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최대한 간략하게, 가나팀에 대해 분석해봅시다. 언론에서는 가나는 다크호스 정도로 평가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죽음의 조 E(이탈리아, 체코,
미국, 가나)에서도 충분히 16강을 노릴수 있는 팀이며, 스타일상 이탈리아를 괴롭힐수 있는 팀으로 봅니다. 그 원동력은 가나팀의 세계 최정상급
미드필더 라인입니다. 네이션스컵을 통해서 본 가나의 팀 전력은 우수해 보이지 않았으나, 어제는 아프리카 예선에서 남아공을 격파할 당시의 맴버가
스타팅으로 기용되었는데, 네임 벨류에 걸맞는 무시무시한 위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덧 붙이자면, 현재 걸출한 수비형 미드필더가 희귀한
현대축구에서, 유럽의 대부분의 명문 클럽들이 문타리, 아피아, 아도등을 영입대상으로 올리고 있는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에시앙은 이미 첼시클럽
역사상 이적료 랭킹2위입니다)
02. 가나의 미드필더 라인은, 스피드, 체력, 패싱 모두 갖추고 있는 만능형
미드필더들로 구성 되어있는데, 그 중심에는 아피아가 있습니다. 아피아는 유벤투스에서 다비즈의 후계자로 거론되던 선수였지만, 부족한 패싱력 때문에
현재는 터키 명문 페네르바체에서 뛰고 있는 선수입니다. 이 선수는 활동폭이 매우 넓고, 주위 선수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한마디로 영리한 선수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동력을 바탕으로 직선과 횡으로 움직일수 있는 에시앙과의 호흡은 정말 좋아 보였고, 소속팀에서는 각자 수비에 많은 비중을
두는 두 선수이지만, 대표팀에서는 뒤에서 든든히 받쳐주는 아도 선수 덕분에, 두 선수가 공격면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여 줬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사견으로는, 한골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문타리의 활약이 두 선수에 비해 저조했습니다. 이 선수는 소속팀 우디네세에서는 수비는 물론이고,
2선침투에 일가견이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어제 경기에서는 명성에 비해 돋보이지 않았고, 이 선수가 활약을 얼마나 해주느냐에 따라 세계적인
미드필더들이 즐비한 E조에서 가나가 더 다양한 공격옵션을 손에 쥐게 될 것입니다.
03. 이제 한국팀을 분석해봅시다.
개인적으로, 아드보카트 감독은 매우 치밀하다고 생각합니다. 미드필더와 공격라인에 변화를 줌으로서, 상대국들(프랑스, 스위스, 토고)에게 혼란을
야기시켰습니다. 공격진에 설기현 안정환 이천수, 미들진에 박지성 이을용 김남일로 굳혀질듯 보였던 한국국대 팀은 박주영, 이호등이 가세하면서, 그
누구도 섣불리 선발맴버를 예측하지 못하게 된것이기 때문입니다. 02년 히딩크 감독과 비슷한 점인데, 당시에도 마지막 경기까지, 최태욱,
최성용등을 중용하면서, 상대팀들에게 전력 노출을 많이 하지 않았었던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04. 한국 국대팀의 키
플레이어는 박지성선수 이고, 박지성 선수가 막힐때 한국 대표팀이 어떠한 타격을 입게 되는지, 어제 경기를 통해 명백해 졌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동료였었던 아도 선수가 철저하게 맨매킹으로 박지성 선수를 괴롭히자, 안 그래도 미드필더의 타이트한 압박으로 공간이 없는 필드에서, 박지성 선수의
활약은 저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에게 공간을 열어주기 위해서는 1선 공격수들의 다양한 움직임이 요구 되었지만, 박주영 선수의 키핑력 부족,
이천수 선수의 일관된 움직임으로 인해서, 공격의 활로를 전혀 찾지 못했습니다.
05. 절망? No
대표팀에 없어서는 안될 또다른 존재는 바로 김남일선수 입니다. 02년에 김남일선수가 없었던, 스페인, 독일 전을 떠올려 보면,
김남일 선수가 실려나가기 전까지 우리나라는 스페인과 동등한 미드필드 싸움을 벌였으나, 그 이후로 급격하게 수세로 몰리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그
이유는, 흔히 김남일 선수가 터프한 수비력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는 키핑력을 바탕으로 경기의 흐름을 잘 꿰차며, 한마디로 팀이 경기장을
장악하는데 매우 큰 공헌을 하는 선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는 활동량이 풍부한 편이 아닙니다만, 경기 조율에 능하며, 언제 수비와 공격을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고, 팀의 전체적인 패싱게임을 돕습니다.
또한, 박지성, 이을용 등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과
유일하게 패싱면에서 수준차이가 않나는 몇 안되는 국내 선수라고 할 수 있을것입니다. 그의 패싱능력을 네덜란드 가서 많이 배우고 왔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한마디로 헛소리이며, 올대 시절부터 공격형 미들로서 K리그에서 이름 날리던 선수였었습니다. 단거리 패스부터 최전방 까지 이어지는
중장거리 패싱 능력은 이 선수의 최고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고, 김남일 선수가 있었던 보스니아전과 달리, 어제 우리나라 선수들이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미드필더들의 패싱력 부족이라고 보았습니다. 이호 선수가 자주 최전방은 물론이고, 가까이에 있던 이을용 선수에게 패싱을
연결하지 못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고, 두 선수가 원할하게 공격수들에게 공을 배급하지 못하면서, 박지성 선수마저 공간을 상대방에 뺐았기고 말은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그나마 송종국 선수가 전반초반에, 장거리 패싱으로 공격의 활로를 열었으나, 계속 되는 공격에, 수비에 치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원래 그 역활은 김남일 또는 이을용 선수가 자주 보여주는 장면이며, 양윙어들의 공격을 주무기로 하는 우리팀으로서, 어느때보다 김남일
선수의 자리가 크게 느껴진 경기 였습니다.
06. 가나 = 토고?
당연히 가나의 전력이 토고 보다는
두수는 위입니다. 우리의 첫 상대 토고의 미드필더 라인은 가나같지는 않을것이고, 많이 헐거울것으로 예상됩니다. 아마, 3월 1일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앙골라와 비슷할 수준으로 보이며, 충분히 1승 제물로 삼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목표는 16강이고, 필연적으로 스위스를 넘어야만
고지에 오를 수 있는건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제가 짚고 넘어가고 싶은점은, 가나는 세네갈과 비슷하며 오히려 경기 스타일은 스위스와
비슷한 팀이라는 것입니다. 압박과 빠른 공격을 무기로 하면서, 전진배치된 미들라인이 스위스와 닮아 보였습니다. 물론, 개인기위주의 가나와는 달리
패싱게임 위주의 스위스와는 똑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오늘 처럼 미들에서 앞으로 전진하지 못한다면, 스위스와의 경기에서도 오늘과 똑같은 양샹으로
경기는 진행될 것입니다.
07. 해법은..?
오늘 경기에서, 이호 선수의 선발 출장은, 첫째로
아드보카트 감독이 100% 전력노출을 꺼렸기 때문이고, 둘째로 포지션상 모든 경기를 풀타임 소화가 불가능한 김남일 선수 대신에 신예 이호 선수가
강팀을 상대로 어느정도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지 테스트 해 본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공격진에서도, 설기현 선수의 선발 출장을 조심스럽게
예상해 봅니다. 왜냐하면, 투박해 보여도, 한국선수들중에 가장 돌파에 능하고, 장신선수들에게 공중볼을 따낼수 있는 유일한 한국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좌우 풀백과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들간의 호흡인데, 이들이 활약여부에 따라 공격시 효과적으로 미드필더수를 늘릴수 있기
때문에, 본선에서 가나전과 같이 미들에서 밀리지 않도록, 남은 9일동안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겁니다.
첫댓글 최근 본글중 가장 공감가는 글이네요 ~~ 잘봤습니다
잘봤습니다 ^^
상당히 매력적인글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