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브
조 은
오늘은 이브
너무도 잦아 떨리지도 않네
복권을 산 적 없으니
행운도 없으리
그 일을 앞뒀던 날
뭔가가 올 것 같던 날
밤새워 기다린 날
수없이 지나왔지
어둠의 깊은 물살은 느렸고
슬픔의 물살은 턱 위로
찰랑댔지
그때도 머리 위에서
새들이 날았지
그때도 어디선가
노랫소리 들렸지
많고 많은
삶을 앞둔 날들
날들, 날들, 날들…
떠…도…는…, 먼…지…, 같은
나의 이브
⸺계간 《학산문학》 2021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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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 / 1960년 안동 출생. 1988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땅은 주검을 호락호락 받아주지 않는다』『무덤을 맴도는 이유』『따뜻한 흙』『생의 빛살』『옆 발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