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혼경 4453 인생 2702 주인의 노동시간과 일꾼의 노동시간
빙혼이 어렸을 때 모친을 도와 농사를 지었었다.
4월과 5월에는 모내기를 해야만 한다.
모내기를 하기 위하여 논은 써레(?^^)를 치고 발레(?^^)를 붙여야 한다.
논일을 하기 위해서는 어둠이 가신 새벽에 밭에 가서 고추모를 심고
논으로 이동을 하면 아침을 논둑으로 가져와 흙묻은 손으로 밥을 먹는다.
일꾼이 있으면 새참이라도 먹지만 일꾼이 없으면 새참 먹을 시간도 없이 일한다.
모내기 날이 잡히면 어둠이 깔린 못자리 논으로 가서 모를 논두렁에 깔기 시작한다.
해가 뜨고 허기가 지고 몸이 녹초가 될 때쯤이면 하나 둘 모내기 일꾼이 몰려온다.
쉴 틈도 없이 더욱 더 부지런히 모를 논둑에 쭉 깔아놓아야 한다.
그래서 일꾼들 중간중간에 모를 날라주어야지 모가 없으면 일꾼들은 쉴 수밖에 없다.
새참이 와도 일꾼들이 밥을 먹을 때도 모를 전부 논둑에 깔기 전까지는 쉬지도 못한다.
목 마르면 막걸리 한 잔 하고 또 논둑에 서서 모를 일꾼들 사이로 날라주어야만 한다.
새벽에 나왔다가 점심에 겨우 잠깐 자리에 앉아 밥을 후다닥 먹고 모를 나른다.
해가 어둑어둑해지고 모를 심은 일꾼들이 가고나면 떠다니는 모를 다시 심어야 하고
어둠이 밀려 와 더 이상 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쉼없이 모를 때워야만 한다.
어둠 속을 더듬이 농기구 챙기고 밥그릇을 챙겨 리어카에 싣고 집에 오면 10시가 다 되어간다.
오죽 하였으면 진해 해군훈련소 6주가 편했다고 말할 수 있는 농사꾼이었다.
다음 날도 새벽에 학교를 가는 것이 아니라 논으로 가서 모 때우는 일을 3일 이상 해야 한다.
모내기는 빙혼에게 추억이 아닌 오직 UDT 지옥주와 같은 고된 육체적 노동만 있었을 뿐이다.
추수도 거의 마찬가지 수준으로 일주일은 지옥주 노동을 해야만 한다.
빙혼은 겨우 10년 남짓 농사일을 거들었지만 동네 어른들은 일평생을 그렇게 살다 죽는다.
뭐? 노동시간 52시간이 힘들다고?
빙혼에게는 농담도 아닌 아주 잔인한 그런 말은 허덜덜 하지 마라.
햇볕이 내리쬐는 논에서 하루종일 허리를 수 백번 굽혔다 폈다 하는 것보다 더 힘들까?
새벽 4시부터 저녁 10시까지 먹는 것조차 제대로 먹지고 못하는 농사보다 힘들까?
빙혼은 그늘만 있으면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뜨거운 햇볕아래 수렁 논을 뛰어댕기면서 일하는 것을 생각하면 공장일은 노는 것이다.
빙혼이 친구 논에 하루 품앗이를 갔는데 워메,,,일꾼들은 그야말로 논다고 보면 된다.
해가 뜨고 느즈막히 논에 가서 어슬렁거리면 주인이 다 준비를 해 놓았기에
잠깐 몸뚱아리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잠깐 일을 하다 보면 금새 새참을 먹자고 한다.
새참을 먹고 잠깐 쉬고 나서 또 일을 잠깐 하다보면 점심을 먹자고 한다.
일꾼으로 일을 하면 점심을 먹은 뒤 밀짚모자 눌러쓰고 잠시 한숨도 때릴 수가 있다.
모친을 도와 우리 농사일을 하면 꼭두새벽부터 어두컴컴한 밤중까지 일을 해야 하는데
남의 집 품팔이를 가면 하루종일 놀고 먹고 돈을 번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위 주인팔자보자 일꾼팔자가 상팔자라는 것을 그때 알았던 것이다.
그래서 농사를 안 지으려고 최대한 고향 멀리 떠나 살았던 것이다.
파주에서 공장 다닐 때도 매년 모내기와 추수 때는 시골로 불려가 일을 하고 살았다.
심사를 했을 때도 때가 되면 머슴보다도 못한 외아들 팔자라 시골로 불려가 농사를 지었다.
그래서 아예 차이나로 도망을 가니 비로소 그때부터 농사에서 벗어나 살았다.
주인들의 노동시간은 주 120시간이다.
일꾼들의 노동시간은 아무리 길어야 주 56시간이다.
주인이 되어보지 못한 일꾼들은 주 56시간도 힘들다고 한다.
나쁜 자들은 남의 일할 때는 주 56시간도 힘들다고 하지만
자기일을 할 때는 120시간 이상이 된다.
사업을 하는 자들은 미친 것이다.
사업을 하더라도 일꾼들이 없이 자기 혼자 사업을 하는 것이 제일 좋다.
남을 데리고 일한다는 것은 속이 썩어 문드러져 가는 것을 참고 일해야 한다.
대부분 일꾼들은 8시에 출근을 해도
-옷 갈아입고
-PC 켜 놓고
-화장실 가고
-담배 피우고
-커피 하나 뽑아오면 9시가 다 되어 가고
-개인 메일부터 보고 회신하고 나면
실제 일은 9시 반이나 되어야 시작을 하고
-전화하고
-회사 메일 열어 확인하고 회신하고
-회의참석하고 오늘 뭐할까? 고민을 하다 보면
점심시간이 20분이나 남았는데 먹거리 탐방을 하다가
시간이 되면 점심을 먹으러 반드시 5분 전에 일어나야만 한다.
점심먹고 한참 푹 쉬었다가 오후 시간에는
-회의하러 다니고
-옆부서 놀러가고
-고객과 공급자에게 업무는 3분 잡담은 10분
-또 오후에는 졸리니 커피마셔야 하고
-담배피어야 하고
-화장실도 일부러 꼭 다녀와야 하고
그럼 어느덧 퇴근시간이 가까워 오니 이제야 일 좀 하려고 폼만 잡는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 올수록 잠깐 일을 하는 척 하는데
상사가 회식을 지시하고 동료가 모임을 제안하니
정신이 없이 부지런히 일하는 척 하면서 마지못해 업무를 손에서 띤다.
그래도 하루종일 놀든 일했든 업무를 정리해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특별하게 한 일도 없으니 업무일지 정리할 것도 없다.
이렇게 하루종일 놀면서도 주 52시간이 힘들다고 하면
사업주들은 그딴 식으로 힘들게 일한 종업원들에게 때가 되면
연차휴가도 주어야 하고 회식도 해야 하고 재수가 없어 이익이 나면 성과급도 바쳐야 하고
몇 년을 다녔어도 성과지표도 없고, 업무분장표도 없고, 업무흐름도, 절차서, 기준서를
만들/할 줄 몰라도 몇 년 다녔다고 대리,과장,차장,부장까지 명함도 파 주어야만 한다.
그런 일꾼들은 자기들이 마치 일을 잘하고 있어서 차부장이 된 줄 착각을 하고
언제 임원을 달 것인지 고민도 하면서 매일 시간만 되면 땡 출근, 땡 퇴근을 반복하고 있다.
빙혼은 직장을 다니면 1등 출근은 일하는 사람들 중에서 거의 상위 30% 이내이고
퇴근은 가장 늦게 혼자 불을 끄고 나가는 경우가 하위 30% 이내였다.
끽연을 하는 빙혼은 담배를 필 시간을 줄이고자 한 번 피면 2~3개 기본으로 피우니
담배를 피지 못한 사장님이 품질실은 특별하게 빙혼에게 흡연을 허락을 하기도 하였고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일을 하니 식당 아줌마가 툭하면 밥을 비벼서 품질실로 날라다 주었다.
소변 볼 시간을 아끼다가 오줌보가 불어터져 하마터면 죽을 뻔 하니
사장님 지시로 품질실에 요강을 사다 비치하는 바람에 가끔씨 요강에 소변을 보고 일했다.^^
시간이 없다는 일꾼들은 출퇴근 시간은 정확히 하면서 오로지 회사의 일할 시간만 없다고 한다.
시간이 없다는 일꾼들은 퇴근하고 친구들 만나 당구치고 술 쳐 마시고..지각이나 안 했으면 싶다.
노동시간은 현장에서 육체적으로 일하는 작업자들에 필요할 뿐이다.
사무실 작업자들은 일에 따라 일을 해야지 시간에 따라 일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들이 요구하는 근무시간이나 근무조건은
자기가 사장이 되어 자기 회사 작업자들이 말하기 전에 그렇게 해 주어라.
남의 회사 다닐 때에는 365일, 24시간 일한다는 마음으로 일을 해야 한다
노동시간을 들먹이려면 생산 현장에서 일을 해라.
만일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경우 노동시간을 들먹이는 자들은 진짜 노동을 해라.
그들이 담배피고, 커피 마시고, 소/대변 보는 생리시간에도 급여가 나가는 것을 잊지마라.
1일 8시간 노동시간에 개인일이 아닌 진짜 회사의 업무 노동을 할 수 있는 자들만 입을 벌려라.
사업주들은 일꾼들을 위한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놀고먹는 일꾼들에게 급여주는 사람이 아니다.
빙혼서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