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목이다. 예전에는 구정추위라해서 봄이오는 길목에
동장군이 마지막으로 힘꽤나 쓰던 시절도 있었다.
설에 동네 어른 들과 친지들에게 세배하러 다닐 때에
눈이 와서 하얗게 쌓이고 길이 얼었다가 햇볕에 녹아서 질퍽질퍽했던 기억이 새롭다.
대목에는 여자들이 할 일이 많았다.
설에 입을 옷들을 빨래도 해서 말려서 다듬돌 위에 놓고 방망이질 하고
풀먹여 다려서 동전도 새로 달아야 하고...
조청 고와서 유과 산자 만들어야 하고.
놋그릇도 꺼내 잿물로 가마니 위에 놓고 녹을 닦아내야 했다.
남자들은 기껏해야 설휴가(보통 보름까지 일을 하지 않고 쉼) 동안에 사용할 땔감이나 하고
숫돌에 칼이나 갈아주면 되었다.
우리 어머니는 아버지가 집안일은 남자가 할 일이 아니라고 도와주는 성격이 아니어서
늘 혼자서 제사(섣달 스무이렛날)준비며 설 차례까지 준비하셔야 했다.
머슴애만 여섯을 낳으셨으니 가사일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장남인 내가 어머니 심부름을 많이 하지 않으면 아니되었다.
아버지는 부엌칼이 들지 않아도 칼을 갈아주지 않으셔서 어머니는 칼이 들지 않으면
사구(사동이) 테두리에 쓱쓱 문질러 쓰시기도 하였다.
어릴 때 하두 어머니가 칼 때문에 고생하시는 것이 안스러워서
배를 타고 일본 갔을 때 제일 먼저 사다드린 것이 일제 칼이었다.
우리집에 있던 놋그릇은 할머니께서 장만하신 것인데
제사때만 꺼내 썼는데 설 추석 빼고도 세번이나 되었으니
시커멓게 설은 녹은 잘 벗겨지지도 않았다. 요즘에는 약을 써서 하면 일도 아니지만
제기 한 세트를 윤이 반질반질 나도록 닦으려면 한 나절은 힘들여 닦아야 했다.
그러던 것을 녹이 안 스는 스텐 그릇이 나오자 몽땅 바꿔 버렸다.
일제때 놋그릇 공출 안내려고 우물 속에 넣어 보존했던 귀중한 보물처럼 여겼던 것인데...
지금 우리집에는 나무로 된 제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다시 유기제품으로 바꿔볼까 생각하고 있다.
제사는 집안의 큰 행사이고 또 전통이다.
편한 것보다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선비정신을 기리고 보존할 가치가 있지 않은가 싶다.
첫댓글 예전 놋그릇 딱는데 세끼줄도 사용하고.가마니 위에서 빙빙돌리면서 손목힘 많이 들었갔지.기와장 부셔서도 비비되고
요즘 며누리나 젊은사람들 아겠나 .그릇도 잘나오고.남집 대문 들어서면 헛기침도 하는데.대문밖 나서면 인사라도 하는게
댓글이라도 한마디 하는게 도라일듯. 출입안하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