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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업자 정신이라고는 눈꼽만큼 찾아보기 어렵다. 안 그래도 궁핍한 살림에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공 들여서 키우던 일반 학원팀의 노고를 완전히 무시한채 프로 산하라는 타이틀 하나만으로 '갑질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밖에 보기 어렵다. 올 시즌 K리그 챌린지 신생팀인 서울 이랜드FC의 비상식적인 유스 선수 선발 시스템을 두고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학원축구의 근간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순전히 성과주의에 급급한 비상식적인 행동은 선진국형 클럽 시스템 육성과는 완전히 동 떨어졌다는 평가다.
서울 이랜드FC의 유스 선수 선발 시스템은 자격 요건부터 스스로 비난을 자초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의 클럽 라이센싱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U-12, U-15, U-18 등 단계별로 유스팀을 창단해야 지원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상황이기에 유스팀 창단은 필수 아닌 필수였다. 그런데 테스트 자격 요건을 보면 기존 팀에 재학중인 고등학교 1학년 선수들을 대상으로 공개 테스트를 실시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는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육성해서 '보석'으로 만드려는 일반 학원팀 선수들을 얼마든지 뺏어올 수 있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서울 이랜드FC는 시즌 도중 고등학교 1학년 선수들을 공개 테스트를 진행하며 선수들을 뺏어오려는 작업을 서슴치 않았다. 신생팀의 경우 중학교 3학년 선수들을 단계별로 선발해서 팀 체계를 꾸려가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고등학교 1학년 재학 선수들을 대상으로 공개 테스트를 진행한다는 자체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가는 얘기다. 프로 산하 유스라는 타이틀 하나만으로 일반 학원팀을 상대로 일종의 '횡포'를 부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선수 육성이 아닌 그저 기업의 장사 수단과 유사한 행위다.
사실 프로 산하 유스팀은 여러 방면에서 일반 학원팀보다 우월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각 구단들로부터 매년 2~4억원씩 지원을 받으면서 학부모들의 경제적인 부담이 적은데다 선수 스카웃과 운동 여건 등도 일반 학원팀보다 월등함을 자랑한다. 이를 토대로 선수들과 학부모 등의 선호도가 높다. 최근에는 초-중학교에서 우수 유망주들을 대거 싹쓸이하는 등 투자의 힘을 고스란히 증명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일반 학원팀과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오히려 일반 학원팀들과의 거리감만 가중시킨 꼴이다.
여기서 서울 이랜드FC를 비롯한 프로 산하 유스팀이 유망주 육성에 집중적으로 공을 들이고 있을까? 정답은 단호하게 'NO'를 외치고 싶다. 피라미드 구조에서 고교 졸업 후 프로로 진행하는 선수들이 극히 드문 와중에 대학 진학이라는 중대 기로에 목을 매는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 대학들이 전국대회 입상 성적을 체육특기자 입학 조건으로 내거는 상황에서 성적이 없으면 선수들의 대학 진학도 불투명하기에 당장 눈 앞에 떨어진 성과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겉으로 보면 해외 선진국형 유스 시스템의 모양새가 갖춰진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알맹이를 벗어던지면 과대 포장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 큰 혼란은 매년 신입생 16~17명 가량을 선발하면서 팀 내부 구조 조정을 통해 선수들을 추린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중학교 시절 우수한 자원들을 큰 기대 속에 데려왔지만, 정작 데리고 써먹어보니 팀과의 융화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선수들을 내치는 사례가 빈번하다. 한창 사춘기에 있는 선수들의 가슴에 못을 제대로 박고 있는 프로 산하 유스팀의 상식 이하의 행동은 해당 선수들과 학부모 등의 마음 속 상처만 더욱 깊게 박히게 만들고 있다. 무분별한 투자와 성과주의는 유스팀의 본래 취지와는 너무도 엇나간다.
의문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나름대로 추후 플랜을 짜맞추려던 일반 학원팀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기존 선수들을 데려오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태도로 오리발을 내민 것이다. 입으로는 선진국형 클럽 시스템 정착을 외치면서 기존 일반 학원팀 선수들을 뺏어오면서 팀 구색을 맞춘다는 것은 팀 도덕성에 대해 의구심만 더욱 증폭되는 상황이다. 프로팀라는 타이틀이 무엇인가. 공정하고 투명한 선수 육성과 함께 팬들과 하나가 되는 것이 주된 의미다. 그러나 서울 이랜드FC의 비도덕성은 1류 기업의 타이틀이 너무 부끄럽다.
감정 변화의 폭이 불규칙한 선수들에게는 이러한 서울 이랜드FC의 '도박'에 눈이 솔깃해질 수 밖에 없다. 제반 시설이 명확하게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프로라는 유혹 하나로 어린 선수들의 마음을 크게 흔드는 서울 이랜드FC의 행위는 선수들의 지속적인 관리와 육성 체계 등에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이는 대형 마트가 막대한 자본과 기반 등을 바탕으로 골목 상권들을 위협하는 행위와도 흡사한 가운데 사회적으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축구에도 매섭게 휘몰아감고 있는 셈이다.
학교와 교육청 등 유관 단체들의 지원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채 학부모들의 돈 지갑에 의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일반 학원팀으로선 일부 고교 1학년 선수들의 서울 이랜드FC 유스 유출이 치명적인 타격이다. 안 그래도 프로 산하 유스팀들에 스카웃 경쟁에서 밀리는 와중에 나름대로 코칭스태프들이 발품을 팔면서 1년 동안 공 들인 선수들을 기업과 지자체 구단 유스들의 권력에 의해 무자비하게 뺏기면서 심리적인 허탈감은 커지고 있다. 배려라곤 눈꼽만큼 찾아볼 수 없는 프로 산하 유스팀들의 공권력 행위에 이래저래 손실만 가득한 것이다.
신생팀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도 넘은 공권력 행사를 마다하지 않는 서울 이랜드FC의 이러한 행보는 일반 학원팀 고교 1학년 선수들이 도중에 너도 나도 프로 산하 유스팀으로 선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 저출산 시대로 인해 각 가정별로 자녀가 1~2명에 불과한 현실에서 학부모들도 금전적인 부분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일반 학원팀보다는 프로 구단으로부터 혜택을 받는 프로 산하 유스팀 전출에 대해 호의적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어 문제의 심각성만 커지고 있다. 서울 이랜드FC의 사례가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한국축구의 근간은 프로 산하 유스팀이 아닌 여전히 학원축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학원축구를 통해 각 급 연령별 대표 선수들이 무더기로 쏟아졌고, 건전한 토양 조성에도 크게 이바지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코칭스태프의 눈물겨운 노력과 선수들의 굵은 땀방울은 한국축구가 아시아 정상권을 줄곧 고수하는데 든든한 기반이었다. 실제로 현재 A대표팀 선수들의 면면을 봐도 학원축구 선수들이 대다수를 이룰 만큼 여전히 학원축구는 한국축구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현재 상황을 놓고보면 프로 산하 유스팀들의 도 넘은 장사질에 전체적인 근간이 완전히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프로 산하 유스팀의 공권력 남용에 남아있는 자원 마저 뺏기는 등 살림이 더욱 각박해지고 있다. 순전히 제 이익만 추구하는 프로 산하 유스팀의 압력은 일반 학원팀 죽이기를 키웠다는 비난도 끊이지 않는다. 프로축구가 살기 위해서는 프로 산하 유스팀과 일반 학원팀이 공생을 해야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지금까지 분위기는 프로 산하 유스팀의 장사 행위에 너도 나도 흠뻑 취해있는 것이 현실이다. 서로 경쟁자라는 이유로 기 싸움을 벌일 것이 아니라 한국축구 발전을 위해 동업자 정신을 가지는 것이 현 시점에서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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