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현충일
고향에 살고 있으면
용두산공원 현충탑에 가서
호국영령들에게 묵념이라도 올렸을 텐데
객지생활에 찌든 몸
하루를 정숙하게 보내야 하는 날
방구석에 쳐박혀 빈둥거리는 것보다는
조용한 발걸음으로 자라섬과 남이섬을 다녀왔다.
숙소를 나설 때부터
왠지 마음이 불안정하다.
스위치는 내렸는지?
빠뜨린 여행 용품은 없는지?
지하철 타러 가기 위해
95번 버스노선 검색을 해 보니
바로 탈 수 있을 것 같아
빠른 걸음으로 정류장을 향하면서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 바뀌길 기다리던 중
95번 버스는 정류장 손님을 태우고 그냥 가 버린다.
정류장 안내판에서는
버스가 15분 후에 도착한다는 표시가 있어
시간적 여유가 생겨
정류장 앞에 있는 편의점에 가질 않고
길 건너편 B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서 있는데
버스가 1~2분 일찍 도착하여 휑하니 가 버린다.
횡단보도에서 기다리다가
버스를 두 번이나 놓친 것은 난생처음 겪는 일이다.
구리역이 있는
L백화점 앞 정류장에 내려야 하는데
아들 녀석과 카톡 하다가 지나쳐 버려
다음정거장에서 내려 걸어서 구리역에 도착하였다.
구리역에서 망우역 방향으로 전철을 타야 하는데
방향감각을 잃어버려 용문역 방향 전철 타는 바람에
다음역에 내려 다시 망우역으로 와서 가평행 전철을 탔다.
버스 놓치고
버스 하차 할 곳을 지나쳐 버리고
엉뚱한 방향 전철을 타서 다시 되돌아오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무려 2시간을 낭비한 나의 꼬라지를 보니
정신 나간 촌할배는
밖으로 나돌아 다니지 말고
방콕 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 같다.
꼭
밖으로 다 뎅기고 싶으면
보호자와 함께 다녀야만 실수를 하지 않을 것 같다.
이 나이에
가진 것도 없고
겨우 풀칠하며 살고 있는 촌할배에게
보호자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분을
어디서 만나랴? 어떻게 구하랴? 언감생심이다.
행여나
어리바리한 촌할배에게
구세주 같은 보호자가 나타난다면
분명
뺑덕어미 같은 분이
나타 날 것 같은 착각에 빠져 본다.?
이 나이에
보잘것없는 살림살이에
알거지 상태인 촌할배에게
다가와 주는 것만도 감지덕지할 일이다.
만약에
보호자로 다가오는 뺑덕어미께
촌할배가 욕심내어 한마디만 한다면
뺑덕어미가 심봉사에게
온갖 아양으로
단물만 빨아먹는 것은 이해를 하겠는데
앞 못 보는 심봉사 몰래
서방질하는 짓거리만 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
자라섬 꽃구경을 마치고
자라섬에서 남이섬 가는 배를 탔다.
배 삯이 20,000원
경로 우대 되냐고 물으니
70세 이상 할인 해 준다 하여
찍 소리도 못하고 승선표를 구입하였다.
바닷가를 운행하는 뱃삯은
평균 시간당 10,000원 정도인데
북한강을 운행하는 뱃삯이
15분에 10,000원 꼴이니 너무 비싼 느낌이며
촌할배가 자주 가는
보길도 청산도 뱃삯 요금이 10,000원 안팎인데
남이섬을 들락거리는 선주는 돈방석에 앉을 것만 같다.
남이섬에 도착하여
영어판 남이섬 안내서를 길거리에서 주워
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 대충 읽으며 어디로 갈까? 생각 중인데
외국인 단체관광객 가이드가
노랑 깃발을 들고 내 앞에 서서 일행들을 모으고 있다.
마치 촌할배 주위로
하나 둘 모이다 보니 30명 정도 된다.
국제신사 체면에
단체관광객들 모이는 곳에서는 자리를 피해주어야 하는데
무식한 촌할배는
자라섬 일주하느라 피곤하여 그냥 나무 밑에 앉아 있었다.
히잡을 쓴 까무잡잡한 아름다운 여인이
촌할배에게 다가와 말레이시아 말로 무어라 하기에
촌할배는 말귀를 못 알아듣고 I don`t know 하였더니
나에게 말을 걸었던 여인이
가이드에게 무어라 무어라 한참 말을 하더니
가이드가 촌할배에게 와서 통역을 해 주는 말이 가관이다.
촌할배가 말레이시아 사람인 줄 알았다면서
같이 사진을 한번 찍었으면 좋겠다 하여 ok 하였다.
입은 툭 튀어나오고
눈은 십리나 들어가고
피부는 검은 편에다가 마른 몸매이다 보니
아마도 히잡 쓴 여인이 촌할배를 같은 동족으로 본 것 같다.
히잡 쓴 말레이시아 여인은
오동통한 몸매에
비싼 주얼리로 치장을 하고 있었으니
촌할배가 보기에는 부잣집 마님처럼 보였다.
말레이시아 말만 할 줄 았았으면
50대 초반의 히잡 쓴 그 여인에게
작업을 한번 걸어 봤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ㅎㅎㅎ
첫댓글 보슬비님글 넘 우껴서
읽는 내내 웃음이 납니다
B아이스크림 ㅡ31가지중 어떤맛을 드셨을까?
혹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가 아니었을까요?
근디 말레이시아 아줌마가 50대인줄
어케 아셨어요?
저는 코타키나발루에서도 아줌만지 아가씬지
구분도 못하겠든디유
비 오는 날의 웃음은
보약보다 좋다고 하는데
하찮은 글에
웃음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스크림
종류를 꿰뚫고 계시고
나이별 취향까지 알고계시니
혹시 가게 사장님이 아니실까?
합리적인 생각이 듭니다.ㅎㅎㅎ
말레이시아 여인
여권 확인을 안해 봐서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지만
동남아쪽 사람들은
저랑 생김새가 비슷하여
얼추 나이 정도는 비슷하게 맞춥니다.
좋은 곳
여행하고 오셨습니다.
ㅎㅎ 대단한 필력으로 술술 잘 쓰신 잼난 글 잘 읽었습니다.
남이섬 배삯 진짜 비싸요.
잠깐 타고 가기를 넘 많이 받지요.
가을철 은행잎도 오래 전에는 진짜 황금 카펫을 깐 듯 풍성하게 낙엽 져서 깔리더니
최근엔 은행잎이 모자라서 어디에선가 실어다가 뿌린대요.
앞으로도 이렇게 유쾌한 글 자주 부탁드립니다. ^^
삶방에서
님의 글 솜씨는 유명하시죠.
저같은 피라미는
솜씨라고도 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전공따라
직업따라
님께서 쓰시는 글에
한참 머물고 가는 촌부랍니다.
남이섬의
은행 숲길을 지나왔는데
가을에
낙엽을 수입해서
뿌려 놓는다는 말씀을 듣고보니
관리사무소에서
잘 하는 일인지?
못 하는 일인지?
아리송 하기만 합니다.
ㅋㅋㅋㅋㅋ
정말 저도 읽는 내내 그리고
댓글 쓰는 지금도 웃음을 그치지 못 하겠어요.
어쩌면 이렇게 사시는게 코메디신지~
보슬비님~
보약 한재 먹은만큼 큰 선물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도 ㅋㅋㅋㅋㅋ
남원골
규수이셨던 님께서
함박웃음을 지으시니
몸이 많이 나아지신것 같습니다.
정신줄 놓고 사는
촌부의 일상이 코메디이지만
마음 한켠에는
항상 부족함이 남아있기에
실제로는 어두움만 꽉 차 있답니다.ㅎㅎ
비 내리고
화창한 날씨가 반겨주는 주말
곡성 섬진강변에서
빠가사리 매운탕이 먹고 싶군요.
남이섬 뱃삯이 그렇게나 올랐어요.?
가면서 고생 하셨어도 아름다운 꽃들과
초록의 풍경으로 힐링 하셨죠?
남이섬은 가을풍경이 최고인데
그때 한 번 더 가셔서
또 재밋는 글 올려주세요.
부산 촌놈이
20대 때
남이섬을 처음 가 보고
40년이 지나서
남이섬을 다시 찾아가보니
옛 모습은 간데없고
관광지로 변해버린 모습에
많이도 놀랬습니다.
통통배 타고 갔었는데
유람선같은 큰 배가 다닐줄이야
가을 풍경
구경할려면
이곳에서 더 머물러야 하는데
조만간 이곳을 떠나야 헐 것 같습니다.
남이섬 뱃싻이
너무 비싸군요
엎드리면 닿을 거리인데
국제결혼 비용이 2ㅡ3천만원 든다고 합니다
결혼후 미리 한국에 나와있는 남친한테 도망가는 사례도 있고요
세상은 요지경입니다
나홀로에 영원한 자유가 좋습니다
뱃삯이
너무 비싸서
탈까? 말까?
망설여지더군요.
글 제목이
국제결혼 하고 싶다 라고 정하였지만
실제는
국제결혼 꿈도 꾸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결혼해서 뭐 할려구요 ㅎㅎㅎ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읽으면서 혼자 깔깔깔 소리내어
웃어보기가 언제였던가 싶네요
큰 웃음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인간은 다른 사람 실수담이나
안좋은 이야기를 들으면 은근히
위로받는 동물ㅎㅎ
사실 오늘 제 생일입니다
자매들 친구들과는 며칠 전에
파티했고 오늘은 자식들이 와서
축하해주고 다 제갈길 갔네요
어쩐지 외롭고 쓸쓸하던 차에 이렇게
큰 웃음보따리를 선물로 주신
보슬비님께 깊은 감사 드립니다
복받으실겁니다
저도 그렇게 여행다니고 싶네요
즐건시간들 보내세요
생일 축하드립니다.
친척이나 지인들보다는
자식들이 챙겨주는 생일잔치가
제일 멋지고 행복감이 넘치죠.
자제분들이
엄니 챙겨주는 모습이
눈 앞에 선하게 떠 오릅니다.
여행이란?
다니고 싶다는 계획보다는
무조건 떠나 보시는게 최고인것 같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즐거운 나날들만 있으시길 바랍니다.
ㅎㅎ
많이 웃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버스 전광판은 믿을게 못 되더라구요.ㅋ
히잡 쓴여인 굳 챤스였는데~~
챤스는 또 온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