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로 떠나는 '서울의 멋과 맛'···강서구로 과거·현재·미래 여행 떠나요
레이디경향 2021.06.18
서울식물원 주제원에 있는 버블 가든의 풍경.
오늘날 서울 강서구는 조선시대 양천현 지역이었다. 당시 행정구역상 도성 밖에 있던 양천현은 서울은 아니었지만, 바다에서 한강으로 이어지는 물길에 자리하고 있어 중요한 길목으로 여겨졌다. 그러기에 지금도 볼거리를 많이 간직한 곳이다. 과거 한강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는 겸재 정선 미술관과 궁산, 녹색 힐링 명소인 서울식물원, 첨단연구단지에 들어선 스페이스K 미술관, 항공의 역사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국립항공박물관 등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강서구에서 보고 느낄 수 있다. 지하철로 곳곳을 누비면서 말이다.
국립항공박물관 항공레포츠체험을 통해 행글라이딩을 즐기고 있다.
▶ 다양한 체험을 즐기는 국립항공박물관
개꿀, 겟꿀, 새마을금고 꿀체크카드
우리나라 항공과 관련된 이야기가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국립항공박물관이 흥미로운 이유는 1층의 전시관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블랙이글탑승체험, 조종관제체험, 기내훈련체험, 항공레포츠체험, 어린이공항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종관제체험은 비행기 조종석과 관제탑을 재현한 체험공간에서 직접 비행기 조작법을 배우고 관제탑과 교신을 해 보는 프로그램이다. 창 밖으로는 인천공항의 활주로를 재현한 컴퓨터 그래픽이 나타난다. 비행기를 이착륙하는 운전을 해 볼 수 있는데, 계기판을 보며 고도를 맞춰 착륙을 시도한다. 멋지게 착륙에 성공하고 나면 하늘을 나는 파일럿이 된 것 같아 기분이 들뜬다.
국립항공박물관 조종관제체험에서 볼 수 있는 비행기 조종석 모습.
기내훈련체험은 항공기 안전교육, 비상탈출 훈련을 체험하며 승무원이라는 직업을 이해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또 항공레포츠체험은 가상현실을 이용해 경량항공기, 패러글라이딩, 행글라이딩, 드론레이싱 등을 탑승해 보는 4D 체험공간이다. 국립항공박물관의 공식 캐릭터인 나래와 함께 공항의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는 놀이터 ‘어린이공항체험’도 눈길을 끈다. 다만 체험은 프로그램 운영시간이 하루에 7회로 정해져 있어 국립항공박물관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 사전예약해야 이용할 수 있다.
궁산의 소악루.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에 위치하고 있다.
▶ 정선의 그림 따라 가는 궁산과 양천향교
강서구에는 겸재정선미술관이 있다. 정선이 65세가 되던 해인 1740년부터 1745년까지 양천현령을 지내며 인연을 맺었기 때문이다. 그는 60대 후반의 나이에도 현령을 지내며 한강 일대의 풍경을 그린 ‘경교명승첩’과 양천현아 근처에서 조망되는 아름다운 장소 8곳을 선별해 ‘양천팔경첩’에 담았다. 겸재정선미술관은 정선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시기별로 정리해 그의 예술활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양천향교의 명륜당.
겸재 정선은 자신이 바라본 풍경을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진경산수화를 자신만의 화풍으로 발전시켰다. 금강산의 서쪽 지역인 내금강을 둘러보고 그린 ‘금강전도’가 대표작이다. 또 우리가 가장 흔하게 접하지만 무심코 지나치는 겸재 정선의 작품이 있다. 바로 1000원짜리 지폐 뒷면에 있는 ‘계상정거도’이다.
‘계상정거도’는 앞면의 인물인 퇴계 이황 선생이 머물던 도산서원을 중심으로 그 주변 모습을 담은 그림이다. 겸재정선미술관에 방문하기 전에 1000원짜리 지폐를 꺼내 그림을 보는 것도 또 다른 여행의 묘미가 될 듯하다.
미술관을 둘러보고 나면 3층의 출구로 나와 뒤편에 있는 궁산에 올라 소악루를 찾아가 보는 것을 추천한다. 궁산 진입로에서 소악루까지 약 10분 남짓 소요된다. 겸재 정선은 궁산과 관련된 작품을 2개 남겼다. ‘안현석봉’과 ‘소악후월’이다. 지금의 서울 풍경은 많이 바뀌었지만, 정선의 그림을 통해 300년 전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재현된다.
궁산에서 내려오면 양천향교로 갈 수 있다. 향교는 지방의 교육을 담당하고, 중국과 한국의 유교 선현에게 제사를 지내는 문묘 기능을 하던 곳이다. 양천향교는 서울시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향교로 서울시 문화재기념물 제8호로 지정돼 있다. 향교에서는 지역주민들과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서울식물원 입구를 지나 열대관으로 들어가는 동굴.
▶ 세계 12개 도시 식물을 한 번에 ‘서울식물원’
서울식물원은 마곡에 첨단산업지구를 세우고 그 한가운데에 생태·문화를 융합한 식물원을 조성하는 프로젝트에 의해 건립됐다. 서울 최초의 도시형 식물원으로 열린 공원, 호수원, 습지원, 주제정원, 온실로 구성돼 있다. 열대 및 지중해에 있는 12개 도시의 식물을 전시한 온실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도 상쾌하게 숲을 산책하는 듯한 기분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서울식물원의 랜드마크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서울식물원 지중해관에서 볼 수 있는 아프리카의 바오밥나무와 어린왕자.
온실의 절반은 열대관, 나머지 절반은 지중해관으로 나누어져 있다. 열대관은 적도 근처에 위치한 나라들의 식물을 가꾸어 놓았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인도보리수, 베트남 하노이의 망고, 콜롬비아 보고타의 코코넛야자, 브라질 상파울루의 빅토리아수련이 대표 식물이다. 열대지역의 기후답게 다소 후텁지근하고 공기가 무겁게 느껴지지만 짙푸른 이파리를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신비의 숲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열대관을 지나면 온화한 기후를 자랑하는 지중해관으로 들어서는데, 지중해의 상징인 올리브나무가 우뚝 선 모습이 눈에 띈다. 굵은 몸통 속에 물을 3톤 이상 머금어 아프리카 원주민에게 물을 제공한다는 바오밥나무도 관찰할 수 있다. 소설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나무인 나무 앞에는 어린왕자 동상이 관람객을 맞는다.
우리나라 정원문화의 과거와 현재를 경험할 수 있는 주제정원도 또 다른 볼거리다. 참억새·실새풀 등이 바람이 불 때마다 부딪치며 내는 소리를 즐기는 바람의 정원, 계절을 대표하는 꽃을 심은 오늘의 정원, 한때 흔했지만 점차 잊힌 식물을 가꾼 추억의 정원 등 모두 8개의 주제로 구성된 정원을 거닐며 다양한 식물을 마주하고 자연과 교감을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스페이스k 입구.
▶ 건축물이 예술작품 ‘스페이스K’
연구·업무 단지가 주를 이루는 고층 건물이 늘어선 마곡지구에 낮은 지붕을 한 콘크리트 건물이 있다. 코오롱사가 만든 미술관 스페이스K다. 코오롱은 2018년 마곡산업단지에 ‘코오롱one&only타워’를 건립하면서 근처에 공공기여 형식으로 미술관을 건축해 지난해 9월에 개관했다.
스페이스K는 도심 속에 자리한 녹지 및 휴식 장소이자 미술이라는 매개로 이루어진 문화 공공공간을 표방한다. 미술관은 주변 건물들이 반듯한 직사각형으로 이루어진 것과 다르게 고래가 물 밖으로 살짝 고개를 내민 것처럼 곡선으로 이루어졌다. 다소 딱딱해 보이는 주변 건물에 둘러싸여 있다 보니 부드러운 선의 미학이 더욱 돋보인다. 선을 따라 미술관을 한 바퀴 돌며 디자인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쏠쏠하다.
75m 길이의 곡면 벽에 아치 형태로 뚫린 곳이 미술관과 공원을 연결하는 입구다. 자연스럽게 공원의 녹지와 옥상이 연결되면서 미술관 자체도 공원의 일부처럼 다가온다. 전시관은 현재 휴관 중이지만, 24일부터 영국 출신 개념 미술가 ‘라이언 갠더’의 개인전인 ‘변화율’이 열린다. 작가는 시간으로부터 파생된 자신의 생각을 설치와 조각, 평면, 사진 등 다양한 매체로 풀어낸다.
스페이스k가 들어선 마곡중앙6로의 풍경. 길을 따라 다양한 카페와 음식점이 늘어서 있다.
스페이스K 주변의 마곡단지에는 많은 상업시설이 들어서 수많은 맛집도 즐비하다. 그중 미술관 바로 앞을 지나는 마곡중앙6로 부근에는 빈티지한 카페와 뉴트로 감성을 담은 음식점 등이 자리잡아 ‘나만의 미술관 옆 맛집’을 만들 수도 있다.
< 엄민용 기자 | 서울관광재단 자료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