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가는 기차는 나를 데리고 가네~ 오월의 내 사랑이 숨 쉬는 곳. 지금은 눈이 내린 끝없는 철길 위에. 초라한 내 모습만 이 길을 따라가네. 그리운 사람~."
경춘선을 타고 춘천으로 가는 길에 옛 사랑을 그리워한다는 내용의 노래. 가수 김현철이 1989년 발표한 곡으로 춘천으로 향하는 기차를 타면 늘 떠오르는 노래다. 곡 분위기가 지적이며 차분한 보사노바(bossa nova)의 형식을 따른 '춘천 가는 기차'는 경춘선 열차에 오르는 마음을 더욱 설레게 한다.
서울을 빠져나가 대성리, 청평, 가평, 강촌, 김유정 그리고 남춘천역으로 이어지는 경춘선은 연인, 친구, 가족끼리의 여행, 대학생들의 엠티 등 다양한 이들이 즐기는 여행기차다. 북한강을 따라 춘천으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지나가는 역들에 묻어있는 사람들의 추억을 그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철도원의 애환과 가족의 사랑을 그린 MBC드라마 '간이역'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서정적인 간이역 '김유정역'을 지나 남춘천역에 내린다. 춘천역은 복선전철화 공사로 2005년 10월 1일부터 폐쇄되어 현재 남춘천역이 경춘선의 마지막 역이다. 기차여행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경춘선은, 2010년 말이면 복선전철화 공사가 완료되어 추억이 서린 무궁화호는 운행을 중지한다. 대신 '누리로'가 전철과 함께 운행된다고 한다. 경춘선의 낭만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남춘천역 앞의 관광안내소에서 춘천여행에 도움이 되는 관광안내도를 받을 수 있다. 남춘천역 안에는 '레저 관광도시 춘천'을 주제로 학생들이 그린 그림을 전시해 관광객들이 열차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도록 했다.
택시를 타고 동내면 거두리 농협창고로 향한다. 곳곳에 보이는 닭갈비 간판이 춘천에 왔음을 실감케 한다. 농협창고 뒤로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오른다. 임도가 끝나는 지점에 등산객들의 것으로 보이는 차가 세 대 주차되어 있고 컨테이너 박스를 개조해 만든 작은 건물도 보인다. 들머리에서 보이는 대룡산은 눈 세상이다. 옷을 여며 입고 바라클라바, 모자, 장갑까지 챙기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눈 밟는 소리가 겨울 산을 즐길 수 있는 시기가 되었음을 새삼 느끼게 한다. 눈꽃을 피운 나무들이 줄지어 선 등산로를 따라 올라 간다. 키가 큰 낙엽송이 세찬 바람에 휘청거리며 우아한 춤을 춘다. 바람이 거세지면 가지에 올린 눈을 떨구어 내기도 한다. 10분쯤 걷자 나무들 사이로 동내면의 고요한 풍광이 눈에 들어온다. 하얀 세상에서 보는 갈색빛의 마을이 차분한 수채화 한 폭처럼 다른 세상이다.
다시 발걸음을 잇는다. 거두리에서 1.8킬로미터 오르니 샘터다. 심장 박동을 경쾌하게 만드는 하얀 세상. 이정표도 약수터도 하얀 이불을 덮고 있다. 시원한 물 한 모금 들이키고 이정표와 샘터 사이의 완만한 산길을 따라 걷는다.
눈 속에서 30분을 걷자 임도를 만나고 임도 건너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눈 덮인 임도는 차마 밟고 지나기가 주저된다. 산행을 시작할 때는 산길이 정겹더니 숲길을 조금 걸으니 잘 닦인 도로가 반갑다. 그새 문명이 그리워진 걸까. 5분 오르니 나무 데크 위에 둥근 탁자와 벤치가 있다. 쉼터 난간에 묶인 노란 손수건과 빗자루가 눈길을 끈다. 등산객과 시설물을 배려하는 마음이 담긴 소품이 마음을 즐겁게 한다. 얼굴을 때리던 찬바람이 쉼터에 서니 잦아든다. 바람까지 고려해 만든 걸까. 멀리 남동쪽으로 대룡산 정상아래의 송신소가 눈에 들어온다. 우리가 걸어갈 길이 아직 멀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는 꽤 눈이 쌓여 발목까지 빠진다. 갈참나무 잎이 바람에 나부끼며 요란스럽게 펄럭인다. 능선을 걷다보니 고은리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고은리까지 3킬로미터인 이 하산길은 제법 가파르다. 곧 송신소가 나오고 잠시 후 대룡산 정상석이 보인다. 2004년 4월 춘천시민산악회에서 세운 정상석에는 '대룡산 깃대봉 899m' 라고 새겨져 있다. 정상석 10미터 아래 전망대에서 보는 춘천 시내 풍광이 일품이다. 삼악산, 계관산, 북배산, 가덕산, 삿갓봉, 봉의산 등과 춘천댐, 의암호가 어우러진 매력적인 춘천이 한눈에 조망된다. 조망대 왼쪽에 지명이 적힌 전경사진이 있어 조망을 돕는다. 정상석 남동쪽으로는 성동천을 따라 난 구불구불한 임도가 가지울고개로 이어지는 춘천지맥과 어우러져 멋스럽다.
정상의 칼바람을 피해 나무숲 사이에서 간식을 먹고 고은리로 내려간다. 산길을 따라 갈 수도 있고 산길 아래의 임도로 내려서서 갈 수도 있다. 임도를 따라 500미터쯤 내려가니 '고은리 2.9km' 이정표를 만난다.
"어~ 어이쿠. 쾅!"
조심해야지. 체면 구겨지게.
"어~엄마야. 쿵."
"이 기자. 걸어 내려 와야지. 왜 미끄럼틀을 타려고해."
앞서 가서 못 본 줄 알았는데 딱 걸렸다. 가파른데다 눈이 덮여 미끄러운 길에, 뒤에서 느릿느릿 내려오다가 엉덩방아를 찧는 나를 보고 김윤수씨가 조심하라고 당부한다. 50분쯤 내려오니, 800미터를 가면 고은리라는 이정표가 나온다. 고은리 마을에 가까워질수록 땅이 마르고 언제 눈이 왔었냐는 듯 흙길이 이어진다. 400미터 앞에 버스정류소가 있다는 이정표를 지나 마을에 다다른다. 뒤를 돌아보니 눈 덮인 수뢰관골 정상부가 아득히 멀게 느껴진다. 버스정류소에 내려와 옷을 털고 남춘천역으로 돌아간다. 호반의 도시 춘천을 둘러볼 수 있었던 대룡산 정상. 시내 뒤로 켜켜이 보이던 삼악산군에 오르기 위해 다시 경춘선에 올라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시내로 나온다.
*산행길잡이
거두리 농협창고-(30분)-들머리-(20분)-샘터-(35분)-임도 만남-(5분)-쉼터-(60분)-대룡산 정상-(50분)-이정표-(10분)-고은리 버스정류소
춘천을 에워싸고 있는 분지 산 중에서 제일 높은 산이다. 산세가 완만한 육산이어서 초보자도 산행하기 쉬운 코스이며, 들머리가 많지만 보통 고은리와 거두리에서 오르는 이들이 많다. 여유가 있으면 느랏재, 구봉산 수리봉과 연계 산행도 가능하며 정상에는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어 춘천을 바라보는 전경이 일품이다.
*교통
청량리역에서 남춘천역까지 가는 경춘선 무궁화호가 1일 19회(06:10~22:00) 다닌다. 1시간55분 걸리며 요금은 5,400원이다.
남춘천역에서 거두리 농협창고까지는 택시(080-264-8888)를 이용해야 한다. 요금은 7,500원쯤 나온다.
*잘 데와 먹을 데
춘천에는 숙박시설이 많다. 춘천세종호텔(033-252-1191), 춘천베어스관광호텔(256-2525), 맨하탄(241-0550) 등이 있다.
춘천은 닭갈비와 막국수가 유명하다. 막국수, 메밀칼국수와 옹심이, 빈대떡을 파는 남춘천역 근처 퇴계막국수(255-3332)가 있다. 막국수 5,000원. 닭갈비를 파는 곳은 우성닭갈비(242-8484), 윤일닭갈비(262-8304)가 있다.
*볼거리
김유정문학촌 춘천시 신동면 실레마을은 <봄봄>, <동백꽃>의 작가 김유정의 고향 마을이다. 1930년대 한국 소설문학의 산실이던 춘천 신동면 실레마을에 김유정 생가를 복원하고, 전시관과 작품의 무대인 마을 전체를 새로운 문학공간으로 탄생시켰다. 이곳에 가면 가난하지만 순박했던 시골 사람들과 주막거리가 재현된 1930년대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춘천막국수 체험박물관 건물의 외형부터 남다른 막국수 체험박물관은 1층은 전시실, 2층은 체험실로 운영되고 있다. 박물관 1층에서 메밀재배에 사용되어진 농기구와 메밀의 성장과정, 메밀로 요리된 음식들이 전시되어 있다. 2 층은 체험장과 시식장, 주방이 있다. 033-250-4134. http://makguksumuseum.com
강원드라마갤러리 한류 붐을 일으킨 '겨울연가'의 세트장과 드라마와 영화 속의 명장면들, 박스오피스를 장식한 멋진 영화포스터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033-244-0088.
글쓴이:이정아 기자
참조:대룡산
참조:대룡산 코스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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