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1박 2일> 등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비부악(Bivouac)이 뜨고 있다. 펜션도 좋고 민박도 좋지만 머리 위로 쏟아지는 별과 얼굴을 스치는 바람, 귓전에서 들리는 풀벌레의 울음소리를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오직 비부악만이 가진 매력이다. 그 매력에 빠져버리면 일부러 ‘복불복 게임’에서 지려고 기를 쓸지도 모를 일이다
비부악(Bivouas:프) 또는 비박(Biwak:독) 이란 말은 원래 군대가 야영을 하며 경계병이 밤을 지새는, Bi(주변)+Wache(감시하다)에서 유래한 말로, 산에서 텐트를 사용하지 않는 일체의 노영을 뜻한다. 하지만 근래 들어서는 간이텐트를 치고 침낭을 사용하는 계획된 노영 모두를 일컫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야생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이 <1박2일>처럼 재미있고 멋있어 보일 수도 있지만 자연은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때문에 비부악을 하려 할 때는 철저한 준비가 필수이다. 비부악에서 장비란 사치가 아닌 생존의 필수조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꼭 필요한 장비에 대해선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장비만 다 갖추어졌다고 해서 비부악이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 등반자의 경험은 기본이고 체력과 생존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 비부악할 장소의 조건, 계절 등에 따라 대처하는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특히 계절과 날씨를 고려한 계획된 비부악이라 하더라도 산 속에서의 환경은 고도와 위치에 따라 매우 큰 기온 차가 있고 예상치 못한 기상 변화가 잦으므로 비부악을 계획한다면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장비를 꾸려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두껍고 튼튼한 것으로 짐을 꾸리라는 뜻은 아니다. 전문 산악인의 에베레스트 등정이 아닌 이상, 최소한의 장비로 그때그때 상황을 봐가며 똑똑하게 활용하면 된다.
비부악의 필수 장비들
침 낭 침낭은 열악한 외부환경을 차단하고 체온을 유지시켜 안전하게 잠을 잘 수 있도록 하는 비부악의 가장 핵심 장비이다. 내부 충진재로 천연 소재인 오리털이나 거위털이 많이 사용된다. 침낭의 보온력은 충진재의 종류와 양에 의해 결정되는데, 보통 다운 소재가 1300~1500g 이상 충전된 겨울용 침낭은 외부 기온이 영하 20℃ 이하로 떨어져도 체온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보온력이 뛰어나다. 이때 중요한 것은 오리솜털과 깃털이 80:20 이상인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비부악에서는 봄, 가을, 겨울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겨울용 침낭이 가장 많이 사용되며, 여름철엔 2만~3만원대의 콤팩트 침낭으로 충분하다.
천연 소재는 뛰어난 성능에 비해 가격이 비싸고 젖으면 보온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잘 마르지 않는 것이 흠인데, 요즘은 합성섬유를 충진재로 사용한 침낭도 나온다. 물에 젖어도 어느 정도 보온력이 유지되고 빨리 말라 세탁하기에도 유리하다. 하지만 평상시에 천연 소재보다 무겁고 압축이 잘되지 않아 접었을 때 부피가 크다는 것이 단점이 있다.
매트리스 야외에서 잠을 잘 때 땅바닥에서 올라오는 습기와 냉기는 체온을 떨어뜨리는 가장 위험한 적이다. 또한 평평한 지면만 골라서 잘 수는 없는 일이므로 매트리스는 침낭을 이용할 때 꼭 필요한 장비이다. 매트리스의 종류는 에어 매트리스와 발포 매트리스(릿지 매트리스)가 있는데, 에어 매트리스의 경우 쿠션감과 냉기를 차단하는 능력이 좋고, 공기를 빼면 수납 시에 부피가 확 줄어들어 편리하다. 그러나 가격이 비싸고 아이젠이나 뾰족한 돌 등에 찢어질 수 있는 단점이 있다. 반면 발포 매트리스는 에어 매트리스에 비해 가격은 저렴하면서 성능도 좋아 부피가 크다는 점만 제외하면 꽤 유용하다. 발포 매트리스는 1만~4만원대, 에어 매트리스는 10만원 이상이다.
타프와 쉘터 침낭이 완벽하다고 해도 따가운 햇볕이나 갑자기 부는 비바람 등 외부환경에는 여전히 노출되어 있으므로 이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타프(Tarp)는 텐트 앞에 치는 커다란 그늘막을 생각하면 된다. 형태에 따라서 사각형의 렉타 타프와 육각형의 헥사 타프로 나뉘는데, 비부악을 주목적으로 한다면 렉타 타프를 주로 사용한다.
침낭커버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비싼 침낭이 물에 젖기라도 한다면, 어휴….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침낭커버이다. 천연 소재를 충진재로 사용한 침낭의 경우 외부습기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외피는 꼭 필요하다. 또한 외피 사용 시 평균 3~4℃ 정도의 보온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한여름에는 외피만으로 침낭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주로 고어텍스 재질이 많이 사용되고, 최근에는 발수ㆍ투습 기능이 추가되어 타프나 쉘터 없이 외피만으로도 우천에 대비할 수 있는 제품도 많다. 비부악 색은 일반 침낭커버와는 달리 머리 쪽에 작은 폴대가 있어 몸을 움직이는 데 용이하고, 얼굴이 이슬에 젖거나 찬바람이 얼굴에 바로 닿는 것을 막아준다. 침낭 커버나 비부악 색 모두 15만원 이상.
이외에도 흔히 은박장판이라고 부르는 서모 블랭킷(Thermo Blanket)은 가격이 싸고 부피가 작은 것에 비해 방수와 방풍 기능이 있고 햇볕이나 냉기를 막아주어 매트리스 대신 사용하거나 타프로도 사용할 수 있어 하나쯤 챙겨 가면 좋다.
글 손수원 사진협조 아이고산(www.igosan.co.kr)
Tip 정말 유용한 장비, 김장 비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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