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역사를 보면 춘추시대에서 전국시대로 넘어오는 분기점은 晉나라의 육경이 서로 싸우다가 마침내 한. 위. 조가 남고, 이들이 진나라 땅을 갈라 차지하면서 부터이다. 이로 부터 晉이 없어지고 한. 위. 조란 나라 이름이 역사에 등장한다.
육경이 서로 싸우던 때 만일 지백이 보다 슬기로웠더라면, 혹은 터무니 없는 욕심을 부리지 않았더라면 후대의 역사에서 전국8웅이 되었을 것이고. 합종연횡의 전국시대가 많이 달라졌으리라.
그것이 지백의 운명일까, 혹은 전국시대의 운명일까. 진나라의 운명일까. 어째서 하필이면 지백 같은 인물이 나타난 것일까. 지백의 집안에서도 智輔란 인물도 있었다. 그는 지백으로 인해 가문이 멸망할 것을 알고, 지씨가 멸족될 때 같이 화를 입지 않기 위해 천자에게 상주하여 성을 바꾼다. 지씨 집 가문이 멸망한 것은 오로지 지백의 그 욕심 때문이었을까. 순전히 지백의 욕심 때문에 상황이 그렇게 되어간 것이라면 참으로 인간의 덧없는 욕심이란 가공스럽다.
범씨. 중항씨. 지씨, 한씨. 위씨, 조씨.
이것이 육경이다. 처음 지씨와 한씨와 위씨와 조씨는 힘을 합해 범씨와 중항씨를 멸망시키고 그들이 가진 땅을 갈라먹기 하였다.
지백이 이쯤에서 욕심을 멈췄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백은 다시 한씨에게 땅을 요구한다. 지백의 세력을 겁낸 한씨는 땅을 바친다.
지백이 이쯤에서 욕심을 멈췄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지백은 다시 위씨에게 땅을 요구한다. 위씨 역시 지백의 세력을 겁내어 땅을 떼어 바친다.
지백이 이쯤에서 욕심을 멈췄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그 지백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다시 조씨에게 땅을 요구한다. 그런데 여기서 변수가 생긴다. 조양자는 그 요구를 거부한다.
이에 지백은 위씨와 한씨와 연합하여 조와 싸움을 벌인다. 그 싸움이 무려 1년을 넘겼고, 조씨는 가진 땅이라곤 진양성 하나 밖에 없다. 그 진양성은 지백의 수공에 의해 성이 온통 물로 가득찬다. 사람이 거처할 수 있는 땅이 얼마 없다. 이때 조양자는 비밀리에 위씨와 한씨 측에 사람을 보내 연합 작전을 펼 것을 호소한다.
"생각해보라. 저 지백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 설령 우리가 이 싸움에서 멸망한다 해도 그 다음엔 바로 한씨와 위씨 차례일 것이오. 그렇다면 우리와 힘을 합쳐 지씨를 공격하는 게 좋을 것이오."
한씨와 위씨 측에서 좋다고 한다. 그리하여 조씨는 한씨와 위씨의 도움으로 산에서 진양성을 향해 가하던 수공을 지씨 쪽으로 향하게 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지백은 멸망하다.
조양자는 그 지백이 얼마나 절치부심 원한에 사무쳤던지 죽은 지백 해골을 옻칠한 바가지로 만들어 술을 따라 마신다. 혹은 어떤 책에는 소변 그릇으로 사용했다고도 한다.
아이고, 지백아, 지백아. 이 어리석은 자야. 이럴려고 그토록 땅을 탐내었나?
그 황당한 인간 지백에게도 한 사람 知友가 있었다. 한창 기세등등하던 그때 범씨. 중항씨를 섬기던 인물 예양이 찾아온다. 그 예양을 지백은 매우 환대한다. 절친으로 대우한다. 정국의 주요 사안을 예양에게 묻고, 그의 건의를 받아들인다. 지백이 멸망하고 예양은 자신을 국사로 대우해주던 그 지백을 위해 복수를 하기로 결심한다. 그 길만이 자신을 알아주던 지백에의 의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천신만고하던 노력도 헛되이 복수를 이루지 못하고 예양은 잡혀 죽고 만다.
도도한 역사의 흐름은 흘러가는 강물과 같다. 그리고 지백이나 예양은 그 강물 위에 잠깐 일어났던 물방울 같은 존재가 아닌가. 흘러간 인물들이고 사건이지만 우리는 그 기록을 접하며 과연 어떻게 사는 것이 현명한 삶인지 생각하게 된다. 우리 현대 역사에도 전두환 전 대통령은 오늘날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역행한 대표적인 인물로 자리매김 되고 있다. 그 전두환이 박정희가 김재규에 의해 죽고 그 권력의 ㅣ공백을 틈타 소위 신군부를 등에 엎고 마침내 대통령이 되어 제 5공화국 시대를 열었다. 제5공화국의 탄생의 과정은 영화 '서울의 봄'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한 때 지백처럼 서슬 퍼렇든 전두환은 죽어서 전방에 묻히고 싶다 하였는데, 정부에 묘지 허가가 나지 않아 아직도 그 유골을 마쇄한 그 유분을 담은 병이 전두환 집 거실에 그대로 보였다.
또 생각난다. 비도의 끝이 어떤 것인지. 김구선생을 암살한 사람은 당시 의 이승만 정권에 비호를 받던 육군 소위 안두희라고 하였다. 곧 풀려난 안두희가 호의호식하고 잘 살아가는 것 같았으나 나이 80을 넘어 어느날 한 택시 기사의 소위 '정의봉'에 의해 얻어 맞고 생을 마감한다. 안두희의 정례식장엔 조문객이 하나도 없어 그 행사장에서 일하던 한 사람이 향에 불을 붙였다고 하였다. 사람이 죽은 뒤의 혼령이 지각이 있는니 없느니 하지만 오직 그의 조문객으로 파리만 올 뿐이라면 그것이 어찌 바람직한 일이랴.
삼국지에선 동탁이 막권을 휘두르다가 그이 양아들 여포에 의해 암살되고 주검이 장안에 버려지고 아무도 거두는 사람이 없었다. 평소 거구였던 동탁의 시채에 누가 지나가다 배꼽에 심지를 만들어 박고 불을 붙이자 석달을 꺼지지 않았다 한다. 역시 중국식 과장법이라 하겠으나 막권의 말로가 어떤 것인지 알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