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향은 짧고 진하다. 한없이 상승하는 기대를 줌과 동시에 깊이 추락하는 하나의 숨결 같다. 목덜미로 내려가는 포근한 온기를 품에 가두면 나는 승리감에 안도한다.
현재 내게 다른 욕심은 없다. 늙어 죽을 때까지 좋아하는 커피를 마실 수 있을 만큼만 건강했으면 좋겠다.
조카집들이에 초대받고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드롱기 커피머신이었다. 젊은 부부의 요리솜씨는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고 핸드드립 커피 원두는 무엇을 쓸까만 궁금했다.
주인의 살림살이 구경에서 유독 눈길이 오래 머물자 눈치 빠른 조카는 서둘러 커피를 내려 내게 바친다.
신라호텔 조식에서 처음 마시고 바로 반했던 바로 그 맛이었다. 안개 같은 향기로운 향과 달콤한 맛의 기막힌 조화를 느끼게 하는 맛.
정지된 듯 감탄하는 아내를 보던 남편이 드롱기를 바로 주문하고 조카에게 원두명을 묻는다.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편안히 보내드린 후, 남편은 그 모든 공이 내게 있음을 선포했고 보상이라도 하듯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줄 량으로 내게 잘한다.
내가 가장 감탄하며 마시는 커피를 남편이 매일 타준다. 우쭐대며 '최 바리스타'라고 불러달란다. 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 앞에서 아내를 위해 커피를 탬핑하고 에스프레소 흐름을 시작하고 중지하는 손놀림을 물끄러미 식탁에 앉아 나는 손님처럼 바라본다. 아무튼 나는 근래 원두부자가 되었다. 드립커피도 마시기고 하고 에스프레소도 주문해 마신다.
첫댓글 막 내리는 커피향이 느껴져요~저도 신랑찬스로 드롱기에요~😄
ㅎㅎㅎ 덧글에서 흥겨움이 느껴집니다.
최 바리스타..
정모때 잠깐 뵜지만..
사진보다 훨~씬 젊고 멋진 분이셨어요.. ^^
..죽을 때까지
좋아하는 커피를 마실 수 있을 만큼만
건강했으면 좋겠다.. 꼬옥~ _()_
감사합니다. 건강관리 잘하면서 긍정적으로 살려고요.
커피 타줄때마다 생색을 엄청 내서 좀 귀찮긴 하지만
귀엽게 보여서 다행이예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