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01. 산업혁명의 역사와 흐름
이번이 4차 산업혁명이니까 그 앞에 분명 1차, 2차, 3차가 있었겠죠. 그럼 ‘1차, 2차, 3차 산업혁명이 과연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었을까?’, ‘환경에는 도움이 되었을까?’ 라는 다소 부정적 측면들을 먼저 살펴보고자 합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는데. ‘이게 과연 좋은 걸까요?’, ‘진짜 4차라는 말은 맞고, 혁명이라는 말은 맞을까요?’ 라는 근원적인 질문부터 시작하겠습니다.
▣ 1차 산업혁명의 명암 –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과 자본가, 노동자 계급의 출현
1차 산업혁명은 주로 18세기 중반에서 19세기 초에 일어난 산업혁명으로, 증기기관이 만들어지고 섬유 산업이 발달하는데, 영국에서 시작, 그다음 프랑스나 독일로 번져 갑니다. 왜 하필 이때 증기기관이 만들어졌을까요? 증기를 만들려면 석탄도 필요했을 텐데, 증기기관을 아무 목적도 없이 만들진 않았을 겁니다. 뭔가에 이용하려고 만들었겠죠.
증기기관이 생긴 첫 번째 이유는 물을 퍼내기 위해서입니다. 당시에 산업이 조금씩 발달하다 보니 여러 쓰임새가 생기게 됩니다. 그중에서 철이나 석탄을 많이 쓰게 되는데, 석탄이나 철을 캐내려니 광산 밑으로 점점 깊이 들어가는 거예요. 땅을 10미터쯤 파다보면 대부분의 경우 땅속에서 지하수가 나와요. 하늘에서 내린 비가 전부 강으로만 가는 게 아니라 땅으로도 들어가므로 지하의 투수층과 불투수층 사이에 물이 고여 있다가 땅을 파면 나오는 겁니다. 철광석을 캐는 철광이나 석탄광도 똑같습니다. 깊이가 얕을 때는 상관이 없는데, 깊은 곳에 물이 차면 사람이 못 들어가잖아요. 그럼 물을 퍼내야 돼요. 처음에는 사람 힘으로 퍼내는 데 한계가 있겠죠. 움직도르래도 있고 고정도르래도 있으니까 쉽지 않을까 싶지만, 생각보다 어려워요. 그래서 말을 이용해요. 말을 부려 퍼내다가 말 대신 쓸 수 있는 뭔가를 만들자고 해서 시작된 게 증기기관이었습니다.
그 다음은 운송 수단에도 사용했죠. 철도를 깔고 석탄과 철광석을 기차로 이동시키는 데 증기기관이 사용됐습니다. 나중에는 방적기에 사용합니다. 옷을 만들려면 천이 있어야 하는데, 천을 만들려면 가로세로를 짜잖아요. 이렇게 짜는 과정 자체를 전부 증기기관을 이용합니다. 이러면서 1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는데, 이때 유명한 사건이 많이 일어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 이라는 겁니다.
바로 ‘기계 파괴 운동’ 입니다. 왜 기계 파괴 운동이 일어났을까요? 그전까지는 섬유 짜는 일을 모두 사람이 했어요. 전문적으로 잘 짜는 장인들이 있었는데, 이 사람들이 현대의 노동조합과 비슷한 ‘길드’를 형성했어요.
그 당시 영국에선 밀농사 짓던 농민들의 땅을 귀족들이 전부 빼앗아 거대한 목초 장을 만들고, 거기에서 양을 키워 양털을 생산했어요. 따라서 밀 재배를 하던 농민들은 전부 농촌에서 쫓겨나 도시로 오게 됩니다. 도시에 와서 허드렛일이라도 해야죠. 이렇게 값싼 노동력이 도시로 모여들 무렵 방적기가 개발됩니다. 이 방적기를 작동시킬 값싼 노동력이 투입되면서 천을 생산하기 시작합니다. 기존에 천 짜는 기술을 가지고 있던 수공업 노동자들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됩니다.
이 천을 짜는 기술자들이 하루 종일 일해 요즘 시세로 10만 원 정도 번다고 치면, 한 달 동안 하루도 안 쉬고 일해야 300만 원 정도 벌겠죠. 300만 원에서 500만 원 사이의 돈을 벌었어요. 여유 있는 삶은 아니지만, 먹고 살만은 하죠. 그런데 농촌에서 도시로 쫓겨 나온, 아무 기술 없는 사람들은 기계를 움직이게 하는 단순 노동만 한 거예요. 이 사람들은 지금 돈으로 80만원에 100만 원 정도 받는 거예요. 300만~500만 원 지불하는 기술자보다 100만 원만 줘도 되니까 자본가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싼 노동력을 씁니다.
80만 원에서 100만 원 정도 받는 사람들은 농촌에서 쫓겨 올라 왔으니까 집이 없겠죠. 월세 살면서 4인 가족이 겨우 먹고살 정도의 돈인 거죠. 자녀를 학교에 보낼 비용도 안 나오고, 딱 먹고 자는 것만 가능한 월급을 받은 겁니다. 결국 남편만 일을 나가는 게 아니라 부인도 나가고 애들도 일을 해요. 이때부터 아동 노동이 본격화되는 겁니다.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되니까 여덟아홉 살 때부터 방적기를 돌리는 것이죠. 열 살 정도밖에 안 되는 아이들이 탄광에도 갑니다.
왜 탄광에 어린 애들을 보내는지 아세요? 첫째, 어른보다 임금이 낮아요. 어른은 80만 원 정도 받았다고 했는데, 애들은 30만~40만 원밖에 안 받아요. 또 하나의 이유는 탄광이 굴을 파고 들어가는 거잖아요. 어른은 키가 크니까 굴을 키에 맞춰 높게 파야 돼요. 아이들은 키가 작기 때문에 조금만 파도 되니 효율적이죠. 이런 식으로 아동 노동 착취의 불행한 역사가 시작되어 지금까지 지속된 겁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아동 노동이 거의 없지만, 동남아시아나 남아시아에서는 10~11세 된 아이들이 학교도 못 가고 노동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이런 노동 착취가 1차 산업혁명 때부터 시작된 겁니다. 이렇게 1차 산업혁명의 명암 속에 대량생산이 이루어져 옷 가격도 내려가고, 커튼은 물론 천으로 만든 제품 가격이 싸졌어요.
우리가 천만 생각하지만 밧줄로도 쓰여요. 천을 짜서 돛도 만들죠. 당시에는 노를 젓고 돛을 달아야 배가 움직이던 시절이니까 굉장히 큰 수요가 있었어요. 더욱이 대항해 시대잖아요. 아메리카 대륙과 유럽을 왔다 갔다 하는 무역선들이 많이 늘어나던 시기였습니다. 아프리카도 가고 동남아시아도 가는데, 새로 투입되는 배들마다 전부 돛을 무지막지하게 많이 달아야 되는 거예요. 이런 천들을 짜는 데도 모두 방적기가 이용되는 거죠. 그리고 이걸 다른 나라에 파는 겁니다. 아프리카, 아메리카, 인도 등에 파는 거죠. 왜? 싸니까요. 인도에서 자기네들이 만들면 1만 원인데 영국에서 수입하면 3,000원밖에 안 돼요. 그러면서 제3세계의 산업 기반이 무너지는 데 악영향을 끼칩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외국에 원조할 때랑 비슷해요. 원조할 때 옷을 주면 안 됩니다. 우리가 필리핀과 같은 저개발 국가에 옷 기부를 한다고 생각해 봐요. 문제는 그 나라에도 옷을 만들어서 파는 공장이 있으므로 그 공장이 홀딱 망하는 겁니다. 그러면 그 나라의 산업 기반 자체가 파괴됩니다.
이런 일들이 실제 1차 산업혁명 당시 전 세계에서 일어납니다. 영국이 당시 괜히 커졌겠어요? ‘해가지지 않는 나라’ 라고 하잖아요. 이건 다른 나라를 식민지화한 것도 있지만, 그렇게 번 돈 이면에는 영국의 저임금 노동과 아동 노동이 있었습니다. 또 제3세계, 즉 식민지의 산업 기반이 모두 파괴됩니다. 영국에서 방적기를 이용해 손쉽게 대량생산한 제품을 값싸게 파는데, 인도나 인도네시아, 남아메리카에서 힘들게 수작업으로 만들어 팔 생각을 하겠어요? 옷을 만들어 팔 생각을 못하면 원재료인 천도 문제가 됩니다. 천은 목화나 누에고치로 짜는데, 그런 농산물을 생산하는 기반도 연쇄적으로 파괴되는 겁니다. 이런 것들이 합쳐지면서 경제가 파괴되니까 영국은 식민지 나라를 점령하기 더 쉬워지죠. 이렇게 영국에서 시작한 산업혁명은 프랑스로 가고, 두 나라가 1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게 됩니다. 그 당시는 독일이랑 미국, 러시아 등은 상대도 안 되는 나라였어요. 영국과 프랑스가 전 세계를 거의 반쯤 나누어 주도합니다.
권순이 외 7인. 미래 인재를 만드는 4차 산업혁명 멘토링. 북캠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