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득진 중편소설 『고양이 로드 무비』를 읽고 내 마음대로 키워드
키워드 1. 고양이
9번의 들고양이 울음소리가 등장한다. 숱하게 죽을 고비를 넘겨 고양이처럼 목숨이 아홉 개란 뜻의 '나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나’를 투영하고 있다. 고양이는 암울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함의하는 장치이며 고난을 극복하며 성장해 가는 방향키 역할을 한다. 나는 마트 자판기 뒤편에서 만난 들고양이에게 자판기 우유를 먹이고, 휴대폰 액정음을 고양이 소리로 해놓는다.
르완다 출신 이메이가 난민촌에서 만난 갈색 들고양이는 성폭행. 도둑 등 신변의 위험에서도 위로를 주는 동시에 세상과 소통하는 매개체이다. 이메이가 고향과 비슷하다고 찾아간 인도네시아 커피농장에서 이슬람 율법을 범했다는 이유로 감금당했을 때 들려오는 고양이 울음소리는 극도의 불안과 공포를 나타내고 있다. 소설 결미에서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음색이 다른 고양이 소리는 갈등의 해결과 화해를 의미한다.
키워드 2. 이메이
“색맹, 방향치, 커피 공부, 힘들어요?” 25쪽에서 이메이가 커피 수업 중 강사에게 서툰 한국어로 던진 질문이다. 이메이의 정체성을 함축하고 있다. 그는 난민 신분으로 검은 피부와 언어 소통에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차별과 편견으로 가득차 있다. 구원의 빛이라곤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뛰어난 후각과 위험을 감지하는 예지력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확히 이해한다. 좌절하지 않고 극복할 의지가 결연하다는 것을 뜻한다. 그가 색맹임에도 불구하고 바리스타 학과에 지원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고향에서는 최고의 커피만 있으면 신에게 제사 올리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142쪽). 그는 사향고양이 루왁이 사는 곳이라면 고향이나 다름없으며 흩어진 가족들을 모을 수 있다고 믿고 인도네시아로 향한다. 그에게 커피는 종교 의식이며 영혼의 고향(노스텔지어)이며 갈등을 치유하는 근원이기도 하다. 색깔을 분간 못하고 방향치인 그는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출발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키워드 3. 나
한국인 아버지와 키르기스스탄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나는 왜소하면서 남들과 다른 외모로 주변 형들로부터 여러 차례 성폭행을 당한다. 그리고 나는 후각에 문제가 있고, 여자에게는 아무런 감흥을 못 느끼는 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다. 나의 운명은 언제나 극적이다. 엄마가 나를 낳다가 숨을 거뒀는데도 나는 태어났다. 질식할 정도로 경기를 해도 살아남고, 익사할 뻔한 걸 동네 형이 건져냈다. 킥보드 타다 트럭에 친 적도 있다. 자판기 주변을 맴도는 고양이에게 우유를 먹이다가 커피 맛에 길들여진 나는 멋진 남자를 볼 때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세를 고치려는 희망을 안고 바리스타 학과로 진학한다. 나는 난민 출신 이메이의 몸에 난 흉터를 목격한 이후 그에게 끌리고, 그를 따라 인도네시아로 간다.
키워드 4. 커피
커피는 인간을 몰입으로 이끄는 최상의 각성제이며, 또 항암효과와 트라우마 치료 효능이 있다는 말에 눈이 번쩍 뜨인 나는 바리스타 학과를 지원한다(6쪽). “커피는 느린 삶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딱이죠, 소확행이나 미니멀라이프와 맞아떨어지는" (25쪽)이라는 강사는 학생들에게 특이하고 독특한 커피를 찾으라는 과제를 내준다.
커피는 모든 주제를 집약하고 아우르는 한편 세상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이다. 나와 이메이가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커피를 선택했듯, 개인적인 문제에서 타인에게로 시선을 확장하게 하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주체이다.
마침내 나는 특이하고 독특한 커피를 찾으라는 과제를 완성한다. 트라우마 효과가 탁월한 사향고양이의 배설물로 얻을 수 있는 야생 루왁커피이다.
-난민, 성소수자, 약자를 향한 사회적 편견, 신체적 장애 등 많은 이슈를 다루고 있어 자칫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커피로 귀결하여 문제를 해결한 것은 과히 신의 한수라고 생각한다. 한편, 우리가 더는 외면할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작가의 소설적 핍진성과 세계관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짧고 간결한 문체와 감각적인 표현으로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인 점도 돋보인다.
*김득진 작가
2014 동양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2014년 해양문학상 중편소설 최우수상, 2016년 경북일보문학대전 단편소설 금상, 2015 부산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례 2016년 포항소재작품공모전 단편소설 대상, 2022 아르코 창작기금 수혜.
소설집 『아디오스 아툰』산문집 『카리브해의 누에, 쿠바』시집 『커피를 훔친 시』 연재 『김득진 작가와 떠나는 쿠바여행』 동양일보 60회 (2018- 2019)
* 2022년 아르코 발표지원 상반기 선정작입니다.
첫댓글 키워드만 읽었는데도 이야기가 궁금해지네요.
울랄라님,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댓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문운이 빛나시길 바랍니다.
숨 쉴 틈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작품에 이끌려 단숨에 읽어 내렸었지요.
정리된 키워드를 보고
작품을 본다면 이해가 더 빠르겠습니다.
좋은 작품 써 주신 김득진 선생님과 감상 올려 주신 목련님께 감사드립니다.
시인님, 홀릴 듯한 강렬한 작품 맞습니다.
댓글로 격려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문운이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작가님이 커피에 일가견이 있어야 쓸 수 있을 듯한 작품 같아요.
네, 김득진 작가님은 커피엔 일가견이 있으시지요. 전문가라고 알고 있습니다. 시집 『커피를 훔친 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항상 댓글로 힘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문운이 빛나시길 바랍니다.
4개의 키워드가 말 그태로 고양이 로드무비를 읽는 키워드였네요
키워드 단서에 따라 책을 다시 떠올려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미미엘님,
제 마음대로 키워드입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문운이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김득진 소설가님의 [고양이 로드 무비]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주인공 혼혈인 '나'와 깜둥이로 불리는 '이메이' 그리고 난민촌 이야기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가슴저릿해지는 소설이었습니다.
목련님의 글에 빠져들며,
김득진 소설가님의 또 다른 신작 기대합니다. ^^
저도 사무국님 생각에 공감합니다. 색맹이라는 신체적 장애와 난민 신분에서 오는 상처가 많은 인물인데도 극복하려는 모습은 감동을 주고도 남지요.
사무국님 항상 건강하시고 문운이 빛나시길 바랍니다.
소설의 키워드를 일목요연하게 뽑아주시니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급히 소설이 읽고 싶어집니다. 내용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다.
목련 샘,
깊이 있는 요약, 평, 잘 읽었습니다.
유리안나님, 고양이 로드 무비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제 마음대로 키워드인데 격려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문운이 빛나시길 바랍니다.
키워드를 읽으면서 김득진 선생님의 (고양이 로드 무비)를 다시 펼쳤습니다
목련님이 뽑은 키워드 에도 폭 빠졌네요~~
프라다님,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문운이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는 고양이이십니다
빵굽는 몽희님,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입니다.
자주자주 카페에 들려주세요.
항상 건강하시고 문운이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목련님 서평 정말 잘 하십니다.
'키워드'라고 써 주시니 한 눈에 집중이 됩니다. 역시~
책은 자그마해도 나름 집중도가 필요해서
읽으면서 머릴 많이 썼는데,
이렇게 키워드로 서평해 주시니 훨씬 이해하기가 쉽네요.
목련님 애쓰셨습니다. 덕분에 저는 이렇게 편하게 읽고 있네요.
김득진 작가님 감사합니다.
저는 요즘에는 길고양이에게도 눈길을 더 많이 준답니다.^^
새봄님, 부끄럽습니다.
부족한 글에 격려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도움이 되셨다니 제가 감사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문운이 빛나시길 바랍니다.
책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이 서평을 읽으면 더 와닿겠습니다.
책이 없는 분들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요.
정성스런 글, 작가에게는 퍽 감동이겠지요.
목련 님의 성품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잘 읽었어요.
동시 선생님,
힘이 나는 댓글입니다.
댓글 참 예쁘고 정성스럽게 쓰십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문운이 빛나시길 바랍니다.
꾸준히 쓰는 김득진 작가의 소설을 이리 소개해 주시니 참 좋습니다. ^^
소설 연륜과 내공이 느껴지는 소설로님.
김득진 작가의 팬으로 기쁜 마음으로 감상평을 적었는데 많이 부족합니다.
댓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문운이 빛나시길 바랍니다.
저보다 저를 더 잘 아시는 오작가님.... ㅎ
키워드로 하나하나 뜯어 보여주시니 일목요연해서 뇌리에 곧장 박힙니다.
초고는 루왁 커피를 찾아가는 기행문에 불과했더랬습니다.
기행문의 씨줄에다 동성애며 난민이며 칼만 증후군의 날줄을 끼워 넣어
색깔을 입힌 것입니다.
청정무구한 자연과 함께라면 어떤 병도 너끈히 고칠 수 있다는 함의가 담겼습니다만....
쓰레기 배출로 세계 1위의 영예?를 얻은 현실이 안타까웠던 탓도 있습니다.
특히나 부산은 오염된 낙동강 물로 식수를 삼으니 암 발병률 전국 1위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으니까요.
부지런하신 오작가님 덕분에 부족한 작품을 재조명해 볼 기회를 얻은 게 고맙기만 합니다.
추위와 함께닥친 설 명절, 모든 액운을 물리친 자리에 새 희망을 채워넣는 기회가 되길 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작가님,
서툰 독자의 마음대로 키워드입니다.
많이 부족하니 혜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김작가님 팬으로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다음 작품 기대하여
건강, 건필 하시는 2023년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