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카프카 - 변신(Die Verwandlung) 외 77편
국도 위의 아이들(Kinder auf der Landstraße) / 어느 사기꾼의 가면을 벗김(Entlarvung eines Bauernfängers) / 갑작스러운 산책(Der plötzliche Spaziergang) / 결심들(Entschlüsse) / 산속으로의 소풍(Der Ausflug ins Gebirge) / 총각의 불행(Das Unglück des Junggesellen) / 상인(Der Kaufmann) / 멍하니 밖을 바라봄(Zerstreutes Hinausschaun) / 집으로 가는 길(Der Nachhauseweg) / 뛰어 지나가는 사람들(Die Vorüberlaufenden) / 승객(Der Fahrgast) / 옷(Der Kleider) / 거절(Die Abweisung) / 경마 기수들을 위한 숙고(Zum Nachdenken für Herrenreiter) / 골목길로 난 창(Das Gassenfenster) / 인디언이 되고 싶은 소원(Wunsch, Indianer zu werden) / 나무들(Die Bäume) / 불행함(Unglücklichsein) / 선고(Das Urteil) / 화부(Der Heizer) / 변신(Die Verwandlung) / 유형지에서(In der Strafkolonie) / 신임 변호사(Der nene Advokat) / 어느 시골 의사(Ein Landarzt) / 맨 위층 싸구려 관람석에서(Auf der Galerie) / 한 장의 고문서(Ein altes Blatt) / 법 앞에서(Vor dem Gesetz) / 자칼과 아랍인(Schakale und Araber) / 광산의 방문객(Ein Besuch im Bergwerk) / 이웃 마을(Das nächste Dorf) / 황제의 칙명(Eine kaiserliche Botschaft) / 가장의 근심(Die Sorge des Hausvaters) / 열한 명의 아들(Elf Söhne) / 형제 살해(Ein Brudermord) / 한바탕의 꿈(Ein Traum) /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Ein Bericht für eine Akademie) / 최초의 고뇌(Erstes Leid) / 어느 작은 여인(Eine kleine Frau) / 어느 단식 광대(Ein Hungerkünstler) / 요제피네, 여가수 또는 쥐의 종족(Josefine, die Sängerin oder Das Volk der Mäuse) / 기도자와의 대화(Gespräch mit dem Beter) / 술주정꾼과의 대화(Gespräch mit dem Betrunkenen) / 큰 소음(Großer Lärm) / 양동이 탄 사내(Der Kübelreiter) / 어느 투쟁의 묘사(Beschreibung eines Kampfes) / 시골에서의 결혼 준비(Hochzeitsvorbereitungen auf dem Lande) / 시골 학교 선생(Der Dorfschullehrer) / 중년의 노총각 블룸펠트(Blumfeld, ein älterer Junggeselle) / 다리(Die Brücke) / 사냥꾼 그라쿠스(Der Jäger Gracchus) / 만리장성의 축조 때(Beim Bau der Chinesischen Mauer) / 마당 문을 두드림(Der Schlag ans Hoftor) / 이웃 사내(Der Nachbar) / 어느 튀기(Eine Kreuzung) / 일상적인 혼란(Eine alltägliche Verwirrung) / 산초 판자에 관한 진실(Die Wahrheit über Sancho Pansa) / 세이렌들의 침묵(Das Schweigen der Sirenen) / 프로메테우스(Prometheus) / 도시의 문장(Das Stadtwappen) / 포세이돈(Poseidon) / 공동체(Gemeinschaft) / 밤에(Nachts) / 거부(Die Abweisung) / 법에 대한 의문(Zur Frage der Gesetze) / 징병(Die Truppenaushebung) / 시험(Die Prüfung) / 독수리(Der Geier) / 키잡이(Der Steuermann) / 팽이(Der Kreisel) / 작은 우화(Kleine Fabel) / 귀가(Heimkehr) / 돌연한 출발(Der Aufbruch) / 변호사(Fürsprecher) / 어느 개의 연구(Forschungen eines Hundes) / 부부(Das Ehepaar) / 포기하라!(Gibs auf!) / 비유들에 관하여(Von den Gleichnissen) / 굴(Der B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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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로 급류가 흐르는 다리 위에 우리는 멈춰 서 있었다.
그러자 계속 앞으로 달려갔던 아이들이 되돌아왔다.
흐르는 물은, 벌써 늦저녁이 온 것은 아니라는 듯, 돌들과 나무뿌리들에 부딪히고 있었다.
다리의 난간을 뛰어넘어 아래로 내려가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저 멀리 보이는 덤불 뒤에서 기차 한 대가 달려 나왔는데, 모든 찻간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고 유리 창문은 아래로 내려져 있었다.
우리 중의 하나가 속된 유행가 한 곡을 부르기 시작했는데, 우리 역시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우리는 기차가 달리는 속도보다 훨씬 더 빨리 노래를 불렀고, 목소리만으로는 충분하지가 않았기 에 두 팔까지 흔들어 댔다.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로 빠져나올 수 없지만 기분 좋은 궁지에 빠지게 되었던 것이다.
자신의 목소리를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와 섞는 다는 것은, 마치 낚싯바늘에 걸린 것과 같다.
그렇게 우리는 숲을 등지고, 먼 곳에 있는 여행자들의 귀에까지 들리도록 노래를 불러 댔다.
마을에서는 어른들이 아직 잠들지 않고 깨어 있었으며, 어머니들은 밤을 위해 잠자리를 마련하고 있었다.
시간이 되었다.
나는 내 옆에 서 있는 애에게 키스했고, 그 옆에 있던 다른 세 명에게는 그냥 손을 내밀어 악수만 하고, 오던 길을 되돌아 달려갔는데,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았다.
그들이 나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첫 번째 네거리에서 나는 방향을 바꿔 들길을 달려 다시 숲속으로 들어갔다.
나는 남쪽에 있는 도시를 향 해 달렸는데, 우리 마을에서는 그 도시에 대해 이렇게들 말하고 있었다.
"거기에 사람들이 있다! 생각해 봐, 그 사람들은 잠을 안 잔대!"
"그런데 도대체 왜 안 잔대?"
"그들은 피곤해지질 않으니까."
"그런데 도대체 왜 안 피곤해질까?"
"그들은 바보니까."
"바보들은 도무지 피곤해지지가 않는다고?"
"어떻게 바보들이 피곤해질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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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장난 같은 이 오랜 수작들을 이번에는 그들과 그토록 오랫동안 함께 있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나는 이런 수치심들을 없애기 위해 내 손가락 끝을 부서질 정도로 비벼 댔다.
그러나 그 사내는 여전히 이전과 마찬가지로 여기 내 앞에 기대서서, 여전히 자신을 사기꾼이라고 여기고 있었으며, 그의 가리지 않은 뺨은 자신의 운명에 대한 만족감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알았소!" 하고 말하면서 나는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러고 나서 나는 서둘러 층계를 올라갔는데, 위층 대기실에 있던 하인들의 근거 없이 충직한 얼굴들은 마치 어떤 뜻밖의 멋진 놀라운 일처럼 나를 기쁘게 했다.
그들이 내 외투를 벗기고 장화의 먼지를 털어 주는 동안 나는 그들 모두를 차례대로 쳐다보았다.
그러고 나서 숨을 내쉬고 몸을 쭉 펴고서 나는 홀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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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우리가 저녁에 집에 머물러 있기로 최종적으로 결심한 것처럼 느껴져 집에서 입는 옷으로 바꾸어 입고 저녁 식사 후 책상에 불을 켜 놓고 앉아 잠을 자러 가기 전에 습관적으로 하는 이런저런 일이나 놀이를 시작한다면,
집에 머물러 있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생각될 만큼 바깥 날씨가 험악하다면,
이제는 벌써 상당히 오랫동안 책상에 잠자코 앉아 있던 터라 우리가 새삼스레 외출하는 것이 틀림 없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다면,
층계도 이미 어두워졌고 대문조차 잠겨 있다면,
그런데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갑작스레 불쾌한 마음 상태에서 벌떡 일어나 상의를 갈아입고 즉각 외출복 차림으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설명하고는, 짧은 작별을 하고 난 후에 외출하면서, 거실 문을 닫는 속도에 따라, 더 많거나 더 적은 다소간의 언짢은 불쾌감을 뒤에 남겨 놓는다고 생각한다면,
만약 우리가 전혀 예기치 않게 마련된 자유에 특별히 활발하게 움직이는 온몸의 지체들을 지닌 채 문득 골목길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면,
만약 우리가 이 한 가지 결단을 통해 모든 결단력이 자신의 내부에 집중되어 있다고 느낀다면,
만약 우리가 가장 신속한 변화를 쉽게 초래하고 그걸 견디어 내야 할 필요보다는 오히려 그럴 수 있는 힘을 자신이 갖고 있다는 사실을 통상적인 의미보다 더 큰 의미로서 인식한다면,
그리고 우리가 그 긴 골목길들을 그렇게 걸어 나간다면
그러면 그때 우리는 이날 저녁 자신의 가족으로부터 온전히 벗어나게 되고, 가족은 실체가 없는 공허한 것으로 선회해 버리며, 반면에 우리 자신은, 아주 확고부동하게, 시커먼 윤곽이 점차 선명해진 채, 뒤쪽 허벅지를 치면서, 자기 본연의 진정한 형상으로까지 고양되는 것이다.
만약 이 늦은 저녁 시간에, 친구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여 우리가 친구를 방문한다면, 이 모든
것은 더욱 강렬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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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비참한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몸을 일으키는 것은, 의도적인 에너지만 있으면 틀림없이 쉬운 일일 것이다.
나는 안락의자에서 몸을 일으키고, 테이블 주위를 돌아다니며, 머리와 목을 움직이고, 두 눈에 불을 켜고, 눈언저리 근육들을 긴장시킨다.
온갖 감정을 억제하고, 만약 A가 지금 온다면 그에게 격정적으로 인사하고, B에게는 내 방에서 참을성 있게 친절하게 대하며, C 곁에 있으면 이야기되는 모든 것을 고통과 노고에도 불구하고 숨을 길게 내쉬며 속으로 삼켜 버릴 것이다.
그러나 설령 그렇게 잘된다고 하더라도 피할 수 없는 개별적인 실수와 더불어 그 모든 것, 그러니까 그 쉬운 것과 그 어려운 것이 모두 정지되고, 그러고 나서 나는 빙빙 돌면서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따라서 결국 모든 것을 참고 받아들이는 최고의 묘책은, 스스로 무거운 덩어리 같은 태도를 취하는 것, 그래도 불면 날아가 없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불필요한 걸음 한 걸음이라도 떼 보라는 꼬임에 빠지지 않는 것, 다른 사람을 짐승의 눈 길로 바라보는 것, 아무런 후회도 느끼지 않는 것, 요컨대 인생에서 아직 유령 같은 존재로 남아 있는 것을 자기 자신의 손으로 억누르는 것, 즉 무덤에 걸맞은 최후의 안식을 증대시키고 그 안식 외에는 아무것도 더 이상 존속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와 같은 상태의 한 특징적인 운동은 눈썹 위를 새끼손가락으로 살짝 쓰다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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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몰라" 하고 나는 소리 없이 외쳤다.
"난 정말 몰라. 만약 아무도 안 온다면 아무도 안 오는 거지, 뭐.
나는 아무한테도 악한 짓을 하지 않았고, 아무도 나한테 악한 짓을 하지 않았는데, 그러나 아무도 나를 도와주려고 하질 않아. 정말 아무도.
그러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니야.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는 것만을 제외 한다면, - 만약 그렇지 않으면 친절한 사람은 정말 아무도 없을 거야.
나는 아주 기꺼이 - 그러지 않을 이유가 도대체 뭐가 있겠는가? - 순전히 아무것도 아닌 그런 무명의 무리와 함께 소풍을 가고 싶다.
물론 산속으로, 도대체 어디 다른 데 갈 곳이 있어야지.
이 아무것도 아닌 자들이 서로들 밀치며 북적거리는 모습하며, 엇갈려 내뻗고 서로 팔짱을 낀 이
수많은 팔들, 겨우 몇 발자국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이 수많은 발들!
당연히 모두들 연미복을 입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그럭저럭 괜찮게 걸어가고, 바람은 우리와 우리의 팔다리가 비워 둔 틈새들 사이를 지나간다.
산속에서는 목이 거침없이 확 트이게 된다!
우리가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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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각으로 남는다는 것은, 그러니까 어느 날 저녁 사람들과 어울려 시간을 보내고 싶으면 나이 든 사내로서 어렵사리 위신을 지켜 가며 한데 끼워 달라고 간청을 해야 하고, 몸이 아프면 침대 한구석에서 몇 주일씩이나 텅 빈 방을 쳐다보아야 하고, 늘 대문 앞에서 작별을 하고 결코 한 번도 자신의 아내와 나란히 층계를 올라오지도 못하고, 자신의 방 안에는 오로지 낯선 사람의 집으로 통하는 옆문들밖에 없으며, 한 손에 자신의 저녁거리를 들고 귀가하고, 낯선 아이들을 놀라워하며 바라볼 수밖에 없지만 "나는 자식이 하나도 없군!" 하는 말을 끊임없이 반복해서는 안 되며, 청춘 시절의 기억에 남아 있는 총각 한두 명을 따라 외모와 태도를 꾸며 낸다는 것은, 무척 괴로운 일인 것 같다.
실제로 오늘 그리고 나중에도, 몸뚱이와 진짜 머리, 그러니까 자신의 손으로 때려 주기 위한 이마를 달고 거기에 서 있지 않는 한, 그렇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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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가라. 내가 결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너희의 날개들은 너희를 시골티 나는 골짜기로도, 또는 너희를 밀어붙여 파리에 데려다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만약 행렬들이 세 갈래 길 모두로부터 나와 피하지 않고 뒤엉켜 서로 뚫고 간다면, 그리고 그들의 마지막 줄 사이에 다시 빈 공간이 생기도록 한다면, 창문의 전망을 향유하라.
손수건을 흔들고, 깜짝 놀라워하고, 감격하고, 지나가는 아름다운 부인을 찬양하라
시냇물 위에 놓인 나무다리를 건너고, 헤엄치는 아이들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며, 저 멀리 있는 장갑선 위에 탄 수천 명 선원들의 환호성에 놀라워하라.
만약 너희가 오로지 그 볼품없는 사내만을 추적해 그자를 성문 통로에 몰아넣었다면, 그자를 강탈하고, 그러고 나서 모두들, 각자 자신의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서, 그자가 자신이 가야 할 길의 왼쪽 골목길로 슬프게 들어서는 모습을 지켜보라.
드문드문 흩어져 말을 타고 달려오는 경찰들이 말들을 제어하고 너희를 밀쳐 낸다.
그들이 하는 대로 내버려 두라.
텅 빈 거리들이 그들을 불행하게 하리라는 것을 난 알고 있다.
벌써 그들은 말을 타고 짝을 지어, 천천히 길모퉁이를 돌아, 날아가듯 광장들 너머로 떠나간다.”
그러고 나서 나는 내려야만 하고, 승강기를 아래로 내려보내고 문의 초인종을 눌러야 하며, 소녀
가 문을 열어 주면 나는 인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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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빠르게 다가오는 이 봄날들에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오늘 아침엔 하늘이 잿빛이었는데, 지금 창가에 가게 되면 우리는 소스라치게 놀라, 뺨을 창의 손잡이에 기댄다.
아래는 이미 저물어 가는 해의 빛이, 걸어가면서 문득 돌아보는 소녀의 어린이 같은 천진난만한 얼굴을 비추는 것이 보이며, 그 소녀의 뒤를 더 빨리 따라가던 한 사내의 그림자도 보인다.
그 사내는 벌써 지나가 버렸고, 어린애의 얼굴은 무척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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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우가 지나간 후 대기의 설득력을 보라!
나의 여러 가지 공적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내가 저항하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압도해 버린다.
나는 행진하고 있으며, 나의 속도는 이 골목길 한쪽의 속도, 이 골목길의 속도, 이 구역의 속도이다.
나는 당연히, 문을 두드리는 모든 소리, 테이블을 두드리는 소리, 모든 축배의 말, 자기들 침대 속에 있는, 신축 건물의 비계에 있는, 어두운 골목길 집의 담벼락에 바싹 기대어 있는, 사창가의 오토만 의자에 앉아 있는 연인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나는 내 미래에 비해 나의 과거를 더 높게 평가하지만, 그러나 두 가지 다 훌륭하다고 생각하기에 그 둘 중 어느 것이 더 뛰어나다고 우열을 가릴 수가 없으며, 다만 나에게 이토록 은혜를 베풀어 주시는 신의 섭리가 불공평함을 탓할 수밖에 없다.
다만 내가 나의 방에 들어설 때만, 나는 약간 생각에 잠기게 되는데, 그러나 층계를 올라오는 사이에 어떤 숙고할 만한 것을 찾아냈던 것은 아니다.
내가 창을 활짝 열어젖히는 것도, 그리고 어느 정원에서 음악이 아직 연주되는 것도 나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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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밤에 어떤 골목길을 지나며 산책하고 있을 때, 우리 앞의 골목길이 오르막길이고 마침 보름달이기 때문에, 이미 멀리서부터 한 사내가 우리를 향해 달려 오는 것이 보인다면, 우리는, 비록 그가 약하고 누더기 옷을 입고 있더라도, 비록 누군가 그의 뒤를 쫓아오며 소리를 지르더라도, 그를 붙잡지 않을 것이고, 그가 계속 달려가도록 내버려 둘 것이다.
왜냐하면 때마침 밤이고, 우리 앞 골목길이 보름달이 비치는 오르막길이기 때문에, 게다가 어쩌면 이 둘이 자신들의 한담에 열중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이 둘이 어떤 제삼의 인물을 쫓고 있는지도 모르고, 어쩌면 첫 번째 사람이 죄 없이 쫓기고 있는지도 모르고, 어쩌면 두 번째 사람이 살인을 하려는 것인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우리는 살인 공범이 될지도 모르고, 어쩌면 이 둘은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르고, 그래서 단지 각자가 자기 자신의 책임 때문에 자기의 침대 속으로 달려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어쩌면 이들은 몽유병 환자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첫 번째 사람이 무기를 갖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피곤하면 안 되는데, 이미 그렇게나 많은 포도주를 마시지 않았던가?
우리는 두 번째 사람도 더 이상 보이지 않는 것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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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하게 혼자 살고 있지만 이따금씩 어디엔가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자, 하루 시간의 변화, 날씨의 변화, 직업 상황의 변화, 또는 이와 같은 것들을 고려하여 그저 매달릴 수 있는 아무런 팔이라도 당장 보고 싶어 하는 자는 골목길로 난 창 없이는 도저히 오래 견뎌 나가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자가 전혀 아무것도 구하지 않고 그저 피곤에 지친 자로서 군중과 하늘 사이에서 위아래로 두 눈을 돌리며, 창문턱으로 다가가 아무 의욕도 없이 머리를 갸웃이 약간 뒤로 젖히고 있으면, 어느덧 아래로 지나가는 말들이, 그 뒤에 거느리고 오는 마차와 그 소음과 더불어, 마침내 그를 인간적인 융화로 끌어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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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이라면 정말 좋을 텐데!
달리는 말 위에 당장이라도 올라탈 만반의 준비를 하고, 비스듬히 대기를 가르며, 진동하는 대지 위에서 언제나 거듭 짧게 전율을 느끼며, 박차라는 게 없어도 마침내 박차를 내던질 때까지, 말고삐라는 게 없어도 마침내 말고비를 집어 던질 때까지, 그리하여 앞에 보이는 땅이라고는, 이미 말의 목덜미도 말 머리도 없이, 매끈하게 풀을 베어 낸 광야밖에 없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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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우리는 눈 속에 있는 나무줄기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 그것들은 매끄럽게 놓여 있어서, 살짝만 밀어도 밀어내 버릴 수 있을 것 같다.
아니다, 그럴 수가 없다.
왜냐하면 그것들이 땅바닥과 단단하게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라.
심지어 그것조차도 다만 겉으로 그렇게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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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결코 한 번도 유령들과 이야기를 나눠 본 적이 없는건 분명하군요.
유령들한테서 우리는 정말로 결코 어떤 확실한 정보를 얻을 수가 없어요.
그건 이리 저리 오락가락해서 갈피를 잡을 수가 없어요.
이 유령들은 자신들의 존재에 대해서 우리보다 더 많이 의심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들의 허약한 근거를 생각해 보면 이상할 것도 없지만 말이에요."
"그런데 내가 들은 바로는, 우리가 유령을 사육할 수도 있다던데요."
"잘 알고 있군요. 그럴 수 있어요. 그러나 누가 그런 짓을 하겠어요?"
"왜 안 하겠어요? 예컨대 만약 그것이 여자 유령이라면 말이에요" 하고 말하더니 그는 뛰어서 그 위 계단으로 올라갔다
"아, 그렇군요" 하고 내가 말했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보장할 수는 없지요."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내 지인은 벌써 아주 높이 올라가 버려서, 그가 나를 보려면, 층계 위의 둥근 천장 아래에서 몸을 구부리고 보아야만 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내가 외쳤다.
"만약 당신이 그곳 위에서 나의 유령을 제거한다면, 그러면 우리 사이는 끝장이에요, 영원히요."
"그건 물론 농담일 뿐이었어요" 하고 말하며 그는 머리를 움츠렸다.
"그렇다면 좋아요" 하고 나는 말했으며, 이제 정말로 편한 마음으로 산책하러 갈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몹시 외로움을 느꼈기 때문에 올라가 누워 자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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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더니 더 큰 소리로 말했다.
"넌 이젠 너 외에도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어. 지금까지 넌 너밖에 몰랐어.
정확히 말하면 넌 순진한 아이였어. 하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넌 악마 같은 인간이었어.
그러니 알아 둬. 나는 지금 너에게 물에 빠져 죽는 익사 형을 선고하는 바이다.”
게오르크는 쫓기듯이 방을 나왔다.
그의 귓전에는 아버지가 뒤에서 침대 위로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층계에서 그는 계단을 마치 경사진 평면을 가듯이 달리다가 하녀와 부딪혔다.
아침 집 안 청소를 하려고 올라가는 참이었던 그녀는 "맙소사!" 하고 소리치며 앞치마로 얼굴을 가렸지만, 그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는 문을 뛰어나와 차도를 지나 강으로 달려갔다.
그는 굶주린 자가 음식물을 잡듯이 난간을 꽉 잡았다.
소년 시절에는 부모가 자랑스러워하는 뛰어난 체조 선수였던 그는 그때와 같은 체조 솜씨로 난간을 훌쩍 뛰어넘었다.
점점 힘이 빠지는 손으로 아직 난간을 잡은 그는 난간 기둥 사이로, 자기가 물에 떨어지는 소리를 쉽사리 들리지 않게 해 줄 것 같은 버스를 보면서 "부모님, 전 항상 부모님을 사랑했습니다” 하고 나지막이 외치면서, 떨어졌다.
그 순간 다리 위는 자동차 교통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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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 의원이 신호를 보내자 수부들이 그 배에서 떨어져 나왔으며 곧바로 본격적인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탄 보트가 배에서 이삼 미터가량 멀어졌을 때 카를은, 지금 자기들이 바로 배의 경리 본부 창문들이 향하는 쪽에 있다는 전혀 예기치 못한 발견을 하게 되었다.
세 개의 창문을 모조리 슈발의 증인들이 차지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아주 다정하게 손을 흔들면서 환송의 인사를 했으며, 심지어 외삼촌은 그들에게 감사의 답례를 보냈고, 한 수부는 한결같이 고르게 노 젓는 일을 참으로 중단하지 않고서도 손으로 키스를 보내는 예술 같은 재주를 해 보였다.
실제로 화부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카를은 자신의 무릎이 삼촌 무릎과 거의 닿을 만큼 가까이에서 외삼촌의 눈을 더 자세히 쳐다보았다.
카를은 외삼촌이 그 화부가 자신에게 해 준 역할을 언젠가 대신해 줄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외삼촌도 그의 시선을 피해 파도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파도에 밀려 보트가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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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뒤숭숭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침대 속에서 엄청 큰 섬뜩한 해충으로 변해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갑옷처럼 딱딱한 등을 대고 누워 있었는데, 머리를 위로 약간 들어 올릴 때마다 불룩하게 솟은 갈색의 배가 활 모양으로 휜 뻣뻣한 각질의 마디들로 나뉘어 있는 것이 보였다.
배 위에는 이불이 금방이라도 주르륵 미끄러져 내릴 것 같은 모습으로 아슬아슬하게 덮여 있었다.
나머지 몸뚱이에 비해 형편없이 가느다란 수많은 다리가 그의 눈앞에 어른거리며 속수무책으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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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할멈이 오면 내보내도록 합시다" 하고 잠자 씨는 말했으나 아내한테도 딸한테도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했는데, 왜냐하면 그 파출부 할멈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간신히 얻게 된 마음의 평온이 다시 깨져 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녀들은 일어나 창가로 가서 서로 부둥켜안은 채 그대로 서 있었다.
잠자 씨는 자신의 안락의자에 앉은 채 그녀들 쪽으로 몸을 돌리고는 얼마 동안 말없이 지켜보았
다.
그러더니 "자, 이리들 와. 지난 일들은 그만 잊어버려. 이젠 내 생각도 좀 해 주어야지" 하고 외쳤다.
그 여자들은 즉시 그의 말을 따라 그에게로 서둘러 달려가 그를 안아 주고는 급히 각자의 결근계를 마무리했다.
그러고 나서 세 사람은 다 함께 집을 나섰는데, 몇 달 동안 해 보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들은 전차를 타고 교외로 나갔다.
그들만이 타고 있던 차량 안 곳곳을 따 한 햇살이 밝게 비추어 주었다.
그들은 좌석에 편안히 등을 기대고서 장래의 전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자세하게 따져 보니 전망이 그리 나쁜 것도 아니었다.
사실 이제까지는 서로 상세히 물어본 적이 없었지만 세 사람 모두 상당히 괜찮은 일자리를 얻은 데다 특히 앞으로 전도가 유망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상황을 최대한 개선하려면 물론 집을 옮기면 쉽게 해결될 일이었다.
그들은 이제 그레고르가 골랐던 지금의 집보다는 더 작고 더 싸면서도 위치가 더 좋고 전반적으로 더 실용적인 집을 얻고자 했다.
그들이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 잠자 부부는 점점 생기가 돌고 있는 딸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녀가 최근에 두 볼이 창백해질 정도로 온갖 고생을 다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고 풍만한 처녀로 피어올랐다는 것을 거의 동시에 느꼈다.
부부는 점점 말수가 적어지더니 거의 무의식적인 눈길로 서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이제는 슬슬 딸에게 성실한 신랑감도 구해 주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목적지에 이르자 딸이 맨 먼저 일어나 젊은 육체를 쭉 펴며 기지개를 켰을 때 그들에게는 그 모습이 그들의 새로운 꿈과 아름다운 계획의 보증처럼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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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험가는 장교의 발에 다 자기 몸을 대고 밀 생각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손을 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죄수는 즉시 꽁무니를 빼 버렸다.
탐험가는 두 사람에게 다가가 완력으로 그들을 장교의 머리 쪽으로 밀었다.
이때 탐험가는 얼떨결에 시체의 얼굴을 보았다.
살아 있었을 때 그대로였다.
약속된 구원의 표시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었다.
다른 모든 사람이 이 기계에서 발견한 것을 장교는 찾아내지 못한 것이다.
입술은 굳게 다물고 있었고 두 눈은 뜨고 있었는데 아직도 살아 있는 것 같았다.
눈빛은 조용하면서도 확신에 차 있었다.
커다란 쇠바늘이 이마를 꿰뚫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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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험가는 그것을 읽기 위해 무릎을 꿇어야 했다.
그 비문의 내용은 이러했다.
‘여기 구 사령관이 잠들다.
지금은 이름을 밝힐 수 없지만 추종자들이 모여 그분을 위해 무덤을 파고 묘비를 세우다.
일정한 세월이 흐르면 사령관은 다시 부활하여 이 집에서 나와 추종자들과 함께 이 유형지를 다시 탈환할 것이라는 예언이 있다. 믿고 기다리라.'
탐험가가 그것을 읽고 일어섰을 때 그는 사람들이 자기를 에워싸고 웃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마치 그것을 그들이 읽어 보았지만 우습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자신들의 생각과 똑같은지를 물어보는 것 같았다.
탐험가는 그것을 모르는 척하며 은화 몇 닢을 나눠 주고는 테이블을 무덤 위에 올려놓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찻집에서 나와 항구로 떠났다.
사병과 죄수는 찻집에서 아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에게 붙들렸다.
그러나 둘은 곧 그들과 헤어진 것이 분명했는데, 왜냐하면 탐험가가 보트 있는 데로 내려가는 기 다란 층계의 한복판에 이르렀을 때 벌써 두 사람이 뒤쫓아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십중팔구 마지막 순간 탐험가에게 애원하여 함께 데려가 달라고 억지를 부릴 작정이었을 것이다.
탐험가가 계단을 내려가서 뱃사공과 함께 기선을 타는 문제로 이야기하고 있을 때 그 두 사람은 감히 소리를 지를 수 없었기 때문에 묵묵히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다 내려왔을 때 탐험가는 이미 보트에 올라탔고 뱃사공은 물가를 떠나고 있었다.
그들은 그 보트에 뛰어오를 수도 있었겠지만 탐험가가 바닥에서 묵직한 매듭진 굵은 밧줄을 집어 들어 위협했기 때문에 뛰어올라 탈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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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된 영문인지 이제 그 말들은 끈들이 느슨하게 풀려 있었고, 어떻게 그렇게 된 것인지 나로서는 알 수 없으나, 창문들이 밖에서부터 활짝 열어젖혀져 있었다.
창문 하나에 한 마리씩 그 말들은 창문으로 머리를 쑤셔 넣고는 가족들의 비명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고 환자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마치 말들이 나더러 빨리 떠나자고 요구라도 하는 것 처럼 나는 '말을 타고 곧 다시 돌아갈 거야'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더위 때 문에 내가 멍하니 정신이 없는 거라고 생각한 그 누이가 나의 털외투를 벗기는 것을 허용한다.
럼주 한 잔을 나에게 내놓으며 그의 노부가 나의 어깨를 두드린다.
그가 보물처럼 아끼는 것을 내놓는다는 것은 허물없는 친밀감을 증명해 주는 것이다.
나는 머리를 흔들었다.
그 노인장의 좁은 소견머리에 내 기분이 나빠진 것이리라.
오로지 그 이유 때문에 나는 그 술을 마시는 것을 거절한 것이다.
그 어머니는 침대 가에 서서 나를 그쪽으로 오라고 유인한다.
나는 그녀의 뜻에 따라, 말 한 마리가 방의 천장을 향해 큰 소리로 거리는 동안, 나의 젖은 수염 밑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소년의 가슴에 내 머리를 댄다.
그러자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 확인되는데, 그 소년은 건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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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정말 그런가요, 아니면 선생님이 열병에 걸린 나를 속이는 건가요?"
"정말로 그렇다네. 공의소의 명예를 걸고 하는 말이니 받아들이게나."
그리고 그는 그 말을 받아들였고 조용해졌다.
그러나 이제 나 자신의 구원을 생각할 때였다.
아직도 그 말들은 충직하게 제자리에 서 있었다.
나는 옷들과 털외투와 가방을 얼른 움켜잡았다.
옷을 입느라고 꾸물거리고 싶지가 않았던 것이다.
만약 말들이 이곳에 올 때처럼 급히 서둘러 준다면, 나는 이 침대에서 뛰어올라 내 침대로 툭 튕겨 나갈 것이다.
말 한 필이 고분고분하게 창문에서 뒤로 물러갔다.
나는 짐 뭉치를 마차 안으로 던졌다.
털외투가 너무 멀리 날아가서 오직 소매 자락 하나만 갈고리에 걸렸다.
그만하면 충분했다. 나는 말에 뛰어올랐다.
끈들이 느슨하게 풀리고, 말 한 필을 다른 말과 서로 제대로 잡아매지 못한 상태로, 마차가 헤매며 뒤따르고, 털외투는 맨 뒤에서 눈에 파묻혀 질질 끌려왔다.
"이랴!" 하고 나는 외쳤으나 말은 경쾌하게 달리지 못했다.
마치 늙은이들처럼 우리는 천천히 눈 덮인 황량한 벌판을 지나갔다.
우리 뒤에서는 오랫동안 아이들이 부르는 새로운, 그러나 틀린 노래가 들려왔다.
"기뻐하라, 그대 환자들이여! 의사가 그대들 병상에 눕혀 있도다!”
결코 이런 꼴로 나는 집에 돌아가지 못한다. 번성하는 나의 병원은 사라져 버리고 없다.
어떤 후임자가 나한테서 빼앗아 갔기 때문이지만, 그가 나를 대신할 수는 없기 때문에 아무 소용이 없다.
나의 집에서는 그 구역질 나는 마부가 미쳐 날뛰고, 로자는 그의 제물인데, 나는 그것을 깊이 생
각하고 싶지 않다.
벌거벗고서 이 불행한 시대의 혹한에 몸을 내맡긴 채, 지상의 마차와 저세상의 말을 타고, 늙은 사내인 나는 정처 없이 떠돌아다닌다.
내 털외투가 마차 뒤에 걸려 있으나 나는 그것에 손이 닿을 수가 없으며, 움직일 수 있는 환자들 중에 아무도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속았구나! 속았어!
일단 잘못 울린 야종 소리를 따르다 보니, 결코 돌이킬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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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에 나는, 친히 궁궐의 창문 안에서 바라보고 있던 황제의 모습을 보았다고 믿었다.
그는 평상시에는 한 번도 이 바깥 거처에 나온 적이 없으며, 항상 구중궁궐의 가장 깊은 안뜰에서만 살고 있다.
이번에는 그러나 나에게는 적어도, 황제가 어떤 창가에 서서, 머리를 숙이고 자신의 성 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떻게 될 것인가?" 하고 우리 모두가 스스로에게 묻는다.
"얼마나 오랫동안 우리는 이 부담과 고통을 견뎌 내게 될까?
황제의 궁궐은 그 유목민들을 유혹했지만, 그러나 그것은 그들을 다시 몰아내는 방법은 알지 못한다.
성문은 닫힌 채로 있으며, 예전에는 언제나 행진하여 들어가고 나가던 보초병이 감옥의 격자 창살 뒤에 갇혀 있다.
우리 수공업자들과 상인들에게 조국을 구하는 일이 맡겨져 있지만,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과제를 해결할 수가 없으며, 우리는 물론 그럴 능력이 있다고 결코 자랑해 본 적도 없다.
그것은 오해이며, 우리는 그것으로 몰락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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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아직도 도대체 무엇을 알고 싶나?" 하고 문지기가 묻는다.
"자넨 만족할 줄을 모르는군”
"모든 사람이 법을 얻고자 노력할진대" 하고 시골 남자가 말한다.
"이 여러 해 동안 나 말고는 아무도 입장 허가를 바라는 사람이 없으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요?"
문지기는 이미 그 남자의 임종이 다가와 있음을 알아채고는, 그의 스러져 가는 청각에 닿게끔 고함을 질러 이야기한다.
"여기서는 다른 누구도 입장 허가를 받을 수 없었어.
이 입구는 오직 자네만을 위해 정해진 것이었으니까 말이야.
나는 이제 가서 입구를 닫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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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꾼 네 명이 와서는 그 무거운 썩은 시체를 우리 앞에 내던졌다.
그 시체가 거기에 놓이자마자, 그 자칼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제각기 마치 밧줄들에 묶여 저항 할 수 없이 잡아당겨지는 것처럼, 모든 자칼은 몸을 뒤로 빼고 멈추면서, 몸뚱이를 땅바닥에 질질 끌면서 다가왔다.
그들은 그 아랍인들을 잊어버렸고, 증오심도 잊어버렸으며,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그 시체의 현존이 모든 것을 지워 버리고 그들을 매료시켰다.
벌써 한 마리가 목에 매달려 있었고 딱 한 번 물어보고 단번에 동맥을 찾아냈다.
마치 가망은 없지만 엄청나게 큰 화재를 어떻게 해서든 무조건 끄고자 미친 듯이 맹렬하게 물을 뿜어 대는 그런 작은 펌프처럼, 그 자칼의 몸뚱이의 모든 근육이 제자리에서 늘어나기도 하고 움찔하며 경련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자 벌써 모든 자칼이 같은 일을 하면서 시체 위에 높이 산을 이루고 있었다.
그때 인도자가 날카로운 채찍으로 세차게 자칼들 위를 가로세로로 휘둘렀다.
그것들은 머리를 쳐들었다.
반쯤은 도취와 실신 상태에 빠져 있던 그것들은 자기들 앞에 아랍인들이 서 있는 것을 보았으며, 이제 주둥이에 채찍을 느끼게 되자, 펄쩍 뛰어 뒤로 물러나더니 한 구간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낙타의 피는 이미 거기에 웅덩이를 이루며,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고, 몸뚱이는 여러 군데가 넓게 갈기갈기 찢겨 있었다.
그것들은 거부할 수가 없어서 다시 거기 와 있었으며 인도자가 다시 채찍을 쳐들었다. 내가 그의 팔을 붙들었다.
"당신이 옳아요. 선생" 하고 그가 말했다.
"그들이 자신의 소명을 행할 때는 그대로 놓아둡시다.
또한 떠나야 할 시간이기도 하오.
당신은 그들을 보았지요. 놀라운 동물들이오, 그렇지 않소? 그리고 얼마나 우리를 증오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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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신사 뒤에 하는 일이 없는 하인이 가고 있다.
그 신사들은, 그 위대한 지식으로 볼 때 당연히 그러하듯이, 오래전에 모든 자만심을 하나도 남김없이 떨쳐 냈다.
반면에 그 하인은 내면에 자만심을 차곡차곡 쌓아 놓았던 것 같다.
한 손은 등에 대고 다른 손으로는 하인 제복의 금빛 단추나 섬세한 옷감을 쓰다듬으면서, 그는 자주 오른쪽, 왼쪽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다.
마치 우리가 했던 인사에 대해 그가 답례라도 하는 것처럼, 또는 우리가 인사를 했었으나 자신의 높은 위치에서는 그것을 확인할 수 없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우리는 그에게 인사하지 않지만, 그러나 만약 우리가 그를 쳐다본다면 우리는, 그가 어떤 두려운 존재, 광산 관리국의 하급 직원이라도 되는 것처럼 거의 생각할 것이다.
그의 뒤에서 우리는 그렇지만 물론 웃는다.
천둥소리도 그가 뒤돌아보도록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그는 아무튼 우리의 주목을 받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 남아 있다.
오늘은 충분한 작업을 하지 못할 것이다. 작업 중단이 너무나 많았던 것이다.
이와 같은 방문은 일에 대한 생각을 모조리 앗아가 버린다.
시험 갱도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린 신사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너무도 유혹적이다.
주야로 교대하는 우리의 작업반도 곧 끝장이 날 것이다.
우리는 그 신사들이 돌아오는 모습을 더 이상 함께 보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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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인생이란 놀랍도록 짧다.
지금 돌이 켜 생각해 보니, 예컨대, 어떻게 한 젊은이가 - 불행한 우연의 사고들은 제외하더라도 - 행복하게 흘러가는 일상적인 삶의 시간에서조차 말을 타고 이웃마을에 가기에 빠듯하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은 채 어떻게 말을 타고 이웃마을에 갈 결심을 할 수 있는지, 나는 거의 이해하지 못하겠다.
이렇게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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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황제가, 개인에 불과한 그대에게, 태양 같은 존재인 황제 앞에서 아주 먼 곳으로 도망친 왜소한 그림자 같은 초라한 신하, 바로 그런 존재인 그대에게, 황제가 임종의 침상에서 칙명을 보냈다.
그 칙사를 황제는 침대 옆에 무릎을 꿇게 하고는 그의 귀에 대고 그 칙명을 속삭이듯 말했다.
그 칙명이 황제에게는 매우 중요했으므로, 황제는 칙사에게 그 명을 자신의 귀에 반복해 보라고 시켰다.
머리를 끄덕임으로써 황제는 그 말이 틀림없이 맞는다고 인정했다.
그리고 그의 임종을 지켜보는 모든 사람 앞에서 - 방해가 되는 벽들은 모두 허물어지고, 멀리까지
높이 뻗어 있는 옥외 계단 위에는 그 나라의 위대한 인물들이 빙 둘러서 있다 - 이 모든 사람 앞에서 그는 칙사를 떠나보냈다.
칙사는 곧바로 길을 떠났다. 그는 강건하고 지칠 줄 모르는 사내였다.
한 번은 이 팔을 한 번은 다른 팔을 번갈아 앞으로 내뻗으면서 그는 군중 사이를 뚫고 나아갔다.
만약 제지를 받으면 그는 태양 표지가 있는 자기 가슴 위를 가리킨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쉽게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나 군중의 규모가 매우 방대하고, 그들의 주거지는 끝이 없다.
만약 탁 트인 들판이 열린다면 그는 마치 날듯이 빠르게 갈 것이고 그대는 곧 그의 두 주먹이 그대의 문을 쾅쾅 두드리는 굉장한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을 하는 대신 그는 아무 쓸데 없이 헛수고만 하고 있다.
그는 여전히 가장 깊은 구중궁궐의 방들을 억지로 무리하게 지나가고 있다. 결코 그는 그 방들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고, 설령 그가 벗어나는 데 성공한다 하더라도 얻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층계들을 내려갈 때 그는 자기 자신과 싸우지 않으면 안 될 것이고, 그리고 설령 그것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얻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궁궐 안의 마당들은 가로질러 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궁정들을 지나고 나면 에워싸는 두 번째 궁궐이 있고, 또다시 층계 들과 궁정들, 그리고 또다시 하나의 궁궐, 계속 그러다 보면 수천 년이 걸릴 것이다.
그래서 마침내 그가 가장 바깥쪽 성문에서 뛰쳐나가면 - 그러나 그런 일은 결코, 결코 일어날 수 없다 - 비로소 군주의 거소가 있는 수도가, 세계의 중심이, 가득 쏟아 놓은 침전물들로 높이 쌓인 채, 그의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아무도, 심지어 죽은 자의 칙명을 지니고 있어도, 결코 이곳을 뚫고 나가지는 못한다.
그러나 그대는, 저녁이 오면, 그대의 창가에 앉아 그 명이 그대에게 오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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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에게 어려운 질문을 할 수는 없고, 그를 - 워낙 작은 생김새부터가 그렇게 하게끔 유혹한다 - 어린아이처럼 다룬다.
"너 대체 이름이 뭐냐?" 하고 묻는다.
그가 "오드라데크예요" 한다.
"그럼 어디서 사니?" 물으면 “아무 데서나요" 하면서 그가 웃는 데 그것은 허파가 없이 웃는 것 같은 웃음일 뿐이다.
그것은 마치 낙엽들 속에서 나는 바스락거리는 소리처럼 들린다.
그것으로 대화는 대개 끝난다.
게다가 이런 대답들조차도 늘 들을 수는 없으니 그는 자주 오랫동안 나무토막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는 마치 나무토막인 것 같다.
쓸데없이 나는 그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자문한다.
대관절 그가 죽을 수 있는 것일까?
죽는 것은 모두가 그 전에 일종의 목표를, 일종의 행위를 가지며, 거기에 부대껴 마모되는 법이거늘, 오드라데크의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훗날 내 아이들과 내 아이들의 아이들의 발 앞에서도 그는 여전히 실타래를 질질 끌며 계단을 굴러 내려갈 것이란 말인가?
그는 명백히 그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죽은 후까지도 그가 살아 있으리라는 상상이 나에게는 거의 고통스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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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치웠어" 하고 말하면서 슈마르는, 피범벅이 된 아무 쓸데 없이 거추장스러운 짐인 칼을 바로 옆집 현관을 향해 던진다.
"살인이라는 더없는 행복! 흘러나오는 낯선 피로써 완화되는 고통과 날아갈 것 같은 부푼 마음! 오랜 밤의 어둠이자, 친구이며, 술동무인 베제, 너의 피는 어두운 길바닥에서 새어 나가고 있다. 왜 너는 그저 단순하게, 내가 네 위에 올라앉으면 네가 완전히 사라져 버릴, 피로 가득 채워진 그런 주머니가 아닌가?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모든 꽃의 꿈들이 다 무르익은 것은 아니었다.
너의 무거운 잔재가, 이미 한 걸음도 접근할 수 없는 상태로, 여기에 놓여 있다.
네가 그것으로 제기하는 무언의 질문은 무엇인가?"
팔라스는 모든 분노를 제 몸뚱이 안으로 뒤죽박죽 쑤셔 넣어 꾹 누르면서, 두 개의 문짝이 갑작스레 열리는 그의 집 대문 안에 서 있다.
"슈마르! 슈마르! 모든 걸 다 알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 보았어."
팔라스와 슈마르는 서로를 확인한다.
팔라스는 슈마르가 끝장나 버리지 않은 것에 만족해한다.
베제 부인이 양쪽에 많은 사람을 거느린 채 너무 놀란 나머지 완전히 늙어 버린 얼굴을 하고 서둘러 온다.
모피 코트가 열리고, 그녀가 베제 위에 쓰러진다.
잠옷을 입고 있는 그녀의 몸은 그의 것이고, 마치 무덤 위의 잔디처럼 그 부부 위를 덮고 있는 모피 코트는 그 무리의 것이다.
슈마르는, 이를 악물고 마지막 구역질을 애써 힘들게 참으면서, 민첩하게 자신을 그곳으로부터 끌고 간 경찰의 어깨 위에 입을 눌러 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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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손가락으로 그는 땅을 파고 있었다.
땅은 거의 저항을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다 준비되어 있는 것 같았다.
오로지 겉 으로 보기에만 얇은 지층이 한 층 만들어져 있었다.
그 지층 바로 뒤에 급경사진 벽들로 된 커다란 구멍이 하나 열렸다.
카는 어떤 부드러운 기류에 떠밀려 등을 뒤로한 채 그 구멍 속으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그가 그 밑에서 여전히 목덜미를 들어 머리를 곧추세운 채, 침투가 불가능한 깊이의 심연에 의해 끌려들어 가는 동안, 위에서는 막강한 명예를 지닌 그의 이름이 비석 위를 질주하고 있었다.
이 광경에 매료된 채 그는 잠에서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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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연회나 학술 집회나 유쾌한 회합 등에서 늦게 집에 돌아오면 반쯤 길들여진 작은 암컷 침팬지 한 마리가 저를 기다리고 있으며, 저는 그 침팬지 곁에서 원숭이 식으로 잘 지냅니다.
저는 낮에는 그 암컷 침팬지를 보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 시선에 길들여진 동물의 어리둥절한 착란 같은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오직 저만이 알아보는데, 저는 그것을 견딜 수가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저는 아무튼 제가 도달하고자 했던 것에 도달한 셈입니다.
그것이 애쓸 만한 가치도 없는 것이라고 말씀하지는 마십시오.
덧붙여 말씀드리자면, 저는 인간의 판단은 원하지 않으며, 오로지 지식을 보급하고자 할 뿐이며, 다 만 보고할 따름입니다.
고매하신 학술원 회원 여러분께도 저는 다만 보고드렸을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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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모든 것을 미화한다.
아름답지 못한 온갖 개별적인 것들이 청춘의 그칠 줄 모르는 힘의 원천 속에 사라져 버린다.
가령 누군가 소년 시절에, 숨어서 무언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눈빛을 갖고 있었다고 하자.
그 눈빛은 나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사람들은, 심지어 그 자신조차도 그 눈빛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러나 노령에 남아 있는 것은 찌꺼기들이다.
누구나 다 제각기 필요한 존재이지만, 아무도 새로워지지는 않는다.
누구나 다 제각기 관찰의 대상으로 서 있다.
그리고 늙어 가는 한 남자의 애타게 기다리는 눈빛은 아무튼 아주 노골적으로 드러내 놓고 애타
게 기다리는 눈빛이며, 그 눈빛을 알아채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만 이 경우에도 실제적이고 객관적인 사태 의 악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내가 어떤 시점에서 바라보든지 간에, 만약 내가 이 사소한 일을 나의 손으로 그저 아주 쉽게 덮어 두기만 하면, 그 여인이 아무리 미쳐 날뛰더라도, 나는 앞으로도 아주 오랫동안 세상에 의해 방해받지 않은 채 지금까지의 나의 생활을 조용히 지속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 언제나 거듭 드러나며, 나도 그렇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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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누구 한 사람 와서 봐" 하고 감독관은 말했다.
"왜 달리는 어쩔 수가 없다는 거지?"
"왜냐하면 저는," 하고 단식 광대는 작은 머리를 약간 올리고, 마치 키스를 하려고 입술을 동그랗게 오므려 내밀 듯이 입술을 감독관의 귓속으로, 말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못하게 하면서 말했다.
"왜냐하면 저는 입에 맞는 맛있는 음식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것을 찾아냈다면, 저는 결코 세인의 주목을 얻으려고 하지 않았을 테고, 당신이나 다른 모든 사람처럼 배가 부르게 먹었을 것입니다." 그것이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삶의 의욕을 잃은 눈에는 설령 더 이상 당당하지는 않더라도 계속해서 단식을 하리라는 확고한 확신이 담겨 있었다.
"이젠 처리해 버려!" 하고 감독관은 말했고, 사람들은 짚더미와 함께 단식 광대를 묻어 버렸다.
그리고 그의 우리 안에는 혈기 왕성한 표범 한 마리를 넣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적막했던 우리에서 이 야생동물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을 보는 것은 아주 무딘 감각의 소유자라도 느낄 수 있는 기분 전환이 되었다.
표범에게는 아무것도 부족한 것이 없었다.
당직자들은 오래 생각해 보지 않고도 표범의 입에 꼭 맞는 먹이를 가져다주었다.
표범은 결코 자유를 그리워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물어뜯을 것까지도 마련이 되어 있는 이 고상한 몸뚱이는 자유 또한 함께 지니고 다니는 것 같았다.
이빨 사이의 어딘가에 그 자유가 숨겨져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의 목구멍 속에서는 삶의 기쁨이 어떤 강한 열정과 더불어 흘러 나왔는데, 관중에게는 그것을 저항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들은 극복했고, 그 우리로 몰려들어 주위를 전혀 떠나려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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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그 영리한 여자가 계산을 잘못했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결코 그녀가 계산한 대로가 아니라 우리 세계에서는 오로지 매우 슬픈 운명이 될 수밖에 없는 그
런 그녀 자신의 운명에 의해 앞으로도 계속 쫓기듯 내몰릴 거라고 대중이 믿을 정도로 그녀는 아주 잘못 계산한 것이다.
그녀 스스로가 노래를 피해 달아난 것이고, 대중 사이에서 정서적 교감을 통해 얻었던 권력을 스스로 파괴해 버린 것이다.
그녀는 숨어 버리고 노래하지 않지만, 그러나 우리 종족은 편안하고, 실망한 기미도 보이지 않으며, 당당하다.
우리는, 비록 겉모습으로는 그 반대로 보이지만, 내면으로 차분하게 침잠하는 그런 종족, 그야말로 선물을 단지 줄 수만 있을 뿐 요제피네로부터도 결코 받을 수가 없는, 그런 종족으로서 계속해서 자신의 길을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요제피네는 내리막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곧 그녀의 마지막 찍찍 소리가 울리다가 그치는 때가 올 것이다.
그녀는 우리 종족의 영원한 역사에서 하나의 작은 에피소드이고, 우리 종족은 그녀를 잃은 손실을 극복할 것이다.
물론 그것 이 우리에게는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 소리도 없는 완전한 침묵 속에서 어떻게 집회가 가능할 것인가?
물론, 요제피네가 함께 있을 때도 집회는 침묵 상태가 아니었던가?
그녀의 실제 찍찍 소리가 그것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것보다 두드러지게 더 크고 생기 넘쳤을까?
그것은 그녀가 여전히 생존했을 때만 해도 그저 단순한 추억 이상의 것이었던가?
우리 종족은 오히려 자신의 지혜 속에서 요제피네의 노래를 그렇게 높은 위치에 세웠던 것은 아닐까?
이런 방식으로 그 녀의 노래를 잃지 않을 수 있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말이다.
아마 우리는 그러니까 그녀가 없다고 해서 아주 많이 아쉬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요제피네는, 그녀의 견해에 따르자면 오직 선택받은 자들에게만 마련되어 있는 그런 지상적인 괴로움에서 구원받아, 우리 종족의 무수히 많은 영웅의 무리 속으로 즐겁게 사라질 것이고, 그리고 머잖아 곧, 우리가 역사 서술을 할 수는 없으므로, 그녀의 모든 형제처럼 한층 더 승화된 구원 속에서 잊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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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취급당하는 것 같아 심사가 뒤틀려 내가 말했다.
"당신이 아까 들려주었던 당신 어머님과 정원의 그 부인에 관한 이야기를 나는 전혀 기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그와 같은 이야기들을 많이 듣고 몸소 체험했을 뿐만 아니라, 많은 경우 심지어 함께 참여하기까지 했소.
그런 일은 정말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것이오.
만약 내가 그 발코니 위에 있었더라면 그와 똑같은 말을 할 수 없었을 거라고, 그리고 정원에서 똑같은 대답을 할 수 없었을 거라고 당신은 생각하는 거요?
아주 단순한 돌발적인 사건이에요."
내가 그렇게 말했을 때, 그는 아주 행복한 것처럼 보였다.
그는, 내가 매력적으로 옷을 입고 있으며 내 넥타이가 아주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내가 얼마나 고운 피부를 지녔는가도 말했다.
또한 고백이란, 우리가 그것을 철회할 경우에, 가장 명백한 것이 된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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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 사이에는 어쩌면 이런 짧고 아주 조용한 휴식 시간이, 그러니까 우리가 기대하지 않는데 머리가 우리 목덜미에 매달려 있고, 우리가 관찰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는 채로 모든 것이 정지해 있다가 그러고 나서 사라져 버리는 이런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그동안에 우리는 구부러진 몸뚱이로 홀로 남아 있다가 그러고 나서는 주위를 빙 둘러보지만, 더 이상 아무것도 보지 못하며, 대기의 저항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지붕들과 다행히 각진 굴뚝들이 있는 집들이 우리와 어느 정도 떨어져 서 있다는 기억에 매달리는데, 어둠은 그 굴뚝들을 통해 집 안으로 흘러들고, 다락방들을 통해 각양각색의 방 안으로 흘러드는 것이다.
그리고 내일이면, 전혀 믿어지지 않는 일이지만, 모든 것을 다 볼 수 있게 될 날이 오리라는 것은 하나의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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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집 안 전체의 소음이 한데 모이는 본부인 내 방에 앉아 있다.
모든 문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는데, 문들이 닫히는 소리 때문에 그 문들 사이를 뛰어가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부엌에 있는 아궁이 문이 찰칵 닫히는 소리는 들린다.
아버지는 내 방의 문들을 부수듯이 열어젖히고 질질 끌리는 모닝 가운을 입은 채 내 방을 가로질러 가서는 옆방 난로에서 재를 긁어내고 있으며, 발리는 곁방을 통해 단어를 하나하나 외치면서 아버지 모자를 벌써 손질해 놓았는지를 묻고 있는데, 낮게 언짢아하는 소리가 나에게 친숙해지려다가 대답하는 목소리를 고함 소리로 높인다.
현관문들의 손잡이가 돌려지고, 마치 점막 염증이 있는 목에서 나오는 것처럼, 시끄러운 소리가 나더니, 그러고 나서 문은 계속적으로 어떤 여인의 노랫소리와 함께 열렸다가 마침내 남자의 홱 밀치는 둔탁한 소리와 더불어 닫히는데, 그것이 가장 무자비하게 들려온다.
아버지는 가 버리고, 이제 더 예민하고, 더 방심한, 더 절망적인 소음이 두 마리의 카나리아 소리에 뒤이어 들려오기 시작한다.
이미 예전에 나는 그런 생각을 했는데, 카나리아 덕택에 그 생각이, 그러니까 내가 문들을 작은
틈새가 생길 만큼만 열고 뱀과 흡사하게 옆방으로 기어들어 가 바닥에 엎드린 채 나의 누이들과
그녀들의 여선생님에게 조용히 해 달라고 부탁해야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새롭게 퍼뜩 떠오
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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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그에게 우리가 창고에 갖고 있는 모든 종류를 말해 줘요.
가격은 내가 당신등에다 대고 불러 줄게요.”
"좋아요" 하고 아내가 말하더니 골목길로 올라간다. 물론 그녀는 곧 나를 보게 된다.
"석탄 장수 사모님” 하고 나는 큰 소리로 외친다.
"삼가 인사드립니다. 석탄 한 삽만, 바로 여기 이 양동이에 주십시오.
제가 그것을 직접 집으로 가져가겠습니다. 가장 질 나쁜 것으로 한 삽이면 됩니다.
물론 깎지 않고 돈을 다 지불하겠습니다만, 그러나 즉시는 안 됩니다, 즉시는 안 됩니다."
'즉시는 안 됩니다'라는 그 두 마디 말은 도대체 어떤 종류의 종소리이며, 그리고 그것이 방금 가까운 교회 탑에서 들려올 수 있는 그런 저녁 종소리와 뒤섞여 얼마나 감각을 혼란스럽게 하는지!
"그러니까 그가 원하는 것이 뭐요?" 하고 석탄 장수가 소리친다.
“아무것도 없어요” 하고 아내가 소리쳐 대답한다.
"정말 아무것도 없다고요. 아무것도 안 보여요. 아무 소리도 안 들려요.
그저 여섯 시 종소리만 울리고 있어요.
그러니 문을 닫아요. 추위가 엄청나네요. 내일은 아마 틀림없이 일이 훨씬 더 많을 거예요."
그녀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지만, 그런데도 그녀는 앞 치마 끈을 풀고 나더니 그 앞치마로 나를 날려 보내 버리려고 시도한다.
유감스럽게도 그것은 성공한다.
탈 수 있는 좋은 동물의 모든 장점을 나의 양동이는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저항력이 없다. 그것은 너무 가볍다.
부인용 앞치마 한 장이 그것의 다리들을 땅바닥에서 몰아내버리는 것이다.
"이런 악한 여자" 하고 내가 소리치는 동안 그녀는 가게로 몸을 돌리면서 절반은 경멸적으로 그리고 절반은 만족해하며 손으로 공중을 친다.
"이런 악한 여자, 가장 질 나쁜 석탄 한 삽을 내가 부탁했는데, 당신은 그것을 나에게 주지 않았소."
그 말과 함께 나는 빙산 지역으로 올라가서 영원히 다시 보이지 않게 사라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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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내 지인은 서슴지 않고 호주머니에서 칼 하나를 꺼내 조심스럽게 펴더니 마치 장난할 때처럼, 왼쪽 상박을 찌르고는 빼내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곧바로 피가 흘렀다.
그의 둥근 두 뺨이 창백했다.
나는 칼을 뽑아내서 겨울 상의와 연미복 소매를 잘라 내고, 속옷 소매를 잡아 찢었다.
그러고 나서 혹시 나를 도와 줄 수 있을 사람이 아무도 없나 보려고, 짧은 거리의 길을 위아래로 오르내리며 뛰어다녔다.
나뭇가지들은 모두 거의 눈부실 정도로 환하게 보였고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고 난 다음 나는 깊은 상처를 약간 빨아 주었다.
그때 정원사의 작은 집이 기억났다.
나는 그 집 왼쪽 높은 잔디밭으로 나 있는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나는 급히 그 창문들과 문들을 조사했는데, 그 집에는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곧바로 알아챘음에도 불구하고, 격분한 채 발을 구르며 초인종을 눌렀다.
그런 후에 상처를 쳐다보았더니, 피가 가느다란 강물처럼 콸콸 흐르고 있었다.
나는 그의 수건을 눈밭에 넣어 적셔서 엉성한 대로 그의 팔을 동여맸다.
"이봐요, 이봐요" 하고 내가 말했다.
"나 때문에 당신이 당신 몸을 상하게 했군요.
친절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당신의 처지는 아주 좋은 편이에요.
세심하게 차려입은 많은 사람의 모습이 테이블 사이로, 또는 언덕길 위에서 멀리 그리고 가까이 보이는 그런 환한 대낮에 산책을 할 수가 있으니 말이에요.
이른 봄에 우리가 과수원으로 드라이브하게 될 모습을 좀 생각해 봐요.
아니에요, 우리가 가는 게 아니에요. 정말 유감스럽지만 사실이에요.
그러나 안네를과 함께라면 당신은 기쁘게 빠른 속도로 드라이브하게 되겠지요.
오, 그래요. 내 말을 믿어 줘요.
제발 부탁해요. 태양은 당신을 모든 사람에게 가장 아름답게 보이도록 해 줄 거예요.
오, 거기에는 음악이 있고, 멀리 말발굽 소리가 들리는군요.
아무 걱정 할 필요 없어요.
떠들썩한 외침 소리가 들리고, 가로수 길에서 아코디언 연주 소리가 들리는군요."
"아, 이런" 하며 그는 말하면서 일어나 나에게 기댔으며 우리는 그 상태로 걸어갔다.
"정말 아무 도움이 안 되는군요. 내가 기뻐할 수가 없네요.
용서하세요. 벌써 이렇게 늦은 시간이 되었나요?
아마도 내일 아침에는 내가 무슨 일인가를 해야 할 것 같네요. 아. 이런!”
담장 가까이 위에 매달려 있는 등불 하나가 타오르면서 길과 하얀 눈 위에 나무 줄기들의 그림자가 지게 했다.
한편 휘어지고 꺾어진 온갖 형태의 잔가지들 그림자가 산비탈 위에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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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가 그렇게 말없이 거기 앉아 있는 것이 나는 정말로 부담스러웠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만약 언젠가 우리가 누군가에게 마지막 작별을 고한다면, 그리고 이것이 그 다른 사람에게 매우 적절하게 보인다면, 그러면 우리는, 아직 함께 끝마쳐야 할 얼마 안 되는 일을 가능한 한 빨리 끝내는데, 이것은 그 다른 사람이 말없이 그 자리에 있는 것에 스스로 부담을 느끼게 하려는 그런 목적이 없지는 않다.
만약 누군가 나의 탁자 곁에 앉아 있는 이 작고 끈질긴 노인의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았다면, 그를 방에서 서둘러 내보내는 것이 도무지 가능하지 않으리라는 말을 믿을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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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시군요" 하고 시장이 말했다.
"대단하세요. 그런데 이제 저희 리바에 머무르실 생각이신지요?"
"저는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하며 사냥꾼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는데, 그 비웃음을 만회하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그는 시장의 무릎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저는 지금 여기에 있으며, 저는 더 이상은 모르고,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제 거룻배는 키가 없어, 죽음의 가장 낮은 지역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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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로 인해 나의 사업상 결정들은 불확실하게 되어 버리고, 나의 목소리는 떨리게 된다.
내가 전화하는 동안 하라스는 무엇을 할까?
우리는 명확성을 얻기 위해 자주 과장하지 않으면 안 될 때가 있는데, 심하게 과장해 보자면 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라스는 전화기가 필요 없다. 그는 내 것을 사용하니까.
그는 자신의 긴 안락의자를 끌어다 벽에 붙여 놓고 귀를 기울여 엿듣는다.
그와 반대로 나는 전화벨이 시끄럽게 울리면 전화 쪽으로 달려가 고객들이 원하는 사항들을 접수하고, 무겁고 중대한 결정들을 내리고 대규모의 설득들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모든 일이 진행되는 동안 내벽을 통해 하라스에게 보고를 해 주어야만 하는 셈인 것이다.
어쩌면 그는 결코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리지도 않고, 그에게 이 일에 대해서 충분히 주지시킨 통화 장소를 향하여 일어설지도 모를 노릇이다.
그러고는 습관대 도시를 가로질러 휙 지나갈 것이고, 내가 수화기를 놓기도 전에 어쩌면 벌써 나를 저지하려고 나에게 반대 행동을 취하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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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흐르는 동안 저녁과 밤 시간에 수많은 기사 소설과 도둑 소설을 곁에 두고 읽었으면서도 그렇지만 그것을 한 번도 자랑삼아 이야기한 적이 없는 산초 판자는, 그가 나중에 돈키호테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던 악마로 하여금 절제 없이 가장 미친 짓들을 행하게 함으로써 그 악마를 자신으로부터 떼어 놓을 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 미친 짓들이란 것이 미리 정해진 대상이 없었으므로, 물론 바로 산초 판자는 어쩔 수 없이 그런 대상이 되어야 했겠지만, 아무도 해치지는 않았다.
자유로운 인간인 산초 판자는 무관심하게, 아니 어쩌면 어느 정도의 책임감에서, 원정에 나선 돈키호테를 따라나섰으며 생을 마칠 때까지 거기서 크고 유익한 즐거움을 맛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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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녀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아름답게 몸을 뻗치고 틀었으며, 그 소름 끼치는 머리카락을 온통 바람결에 나부끼며 바위 위에서 발톱을 드러내 놓고 단단히 힘을 주고 있었다.
그녀들은 더 이상 유혹하려 하지 않았으며, 다만 오디세우스의 커다란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광채를 가능하면 오랫동안 붙들어 두고 싶어 했을 뿐이었다.
만약 세이렌들이 의식이 있었더라면 그 당시에 모두 근절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들은 그렇게 남아 있었고, 오로지 오디세우스만 그들을 벗어났다.
아무튼 여기에 덧붙여진 이야기 하나가 더 전해져 내려온다.
오디세우스는 워낙 책략이 풍부한 여우 같은 사람이라 심지어 운명의 여신조차 그의 가장 깊은 마음속은 꿰뚫고 들어갈 수 없었다고들 한다.
어쩌면 그는, 비록 인간의 오성으로는 도저히 알 도리가 없으나, 세이렌들이 침묵했었다는 것을 정말로 알아차렸을지도 모르며, 그래서 전술한 가상의 과정을 다만 어느 정도 방패로서 세이렌들과 신들을 향해 내밀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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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메테우스에 관해 이야기하는 네 가지의 전설이 있다.
첫 번째 전설에 따르면 그는 인간들에게 신들의 비밀을 누설했었기 때문에 캅카스산에 쇠사슬로 단단히 묶였고, 신들이 독수리들을 보내어 끊임없이 항상 자라 는 그의 간을 쪼아 먹게 했다고 한다.
두 번째 전설에 따르면 프로메테우스는 쪼아 대는 부리가 주는 고통 때문에 점점 깊이 바위에 몸을 눌러 마침내 바위와 하나가 되었다고 한다.
세 번째 전설에 따르면 수천 년이 지난 후에 그의 배반은 잊히게 되었는데, 신들도 잊었고 독수리도, 그 자신도 잊어버렸다고 한다.
네 번째 전설에 따르면 한도 끝도 없이 이루어지는 것에 사람들이 지쳤다고 한다.
신들이 지치고, 독수리가 지치고, 상처도 지쳐 아물었다고 한다.
남은 것은 그 수수께끼 같은 바위산이었다 - 전설은 그 수수께끼를 설명하려 한다.
전설이란 진실의 바탕에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전설은 다시금 수수께끼 가운데서 끝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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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한 사안들의 경우에는 그러나 시민들은 거부당하는 것을 언제나 확실히 믿을 수가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러한 거부가 없으면 아무튼 일을 제대로 꾸려 나갈 수 없다는 것은 정말 매우 이상한 일이다.
그리고 그런 경우 이렇게 가서 거부 소식을 가져오는 일은 결코 형식적인 일이 아니다.
언제나 거듭 신선하고 진지하게 사람들은 가고 나서 다시 그곳에서 오는데, 물론 바로 힘차고 행복한 모습으로 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그렇다고 결코 실망하고 지친 것도 아니다.
나는 아무한테도 이런 일들에 관해 물어볼 필요가 없다.
나는 모든 사람과 마찬 가지로 나 자신의 마음속으로 느낀다.
그러나 이런 일들의 연관성을 밝히려고 추적하고 싶어 하는 어떤 호기심도 결코 가져서는 안 된다.
나의 관찰들이 미치는 한에 있어서, 만족하지 못하는 어떤 특정한 연령층이 물론 있는데, 대략 열일곱에서 스무 살 사이의 젊은이들이다.
그러니까 가장 보잘것없는 생각, 마치 맨 처음처럼 완전히 혁명적인 어떤 생각이 미치는 영향력
의 범위를 먼 곳에서 예감할 수조차 없는 그런 아주 젊은 녀석들이다.
그리고 바로 그들 사이에 불만감이 슬그머니 스며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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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서는 암울한 이러한 전망을 밝게 해주는 것은, 언젠가는 전통과 그것의 연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마침표를 찍게 되고, 모든 것이 분명 해져서, 법은 오직 민족의 소유일 뿐이고 귀족이 사라져 버리는 그런 때가 오리라는 믿음뿐이다.
귀족에 대한 미움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은 아니며, 결코 그렇지 않고, 아무도 그렇지 않다.
오히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미워하는데, 왜냐하면 우리는 여전히 법의 진가를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까닭에 어떤 의미에서는 사실상 아무튼 매우 미혹하는 저 당파는 원래의 법을 믿지 않고 있는 것이며, 귀족과 그의 존속의 권리를 완전히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소수로 머물러 있는 것이다.
그것은 사실상 오직 일종의 모순 속에서만 표현될 수 있다.
법에 대한 믿음 이외에 귀족도 비난할 어떤 파당이 있다면, 그 파당은 즉시 전체 민족의 지지를 받게 될 테지만, 그러나 그러한 파당은 생겨날 수가 없는데, 왜냐하면 어느 누구도 감히 귀족을 비난할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마치 칼날 위에 선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살고 있는 것이다.
한 저술가가 이런 상황을 언젠가 다음과 같이 요약한 적이 있다.
우리에게 부여되어 있는 그 유일한, 가시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는 법은 바로 귀족인데, 이 유일한 법을 우리 스스로가 잃어버리기를 바라는 일이 과연 있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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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내가 술집에 들어갔을 때, 나의 관찰 장소에 벌써 어떤 손님이 앉아 있었다.
나는 자세히 쳐다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곧장 문으로 가서 몸을 돌려 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 손님이 나를 자기 쪽으로 오라고 불렀다.
그도 하인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일찍이 어디에선가 이미 본 적은 있었지만 그때까지 함께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는 사람이었다
"왜 도망치려 하는 거야? 이리 와 앉아서 마시게! 내가 한잔 사겠네!"
그래서 나는 앉았다.
그가 나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지만, 그러나 나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사실 나는 그 질문조차 결코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아마도 자네 날 초대했던 걸 지금 후회하고 있겠지. 그러면 난 가겠네."
그러고 나서 나는 일어서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탁자 너머로 손을 뻗쳐서 나를 주저앉혔다.
"그냥 있게" 하고 그가 말했다.
"사실 이건 단지 하나의 시험에 불과한 거였네.
질문들에 대답하지 않는 자가 그 시험에 합격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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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독수리가 모든 것을 이해했다는 것을 알았는데, 그놈은 날아오르고 나서, 몸을 뒤로 활짝 젖히더니 마치 창 던지는 사람처럼 그 부리를 곧장 나의 입을 통해 내 몸 깊숙이 찔러 넣었다. 뒤로 넘어지면서 나는, 그 독수리가 모든 심연을 채우고 모든 강둑을 넘쳐흐르는 나의 피 속에서 헤어날 길 없이 완전히 빠져 죽어 갈 때, 속박에서 자유로워지는 그런 해방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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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잡이가 아닌가?" 하고 나는 소리쳤다.
"네가?" 하고 어떤 시커멓고 키 큰 사내가 묻더니 마치 어떤 꿈을 쫓아 버리려는 것처럼 손으로 두 눈 위를 가볍게 스치듯 쓰다듬었다.
나는 어두운 밤에 키를 잡고 서 있었다.
약하게 비치는 등불 이 내 머리 위 허공에 걸려 있었는데, 이 사내가 오더니 나를 옆으로 밀어내려고 했다.
그런데 내가 물러나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내 가슴에 발을 올려놓고 나를 서서히 짓밟았다.
그동안 나는 여전히 키의 핸들을 꼭 붙들고 매달려 있었는데, 내가 넘어질 때 핸들이 갑자기 홱 돌아 버렸다.
그러나 그때 그 사내가 그것을 잡아 제자리로 돌려놓더니, 나를 내팽개쳤다.
그렇지만 나는 물론 곧바로 정신을 차렸고, 선원들의 방으로 통하는 채광창으로 달려가 소리쳤다.
"어이, 친 구들, 빨리 와! 낯선 놈이 나를 조타기에서 쫓아 버렸어!"
그들은 천천히 왔다. 피곤한지 거대한 몸집을 비틀거리면서 배의 사닥다리에서 올라왔다.
나는 "내가 키 잡이지?" 하고 물었다.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러나 눈길은 오로지 그 낯선 놈만 쳐다보고 있었고, 반원을 그리며 그를 빙 둘러싸고 서 있었다.
그러나 그가 명령하듯이 "나를 방해하지 마" 하고 말했을 때, 그들은 한곳으로 모이더니 나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배의 사닥다리 밑으로 사라졌다.
무슨 저런 족속이 다 있어! 그들도 생각이라는 것을 할까, 아니면 발을 질질 끌며 그저 무의미하 게 땅 위를 걸을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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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철학자가 언제나 아이들이 놀고 있는 곳을 떠돌아다녔다.
그러다가 그는 팽이를 하나 가지고 있는 한 소년을 보고는 숨어서 기다렸다.
팽이가 돌기 시작하자 마자 그 철학자는 팽이를 잡기 위하여 소년을 쫓아갔다.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자신들의 장난감에서 그를 떼어 놓으려고 애쓰는 것에 그는 신경 쓰지 않았으며, 팽이가 여전히 돌고 있는 동안에 그 팽이를 잡았고 그는 행복했다.
그러나 그것도 단지 한순간뿐이었다.
그는 팽이를 땅바닥에 던지고 가 버렸다.
말하자면 그는 보편적인 것에 대한 인식을 위해서는 모든 사소한 것, 그러니까 예를 들면 돌고 있는 하나의 팽이에 대한 인식으로 충분하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는 큰 문제들에 몰두하지 않았는데, 그것이 그에게는 비경제적으로 보였던 것이다.
만약 가장 작은 사소한 것이 실제로 인식되었다면, 모든 것이 다 인식되 었던 것이고, 따라서 그는 오직 돌고 있는 팽이에만 몰두했다.
그리고 팽이를 돌리기 위한 준비가 끝날 때마다 언제나 그는, 이제는 그것이 성공할 것이라는 희 망을 가졌으며, 팽이가 돌면, 그것을 쫓아 숨 가쁘게 달려가면서 희망은 확실한 것이 되었지만, 그러나 그러고 나서 그가 그 멍청한 나무토막을 손에 잡으면 메스꺼운 기분이 들고 여태까지 듣지 못했던 아이들의 울부짖음 소리가 갑자기 그의 귓속으로 파고들며 그를 계속 쫓아왔다.
그러자 그는 마치 서투른 채찍 아래 있는 팽이처럼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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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돌아왔다. 나는 평야를 지나왔으며 주위를 둘러본다.
그것은 아버지의 오래 된 농장이다. 한가운데에 있는 웅덩이.
쓸모없는 낡은 기구가 서로 뒤죽박죽 뒤섞여 있어 다락방으로 통하는 계단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다.
고양이가 난간 위에 숨어 기다리고 있다.
언젠가 놀면서 어떤 막대기에 감았었던 찢어진 천 조각 하나가 바람결에 날아오른다.
나는 도착했다. 누가 나를 맞아 줄 것인가?
누가 부엌문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가?
굴뚝에서는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는데, 저녁 식사를 위해 커피를 끓이고 있는 것이다.
너에게 친숙하고, 네가 집에 온 느낌이 드는가?
나는 모르겠다, 나는 몹시 불확실하다.
나의 아버지의 집이지만, 그러나 그것은, 마치 모든 것이 제각기 자기 자신의 용무에만 몰두해 있기라도 한 것처럼, 한 조각 한 조각씩 따로 차갑게 서 있다.
나는 그 용무들 중 일부는 잊어버렸고, 일부는 결코 알았던 적이 없다.
설령 내가 아버지, 그러니까 옛 농장주의 아들이라 하더라도, 내가 그것들에게 무슨 쓸모가 될 수 있을까, 나는 그것들에게 어떤 존재일까?
그리고 나는 감히 부엌문을 노크하지 못하고, 엿듣고 있는 나 때문에 놀라는 일이 없도록, 단지 먼 곳에 서서 엿듣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내가 먼 곳에서 엿듣고 있기 때문에 나는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하고, 다만 조용한 시계 치는 소리만을 들을 뿐이다.
아니, 어쩌면 이편으로 건너온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부터, 그것을 듣고 있다고 그냥 믿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밖에 부엌에서 일어나는 일은 거기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비밀인데, 그들은 내가 그 비밀을 알지 못하게 지키고 있다.
문 앞에서 오랫동안 망설이면 망설일수록 우리는 그만큼 점점 더 낯설어지는 법이다.
만약 지금 누군가가 문을 열고 나에게 무언가를 물어 보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나 자신은 자기 비밀을 지키고자 하는 그런 사람과는 같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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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을 마구간에서 가져오라고 명령했다.
하인은 내가 한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나는 몸소 마구간으로 들어가 안장을 얹고 올라탔다.
멀리서 트럼펫 부는 소리가 들려와 나는 하인에게 그 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물었다.
그는 아무것도 몰랐으며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
대문에서 그가 나를 멈추어 세우고는 물었다.
"주인 나리, 말을 타고 어디로 가십니까?"
"모르겠다" 하고 나는 말했다.
"그냥 이곳에서 떠날 뿐이다, 그냥 이곳에서 떠날 뿐이야.
끊임없이 이곳에서 떠나는 거야, 오직 그래야만 나는 나의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시다면 나리께서는 목표를 알고 계시는 건가요?" 하고 그가 물었다.
"그렇다." 내가 대답했다.
"내가 말하지 않더냐. '이곳에서 떠나는 것, 그것이 나의 목표다."”
"나리께서는 어떤 예비 식량도 갖고 계시지 않으신데요." 그가 말했다.
"나는 그 따위 것 필요 없다." 내가 말했다.
"여행이 몹시 긴 터라 길 가는 도중에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면, 나는 분명 굶어 죽고 말 것이다. 예비 식량도 나를 구할 수는 없다. 실로 다행스럽게도 정말 엄청난 여행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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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되돌아가서는 안 된다.
이러한 시간의 손실, 길을 잘못 들었다는 오류를 인정한다는 것은 나로서는 견딜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는가?
견딜 수 없는 굉음이 수반되는 이 급히 서두르는 짧은 삶 속에서 한 계단을 뛰어내리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그것은 불가능하다.
너에게 할당 된 시간이 아주 짧아서, 만약 네가 일 초를 잃어버리면, 그 결과 너는 벌써 너의 삶 전체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왜냐하면 삶은 네가 잃어버리는 시간보다 더 긴 것이 아니라, 항상 바로 그 시간과 똑같은 길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만약 네가 어떤 하나의 길을 시작했다면, 어떤 상황 아래서도 계속 그 길을 가라.
너는 단연코 승리자가 될 수밖에 없으며, 아무런 위험에도 빠지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너는 결국은 넘어지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네가 이미 첫걸음을 떼어 놓자마자 뒤돌아서 층계를 내려왔다면, 너는 처음에 곧바로 아마도, 아니 틀림없이 넘어졌을 것이다.
그러니까 만약 네가 여기 복도들 위에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면 문들을 열어라.
네가 이 문들 뒤에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면 새로운 층들이 있다.
네가 위에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면 그것은 곤란한 일이 아니다.
새로운 계단들로 뛰어올라라.
네가 올라가는 것을 멈추지 않는 한, 그 계단들은 멈추지 않으며, 계단을 올라가는 너의 발밑에서 위쪽으로 쑥쑥 자라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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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허풍을 떨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나는 바로 이 본능이 나의 학문적인 능력들을 파괴했노라고 말할 수도 있을 텐데, 왜냐하면 확실히 가장 단순하지는 않은 평범한 일상적인 생활환경 속에서 그럭저럭 봐 줄 만한 어느 정도의 사고력을 보여 준 내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의 결과들에서 확인될 수 있듯이, 비록 학문은 아니지만 그러나 학자들은 무척 잘 이해하는 내가, 그런 내가 본래부터 앞다리를 학문의 최초 단계에마저도 끌어 올릴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고 하는 것은 정말로 적어도 매우 이상한 현상일 터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행해지는 학문과는 다른 어떤 학문, 어떤 궁극적인 학문, 아마도 바로 그 학문을 위해 나에게 다른 모든 것보다 자유를 더 높이 평가하도록 한 것은 바로 그 본능이었다.
자유! 물론 오늘날 가능한 자유는 작고 연약한 식물 같은 빈약한 것이다.
그러나 아무튼 자유이기는 하며, 아무튼 하나의 재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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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이른 아침이었다. 거리는 깨끗하고 텅 비어 있었다.
나는 기차역으로 갔다.
탑시계와 내 시계를 비교해 보았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이미 상당히 늦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몹시 서둘러야만 했다. 이 사실에 놀란 나머지 나는 길을 확실히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이 도시를 아직 그다지 잘 알고 있지 못했다.
다행히도 근처에 보안경찰이 있었다. 나는 그에게 달려가 숨 가쁘게 길을 물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은 나에게서 길을 알려고 하는가요?"
"네" 하고 나는 말했다. "나 스스로는 길을 찾을 수가 없으니까요.”
"포기해라, 포기해!" 하고 말하면서 그는, 마치 웃으면서 혼자 있고 싶어 하는 사람들처럼, 거만하게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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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현인들의 말씀들은 언제나 변함없이 단지 비유일 뿐이라고, 우리에게는 단지 일상생활만 있을 뿐인데, 그 말씀들은 일상생활에서는 적용될 수 없는 그런 비유일 뿐이라고, 불평을 늘어놓는다.
만약 현인이 "저편으로 건너가라"라고 말한다면, 만약 그 길의 결과가 가치 있는 것이라면 사람들은 아무튼 그것을 실행할 수 있을 터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뜻은 우리한테 저 다른 쪽으로 건너 가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 어떤 것이고, 그것조차도 더 이상 자세하게 표현할 수 없는, 그래서 우리에게 전혀 도움을 줄 수 없는 그 어떤 것이지만 그 어떤 전설적인 저편을 뜻하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비유는 본래 파악할 수 없는 것은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할 뿐이고, 우리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날마다 애쓰는 일은 다른 것들이다.
이에 관해 어떤 한 사람이 말했다.
"너희는 왜 거부하는가? 만약 너희가 그 비유들을 따른다면, 너희 자신이 비유가 될 것이고, 그로써 너희는 일상의 노고에서 자유롭게 될 것이다."
다른 한 사람이 말했다.
"그것 역시 하나의 비유라는 것에 내기를 해도 좋소."
첫 번째 사람이 말했다.
"당신이 이겼소."
두 번째 사람이 말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단지 비유 속에서 그럴 뿐이오."
첫 번째 사람이 말했다.
"아니오. 현실 속에서는 이긴 것이지만, 비유 속에서는 당신이 진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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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것은 언제나 그렇듯이 이 경우에도 아주 정당한 것이다.
왜냐하면 비록 떠돌아다니는 중이라 하더라도 굴을 목격하면 누구나 자신의 여행 계획과 장래 계획을 바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동물이 어쩌면 자신의 굴을 파고 있을 수도 있는데, 그러면 나는 타협이란 것은 도저히 꿈도 꿀 수 없다.
설령 그것이 아주 별난 동물이어서 그의 굴이 이웃을 참아 낸다 하더라도, 나의 굴이 이웃을 참아 내지 못한다.
적어도 소리가 들리는 이웃을 내 굴이 참아 내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은 그 동물이 물론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고, 만약 그것이 정말 조금만 더 물러나 준다면 저 소리도 아마 틀림없이 사라질 것이고, 그러고 나면 어쩌면 모든 것이 옛 시절들처럼 좋아질 수도 있을 것이고, 그러면 그것은 그저 불쾌하지만 유익한 경험일 것이고, 나에게 매우 다양하게 개선할 수 있는 자극을 주었을 것이다.
내가 편안하고 위험이 곧바로 밀어닥 치지 않는다면, 아직도 나는 이목을 끌만한 온갖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혹시 그 동물이 그 작업 능력으로 미루어 보아 있음직한 엄청난 가능성들을 보고 자신의 굴을 내 굴과 마주치는 방향으로 확장하는 것을 포기하고 그 대신 다른 방면에서 보충한다면, 그것 역시 물론 협상을 통해 이루어질 수는 없고, 오직 그 동물 자신의 사고력을 통해, 또는 내 쪽에서 행사하는 어떤 강제에 의하여 이루어질 수 있다.
그 두 가지 점에서 그 동물이 나에 관해 알고 있느냐 그리고 무엇을 알고 있느냐 하는 것이 결정적일 것이다.
내가 그것에 관해 곰곰이 생각하면 할수록, 그러면 그만큼 더, 그 동물이 도대체 내 소리를 들었다는 것이 사실 같지 않아 보인다.
비록 나로서는 상상이 가지는 않지만, 그것이 나에 관한 이런저런 소식을 들었을 수는 있지만, 그러나 아마 틀림없이 내 소리를 직접 듣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가 그에 관하여 아무것도 몰랐던 한, 그 역시 나의 소리를 도대체 들었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내가 조용히 행동했기 때문이다.
굴과 다시 만나는 것보다 더 고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중에 내가 시험 굴착을 했을 때, 비록 굴을 파는 나의 방식이 아주 작은 소음밖에 내지 않는다 할지라도, 그가 혹시 내 소리를 들었는지 모르지만, 그러나 그가 내 소리를 들었다면 나 역시 그에 대해 무언가를 틀림없이 알아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도 아무튼 최소한 가끔씩은 작업을 중지하고 귀를 기울여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은 언제까지나 변화 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