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인도에 있는 내과병원에 들러서 공복혈당을 체크한 뒤에 당뇨약 2개월분 처방전을 받았다. 공복혈당138. 제법 높다. 그래도 두 달 전보다는 낮아졌다.
여의사는 요즘 무엇을 먹으냐고 물었다. 나는 시골에서 가져 온 홍시를 하루에 예닐곱 개씩을 먹는다고 대답했다. 의사는 과일에도 당분이 많이 있기에 감, 특히 홍시는 하루에 두 개 이하로 줄이고, 밤과 대추 등도 조금씩만 드시라고 말했다. 내가 엄청나게 좋아하는 군것질이다.
체중은 66.6kg. 키 164.4cm 작은 키에 비하여 아직도 살이 많이 쪘다는 뜻이다.
의사는 당뇨병 환자는 살이 쪄도 안 되고, 살이 말라도 안 된다면서 적절한 몸무게를 유지하라고 했다.
내년 2월 3월에는 당화혈색소 검사를 해야 할 터.
당뇨약 2개월 분, 위염약 1개월 분치를 처방받았다.
귀가하면서 인근에 있는 알라딘 서점에 들렀다.
'우리말 산책' 이익섭 지음을 샀다. 이익섭 씨는 국립국어연구원장을 역임했고, 서울대 명예교수이다.
책 산 이유는 있다.
채소인 부추에 대한 지방어가 지도로 표시되어 있었다. '한국언어지도'.
내가 태어나서 자랐던 충남 서해안 보령지방에서는 부추를 '졸'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지금은 거의 다 '부추'로 부른다.
부추에 관한 지방언어는 '부추, 분추, 부초, 분초, 푸추, 뿐추, 솔, 소불, 소풀, 졸, 줄, 정구지, 정고지, 세우리' 들이다. 14개이다.
내 어렷을 적 입말은 '졸'이었다. 나는 학교에서 표준어로 공부했고, 또 대전에서, 서울에서 수십 년 살았기에 어느새 '부추'로 통일된 언어를 쓰고 있다.
부추에 대한 한국언어지도는 현행 행정지도와는 상당히 다르다.
경기 강원도는 같은 영역으로, 충남은 충북을 살짝 물어서 단독으로, 충북은 충남을 살짝 물고는 경상북도와 부산과 한 영역이다. 옛 가야지역(마산 부근)은 현 전라북도와 전남 지역을 물었다. 옛 가야지역은 마산 위이다.
내가 사는 보령지역 밑에는 서천군이 있다. 서천군은 금강을 끼었기에 언어는 전북 군산에 무척이나 가깝다. 즉 서천군은 전라도 언어에 밀접하다. 서천군 바로 위쪽에 붙은 보령지방의 말투는 충청 서해권이면서 전라도 군산에 가깝다.
위 한국어지도를 본니 영락없다. 어쩌면 500년, 600년대의 옛 3국인 고구려, 백제, 신라와 가야지방 언어가 현재에도 이어진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이 작은 도표 하나라도 많은 것을 암시하고 있다.
한국어지도 도표가 마음에 든다.
이것 하나로도 책 잘 샀다.
'야생초 편지'로 베스트 셀러를 썼던 황대권 씨의'고맙다 잡초야 고맙다'를 샀다.
부제는 '야생초 편지 두 번째 이야기'.
형만한 아우는 없다는 듯이 최초의 야생초 편지보다는 맛이 줄어들 것 같다. 그래도 읽으면서 건달농사꾼인 나를 들여다 보아야겠다. 그 흔해빠진 풀(잡초)에서 생태철학을 이끌어 내고 싶다.
귀가하면서 잠실 재래시장에서 알밤을 샀다.
밤알이 제법 크고 굵기에 내년에 씨(종자)로 삼고 싶었다.
38개에 10,400원. 한 개당 273.7원이니 무척이나 비싸다.
'그게 왜 샀어요? 냉동고 안에도 잔뜩 있는데... 제발 좀 농약을 치세요. 시골 텃밭에 있는 거나 잘 가꿔요'라는 지청구를 또 들었다. 아내한테 '씨 할려고 샀다'는 내 말에는 힘이 줄어들었다.
맞다. 시골 텃밭 세 군데에 있는 밤나무만 잘 가꿔도 무척이나 많이 따고 줏을 게다. 그래도 욕심내서 굵은 밤톨을 골라서 땅에 묻고는 묘목으로 생산하고 싶다. 먼 훗날 내 자식들이 입맛을 다시게끔.
나는 어쩔 수 없는 촌늙은이다. 밤톨이 굵다고 여기면 씨(종자)로 삼으려고 하니.
있는 것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도 좋은 종자는 자꾸만 확보하려고 한다.
당뇨병 환자인데도 단 것(과일류)를 좋아하니 조금은 걱정이다.
의사는 걸으라고 권한다.
게을러빠진 나는 걷기는 커녕 책 읽으려고 두 권 샀는데...
시골에서 살고 싶다. 낮에는 힘들여서 텃밭에서 씨앗 뿌리고 풀 뽑고, 밤에는 일기 쓰면서 삶을 되돌아보고 싶다.
그런데도 처자식이 있는 서울에서 사니 게을러진다. 또 자꾸만 추워지니 바깥 나갈 일도 줄어들 터.
인터넷 카페에서 노닥거려야 하나 보다.
잡글 쓰다보면 비겟살이나 또 찌겠지.
2017. 11. 13. 월요일.
첫댓글 건강하세요
예.
대답은 잘 합니다.
고맙습니다.
맞아요.
충청도가 고향인 우리 어머니나 나나
어머니 살아계실 때, 부추보다는 '졸'이라는 표현을 썼지요.
지금도 서점에 들려 책을 사서 읽으신다니
부럽습니다.
저는 책보다는 주로 인터넷상에서 전자책을 읽거나
글들을 꺼내봅니다.
지금 책장이나 장롱에서 아직 읽지 못하고
잠자고 있는 책들은
'남은 날만이라도 후회 없는 삶을 살다가
일에서 은퇴한 긴 노후에
아무도 찾아오는 이 없어도 책을 벗 삼아
마냥 행복할 수 있는 사람 되는 것이 소망이다' - 제 시 '만60세, 젊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2' 중에서
버리지 않고 일에서 은퇴한 노후에 한 편 한 편
읽고 음미할 계획입니다.
책을 읽는 스타일이 다르군요.
저는 책을 사되 별로 안 읽습니다. 책 제목만으로 짐작할 수 있기에.
그래도 오랫동안 쌓아두고, 쳐 박아 두어도 책이 주는 뜻은 크지요.
제 취미라고는 대형서점에서 책 고른다는 거. 좋은 책이면 손때를 무척이나 많이 묻히지요.
모두가 다 스승이지요.
진짜 스승은 바깥에 있지요. 운동화 끈 졸라매고는 무조건 바깥으로 나가면... 모든 게 다 스승이고 글감이 되지요.
그 좁디좁은 책속에 갇히는 것보다는 하늘, 해, 별, 바람, 새, 작은 벌레, 풀 들이 진짜로 슬기로운 삶의 지혜를 주지요.
님은 시력이 무척이나 좋은가 봅니다. 전자책 읽고 있다니...
댓글 고맙습니다.
홍시 많이먹으면 변비생긴다네요
조금은 맞는 말이고, 더러는 틀린 말이지요.
아니라는 연구도 있다고 하대요.
적당히 먹으면 괜찮겠지요.
저한테는 당뇨환자이기에 변비보다는 당뇨가 더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