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남영동 1985를 보려고 인터넷 검색 중, 일산CGV에서 오늘 오후 5시 40분 상영에 출연진 스태프들이 인사하러 온다는 뉴스를 접하고 바로 예매들어감. 극장에 들어갔더니 예상외로 꽤 많은 사람들이 보러왔고(80% 좌석점유율?) 영화 상영직전 영화 제작자의 짧은 인삿말 이후 주요 출연진들과 감독 스크린 앞 입장. 난 박원상 얼굴을 보고 있는데 가슴이 아파왔다. 그가 그 때의 상황을 가감없이 표현하기 위해 실제로 그 끔찍한 고문을 특수효과나 분장없이 모두 그의 몸으로 감수했음을 알고 있었기에... 명계남이(그도 그새 참 많이 늙었다) 영화를 보러 온 관객을 극구 칭찬하며 자신의 전화번호를 불러주고 영화보고 나서 자신에게 영화평을 들려달라던 인상적인 모습 문성근은 몸이 아파서 인사하러 오지 못했다는 말에 걱정이 되기도 했고, 이천희는 객석에 선물을 전해주러 가면서 쇄도하는 카메라 세례에 포즈를 취해주는 센스... 그들이 일사분란하게 인사를 마치고 나가면서 불이 꺼지며 상영 시작. "체험, 독재의 현장!" 2. 영화의 제목으로 쓰인 공간과 시간... 그리고 지금 여기 27년전 서울역 근처의 그곳... 학생운동사의 프레디(나이트메어), 제이슨(13일의 금요일), 731부대의 마루타, 온갖 괴담의 근원지... 1985년이 전두환 정권의 게슈타포들이 활개를 치던 시기였다면, 남영동은 그들에 의해서 끌려온 민주화 기수들이 프로메테우스가 되어 독수리 같은 그들에게 심장을 떼어먹히며 민중들에게 진실과 민주화의 불길을 전해 준 죄로 고초를 당하고 짓밟힌 짐승의 영혼이 되어 동지들의 이름을 팔고 자신들의 과거에 색칠당한 후에야 빠져나올 수 있었던 공간. 영화의 거의 내내 줄곧 방 한 곳에서만 김근태의 입장이 되어 겪는 간접체험은 절망과 환멸, 인간의 탈을 쓴 짐승에 의해 인간성을 박탈당하는 축생 윤회의 시간이다. 살인의 추억이나 추격자를 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처럼 비인간적 몰인권적 감시와 폭력은 유령처럼 지금 여기에서도 여전히 유효하기에 그들의 말못할 희생과 고초가 가져온 민주화는 아직도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롭게 보인다. 3. 사장, 전무, 군의관 그리고... 장의사! 그들은 국가 공무원이기 이전에 개인의 사병이었고, 조폭의 졸개들이었다. 왜 경찰이 서로서로를 사장, 전무, 군의관, 그리고 장의사라 칭하며 없는 내란과 배후세력을 만들어 내며, 차라리 죽음을 간절히 원하도록 염을 해대는가... 영화 속, 그리고 그 때 당시 그 곳의 실제로 사용되었을 그 호칭들은 그들이 국가의 권력을 등에 업은 조폭에 다름 없었음을 극명히 보여주는 장치이다. 4. 찢겨진 영혼과 자아와의 대화 영화 중간중간 박원상의 잠깐 꿈결 혹은 환상 속에서의 자신과의 wife와의 대화 장면들은 고통과 수치심 속에 갈갈이 찢겨진 영혼이 자아와 나누는 대화이고 무너지기 직전의 양심과 그들의 치욕적인 요구에 수렴되는 자신에 대한 자기정당화의 욕구가 서로 부딪히는 장면이다. 게오르규의 25시는 이에 비하면 차라리 너무나도 목가적이고 평화롭다고나 해야할까... 5. 그외 잡다한 몇 가지 단상들... 하나. 이 영화는 나이 든 사람들보다 젊은이들이 봐야 할 영화이다. 이 영화를 통해 나이 든 어르신들의 영혼까지 아로새겨진 공권력의 폭력에 대한 공포와 감시에 의한 조심성의 실체를 두 눈으로 목격할 수 있을테니까... 아니, 이 영화는 고등학생들이 역사 수업시간에 동시에 시청해야 할 필수 영상자료가 되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둘. 부러진 화살은 이 영화를 찍기 위한 하나의 습작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좁은 공간 속에서의 내러티브와 심리흐름이 더 단단해졌고, 주제의식이 또렷해졌다. 셋. 이 영화는 2004년 장면에서 끝나지 말았어야 했다. MB 정부에서의 민간인 사찰까지는 연결해 주었어야 하지 않을까... 영화 말미에 갑자기 우리나라가 완전히 민주화 되었다는 식의 뉘앙스가 전해지는 것 같아 약간은 불안함. 넷. 여기서 우희진이 인재근 민주당 의원의 역할로 나온다. 영화보면서는 아니었지만 지금의 인재근 의원의 사진과 비교해 보면 약간은 빵 터짐. 6. 나오며... 영화 끝나고 자막올라가는 데 관객들이 아무도 자리를 안 나섰다고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전혀 놀라울 일이 아님. 난 처음에 영화의 여운이 너무 깊어서 개인적 마음 정리 때문에 관객이 자막이 다 올라가도록 자리를 뜨지 못하는 줄 알았다. 단지 왼쪽에 자막이 올라가고 오른쪽에는 그 당시 고문 피해자들의 인터뷰 장면이 계속 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영화의 일부이고 그것들을 다 봐야 하는 까닭이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보며 송혜교 주연의 영화 "하루"를 떠올리게 된다. 자신의 약혼남을 뺑소니쳐서 죽인 학생을 신앙의 힘으로 용서해 줬더니 제 2 제 3의 피해자가 속출했음을 알아차린 여 주인공의 충격과 자괴감, 죄책감의 모습과도 똑같이 추후 집권세력은 역사 속의 죄인들을 그 어떤 사과, 속죄나 반성도 확인하지 못하고 모두 용서시켜 버렸고, 그들의 망나니 짓에 그 때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심하게 피해를 당하고 망가져 갔다. 이근안의 휘파람 소리는 아직도 우리 뇌리 속에서 완전히 지워질 수가 없는 이유이다. 이 영화 꼭 보시길... |
첫댓글 섣달 그믐 서릿발로 하얗게 염한 그가 아직 삼도천을 건너기 전이니 도저히 가슴이 아려 영화를 못 볼 거 같음
대선 끝나고 시간 조금 더 지나고 담담하게 마주할 자신이 있을 때 보겠음
ㅠㅠㅠㅠ꼭 봐야지요...직접 영화관에 못가는 슬픔ㅠㅠ
내일 조조로 볼까 합니다.
저는 어제 봤는데..
넘 화나고 속상하고 그러네요.
내친김에 어제 저녁에 '화려한 휴가' 봤는데
눈물에 콧물에 펑펑 울었습니다.
12월 19일 그날은 제가 울지 않기를...
가슴이 먹먹해질것 같아요, 영화는 반드시 볼거예요....영화를 보고도 수꼴들을 지지하는 인간들이 있겠죠!!
저는 영화 마지막에 설훈의원이 말했던, "내가 악마가 되지 않기위해 용서했다"는 장면이 기억에 남네요.
남영동근처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그저 깔깔거렸던 그 시절,
지금의 이 자유도 그들에게 빚진 사람입니다.
박하사탕, 효자동이발사,화려한외출도 볼수있었던 것은
덜 고통스럽게 제작했던 이유도 있었겠지만 그땐 내게 그저 영화였기때문이였던것 같습니다.
이제는 가슴이 너무 아플것같아
온 세포가 낱낱이 쑤실것만 같아 차마 못나서고 있습니다.
후기 올라오는지 기웃거리고 있었는데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