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자꾸만 음악에 마음이 간다. 얼마 전 유튜브를 보다 폴 사이먼의 노래 “당신의 연인과 헤어지는 50 가지 방법"이라는 노래에 필이 꽂혔다. 연인과 헤어지는 방법이 50가지라니? 재미있는 제목의 이 노래는 1975년말에 출시되어 이듬해에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른 명곡이다.
나는 고등학교 다닐 때 사이먼과 가펑클의 노래는 물론이고 폴 사이먼이 부른 노래들도 참 좋아했다. <Duncun>을 위시해서 <Kodachrome>, <Mother aand child reunion>, <Slip sliding away> 등은 지금도 멜로디가 떠오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노래는 들어본 기억이 없다. 워낙 유명했던 노래이니 분명 라디오에서 흘러나왔겠지만, 당시에는 나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해서 기억에 남지 않은건가...
이 노래에서 크게 화제가 되었던 것은 도입부과 끝부분에 나오는 담백한 드럼 소리다. 당대 최고의 드러머였던 스티브 갯의 연주다. 뿐만 아니라 앞부분의 코드 진행 또한 많은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Em/G, D6, CM7, B7-9 진행도 참 재미있는데, 그 다음에 나오는 Em, D#dim, F#mb9.11, Baug 진행은 나로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깜찍한 코드 진행이다. 폴 사이먼의 천재적 음악성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그런데 이 노래의 진정한 재미는 가사에 있다. 이 노래가 빌보드 차트 1위까지 올라간 데에는 가사의 힘이 중대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많은 평론가들이 가사에 대해서 감탄했기 때문이다. 가사를 한 번 살펴보자.
노래의 화자는 사귀던 애인과 헤어지고 싶어 상담을 요청한 어느 남자이고, ‘그녀’는 그에게 조언을 해주는 어느 여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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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blem is all inside your head,” She said to me. "The answer is easy, if you take it logically. I'd like to help you in your struggle to be free. There must be fifty ways to leave your lover."
She said "It's really not my habit to intrude. Furthermore, I hope my meaning won't be lost or misconstrued. But I'll repeat myself at the risk of being crude. There must be fifty ways to leave your lover. Fifty ways to leave your lover."
You just slip out the back, Jack. Make a new plan, Stan,
You don't need to be coy, Roy. Just get yourself free.
Hop on the bus, Gus. You don't need to discuss much.
Just drop off the key, Lee. And get yourself free.
Ooh slip out the back, Jack. Make a new plan, Stan,
You don't need to be coy, Roy. You just listen to me.
Hop on the bus, Gus, You don't need to discuss much,
Just drop off the key, Lee, And get yourself free.
She said "It grieves me so to see you in such pain. I wish there was something I could do to make you smile again." I said "I appreciate that, and would you please explain about the fifty ways?"
She said "Why don't we both just sleep on it tonight. And I believe in the morning you'll begin to see the light." And then she kissed me and I realized, She probably was right. There must be fifty ways to leave your lover. Fifty ways to leave your lover.
후렴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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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전부 당신 머릿속에 있어요.” 그녀는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답은 쉬워요. 나는 자유로워지려고 애쓰는 당신을 돕고 싶어요. 당신의 연인과 헤어지는 방법은 틀림없이 50가지가 있어요.”
그녀는 말했다. “남의 일에 끼어드는 것은 결코 제 습관이 아니에요. 게다가 제 말의 의미가 상실되거나 곡해되지 않기를 원해요. 무례하게 보이는 위험을 무릅쓰고 다시 반복할게요. 당신의 연인과 헤어지는 방법은 틀림없이 50가지가 있어요. 당신의 연인과 헤어지는 50가지 방법.
뒷문으로 빠져나와요, 잭.
새로운 계획을 세워요, 스탠.
쑥스러워할 필요 없어요, 로이.
스스로 편하게 생각해요.
버스에 올라타세요, 거스.
길게 논의할 필요 없어요.
그냥 열쇠를 버리세요, 리.
그리고 스스로 편하게 생각해요.
그녀는 말했다. “당신이 괴로워하는 걸 보니 내 마음이 많이 아프네요. 당신이 다시 웃을 수 있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좋으련만.”
나는 말했다. “감사드립니다. 자, 그 50가지 방법을 설명해주실 수 있습니까?”
그녀는 말했다. “우리 둘 다 그 문제에 대해 오늘밤 좀 더 생각해보지 않을래요? 저는 아침이 되면 당신이 빛을 보기 시작할 거라 믿어요.” 그리곤 그녀가 내게 키스를 했고, 난 깨달았다. 그녀의 말이 아마도 옳을 거라고. 당신의 연인과 헤어지는 방법은 틀림없이 50가지가 있어요. 당신의 애인과 헤어지는 50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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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전공자의 관점에서 볼 때 가사가 정말 너무나 재미있다. 후렴구에서 나오는 이름들은 라임을 맞추기 위해 그냥 넣은 것들인데 그것도 재미있지만, 전체적인 구성이 한 편의 짧은 소설이나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다. 그래서 나중에 로맨틱 코메디 영화의 제목과 소재로 쓰였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인터넷상의 모든 가사 번역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하나 있다. “Why don't we both sleep on it tonight”를 “우리 오늘밤 같이 자면서 생각해보지 않을래요?”라고 번역한 것이다. ‘sleep on~’은 어떤 문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한다는 뜻이고 ‘both’는 ‘둘 모두’라는 뜻이다. 같이 잔다는 표현을 하려면 ‘sleep’ 뒤에다 ‘together’라는 부사를 써야 한다. 이 문장의 올바른 번역은 “우리 둘 다 그 문제에 대해 오늘 하루 더 곰곰이 생각해보지 않을래요?"이다.
사실, 두 사람은 그냥 동창생이나 동네친구처럼 격의 없는 사이가 아니라 약간은 거리가 있는 사이다. 그래서 여자도 말을 빙빙 돌리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던 것이고, 남자도 “I appreciate that, would you please explain about 50 ways”라는 굉장히 격식을 따지는 문장을 썼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여자에게서 갑자기 하룻밤 같이 자자는 말이 나온다는 것은 너무나 뜬금없다.
폴 사이먼은 영문과 출신으로 가사를 잘 쓰기로 유명한 사람인데, 그런 황당하고 조잡한 가사를 쓸 리가 없다. 아마도 'sleep'이라는 단어가 나오고 곧 이어 'kiss'라는 단어가 나와서 그런 오역이 나온 것 같다. 대부분 사람들이 'sleep'도 오해했지만 'kiss'도 오해했다. 여기서 키스는 둘이서 애정을 나누는 키스가 아니라 여자가 남자에게 조언을 마치고 떠나기 전에 하는 일종의 가벼운 작별 키스이다. 작별 키스를 하는 순간 형광등이었던 남자가 “아하!!!” 깨치는 것이 이 노래의 마지막 장면이다. 얼마나 은근한 위트와 묘미가 있는가?
사실 유행가 가사는 쉬운 것은 쉽지만 어려운 것은 철학책보다 어렵다. 왜냐하면 복잡 미묘한 생각이나 감정을 3-4 분의 짧은 내용으로 전달하기 위해 은유와 상징도 많이 쓰고 때로는 재치있는 언어유희도 많이 쓰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 인터넷에서 팝송이나 샹송, 칸초네 번역에 엉터리가 상당히 많다. 심지어 어떤 때는 공영 방송국의 자막에 나오는 번역도 엉터리가 있을 정도이다. 그렇지만 별로 어렵지 않은 이 가사를 이렇게 황당하게 오역을 할 줄이야...
아무튼, 이 노래는 드럼소리도, 가사도, 코드진행도, 비트도 너무나 멋있기에 나는 완전히 필이 꽂혔다. 언젠가는 사람들 앞에서 멋지게 부르고 싶다.^^
https://youtu.be/LTzgS16dR1o?si=00_up9S7yri3QG0m" target="_blank" rel="noopener" data-mce-href=" https://youtu.be/LTzgS16dR1o?si=00_up9S7yri3QG0m">
https://youtu.be/LTzgS16dR1o?si=00_up9S7yri3QG0m
첫댓글 폴 사이먼이 부른 노래 중에 이런 노래도 있었군요.
연인과 헤어지는 일이 어렵기는 해도 50가지나...^^"
"사실 우리나라 인터넷에서 팝송이나 샹송, 칸초네 번역에 엉터리가 상당히 많다. 심지어 어떤 때는 공영 방송국의 자막에 나오는 번역도 엉터리가 있을 정도이다. "
에 무척 공감이 갑니다.
세심하고 정성스럽게 담아주신 얘기 잘 읽습니다.
언젠가 너른돌님 불러주시는 노래 기대하겠습니다.^^"
들꽃님도 이 노래를 처음 들으셨군요. 가사가 정말 재미 있지요. 사실 폴 사이먼은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한 게 아니고 영문학을 전공했답니다. 그런데도 저렇게 기타를 잘 치고 작곡을 잘 하니, 정말 저의 롤 모델 중의 한 사람입니다.
제가 문학적, 사상적 재능은 그런대로 갖추고 있지만, 음악적 재능은 한참 부족해서 이 노래를 제대로 연주하고 부를 수 있을지가 의문이지만, 그래도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폴 사이먼의 노래와 기타에서 풀어내는 폴 만의 기타연주 아직도 배우는 중입니다 ^^
사이먼앤 가펑컬 카페에서 알게된 루루님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왕팬이었습니다, 루루님 소장하신 폴과 아트의 모든 자료와 이미지와 음반들 선물로 받았습니다,
산마당님 잘 지내시죠?
산마당님도 폴 사이먼을 무척 좋아하시는군요. 저도 옛날부터 좋아하긴 했지만 최근에 더욱 많은 관심이 갑니다.^^
@너른돌(박석) 나이 들어가는 길목 이라기엔 아직도 어색하지만 ㅎ 요즘 폴 사이먼의 노랠 다시 챙겨보며
듣는 날들입니다, 광팬 이었던 나이를 지나 이제 노로에 들어서며 다시금 새겨 듣는 폴의 노래가
예사롭지 않게 연구하게 하더군요 ㅎ 어느 곡을 불러 내어도 형성이 되는 마법같은 폴의 노래는
들을때 마다 새로운 경이로움으로 마음에 새겨 지는 요즘입니다, ㅎㅎ
건강하옵시고 늘 좋은 노래들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