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고려산 그리고 동막해수욕장
지난주 마이산 탑사에서 아쉽게 보지 못한 왕벚꽃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지만, 난마의 일상을 만개한 진달래 동산으로 풀고 싶었다. 그래서 결정한 산행이 강화도 고려산이다.
토요일 맑은 날씨에 비해 흐릿한 날씨가 걱정이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새벽미사 드리러 성당을 가는 하늘이 희붐하다.
'오늘 날씨가 맑겠구나!'
미사 시간 생각은 이미 아리잠직한 분홍빛 진달래의 퍼레이드 가득한 고려산.
한 주 동안 아른거린 설레임이 교대역 1번 출구에서 오붓하게 7명의 인연이 동행의 만남으로 맺어졌다.
수나로운 성격인 나도 사람들을 처음 만나는 자리에는 아직은 스스럽다.
강화가는 길은 무척이나 밀리고 스타렉스 안에서 조촐한 김밥 만찬이 있었다. 음식을 공유하는 사이 시나브로 나의 벽은 무너진다. 역시 먹을 것에 습습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여기가 곳간이다.
12시가 임박하여 고려산 들머리 적석사 입구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또 두사람의 인연과 조우했다. 이로써 산행은 모두 아홉 명.
아홉명의 먼지 날리는 고려산의 질주는 시작된다.
산 입구에서 반갑게 만난 꽈리. 해열, 해독, 이뇨에 효과가 좋은데 목이 아플 때 이 꽈리를 다려 마시면 좋다고 해서 팔고 있었다. 이런 약효보다 나에게 기억되는 꽈리는 어릴적 어머니가 꽈리 속에 씨앗을 빼고 입에 넣고 재미있게 불어대던 놀이기구였다.
적석사로 오르는 길은 그다지 좋은 길은 아니다 자동차가 오르게 하기 위해 길을 낸 딱딱한 아스팔트 도로.
시부저기 오르는 산은 없으니까.
고구려 장수왕 때 창건한 적석사. 천 육백 여년 전의 고찰이다. 절 앞 축대 위에 하얀 목련이 탐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보이는 건물은 적석사 범종루.
적석사 감로정. 목이 마르기 시작하던 차에 제창 우물이 있으니 모두가 한모금씩 목을 축인다.
나라에 변란이 있을때 마르거나 흐려져서 마실 수 없었다고 전해진다. 임진왜란과 서해교전이 있었던 날에 황톳물처럼 붉게 변했다고 한다.
대웅전 앞에서 8명의 인연과 보이지 않는 찍사 하나.
대웅전과 관음굴.
적석사 보살. 나무보살이 이채롭다
낙조대. 적석사 해수관음보살.
낙조대에서 바라본 마을 전경.
해가 지는 서쪽 전경.
이곳에서 해가지는 모습은 강화 8경 중 으뜸 이라고 한다. 다시 오기도 불가능하지만, 오후에 날씨가 흐려질 것이다 하니 낙조를 마음에 담아본다.
불이 자주 난다고 붙여진 산 이름처럼 적석산은 척박해서 진달래 군락이 이루어진 것 같다. 마치 오래 내버려두어 거칠어진 묵정밭처럼...
따뜻하게 해를 잘 받는 곳은 진달래가 활짝 피었다.
아직 만개하지 않은 진달래 길. 만개하지 않은 길이 아쉽기만 하다.
개선 장군이 되어 이탈리아 피렌체로 들어선 시이저의 군대처럼 환영받고 싶었나 보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능선은 먼지가 심하게 날리고 있었다.
절묘하게 바람을 피해 점심 만찬이 시작되었다.
모두 맛이 있는 음식들이었지만 이 날의 최고의 음식을 꼽는다면 묵은지와 닭이 절묘하게 만난 닭볶음탕.
무람없이 먹은 덕분에 과식했다. 오후 산행 내내 뱃속의 그 분과 함께 했다.
목목이 봉우리를 맺은 진달래. 몰강스러운 강화의 차가운 겨울바람을 이겨냈구나!
고려산 정상이 보인다. 다붓한 산행은 아니였지만, 다리품 팔아 즐거운 산행은 분명하다.
정상에서 인증샷은 필수이다.
이제 아쉽지만 하산할 시간.
아름다운 꽃에 눈이 문문해진 하루.
이곳의 명물 고인돌. 외관이 꺠끔하다. 이렇게 봄꽃 소풍나온 후손들의 소란 앞에 귀잠인들 오랴마는 이때가 아니면 언제 번잡함을 느낄 수 있을까?
이제 모두가 먹을 것 앞에서 구순해졌다. 나도 있는 음식에 국으로 있다가 맥주 한 모금 받아 마시니 간질거리던 목젓이 흥겨워진다.
하산 길은 논틀밭틀 좁은 길. 먼지가 풀풀날리는 길도 즐겁다.
하산해서 가까운 동막해수욕장을 찾았다.
맑은 하늘에 먹장구름이 몰려오는 늦은 오후 동막 갯벌은 만조이다.
먼지와 싸운 고려산행에 몸은 맛문했지만, 이곳에서 입맛을 새우와 조개로 채우기로 했다.
조개구이 전문위원(?) 덕분에 구수한 조개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조개와 홍합이 만난 칼국수로 마무리.
강화에서의 하루는 저 들 모자의 잊지 못할 추억담처럼 내 마음에도 남아있을 것이다.
그렇게 소리없이 강화의 밤은 저문다.
첫댓글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해준 모든이들에게 감사합니다^^
사진찍으시랴~ 사진올리시랴~ 전설따라 삼천리길은 아직도 멀어만 보이공~ㅋ
너무너무 수고 많으셨습니다..어제 하루의 일상을 고스란히 다시금 마음속에 새깁니다^^ 즐거운 하루 였습니다~
댓글이 초고속으로 달렸네요 ㅋ 인상적인 음식을 선보여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무척 즐거운 산행이 되었답니다. 꾸르륵..아 배고프다.
누나 올간만이야...^^
쭈니 반가워~~ㅋ
어라.....나도 배고파졌다.바람칼님이 없었다면,분명 덜 즐거웠을겁니다.*^^v
아마 제 몫(?) 까지 드셨으면 아직 배부르실겁니다 ㅋ
꿈탈도 올간이구..^^
반가운 얼굴들 입니다 음식사진 보며 침을 꿀꺽 삼킵니다 ㅎㅎ
형도 올간이네염..^^
담에는 침을 직접 묻히시면 되겠군요 ^^
진짜 멋진 후기입니다... 여태 많은 후기를 보았지만 칼님의 후기는 제가 본 후기 중 베스트 3에 포함되네요. 잘 보았고 잘 읽었습니다...
산행만큼 좋은 후기는 없으니 산행이 베스트 3에 드셨나봅니다. 씨익 ㅋㅋ
진달래꽃이 참 예쁘네요. 닭볶음탕은 센스 만점 !!
그 유명한 말이 떠오르네요 "치사는 빤스요 센스는 만점이라 " ㅋㅋㅋ
스르르님의 회원옵션입니다. 글도 멋지고, 사진도 멋지네요..바람칼님의 유머도 멋지셨지요..
옵션 님에게 평화를 ~ 그리고 매일같이 빵 터짐을~
가입하셔서 보시면 더 좋을것 같네요^^ 만나서 반가웠어요~
와~꼼꼼도 하셔라.다시 복습한 기분 그때의 기억이 더욱 더 또렸해지네요.세심한 바람칼님 고맙습니다.
세심까진 아니고 댓글을 안달면 삐질정도? ㅋㅋㅋ 다음에또 ...
꺄~ 맛있겠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