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江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낚시 드리치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한 달빛만 싣고 빈 배 저어 오노라
월산대군(月山大君, 1454~1488, 호는 風月主)
<감상> 지은이는 세조의 손자요, 성종(成宗)의 형인
왕족으로서, 서사(書史)를 좋아하고, 뛰어난 문장은
멀리 명나라에까지 알려졌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35
세의 일기로 짧은 생애를 끝마쳤다.
이 작품은 자연을 사랑하던 그의 정서적인 면을 단적
으로 보여 준 작품이다.
밤의 장막이 내린 다소 찬기마저 느끼게 하는 가을의
강변, 빈 낚싯대만을 싣고 돌아오는 쓸쓸한 고깃배
한 척, 동원된 낱말들과 상황은 퍽 쓸쓸하고 부정적
인 면을 보여 준다.
그러나 문맥의 흐름은 까칠까칠하거나 막히는 데가
없어 그러한 부정성을 느끼게 하지 않는다.
그것은 작자의 의도적인 계산에 의한 것인지 확실치
는 않으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종장에서 '무심한
달빛'을 끌어 들임으로 삭막한 분위기에 부드러운
서정성을 부여하였다는 점이다.
첫댓글 허심과 무욕의 경기를 보는듯한 반 세속적인 시조 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