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드기 퇴치법 알려주세요

[ssol]

징개울이 처한 지리적 배경을 와보신 분들은 아마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산 속에 덩그마니 딸랑 한 채 있는 집이 징개울인데 사철 나무들과 숲의 변화를 보는 것만도 참 대단한 낙이라고 여기며 살지만 여름이면 사람도, 징개울을 지키는 칸과 풍이도 더위 못지 않게 고생스러운 것이 바로 진드기입니다.

눈이 가는 곳 어디 하나 풀이며 나무가 없는 곳이라고는 산장 건물 내부밖엔 없습니다.

한 여름 건물 안에만 있는 것도 고역이긴 하지만 숲 속에 와서 그늘에 터억 걸터앉기도 하고 바지가랑이를 무릎께까지 올려 부채 하나 손에 들고 슬슬 거니는 재미 또한 일품인데 그 망할놈의 진드기라는 것이 워낙 작아 어디에 도사리고 있는지 알 수 있어야 피해다니기라도 하지요.

올해 저는 드디어 진드기와의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칸과 풍이는 제가 올라가지 않는 날에도 늘 징개울을 지키고 있는 든든한 수문장인데 이 녀석들의 몸이 진드기의 무차별 공격으로 병들고 있다는 사실을 엊그제서야 심각하게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 전에도 보이는대로 띠어서 밟아 죽였지만 새로 산 개빗으로 털을 빗겨주며 하루 종일 털들을 헤집고 살펴보기는 처음, 얘들이 어떻게 살았을까....싶을 정도였습니다.

칸은 처음부터 묶어서 키우지 않았었고, 풍이는 약 2, 3개월여 전부터 묶어놓았었는데 묶이지 않은 칸이야 숲을 돌아다니니 당연 진드기가 붙어 오겠지만 산장 현관 앞에 늘 묶여있는 풍이도 진드기가 전혀 줄지를 않길래 칸이 몸에 묻혀와 옮기는 줄만 알고 있었지 뭡니까?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초저녁, 해가 뉘엿뉘엿하던 시간 우연히 현관 앞에 쪼그리고 앉아 풍이의 몸을 살피다가 콘크리트 바닥을 스멀스멀 기는 불그스름한 진드기들을 보았는데 처음엔 풍이의 몸에서 떨어져나간줄 알았습니다.

보이는대로 물통에 집어넣어 수장을 시켜놓는데도 그 수가 오히려 늘길래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는데 세상에나......

잔디밭에서 하나둘 기어나와 풍이가 늘 묶여있는 현관을 향해 돌진해오더군요. 어쩌다 한 두마리겠지 했더니 왠걸, 시간이 지나면서 여기 저기서 점점 그 수가 늘어나는게 아니겠어요?

한참을 살피다 드디어 결론이 나왔습니다.

풍이는 묶여있어 다른 곳으로 도망을 가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매일 밤마다 저 징그러운 진드기들에게 온 몸을 공격당했던 겁니다.

우리가 있는 동안엔 보이는대로 잡아 죽이니 떼어낸 숫자만큼 줄다보면 어느 날인가는 진드기로부터 해방될 날이 오기를 기대했던 우리가 얼마나 미련했는지를 알게된 순간 이건 학대였어!! 하는 탄식이 절로 나왔습니다. 개를 개답게 잘 키우고 있다고 자부했던 제가 이렇게 한심할 수가 없었습니다.

짐승 냄새가 밴 현관이 걔네들에겐 매일 공략해야 할 고지였던 겁니다. 그 고지를 사수하는 풍이는 매일 공격에 시달리다못해 자기 몸의 일부분 어딘가는 늘 털이 빠지는 피부병에 시달리면서 주인을 향해 경고를 보내고 있었음에도 이 미련한 사람들이 근본적인 퇴치나 치료를 못해주고 털이 빠지고 난 이후에 약이나 발라주고 있었으니....

진드기들은 잔디나 풀섶에 붙어 있다가 사람이나 동물이 지나가면 옮겨붙는다는데 그렇게 소극적인 이동만을 하며 살지는 않는다는걸 알았습니다. 동물 냄새가 나는 곳을 찾아 해질녘 이동을 시작해 보다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짐승의 온 몸에 들러붙어 기생하며 병들게 하고 있었던 겁니다. 소름끼치는 생물이었습니다.

있는 힘껏 눌러도 그 납작한 몸은 잘 죽지도 않고, 물에 빠트려도 오랫동안 견뎠으며, 직접 살충제를 분무해도 한동안 버티는 그 내성에 얼마나 소름이 끼치던지......

산장 마당은 잔디밭입니다. 그 위에 테이블과 파라솔이 펴지고 해질녘이면 선선한 바람과 그늘에 모두들 그 잔디 위에서 땀을 식힙니다.

사람에게 해가 되지 않고 짧은 시간에 만족할만한 효과를 볼 수 있는 진드기 퇴치방법이 있을지 의문이지만 어떠한 방법이라도 알려주시면 시도해 보겠습니다.

주변에서는 목초액을 써봐라, 살충제를 뿌려라, 개에게 발라주는 약이 있다, 약효성분이 있는 개목걸이를 채워라 등등의 말들을 하고 우리도 이미 그 방법들도 써봤는데 신통치 않았습니다.

마당 잔디와 주변 숲 어디에나 퍼져있는 진드기들을 퇴치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사람들이 늘 움직이는 공간과 개들에게만이라도 피해를 줄이고 싶습니다. 당연 개들은 여름내 묶어둘 생각이구요.

[황지니]

저도 그런 이유와 느낌에 충분히 공감합니다...ㅎ~ 저는 그냥 가축약품 파는곳에서 소에 발라주는것이라고 원하는 만큼을 섞어 주던데요? 오천원어치 사다가 개의 머리부분에 발라주었습니다. (진초록색의 물약이던데) 효과는 기다려 보는 중입니다.

[산나리]

저도 이런 저런 시도를 다 해 봤으나 제일 효과없는 것이 약효성분이 있는 개목걸이구요, 제일 효과를 본 것은 심장사상충약입니다. 좀 비싼 걸로 기억하는데 한달에 한번 작은 물약병을 열고 목의 뒷덜미 부분에 발라주는 것으로 끝, 정밀 신기하게도 진드기가 잘 붙지 않고 붙어도 스스로 떨어지더군요.

[산나리]

그리고 목욕후 마지막 헹굼물은 꼭 목초액을 물에 타서 씁니다. 그리고 수시로 살펴보며 잡는 수 밖에 없는데요. 잔디자체에 무슨 처리를 하는 수가 있는지는 저도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