신부 감을 데리고 온다는 말을 듣고 기뻐한다.

“양가 부모가 다 있는 아가씨였다면 좋았을 걸 그랬다.”

못내 아쉬운 것이 신부 감 역시 미혼모의 자식이라는 것을 박효숙은 안쓰러워한다.

“어무님!

그런 것들이 무신 소용이 있겠습니꺼?

둘이서 서로 사랑하고 행복하게 산다면 그런 것은 아무러면 우떤가예?“

”그렇기는 하다마는 그래도 우리 종현이가 장인사랑을 듬뿍 받는 모습이 좋지 않겠냐?“

”야!

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이 어떤 사람인가 하는 거입니더!

아무리 부모가 좋은 사람이라도 본인이 힘들고 피곤한 사람보다는 서로 사랑하고 아껴주는 마음이 제일이라요.“

박효숙은 있는 솜씨를 발휘해서 음식을 한다.

종현이는 이른 아침에 출발을 하겠다는 전화를 한다.

순영은 더욱 바빠진다.

점심때쯤이면 도착하리라는 생각을 하고 박효숙과 부지런히 손을 놀려 음식을 준비한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종현이 도착한다.

“할머니!

어머니, 저희들 왔습니다.“

종현이의 음성으로 박효숙과 순영은 주방에서 나온다.

“우리 아들 왔나?

어서들 오너라!“

종현이의 뒤에 곱게 한복을 입은 소희가 따라 들어온다.

“먼 길을 오느라 고생이 많았다.

어서들 올라 오그라!“

종현이는 손에 들어 있는 물건들을 내려놓고 소희가 들어가도록 기다린다.

그들은 박효숙과 순영에게 큰 절로 인사를 한다.

“오느라 고생 많았제?”

“어머님!

그리고 할머님!

이렇게 초대를 해 주시고 환대를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소희는 예의바르게 인사를 한다.

순영은 소희의 참한 모습에 마음이 안심이 된다.

억척스럽지 않고 조신하고 참한 인상이 마음에 든 것이다.

박효숙 역시 소희의 모습에 안도의 숨을 내 쉰다.

“어머니!

소희가 준비해 온 것들입니다.“

”그냥 와도 되는 것을 뭐 하러 이렇게 많이 준비했노?

이곳에 들어서면서 닭똥 냄새가 많이 나제?“

”아닙니다.

동네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동네하고는 다르다는 것을 생각을 했지만 맡기 힘들 정도는 아닙니다.“

소희는 소희 나름대로 순영을 보면서 안심을 한다.

작은 체구이기는 하지만 단단하고 따뜻한 인상을 느낀다.

점심을 먹고 나서 소희는 종현이를 따라 양계장을 둘러본다.

생전 처음으로 보는 양계장이었다.

계란을 주어들기도 하고 수많은 닭들을 보며 놀라워하지만 소희는 이곳저곳을 구경한다.

닭똥냄새로 인상을 쓰지 않고 종현이를 따라다니며 이것저것을 묻곤한다.

그런 소희의 붙임성 있는 상냥한 성품을 보며 순영의 얼굴에는 웃음이 번지고 있다.

종현이의 결혼은 급진적으로 이루어진다.

양가 모두 집안이 번잡한 것도 아니고 체면치례를 내 세울 것도 없다.

상견례라고 해야 소희 어머니와 외삼촌이 전부였고 순영과 박효숙 그리고 이모와 삼촌이 또한 전부였다.

순영은 모든 결혼식 준비를 순미에게 맡긴다.

이미 집은 준비가 되어 있었고 집의 살림은 신부 측에서 알아서 하는 일이니 순영으로서는 별다른 신경을 쓸 일은 없다.

순영은 소희에게 문이옥으로부터 받은 패물함을 건네준다.

“아가!

이것은 내 양어머님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너그들이 바라는 명품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값지고 소중한 것들인기라.

니 마음에 들었으면 한데이!“

소희는 패물함을 열어보고 놀란다.

“어머님!

이 좋은 것들을 제가 받아도 되는 것인지요?“

“오야!

내가 니 아니믄 줄 사람이 누가 있겠노?

니도 보다시피 내 손이 이래가 한 번도 끼워보지 몬하고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던 것들이다.

행여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으믄 새로 새팅을 해도 좋다.“

“아닙니다.

이 상태로 소중하게 간직을 하겠습니다.“

소희는 순영의 깊은 마음을 간직하겠다는 듯이 말을 한다.

글:   일향     이봉우

[마라톤맨]

아~~~~~~~지욱이가있으면 며느리될 소희을 얼마나이뻐했을까요
생각하니 내마음이 징하네요 유민씨도 잘되여서 고국으로갈수있어고
모두가 늦게나마 축복받는것갔아 마음이 좋네요

[일향 이봉우]

그럼요, 얼마나 기뻐하고 행복했을지요.

[힌바우]

이제 지욱이도 결혼을 하게 되는군요....
이제 만 남았네요.....

[일향 이봉우]

지욱이가 아니라 종현이가 결혼을 합니다. ㅎㅎㅎ

[힌바우]

....
이런 실수가.........
맞아요..
현이가...요.....

[채움]

종현이가 대견하네요
그러나 마음 한켠엔 아픔이 밀려옵니다

[일향 이봉우]

남의 자식이라도 정말 잘 자라주었답니다.
지금 사회에서 큰 일꾼으로 자리매김을 단단히 하고 살아가고 있답니다.

[행복]

어젠 뭘 한다고 이제야 읽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