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에 아라구스크를 떠나 다시 바다 한가운데로 출항했다. 이번에는 아라구스크 섬 뒤쪽에 있는 포인트로 향했다.
다시금 산호초 군락지로. 오후로 넘어가니 태양이 정말 뜨겁다. 하여간 빨리 바다로 뛰어들고 싶은 생각 뿐. 닻을 내리고 잠수해야 하는 타케 상과 다이버 누님이야 다시 이것저것 준비를 해야하지만 나야 다시 옷을 훌러덩 벗고 오리발만 착용하면 만사 오케이다.
파도가 좀 심해졌지만 이제는 겁도 없이 신나게 입수. 입수하자마자 얼룩무늬의 열대어 떼가 나를 반긴다. 이 녀석 줄무늬만을 보면 대충 옛날에 키웠던 열대어 수마트라와 흡사한데 설마 그 수마트라일리는 없고 정확한 이름이 뭐지?
이번에 입수한 포인트는 오전에 들어간 곳보다 상당한 수의 물고기 떼가 자주 보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스노클링의 한계로 가까이 접근해서 볼 수 없는 것은 유감이었지만 먼 곳에서 수많은 검은 실루엣들이 뭉쳤다가 흩어졌다가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상당히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다. 수족관 가서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물 속에 직접 들어와 두 눈으로 직접 보는 것과는 천지차이다. 이런 경험을 할 때마다 비싼 비용을 치르면서도 휴가 때마다 세계 이곳저곳 좋은 다이빙 포인트를 찾아 여행하는 다이버들이 백방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이번에 다이빙이 아닌 스노클링을 택한 것은 한마디로 돈이 없어서 였기 때문인데 사실 스노클링 비용만도 절대 만만한 가격이 아니었다. 물론 장비 측면으로 보면 스노클링은 다이빙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소요비용이 저렴하지만 여기는 다이빙샵의 보트를 타고 나가야 하는 투어 밖에는 우리같은 보통 관광객들이 갈 수 없는 곳이었고 스노클링 장비도 빌려야 했기 때문에 나로써는 정말 뼈아픈 출혈을 감내해야 했다. 그렇지만 이렇게 환상적인 바다 속 풍경을 보노라면 돈이 아깝다거나 그런 생각은 일절 한순간에 날아가버린다. 이런 감동을 다른데 또 어디서 맛볼 수 있겠는가...
죽은 산호가 쌓여있는 포인트도 있다. 나중에 매니저에게 이날 뭐했냐 물어보니 요네하라(米原) 비치에서 스노클링을 했다고 한다. 여기로 오기 전에 매니저와 나눈 대화 중에는 이시가키의 바다는 볼 수 있을 때 많이 봐둬야 되겠다라는 내용이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믿기힘든 일이지만 바닷물의 산성화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야에야마 지방의 산호군들은 점점 죽어가고 있다. 안타깝게도 백화현상이 심화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미 하테루마와 이시가키 남부 해안은 초토화되었고 이시가키 섬의 국가명승지 카비라 만도 예외는 아니다.
너무나도 신비로운 파나리의 블루... 같은 바다인데 어떻게 이렇게나 차이가 날까?
사실 발도 닿지 않는 이런 깊은 바다(라고 해봐야 10m 이내겠지만) 밑을 주시하고 있노라면 아찔한 생각도 드는데 도중에 위험한 순간도 없지는 않았다. 파도가 심해지고 가만히 있다보면 점점 가라앉는데 넋을 놓고 바라보다가 수영고글에 달려있는 호흡용 대롱에 바닷물이 들어가는 바람에 그걸 마셔버려 순간적으로 숨이 콱 막힌 것이다. 스노클링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그럴 때의 대처법을 몰라 당황해서 물 속에서 몇번을 허우적댔다. 다행히 자세를 바로잡고 물을 뱉어내 평상을 되찾았지만 계속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체력소모도 상당했다.
사실 도중에 그만하고 나와버릴까 생각도 하지않은건 아니지만 이런 풍경에 도무지 눈을 뗄 수 없어 그만두기가 어려웠다. 물론 본전을 뽑아야 한다는 의식도 없지는 않았다. 나는 다이빙을 나간 일행들과 거의 같은 시각에 물 위로 승선했는데 다들 웨이트슈트도 안입고 40분 넘게 바다속에 있었다니 춥지 않냐고 다들 놀라워했다.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이제는 수영에만 전념해야 했다. 왜냐고? 카메라 전지가 그만 다 떨어져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오전부터 오후 스노클링 때 촬영한 동영상을 모은 것이다. 촬영 당시에 나름 신경을 썼는데 결과물을 보니 상상이상으로 움직임이 심해 조금은 어지러운 화상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파나리 투어를 모두 마치고 쿠로시마 항으로 돌아왔다. 바닷속의 절경을 실컷 만끽하고 돌아왔다는 만족감에 이렇게 뜨거운 오키나와의 태양도 그저 상쾌하게만 느껴졌다. 이제 가게로 가서 샤워를 하고 휴식을 취한다.
1년 반만에 다시 찾아온 다이빙샵 씨 라이트의 가게 모습... 오구라 형님과 타케 상 둘이서 직접 만들었다는 이 가게는 그 모습에서 남국의 낭만과 젊음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타케 상에게 예전 겨울에 왔을 때 같이 찍었던 사진을 건네주었더니 그리운 느낌이라며 반가워했다. 다른 이들의 사진과 함께 가게 벽면에 전시해 두었다.
여기에서 다이빙 투어를 나가면 가이드가 보여주는 일종의 묘기. 천사의 날개라고 한다.
샤워를 마치고 나서 타케 상이 건네주는 쥬스를 들이켜니 참으로 몸 전체에 시원한 기운이 감도는 듯 하다. 이미 3시에 돌아가는 배는 놓쳤고 5시 55분에 출발하는 마지막 배를 타고 돌아가기로 했는데 쿠로시마 섬의 모습도 다시 한번 보고 싶어서 남은 한시간 동안 항구에 돌아가 자전거를 빌려 돌아보기로 했다. 타케 상이 항구 근처에 있는 렌탈사이클 가게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주고 차를 태워 주었다.
차를 타고 가는 동안 또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보통 연배의 일본인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한국은 어떻냐, 일본은 어떻냐는 식으로 대화를 하다가 결국에는 역사 쪽으로 화제가 넘어가게 되는데 젊은 친구들과는 그런 화제로 넘어가는 일이 거의 없다. 주로 상대국의 최신유행이나 살아가는 모습 등이 주가 되는데 일본에서의 진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결국에는 취업 문제로 넘어가게 되었다. 여기에 남게 되면 좋겠지만 한국으로 돌아가게 된다면...에 말 끝을 흐린 내 표정이 다소 우울하게 보였는지 렌탈사이클 샵 앞에서 작별인사를 하는데 다음에는 취직이 결정되서 웃는 얼굴로 다시 보잰다. 다음에 볼 때는 정말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는데...
쿠로시마 항구 페리터미널 바로 뒤에 자리 잡은 카페 하트랜드 쿠로시마... 여기에서 자전거도 빌릴 수 있다. 카페 이름은 참 낭만적으로 잘 지었다 생각했는데 한시간에 200엔이라고 말하는 카페 아가씨는 어째 표정이 그리 퉁명스럽던지. 이시가키로 돌아가기까지 남은 한시간, 개인적으로는 오키나와의 북해도라고 평하는 쿠로시마 섬을 잠깐이나마 돌아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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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온은 잘 모르겠네요 ^^;;
수중카메라인가요? 아님 디카를 방수팩에 넣으신건지... 바닷속 세상은 언제봐도 황홀하네요. *_* 저는 구식 수중카메라여서 그랬는지 도중에 물이 들어가서 피봤다는... ㅠㅠ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가까운 사진관에 맡겼는데 필름은 무사해서 다행이었죠.^^
방수팩으로는 아마 저렇게는 못찍을 것 같네요. 다이버들 대상으로 내놓은 방수하우징 케이스가 달린 디카를 따로 빌렸습니다.
정말 멋져요~* 저도 꼭 다음에 가서 스노쿨링 해봐야 겠어요 ~~
꼭 해보시길 절대 후회안할겁니다 ^^
파란 바다가 정말 너무 이쁘네요. 자연의 아름다움 ㅋㅋㅋ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떨려오는 느낌입니다.
오키나와 클럽메드에서 일하면서 코야마, 타케토미, 하테루마, 이리오모테 지마는 갔는데 파나리 투어는 못가봤네요. 정말 그리워지네요. ㅠㅠ 오키나와는 정말 바다가 너무 아름답고 바닷속도 아름다워서 잊혀지지가 않아요. 니모도 정말 많이 봤었는데...블랙잭님의 후기를 보면서 너무 그리운 장면 장면 입니다.
오 오..영상만으로도 이렇게 설레는데..
정말 사진만 봐도 가슴이 설레입니다. ㅠㅜ
5월 중순에도 스노쿨링 가능할까요?^^
가능합니다.
우와!!!!!!!!!!!!! 진짜 멋져요!! 굿굿! 사진도 굿!!! 블랙잭님도 굿! ㅋㅋ
^^ 작년에 오키나와에 다녀왔는데 물빛에 완전 반했어요. 오늘이 올 여름 들어 가장 더운 날이라는데 저 투명하게 파란 바다를 보고 있으니 당장이라도 뛰어들고 싶네요. 쿠로시마는 본섬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나요? 전 케라마제도의 자마미섬에서 1박 했었는데 다른 섬에도 가보고 싶더라구요.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이 댓글 보시려나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