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생각 : 조영남
초등학교 시절: *진상
나에게 영향을 준 라이벌이 몇 명 있다.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회사에서다.
물론 그들은 내가 생각한 라이벌이고
그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모른다.
초등학교 시절 라이벌은 *진상 이다.
그는 삼베울에 살았는데 초등학교가 있는 우리 마을에서
3킬로쯤 떨어진 5~6가구가 모여 사는 조그만 산 속 마을인데
그의 아버지는 면장이었고
또 여학생 중 가장 공부를 잘한 장선생 딸 연선이가 살고 있었다.
진상이는 키도 크고 잘 생겼고 게다가 공부도 잘 했으며
그의 형들도 공부를 잘 했다. 면장 아들이라는 배경과
그 동네에 퀸카인 연선이가 살고 있었기 때문에
라이벌 의식이 더 있었을 것이다.
우리 마을의 이름은 천리 또는 샘골이라 하였는데 100가구가 있었고
우리 성씨도 10가구 이상이 살고 있었다.
게다가 용천국민(초등)학교가 있어 가장 파워가 있었다.
샘골을 중심으로 2~4킬로 떨어진 곳에 여러 마을이 있었다.
서리(상반, 중반 하반), 물레방아 있는 상덕, 중덕, 하덕, 노루실, 구숫말,
불당골, 삼베울, 사쳉이, 홍선생 아들이 있는 덕성리, 저수지가 있는 적동,
그 안쪽 마을인 묵방, 소풍가는 굴암절 동네인 한덕골 등…
각 마을마다 리더가 있었지만 그 중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 *진상 이였다.
1학년 때 기억은 거의 나지 않는데
친구들이 엄마 젖 먹고 왔냐고 놀리고
한 번은 여선생님이 우는 나를 업고
우리 집에 데려다 주신 기억이 어렴풋하게 떠오른다.
1학년 때는 성적도 좋지 않았는데 학교에서 너무 어리니
1학년을 더 다니라고 부모님께 권유해서 그렇게 했다.
결국 낙제를 한 셈이다.
1학년을 2번 다니다 보니, 그 때부터 두각을 내기 시작했고
6년간 진상이와 1,2등을 다투게 된 것이다.
또한 달리기를 잘해서 6년 내내
학년 릴레이 대표선수(백군)로 출전했으며
운동회 때가 제일 기다려지는 순간이었다.
키가 작지만 빠른 발놀림으로 상대선수를 추월할 때는
함성과 함께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나의 뛰는 모습이 마치 공굴러 간다고 하기도 하고
다람쥐 쳇바퀴 굴러간다고도 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내가 서울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
서울에서 생활하던 동창들이 가끔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진상이를 만났고 서울공고에 다녔다.
그 후로는 만나보지 못했다.
가끔 들리는 소식은 고려대 공대를 졸업하고
울산에 근무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40대 후반이 되어 동창모임에 갔을 때는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하고 있다는 사실과
동창들의 면회를 거부한다는 말을 들었다.
자신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일거라고 친구들은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라이벌 의식은 사라지고
연민의 정이 느껴졌다.
만나지는 못하지만 마음 속으로 어린 시절에 싹 텃던 라이벌 의식이
인생 내내 마음속에 있다가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나에게 긍정적인 라이벌의식을 갖게 해 준 진상아 고맙다.
건강회복하길 기원한다.
첫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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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잎 클로버 님은 지난 추억이 참 아름답습니다
잘 저장된 추억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