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은 무조건 갚아야 할 대상인가? 그렇지 않다. 하루빨리 갚아야 하는 빚이 있는가 하면, 천천히 갚아야 이득이 되는 빚이 있다. 기준은 대출금리다. 고금리 채무를 먼저 갚아나가는 것이 당연하다. 보금자리론이나 주택금융공사 보증의 서민 전세자금 대출은 3~4%의 저금리다. 이런 부채의 경우 상환기간을 최대한 길게 두는 것이 좋다. 레버리지 효과(빚을 얻어 자산을 늘려가는 방법)를 노리는 것이다.
대출금을 갚을 여력이 있다면 그것을 갚는 대신 금리가 더 높은 상품에 저축하거나 투자하는 것이 더 큰 이득이다. 한편 사금융이나 저축은행 등을 통한 고금리 대출은 자격요건만 된다면 ‘갈아타기론’을 이용해 저금리 대출로 옮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경우 저축을 중단하고 그 금액을 부채 상환으로 쓰는 것이 좋다. 전환 대출은 조기 상환 수수료가 없다.
가계 대출
연 20% 이상의 고금리 부채를 가지고 있다면, 먼저 ‘바꿔드림론’의 대출조건을 충족시키는지 알아보자. 이런 경우 시중 은행에서 신용 대출을 받기는 거의 불가능하므로 부채를 갈아타는 방법 중 금리가 가장 저렴한 바꿔드림론을 추천한다. 만약 소득 등을 기준으로 했을 때 자격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한국이지론의 ‘환승론’이나 상호금융의 ‘햇살론’으로 갈아타는 것이 좋다. 시중 은행을 찾아가기보다는 한국자산관리공사의 본점 및 지점을 찾아가면 빠르게 업무 처리를 할 수 있다. 모든 서류를 준비해갈 경우 심사와 전환 대출이 당일에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게 장점이다.
제2금융권에서 고금리의 전세자금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조건이 충족된다면 주택금융공사가 신용을 보증하는 징검다리 전세자금 대출을 이용해 저금리로 갈아탈 수 있다. 공사의 신용 보증은 공사와 은행의 전산망을 통해 은행에 위탁한 것으로, 고객은 공사에 별도로 방문할 필요 없이 대출 취급 은행(국민, 기업, 농협, 우리, 외환, 하나, 광주, 경남)에서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학자금 대출
연 7%대 이상의 고금리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면 이것부터 먼저 상환해나가는 것이 좋다. 그러나 금리가 4~5%로 비교적 낮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4% 후반대의 학자금 대출은 상환기간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다.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월급에서 자동으로 원천징수되기 때문이다. 5%대 대출의 경우 상환기간을 연장해 저축과 상환을 함께 해나가는 방법을 추천한다. 중기적으로 봤을 때 금리를 5% 이상 받으면 이익을 더 많이 본 것이 된다. 단, 취업 후 1~2년 안에 결혼할 생각이라면 학자금 대출을 미리 갚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결혼 시점에 전세자금 대출이나 보금자리론 같은 더 낮은 금리의 대출을 받을 경우 이미 대출받은 게 있다면 한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연 20% 이상의 고금리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고 있는 대상자 중 소득 7분위 이내의 저소득층 가정 대학생 및 휴학생은 대학생 학자금 부채 상환 지원사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1인당 1천만 원 한도로 대출을 받을 수 있으며 대출금리는 연 3%로 저금리다. 성실 상환자에 대해서는 이자 납부 총액의 50%를 환급해주기 때문에 가장 저렴한 편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 미소금융재단에서 추진하는 전환 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연 6.5% 수준의 대출로 갈아탈 수 있으며, 전국 154개 미소금융지점 및 신용회복위원회 43개 지부에서 신청할 수 있다.
대출에도 우선순위가 있다
제1금융권의 대출은 절차가 복잡하다. 이 때문에 현금 서비스나 카드론처럼 이율이 높은 상품으로 손을 뻗게 된다. 연간 대출이자가 20% 정도라 해도 소액 대출의 경우 이자가 크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처럼 가볍게 받은 대출이 평생 부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채나 카드론 등을 이용하기 전에는 내가 받을 수 있는 대출이 무엇인지 먼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대출에도 우선순위가 있다는 말이다.
1순위는 정부기관에서 보증하는 대출상품이다. 금융위 후원, 미소금융, 장학재단, 주택금융공사 등의 상품이 금리가 가장 낮다. 그 다음 제1금융권의 담보 대출, 신용 대출 순으로 이용하는 것이 저렴하다. 예를 들어 주택 마련이나 전세보증금의 경우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이나 ‘전세보증’ 상품을 이용하면 시중보다 훨씬 낮은 금리로 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2012년 8월 기준
햇살론
내용 고금리를 부담하고 있는 서민에게 10%대의 저금리로 대출해주는 서민 대출
대상 신용등급 6~10등급 연소득 2천6백만 원 이하 무등록·무점포 자영업자 및 일용직·임시직 근로자
금리 상호금융 9.44%, 저축은행 11.03%
환승론
내용 고금리 대출을 제2금융권의 20%대 금리로 전환하고, 성실 상환자에게는 최대 8%까지 금리인하의 혜택을 부여하는 대출 상품
대상 월소득 1백만 원 이상, 3개월 이상 근속 근로자(4대 보험), 6개월 이상 근속 위촉직 근로자(보험설계사, 헤어디자이너 등)
금리 20%대 (8%까지 인하 가능)
징검다리 전세보증
내용 신용도가 취약하거나 전세가격 상승으로 전세자금이 부족하여 제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서민이 공사 신용보증을 통해 제1금융권(은행)의 저금리 대출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상품
대상 부부 합산 연소득 5천만 원 이하(상여금, 수당 포함)인 전세 거주자로서 제2금융권의 전세자금 대출을 정상 이용 중인 세대주
금리 제1금융권 금리
바꿔드림론
내용 신용도가 낮은 서민이 대부업체 또는 캐피탈업체 등에서 대출을 받은 지 6개월 이상 경과한 경우 연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신용회복기금의 보증을 통해 연 평균 11% 금리의 은행 대출로 전환해주는 상품
대상 신용등급 6~10등급, 특수 채무자, 연소득 4천만 원 이하, 연 20% 이상 금융 채무자
금리 신용등급에 따라 8.5~12.5%
Part2 하우스푸어에게도 희망은 있는가? A씨의 빚 다이어트 플랜
40세 가장 A씨는 초등학생과 중학생 자녀를 둔 가장이다. 3년 전 1억 8천만 원(만기 일시상환)의 주택 담보 대출을 받아 구입한 시가 3억 원의 경기도 소재 32평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월급은 350만 원. 현재 대출이자만 월 105만 원을 납부하고 있고, 매달 생활비로 50만 원가량이 부족해 마이너스 통장과 카드론을 쓰고 있다.
빚 청산 위해 집 팔아야 하나?
하우스푸어(house poor, 집을 소유한 가난한 사람)라면 집을 처분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과도한 이자 상환과 생활비 부족으로 또다시 대출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빚이 빚을 부른다’는 말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부채의 양은 점점 더 증가할 것이다. 집을 처분하고 전세나 더 작은 평수로 옮김으로써 이자 상환액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옳다.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기를 기다리다가 대출이자조차 감당 못하는 지경에 이르면 집이 자칫 경매로 넘어가 더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
다만 대출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집값이 더 폭락할 거라는 언론 기사를 접한 후 거래가 드문 상태에서 헐값에 주택을 매도하는 일은 상당히 신중해야 한다. 어느 순간 집값이 상승하게 되면 손절매 금액만큼의 재정적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부동산부테크연구소 김부성 소장은 “통상 집값의 30% 정도 대출이 있고, 가용 소득 등으로 대출이자를 감당하는데 지장이 없다면 집값 하락 기사에 너무 연연하거나 일희일비하면서 초조한 마음에 집을 헐값에 파는 일은 삼가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현재 거래가 없다고는 하지만 시세보다 명백하게 저렴한 급급매물들은 소진되고 있다”면서 “대출이자 몇백만 원 좀 줄여보려다가 수천만 원이나 헐값에 집을 처분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으니, 매수세가 조금이라도 움직일 때 처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지적한다.
사람들이 쉽게 집을 처분하지 못하는 이유는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에 대해 회의적이다. 최근 몇 년간 지방의 경우 집값이 소폭 상승했으나, 이마저도 더 이상의 큰 상승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향후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면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는 만큼 노령인구 대비 경제활동 인구가 줄어들게 된다. 최용성 FP는 “노년층의 인구가 사망할 경우 지금보다 더 많은 집이 매도물로 쏟아지겠지만 이를 매수할 수 있는 경제활동 인구는 한계가 있다. 이렇게 되면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면서 “미국과 일본의 부동산 버블이 꺼진 것처럼 우리나라도 부동산 버블이 언제 꺼질지 모르는 상황인데, 언젠가 그 시점이 온다면 하우스푸어의 부담은 훨씬 증가할 것이다”라고 경고한다.
그는 “경제적 은퇴 시점이 되면 가족 부양비 등에 대한 부담이 훨씬 줄게 된다. 따라서 경제적 은퇴 시점 또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을 때 각자의 수준에 맞는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반면 김부성 소장은 희망적인 쪽이다. “이미 이러한 악재들이 시장에 대부분 반영된 상태이고 정부에서 거래활성화 대책 등을 추가적으로 검토 중인 데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일부 투자심리가 회복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주택가격이 내려가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는 의견이다.
하우스푸어 A씨의 빚 다이어트 플랜은?
최용성 FP가 마련한 A씨의 빚 다이어트 플랜은 다음과 같다. 일단 아파트를 처분한 뒤(만약 양도 차익 발생 시 양도소득세는 비과세-1세대 1주택이므로) 대출금 1억 8천만 원을 상환한다. 집의 규모를 줄이더라도 나머지 자산 1억 2천만 원 한도 내에서 인근 전세로 들어가는 것이 좋다. 빚을 청산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말이다. 씀씀이를 줄여 저축액을 늘려가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지출 중 자녀교육비는 중요한 항목이므로 줄이지 않는 것이 좋다. 다른 부분에서 지출을 줄여나가면서 마이너스 통장과 카드론 대출을 줄여나가자. 대부분 10%가 넘는 금리를 부담하기 때문에 저축을 하기보다는 대출금을 갚아나가는 것이 현명하다.
이렇게 모든 빚을 청산하고 나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저축을 시작한다. 먼저 2년 뒤 오를 전세자금을 준비하고, 나머지는 향후 사용할 자금(은퇴, 자녀의 교육 및 결혼 등)을 위해 분산투자를 시작한다. 단, 2년 뒤 전세자금 부족 부분은 저금리의 전세자금 대출로 충당하는 것이 좋다. 대개 전세자금 대출이자는 평균 6% 정도다. 이보다 저금리인 근로자 서민 전세자금 대출(4%)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신용회복 제도
개인 워크아웃
상환기간 연장, 분할상환, 이자율 조정, 변제기 유예, 채무 감면 등의 채무 조정 수단을 통해 금융회사 등에 연체 중인 개인 채무자 또는 개인 사업자가 경제적으로 재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
프리 워크아웃
실직, 휴·폐업, 재난, 소득 감소 등으로 연체가 발생하여 채무 상환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단기 연체 채무자가 금융채무 불이행자로 전락되는 것을 방지하고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제도.
개인 채무 조정
상환기간 연장, 분할상환, 이자율 조정, 변제기 유예, 채무 감면 등의 채무 조정 수단을 통해 금융회사 등에 연체 중인 개인 채무자 또는 개인 사업자가 경제적으로 재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
긴급 소액 대출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채무 조정을 받은 후 1년 이상 성실하게 채무를 상환한 사람 중 갑작스런 사고나 질병 등으로 긴급 자금이 필요한 경우 또는 영세 사업자로서 시설 개선이나 운영자금이 필요한 경우 낮은 금리로 소액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 (채무 완제 시 3년 이내)
대출한도 : 생활안정자금·학자금·운영자금·고금리 차환자금은 5백만 원 이내, 시설개선자금은 1천만 원 이내
대출금리 : 학자금 2%, 그 외 4%
상환기간 : 5년
상환방식 : 원리금 균등분할상환
/ 여성조선 (http://woman.chosun.com/)
취재 두경아 기자 | 사진 조선일보 DB | 도움말 김부성(부동산부테크연구소 소장), 최용성(한국재무설계 iFP센터 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