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 명물＜광화문집＞

[유자차]

날씨 맑은 휴일..
PC로 철 지난 영화만 보고 있는 내 자신이 싫어 겉옷만 걸친 채 지하철에 몸을 기댄다
덜컹덜컹 흔들리는 라인은 어느덧 5호선 광화문역에 도착한다

1번 출구로 나와 시야를 180도 돌려 직진하다 보면 이런 골목이 보인다

간혹 먼 곳의 타지보다 우리가 사는 지역의 골목에 미지의 세계가 펼쳐지는 경우가 있다

낯선 골목에서 첫 발자국은 불안과 혼돈을 수반한다
그러나 두 번째 세 번째 발길엔 반가움과 익숙함이 있지..
40년의 시간이 그곳에 있었다

앉자마자 오래된 가스버너에 불이 지펴진다
긴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불꽃이 피었다 졌을까

김치찌개와 계란말이 추가로 나만의 수요미식회가 열리고 있었다
다음엔 제육으로 열 생각을 하며

식사 중 골목 상단 뷰
가게 초창기에는 맛집이란 유명세도, 하늘을 가리는 저런 건물도 없었겠지?

김치는 겉절이 느낌의 아삭함이 가득

계란말이는 흐트러지는 모습 속에 담백함이 가득

그리고 팔팔 끓는 냄비엔 김치찌개가 가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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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만 채워가는 내 인생엔 허망함이 가득

가득가득 채워져만 가기 위해서는 반대로 텅 비워져 가는 게 있어야 한다
그러니깐 많이 먹자~!

조미료 없는 뜨거운 국물은 입술에 닿자마자 시원하게 넘어간다
끄아~~~~쌀밥이 씹지 않아도 절로 넘어가는구나
사진에 보이는 딱 그 맛이다 알싸한 맛~

언젠가 우리들의 마음속에 파란 불꽃이 꺼질 때쯤
모든 걸 담고 있는 그릇엔 무엇이 담겨 있을까
아무것도 없길 바라며 지금 다시 밥 한술 뜬다

뜨거울수록 맛은 있는 법이고
식을수록 잘 넘어가는 법이지

구구구....
어디론가 날아가지도 않고 이정표 마냥 서있는 자유의 비둘기들

출구는 이쪽이다구구구...!

날씨가 좋아 이 골목 저 골목을 돌아다녔다
어느 곳을 가든지 기분이 상쾌했다
하늘은 맑고 구름은 번져가고 해는 노을을 칠하고 있었다

길게 늘어져가는 그림자는 달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었다

대낮 하늘은 아무리 맑아도 달을 띄우진 못한다
모든 걸 버려야 가질 수 있지
그리고 그걸 보고 운을 띄울거야
참 아름답다고

시간은 채워야 하는 걸까 비워야 하는 걸까
뭔가를 잡을 거라면 채우는 것이고 놓을 거라면 비워가는 거겠지
그러나 어찌하지도 못한 채 시간은 저만치 흘러만 가버릴 테고
그곳엔 나만 남겨져있겠지
채우지도 비우지도 못하고..
멈춰있는 내가

[Yummy14]

고독함에 따뜻한 김치찌개와 계란말이로 하루를 가득채우신듯 하네요 ㅋㅋㅋㅋ




댓글 요청으로 달아봅니다😁

[유자차]

외면하는 그들 옆에서 귀 기울여 주시는 이 한 분계셨으니...
그러나 그 분은 3번째줄까지 쓰시는 우를 범하셨으니...ㅋㅋㅋ

[도토리요정]

맛있겠다~ 언제 광화문 가면 한번 먹어보고싶네..
글솜씨는 여전히 ^*^b

[lapaz]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