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다도해, 추자도
추자도 올레길 18.2km, 6-8시간 소요
하추자 ‘예초리기정길’ 및 상추자 ‘나바론하늘길’ 최고의 트레킹 코스
추자도에서 2박 3일간 머물면서 첫날은 추자도 부속섬인 추포도, 횡간도를 다녀오고, 둘째날 및 셋째날은 상추자 및 하추자 올레길을 걸었다. 추자도 올레길은 제주올레 18-1코스로 총길이 18.2km, 6-8시간 소요된다.
한반도와 제주도의 중간에 위치한 추자도는 상추자도, 하추자도, 추포도, 횡간도 등 4개의 유인도와 38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제주의 다도해’라고 부르기도 한다. 특히 상․하추자도는 다리로 연결된 두 개의 섬이 하늘에서 보면 마치 무당이 양팔을 벌리고 춤 추는 모습과 흡사하기도 하고, 고래떼가 줄지어 헤염치고 있는 모습 같기도 하다.
천연기념물 제333호 사수도 흑비둘기, 슴새번식지, 문화재로 최영장군 사당, 박씨 처사각 등 볼거리도 많다. ‘추자10경’과 트레킹코스인 올레길이 유명하여 여행․ 등산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특히 감성돔, 황돔, 돌돔 등이 많이 잡히는 청정해역으로 연중 갯바위 낚시가 잘 되어 낚시꾼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배에서 내려 숙소인 ‘하추자민박’에 짐을 풀고 점심식사를 한 후 오후 일정에 들어갔다. 오늘은 먼저 추자도 부속 유인도인 추포도와 횡간도를 돌아볼 예정이다. 신양항에서 고개를 넘으면 예초리포구. 이곳에서 낚시배를 빌려 두 섬을 가기로 되어 있다. 추자도 본섬에서 횡간도까지는 직선으로 15분 정도 걸리는 거리이며 중간에 추포도가 위치하고 있다. 신안군에도 추포도라는 섬이 있는 데 우연하게도 이름이 같다.
예초리 포구에 서면 눈앞에 크고 작은 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있다. 역시 제주의 다도해라는 별칭이 이해가 간다. 상추자도 쪽으로 염섬, 검등여, 수령섬, 악생이여 등이 보이고, 횡간도 우측으로는 검은 가리섬, 미역섬 등 일일이 헤아리기가 힘들다.
먼저 추포도를 들렀다. 배로 약 10분 정도 갔을까? 추포도 선착장에 이른다. 불과 5-6가구 정도의 집이 보인다.
선착장에서 마을로 오르는 길은 계단으로 되어 있는데 제법 가파르다. 모노레일이 설치되어 있는 게 특이하다. 5-6가구라 해도 대부분의 집들은 빈 집이다. 한 때는 마을이 제대로 형성되었는지 높은 돌담이 그대로 남아 있다. 원시림같은 풀숲을 헤치고 섬 정상능선까지 올라가 본다.
능선에 서면 앞으로 추자도 전체가 파노라마로 다가오고 뒤로는 횡간도가 지척이다. 조망이 장관이다. 횡간도는 1자형의 섬이 바다를 가로막고 있는 모습이다. 앞 머리부분 산봉우리와 뒤쪽 볼록하게 부풀어오른 능선 모습이 마치 거북이가 바다 위를 기어가고 있는 모습 같다.
능선에서 내려와 마을을 다시 둘러봤다. 한 집에서 인기척이 난다. 반갑다. 어부 두 분이 낚시채비를 하고 떠날 참이다. 몇마디 물어보려고 하니 바쁘다는 핑계로 대답을 잘 해주지않는다. 바로 옆집이 학교터 자리이니 가보라고 일러준다.
집마당에 조그만 비석 하나가 보인다. 추자초등학교 부설 추포교습소가 개설, 운영되었던 유적지라고 쓰여져 있다. 이 섬은 상추자도 추자항에서 뱃길로 약 5km 거리이나 행정구역은 하추자도의 예초리에 속하며, 1969년 3월 5일에 개소, 당시 아동수는 1,3,5학년에 8명이었다고 한다. 이후 인구 감소로 1983년 5월 7일 폐소되어 총 7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바 있다고 적고 있다.
추포도를 돌아본 후 다시 낚시배는 횡간도로 향했다. 횡간도는 제법 유인도 모양을 갖추고 있다. 선착장 앞에 태양광발전소도 보이고 마을도 잘 정비되어 있다. 선착장에 다다르니 바다에서 물질을 하는 해녀 둘이 보인다. 우리 일행이 도착하자 해녀들이 뭍으로 올라온다. 전복을 제법 많이 잡았다. 우리 일행 중 한 분이 해녀들을 도와줄 겸 전복 모두를 사기로 하고 말을 붙인다.
해녀 중 나이 많은 분은 79세, 젊은 분은 60여 세라고 한다. 평생을 이렇게 물질을 하면서 살아왔단다. 79세 할머니는 자세히 보니 얼굴에 주름살이 가득하다. 그 주름 사이로 지나온 세월이 선명하게 보이는 듯 하다. 남편없이 홀로 물질로 생활을 꾸려가고 있다고 한다. 횡간도 주민은 주민등록상은 16명으로 되어 있으나 실거주자는 현재 9명 정도라고 한다. 발전소 우측으로 미역섬이라고 부르는 무인도도 눈에 들어온다.
마을은 섬 허릿길을 따라 한참 가야 한다. 이 길은 자동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의 폭이다. 경관이 아름다워 산책로로도 손색이 없다. 약 10분 쯤 걸으니 마을에 다다랐다. 낮은 슬레이트 지붕이 대부분이다. 전형적인 섬 마을 풍경이다. 횡간민박이라고 쓰여진 민박집도 보인다. 이런 섬에서 한 달 만 머무르면 세상사를 모두 잊을 것 같다. 혹시 다음 방문 기회를 대비하여 전화번호도 카메라에 담아둔다. 민박집을 지나면 막다른 골목에 학교터가 있다. 골목길이 아기자기하고 정겹다. 마치 고향마을에 온 것 같은 기분이다.
미로같이 좁은 시누대숲 터널을 지나면 아담한 학교건물이 나오고 입구에 ‘’배움의 옛터‘라고 쓰여진 비석이 눈에 띈다. 이 학교터는 추자초등학교 횡간분교로 1951년 8월 28일 설립, 40년 동안 배움의 불을 밝혀오다가 취학어린이들이 줄어들어 1991년 3월 1일 문을 닫고 추자국민학교로 통합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26회에 걸쳐 총 161명의 졸업생을 배출하였다고 한다. 횡간도가 과거에는 주민이 제법 많이 살던 섬이었다는 걸 말해주는 기록이기도 하다.
학교를 둘러본 후 마을 우측으로 내려갔다. 마당에서 미역을 말리고 있는 할머니 한 분이 보인다. 공손하게 인사를 올리고 몇마디 이야기를 나눠본다. 연세가 77세라는 데 매우 건강해 보인다. 24살에 시집을 와서 딸 넷, 아들 둘 등 6남매를 두었다고 한다. 딸 넷과 큰 아들은 제주도에 살고 작은 아들 만 추자도에 산다.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살고 있다. 선착장에서 만난 79세 해녀 할머니가 시누이란다. 해녀 할머니는 다리수술을 해서 몸도 편치않으신데 아직까지 물질을 놓지않고 매일 바다로 나가신다고 한다. 외딴 섬에서 거의 80세가 다 된 할머니들이 홀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삶이란 것이 얼마나 값지고 진솔한 것인가를 새삼 느끼게 된다.
추포도와 마찬가지로 횡간도 역시 모노레일이 설치되어 있다. 주민들은 선착장에서 마을 중심까지 가파른 비탈길을 모노레일을 타고 오르내린다. 횡간도는 발전소 앞과 마을 아래 등 두 곳에 선착장 시설이 만들어져 있다. 선착장으로 내려가는 길에 해녀 할머니 두 분을 다시 만났다. 모노레일을 운전하고 올라오고 있다. 80세 가까운 할머니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않을 만큼 정정하시다. 해녀복을 벋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걸 보니 더욱 젊어 보인다. 거센 파도를 친구 삼아 평생을 억척스럽게 살아오신 섬 할머니들. 오래오래 만수무강하시길 빈다.
낚싯배에서 들려오는 대중가요가 파도를 흔든다.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라는 신호. 필자 일행은 서둘러 선착장으로 내려갔다.
둘째날 아침 5시. 우리 일행은 숙소를 나서 하추자도 돈대산 산행길에 올랐다. 예초리로 넘어가는 언덕길을 10분 쯤 오르면 고갯마루 좌측으로 돈대산으로 가는 길이 보인다. 이곳으로부터 완만한 능선을 30분 정도 오르면 돈대산 정상이다. 등산이라기 보다는 동네 뒷산 산책 수준이다. 5시 반 쯤 정상에 거의 도착할 무렵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돈대산 정상에 서면 사방이 한 눈에 들어온다. 동쪽은 신대산, 남쪽은 수덕도(사자섬), 청도(푸랭이), 동남쪽으로는 신양항 등이 내려다 보인다. 서쪽으로는 발 아래 묵리마을과 섬생이섬이 내려다보이고, 서북쪽으로는 상추자도의 윤곽이 실루엣으로 잡힌다. 돈대산 정상에는 해발 164m라고 표시된 표지석과 주변섬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고 ‘돈대정’이라고 쓰여진 정자도 세워져 있다.
아침식사 후 상추자도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추자도에서는 매시간 마다 공영버스가 상․하추자도를 돈다. 버스는 신양2리와 묵리해안, 추자교를 거쳐 추자항으로 간다. 추자면사무소 앞에서 하차, 본격적인 올레길 트레킹에 들어갔다.
면사무소 옆에는 올레길 코스와 함께 최영장군 사당 이정표가 붙어 있다. 면사무소에서 골목길을 따라 200m쯤 가면 최영장군 사당이다. 고려 공민왕 23년(1374) 탐라(현 제주도)에서 원의 목호(牧胡) 석질리(石迭里) 등이 난을 일으키자 정부에서는 최영 장군으로 하여금 이를 진압하도록 하였다. 장군은 원정 도중 심한 풍랑으로 이곳 점산곶(點山串)에서 바람이 잔잔해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섬주민들에게 어망편법(漁網編法)을 가르쳐 생활의 변혁을 가져오게 하였다. 그 뒤 이곳 주민들은 장군의 위덕을 잊지못하여 사당을 짓고 매년 봄가을에 봉향하고 있다고 한다.
최영장군 사당 뒤 소나무숲 해안으로 올라서면 시야가 완전히 트이면서 추자도 앞 섬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추자도가 제주의 다도해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추자군도에는 상추자, 하추자, 추포, 횡간도 등 4개의 유인도와 38개의 무인도 등 총 42개의 섬들이 모여 있다. 염섬, 추포도, 횡간도 등이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오고 우측으로는 이름도 특이한 검은가리섬도 보인다.
섬 조망을 즐기면서 해안길을 걷다보면 좌측으로 추자항이 내려다보이고 우측 바다에는 수령섬, 악생이여 등이 점점 가까이 시야에 잡힌다. 해안산책길이 정말 아름답다. 가슴이 시원하게 열리는 기분이다. 최영장군 사당에서 30분쯤 해안길을 따라가면 다무래미라고 부르는 조그만 바위섬 앞에 이른다.
다무래미는 썰물 때는 걸어서 건너갈 수도 있으며, 경관도 아름답지만 낚시터로써도 더할 나위없이 좋은 곳이기도 하다. 다무래미 뒤로는 직구도가 아스라이 눈에 들어온다. 직구도는 섬 뒤로 떨어지는 낙조경관이 아름다워 추자10경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 섬이다.
다무래미 섬의 경관을 즐긴 후 대서리 후포어장 쪽으로 내려갔다. 후포어장은 어항 모양으로 움푹 패인 어장인데 이곳에서는 맨손, 호미 낫 등을 사용, 옛방식 그대로 고기를 잡는 소위 ‘갯바당잡이’체험을 할 수 있다. 추자도에는 이곳 이외에도 영흥리, 묵리, 예초리, 모진이체험어장 등 총 5개의 갯바당잡이 체험어장이 있다. 반달 모양의 후포어장을 돌면 추자올레길의 하일라이트인 나바론절벽에 이른다.
수백개의 목제계단을 따라 용등봉이라고 부르는 나발론절벽 전망터로 올라가면 남서해안 쪽으로 거대한 해벽이 시야에 들어온다. 1960년대 초 그레고리 펙과 안소니 퀸이 출연했던 영화 ‘나발론 요새’에서 이름을 따 온 것이라 한다. 추자도 등대 쪽으로 병풍을 치듯 깎아지른 절벽은 규모도 웅장하거니와 경관 역시 아름다워 탄성이 절로 나온다.
용등봉에서 나바론 절벽능선을 따라 추자등대-추자연도교로 이어지는 ‘나바론하늘길’은 추자도 트레킹 코스 중 최고의 절경으로 꼽힌다. 추자대교-추자등대-나바론하늘길 정상-하산까지 약 1시간 30분 소요된다.
나바론하늘길 하산 후 후포어장 끝 정자 마당으로 가면 곧바로 추자항으로 이어지는 길이 보인다. 마을길로 바로 가보니 면사무소까지 불과 10분도 안걸리는 거리이다. 추자항에서 나발론 절벽만 보고자 할 경우에는 이 길이 최단거리인 셈이다.
추자항을 돌아 추자등대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추자항 보건지소 뒤로 가면 순효각을 만나고 다시 마을언덕길을 200m쯤 오르면 추자처사각이라는 문화재를 볼 수 있다. 순효각은 효성이 지극했던 박명래 라는 분의 행실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것이며, 추자처사각은 처사 박인택을 추모하기 위해 후손들이 세운 사당이다.
추자등대는 추자처사각 바로 옆 숲길로 오른다. 올레길 방향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7분 정도 숲길을 오르면 능선에 이르고 좌측으로 200m정도 가면 추자등대 전망대이다.
추자면 영흥리 산중턱에 위치한 이곳 전망대는 등대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추자군도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로서도 최고이다.
전망대에 오르면 상추자도, 하추자도는 물론 남쪽으로는 한라산, 북쪽으로는 한반도 남단 다도해가 그림같이 펼쳐진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유일하게 한라산과 다도해를 함께 관망할 수 있는 곳이다. 추자군도 42개섬들이 마치 바다 위에서 뛰노는 돌고래들같다.
등대전망대에서 바랑케길쉼터를 지나 추자대교에 이르는 능선숲길의 조망도 환상적이다. 좌우로 바다와 섬들을 내려다보면서 능선을 타면 마치 구름 위를 걷는 신선같은 느낌이다.
추자도 2일째 오후. 상추자도 올레길을 돈 후 일단 하추자 민박집으로 돌아와 4시경부터 신양항-모진이 몽돌해안-황경한의 묘-모정의 쉼터-신대산 전망대-예초리 기정길-예초리 포구 코스로 돌아보기로 했다.
숙소인 하추자레저에서 나와 좌측 마을 가운데 골목길을 지나면 바로 정면으로 풀밭과 산능선이 보이고 우측 바다쪽으로 모진이몽돌해안이 시야에 들어온다. 올레길은 몽돌해안길로 가던가 풀밭길로 가던가 황경한의 묘에서 만나게 되는데 올레길의 아기자기한 맛을 즐기려면 정면 풀밭길로 들어서는 것이 좋다. 풀밭길 입구에는 올레길 표지목이 세워져 있다.
숲길을 10여 분 가면 황경한의 묘에 이르고 고갯마루에 ‘모정(母情)의 쉼터’라고 쓰여진 정자를 만난다. 황경한은 1800년 순교자인 아버지 황사영과 어머니 정난주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1801년 신유박해가 일어나자 황사영은 북경의 구베아주교에게 보내려던 이른바 황사영 백서가 발각돼 대역죄인으로 처형되었으며, 어머니 정난주는 두 살 난 아들 황경한을 가슴에 안고 관노로 제주도 귀양길에 오르게 된다. 정난주는 다산 정약용의 형 정약현의 딸로 18세 때 황사영과 혼인했다. 정난주는 제주도로 가던 중 추자도 가까이 왔을 때 뱃사공에게 패물을 주고 ‘경한이는 죽어서 수장했다’고 조정에 보고하도록 애원한다. 정난주의 부탁을 받은 사공들은 추자도 예초리 서남단 물산리 언덕배기에 어린 경한을 내려놓는다.
전해오는 바에 따르면, 아기울음소리를 듣고 소를 먹이던 오씨라는 성을 가진 주민의 부인이 가보니 아기가 있어서 집으로 데려왔는데 저고리 동정에 무엇인가 있어 뜯어보니 부모이름과 아기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황경한은 이렇게 추자도에서 성장, 건섭과 태섭 두 아들을 두었으며, 현재 그 후손들이 추자도에 살고 있다. 황경한의 묘 옆 전망좋은 고갯마루에 세워진 정자 ‘모정의 쉼터’는 바로 황경한의 어머니 정난주의 애틋한 모정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모정의 쉼터’에 오르면 시야가 훤히 트이면서 신대해안과 신대산전망대, 그 뒤로 횡간도 및 흑검도, 우두도 등 섬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추자10경(景) 중 ‘우두일출(牛頭日出)’과 ‘신대어유(神臺魚遊)’ 2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모정의 쉼터’에서 약 10분 쯤 완만한 해안길을 타고 내려가면 신대해안 갈림길을 만난다. 좌측은 예초리 포구로 바로 넘어가는 고갯길, 우측은 신대산전망대를 거쳐 해안으로 이어지는 올레길 코스이다. 우측으로 방향을 잡고 아름답게 굽이치는 언덕을 몇 분 오르면 고갯마루에 이른다. 직진하면 해안올레길, 우측언덕으로 조금 더 오르면 신대산 전망대다. 이곳 갈림길에 올레길코스 안내판이 세워져 있고 현재위치가 신대산전망대로 표시되어 있어 자칫 이곳 갈림길을 전망대로 착각하고 바로 직진하기 쉬운데 신대산전망대는 우측 언덕길로 더 올라가야 한다. 전망대에 오른 후 다시 되돌아오는 회귀포인트이다.
신대산전망대는 한마디로 조망이 장관이다. 좌측으로부터 다무래미섬, 직구도, 염섬, 수령섬, 악생이섬, 추포도, 횡간도, 흑검도, 우두도 등이 파노라마를 이루고 있고, 멀리 보길도와 주위 작은 섬들까지 눈에 들어온다. 이곳 전망대에 서면 추자도가 왜 ‘제주의 다도해’라고 불리워지는가가 저절로 실감이 난다.
신대산전망대에서 한참 바다경관을 즐긴 후 다시 해안길로 내려갔다. 섬과 바다를 내려다 보면서 낮은 관목들이 우거진 오솔길을 계속 따라갔다. 멋진 산책로다. 신대산전망대에서 예초리포구에 이르는 약 900m, ‘예초리기정길’이라고 부르는 이 길은 신대산 허릿길을 돌면서 추자군도 주요 섬들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코스로, 필자가 보기에 하추자 올레길 중 가장 아름다운 코스가 아닌가 생각된다.
노는 듯 걷는 듯 발길을 옮기다 보니 어느덧 예포리 포구. 신양항 민박집에서 이곳까지 약 1시간 반 정도 걸렸다. 가파른 구간이 전혀없는 코스, 주로 해안길을 도는 가벼운 산책이다. 예포리포구에서 포장도로를 따라 약 500m 가면 엄바위장승을 만나고, 그곳에서 400m 쯤 더 가면 아침 일찍 올랐던 돈대산 입구 고갯마루에 이른다. 돈대산 입구에서 신양항 민박집까지는 불과 몇백 미터 내리막길이다. 신대산을 중심으로 하추자도 동쪽 해안코스를 한 바퀴 도는데 전체 2시간이면 충분하다.
추자도 세쨋날 아침. 추자도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5시 반 경 하추자도에서 아직 못가본 서남쪽 석지머리 방향으로 산책을 나섰다. 이 쪽은 추자도 안내 팜플렛에서 정규 올레길에 들어가 있지않아 자칫 빼놓기 쉬운 곳이지만 다른 코스 못지않게 가볼 만한 곳이다. 신양포구 및 석지머리 앞바다에는 추자10경 중 장작평사(長作平沙), 석두청산(石頭靑山), 수덕낙안(水德落雁), 고도창파(孤島蒼波) 등 4경이 위치하고 있다. 여유가 되면 꼭 돌아보도록 추천하고싶은 곳이기도 하다.
필자 일행은 바람도 쉬어간다는 그 섬 추자도를 남겨두고 다시 배를 탔다. 육지로 돌아가는 배. 배 위에서 잠시 생각해 본다. 그 육지 역시 바다 쪽에서 보면 섬이요 우리 또한 섬에서 태어나지 않았는가? 그래서 우린 늘 섬을 이토록 고향처럼 그리워하는 게 아닌가? 우리들 스스로가 섬이 아닌가?
프랑스 작가이자 철학자이며 알베르 까뮈의 스승이기도 한 장 그르니에(Jean Grenier)가 그의 저서 <섬(Les Iles)>에서 쓴 글이 생각난다. 지금 나도 그런 기분이다.
“섬들을 생각할 때면 왜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이 되는 것일까? 바다의 시원한 공기며 사방의 수평선으로 자유스럽게 터진 바다를 섬 말고 어디서 만날 수 있으며, 육체적 황홀을 경험하고 살 수 있는 곳이 섬 말고 또 어디 있겠는가?”
*추자도 가는 방법은...
-육지에서 추자도로 갈 경우에는 진도에서 출발하거나 해남 우수영에서 출발한다. 진도 출발의 경우 진도여객선터미널에서 추자도를 거쳐 제주도로 가는 산타모니카호를 탄다. 이 배는 08시에 출항하며 추자도 45분, 제주도까지는 2시간 정도 걸린다. 해남 우수영 출발의 경우 퀸스타2호가 우수영에서 14시 30분 출항하며 상추자도까지 1시간 30분, 제주도까지는 3시간 걸린다. 역으로 제주도에서는 제주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씨월드고속훼리가 추자도까지 하루 3회 정도 운항한다. 예약문의 씨월드고속훼리(주) 1577-3567. 완도에서 왕복 6회를 운항하던 추자도 행 배편 송림블루오션호는 적자로 인해 23.7월부터 운항중단되었다.
*잘곳·먹을곳
-(상추자)아름다운펜션민박 064-743-3835, 별장민박 064-742-3948, (하추자)하추자레저064-742-2070, 뉴추자아일랜드 010-3554-7853
-(상추자)오동여식당 010-5612-9086, 제일식당 064-742-9333, (하추자) 가은식당 010-2924-4222, 고향향토장터 064-747-8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