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문화(東洋文化)의 향기<17>
(5) 소학(小學)
소학(小學)은 송(宋)의 학자 류자징(劉子澄)이 스승인 주자(朱熹)의 지시에 따라 여러 경전에서 아동(童蒙)들을 교화시킬 수 있는 범절과 수양을 위한 격언과 충신, 효자의 사적 등을 모아 편찬한 책이다.
1187년에 완성된 이 책은 내편 4권과 외편 2권으로 되어 있는데 내편(內篇)은 입교(立敎), 명륜(明倫), 경신(敬身), 계고(稽古)이고 외편(外篇)은 가언(嘉言), 선행(善行) 순으로 되어 있다. 내편은 서경(書經), 주례(周禮), 예기(禮記), 효경(孝經), 논어(論語), 맹자(孟子) 등의 문헌에서 인용한 것이고, 외편은 주로 송대(宋代) 제유(諸儒)의 언행을 기록한 것이다. 주요 내용은 유교(儒敎)의 효(孝)와 경(敬)을 중심으로 이상적인 인간상과 수기(修己), 치인(治人)의 군자를 기르기 위한 계몽교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朝鮮) 초기부터 사학(私學), 향교(鄕校), 서원(書院), 서당(書堂) 등 모든 유학 교육기관에서 필수과목으로 가르쳤다. 그리고 주자(朱熹)가 쓴 소학이 지나치게 어려워 어린 학동들이 배우기에는 어려웠으므로 소학의 내용에 덧붙여 삼강오륜 등 사회의 규범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네 글자의 사자성어로 편찬한 것이 사자소학(四字小學)인데 보편화되어 널리 읽히는 책이다.
김안국(金安國:조선 中宗)의 소학언해(小學諺解)와 박재형(朴在馨:조선 헌종)의 해동소학(海東小學)도 있다.
소학(小學)은 비록 한학 입문자들을 위한 책이라 알려졌지만 그 내용이 너무나 충실하고 분량도 엄청나게 방대하여 공부하기가 쉽지 않다. 소학을 배운 후 공부하게 되는 다음단계인 대학(大學)과 비교하여 본다면 소학(小學)은 실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총망라되어 기술되어 있다고 본다면 대학(大學)은 상당히 형이상학적(形而上學的)인 정신세계를 분석한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조 사림파(士林波)의 거두(巨頭) 김굉필(金宏弼)은 소학에 심취하여 평생 소학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스스로를 일컬어 소학동자(小學童子)라고 하였다.
소학(小學)은 내편(內篇) 4권과 외편(外篇) 2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내편(內篇)은 입교(立敎), 명륜(明倫), 경신(敬身), 계고(稽古)로, 외편(外篇)은 가언(嘉言), 선행(善行) 순으로 되어 있다.
내편은 서경(書經), 의례(儀禮), 주례(周禮), 예기(禮記), 효경(孝經), 좌전(佐傳), 논어(論語), 맹자(孟子), 제자직(弟子職), 전국책(戰國策), 설원(說苑) 등의 문헌에서 인용하여 편집한 것이고, 외편은 주로 송대(宋代) 제유(諸儒)의 언행을 기록한 것이다. 전편(全篇)을 통하여 유교의 효(孝)와 경(敬)을 중심으로 이상적인 인간상과 아울러 수기(修己), 치인(治人)의 군자를 기르기 위한 계몽(啓蒙) 교훈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소학(小學)을 펴면 첫머리에 <어제소학서(御製小學序)>가 있는데 조선 숙종(肅宗)이 통정대부(通政大夫) 이덕성(李德成)을 시켜 짓게 한 것이고, <소학서제(小學書題)>는 회암(晦庵:朱熹)이 쓴 글이며, 잇달아 소학제사(小學題辭:머리말), 소학집주총론(小學集註總論)이 이어지는데 소학집주는 율곡(栗谷:李珥)이 소학 원문을 선별하여 편찬한 소학해설서(小學解說書)이다.
본문 중 일부를 소개하고 해설을 덧붙여 본다.
<입교(立敎)> 가르침을 세움
列女傳曰 古者에 婦人姙子에 寢不側하며 坐不邊하며 立不蹕(跛)하며 不食邪味하며 割不正이어든 不食하며 席不正이어든 不坐하며 目不視邪色하며 耳不聽淫聲하며 夜則令瞽誦詩하며 道正事하더니라.
如此면 則生子에 形容端正하며 才過人矣리라. <列女傳>
열녀전에 이르기를, 옛날에 부인이 아이를 임신하면 잠잘 때 옆으로 기울지 않으며, 앉을 때 모로 앉지 않으며, 설 때 외발로 서지 않았다. 부정한 맛은 먹지 않으며 바로 썬 고기가 아니면 먹지 않으며, 자리가 바르지 않으면 앉지 않으며, 눈으로 부정한 색을 보지 않으며, 귀로는 부정한 소리를 듣지 않으며 밤이면 봉사(瞽:소경/樂師)로 하여금 시를 외우며 바른 일을 말하게 하였다. 이와 같이 하면 아이를 낳으매 용모가 단정하며 재주가 보통사람보다 뛰어날 것이다.
<註> ♣蹕-외발로 설 비 ♣跛-외발로 설 피 ♣瞽-소경 고
<명륜(明倫)> 윤리를 밝힘
內則曰 子事父母하되 鷄(雞)初鳴이어든 咸盥漱하며 櫛縰笄總하며 拂髦하며 冠緌纓하며 端韠紳하며 搢笏하며 左右佩用하며 偪屨著(착)綦니라.
內則에 이르기를 자식이 부모를 섬기되 새벽닭이 처음 울면 세수와 양치질을 다하고 머리 빗고 치포건 쓰고 비녀를 꽂고 상투를 하며 髦(모)의 먼지를 털며 관을 쓰고 갓끈을 매고 늘어뜨리며, 端(단:玄端服)을 입고 슬갑을 차고 띠를 매고 홀을 꽂으며 좌우에 소용품(用)을 차며 행전을 치고 신을 신고 끈을 맨다.
<註> ♣盥-세수할 관 ♣漱-양치질할 수 ♣櫛-빗질할 즐 ♣縰-머리싸개 쇄 ♣笄-비녀 계 ♣總-묶을 총 ♣拂-털 불 ♣髦-다팔머리 모 ♣緌-갓끈 유 ♣纓-갓끈 영 ♣端-바를 단 ♣韠-슬갑 필 *슬갑(韠)-무릎을 가리는 천 ♣紳-큰 띠 신
♣搢-꽂을 진 *笏(홀)-관리가 조복을 입고 손에 드는 패 ♣偪-행전 핍 ♣屨-신 구 ♣著-신을 착(분명할 저, 지을 저)
♣雞-닭 계(폐백=鷄) ♣綦-들메끈 기(연둣빛 비단) *玄端服(현단복)-옷깃이 검은 윗옷 ♣佩-찰 패
*들메-신발이 벗겨지지 않도록 묶는 것 *다팔머리(髦)-배냇머리를 잘라 뿔 상투를 만들어 머리에 얹는 중국 풍습
<경신(敬身)> 스스로를 공경함
曲禮曰 毋不敬하며 儼若思하여 安定辭하면 安民哉인저. 敖(傲)不可長이며 欲不可從(縱)이며 志不可滿이며 樂이 不可極이니라. 賢者는 狎而敬之하고 畏而愛之하며 愛而知其惡하고 憎而知其善하며 積而能散하며 安安而能遷하나니라. 臨財毋苟得하며 臨難毋苟免하며 狠毋求勝하며 分毋求多니라. 疑事를 毋質하여 直而勿有니라.<禮記 曲禮>
곡례에 이르기를 恭敬(공경)하지 않는 것이 없어서 엄숙해서 생각하는 듯이 하며, 말은 침착해서 변함이 없으면 백성이 편안하게 될 것이다. 오만한 마음을 키워서는 안 되며, 욕심을 함부로 따르면 안 되며, 뜻을 자만하게 해서는 안 되며, 즐거운 마음을 극으로 하면 안 된다. 현자는 친하면서도 공경하고, 두려워하면서도 사랑하고, 사랑하면서도 그 악함을 알고, 미워하되 그 선함을 알며, 재물을 쌓되 능히 흩어서 베풀 줄 알며, 편안함을 편안히 여기되 의로운 곳으로 옮긴다. 재물에 임하여 구차하게 얻으려고 하지 말며, 환난에 당하여 구차하게 모면하려 하지 말며, 싸움에 이김을 바라지 말며, 재물을 나눔에 많이 가지기를 바라지 말라. 의심나는 일을 자신이 바로잡는 말을 하지 말며, 정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진술하지만 자신의 의견만 내세우지 말라고 했다.
<註> ♣儼-의젓할 엄 ♣敖-놀 오 ♣傲-거만할 오 ♣從-좇을 종 ♣縱-널어질 종 ♣狎-익숙할 압 ♣畏-두려워할 외 ♣苟-진실로 구(구차히) ♣狠-개 싸우는 소리 한(싸움)
<계고(稽古)> 옛 일들을 고찰함
太任은 文王之母시니 摯任氏之中女也이시니 王季가 娶以爲妃하니라. 太任之性이 端一誠莊하사 惟德之行하시더니 及其娠文王하사 目不視惡色하시며 耳不聽淫聲하시며 口不出敖言이러시니 生文王而明聖하여 太任이 敎之以一而識百이러시니 卒爲周宗하시니 君子謂太任이 爲能胎敎라 하니라. <溫公家範 烈女傳>
太任(태임)은 문왕의 어머니이시니, 摯(지)나라 임씨의 둘째 따님이셨는데 왕계(王季)가 맞이하여 왕비로 삼았다. 태임의 성품이 단정하고 한결같으며 성실하고 장엄하여 오직 덕을 행하셨다. 문왕을 잉태함에 이르러 눈으로는 나쁜 색을 보지 않았으며, 귀로는 음란한 소리를 듣지 않았으며, 입으로는 오만한 말을 내지 않으셨는데 문왕을 낳음에 총명하고 성스러워 태임이 하나를 가르치면 백을 아시더니, 끝내 주나라의 초대 임금이 되시었다. 군자는 ‘태임이 태교를 하였다.’고 말하였다.
<註> *摯(지)-요순 이전의 전설상의 임금 *文王(문왕)-周(주)나라 창건 ♣稽-머무를 계
<가언(嘉言)> 아름다운 말씀
橫渠張先生曰 敎小兒하되 先要安詳恭敬이니 今世에 學不講하여 男女從幼便驕惰壞了하여 到長益凶狠하나니 只爲未嘗爲子弟之事라 則於其親에 已有物我하여 不肯屈下하여 病根常在하여 又隨所居而長하여 至死只依舊하나니라.
횡거 장선생이 이르기를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되 먼저 안정되고 차분하며 공손하고 공경함을 중요시하나 지금 세상에서는 학문을 강론하지 않아 남녀가 아이 때부터 곧 교만하고 게으르고 무너져버려 성장함에 이르면 더욱 포악하고 사나워지니 이는 다만 일찍이 자제로서의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곧 자기의 부모에게서 이미 남과 내가 있어 자신을 굴복하고 낮추는 일을 수긍하지 않아서 병의 뿌리가 항상 남아 있고 또 거처하는 바를 따라 성장하여 죽음에 이르도록 다만 옛 버릇대로 행동한다.
<註> ♣狠-사나울 한 ♣己-이미 이 ♣物-남 물 ♣嘗-일찍 상(일찌기) ♣肯-옳게 여길 긍(수긍)
*橫渠張先生(횡거 장선생)- 橫渠는 地名, 성은 張, 이름은 載로 北宋의 대유학자
<선행(善行)> 선한 일을 행함
唐陽城이 爲國子司業하여 引諸生告之曰 凡學者는 所以學爲忠與孝也니 諸生이 有久不省親者乎아하니 明日에 謁城還養者二十輩러니 有三年不歸侍者어늘 斥之하니라. <唐書 卓行列傳>
唐(당)나라의 陽城(양성)이 國子司業(국자사업)이 되어 여러 학생들을 인견하고 말하기를 ‘무릇 배움은 忠(충)과 孝(효)를 배우기 위함이다. 제생들 중에 오래도록 부모에게 문안드리지 않은 자가 있는가.’ 하니 이튿날 陽城(양성)을 뵙고 돌아가 부모를 봉양하겠다고 한 자가 20여명이나 되었는데, 3년 동안이나 돌아가 부모를 모시지 않은 자가 있자 내쫓아 버렸다.
<註> *陽城(양성)-唐나라 사람. 字는 亢宗(항종), 定州人. 諫議大夫(간의대부)를 지냄
*國子司業(국자사업)-國子監(국자감/국립대학)의 司業(사업) 즉 首席敎授(수석교수) ♣斥-물리칠 척(내쫓다)
♣引-끌 인(引見:직접 만나 봄) ♣省-살필 성(보살피다, 문안드리다) ♣謁 -뵐 알(뵙다) ♣侍-모실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