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 / 전통속에 살아 숨 쉬는 첨단과학 이야기 - 윤용현

[카페지기]

전통 속에 살아 숨 쉬는 첨단 과학 이야기

고 기능성인 '숯'

숯(Charcoal)은 나무를 숯가마[炭窯(탄요)]에서 구워 만든 검은 덩어리로, 목탄(木炭)이라고도 한다.

숯은 나무의 종류와 굽는 조건에 따라 그 종류가 다양하다. 숯을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나무로는 참나무, 소나무, 물푸레나무, 동백나무, 오동나무 등을 쓰는데, 나무의 종류에 따라 그 쓰임새가 각기 다르다.

숯은 굽는 조건과 불을 끄는 방법에 따라 검탄(흑탄)과 백탄으로 구분한다.

먼저 검탄은 숯가마의 불을 끈 채로 7~8일간 지난 다음에 꺼낸다. 양질의 검탄을 만들기 위해서는 불을 끌 때 가마 입구의 남겨진 부분을 막은 다음 2~3시간 뒤에 굴뚝을 막아 준다. 이러한 과정으로 진행시켜야 숯이 무르지 않고 단단하게 된다. 검탄은 검정과 같이 검은 빛이다.

백탄을 만들기 위해서는 불을 끈 상태에서 바로 입구에 계란 크기의 공기구멍을 뚫어 가마 안의 가스가 빠지게 하고 입구를 헐어 낸다. 입구를 헐어 내면 가마 안의 나무들이 불기둥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 불기둥을 불장대(거랑대라고도 함)로 끌어내어 준비한 흙을 덮어 하루 정도 묻어 둔다(이 곳을 모답터라고 한다). 흙은 돌멩이를 걸러 낸 고운 것을 쓴다. 백탄을 덮는데 사용된 흙은 계속된 사용으로 흙이 타고 재가 섞인 상태로 되는데 그대로 계속 사용한다. 최근에는 흙 대신 모래를 사용하기도 한다. 백탄은 겉이 재가 앉아 흰빛을 띤다.

숯의 표면적은 백탄은 1g당 200~300m², 흑탄은 1g당 300∼400m²로 흑탄이 백탄보다 흡착 면적이 큰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점에서 정수 효과나 냄새 제거, 그리고 습도 조절 등의 기능에는 검은 흑탄이 더 유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까지 숯이라고 하면 재료(수종)로는 참나무(졸참나무, 상수리나무 등)를 이용한 참나무 숯(참숯)을 가리켰다. 이 숯은 불꽃이 튀지 않고, 오래 지속되고, 향이 좋아 연료용으로 주로 이용되었다. 그러나 나무의 종류에 따라 그 쓰임새가 각기 다르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연료 이외에 여러 방면으로 이용되고 있다.

숯은 탄화 방법, 제조 기술에 따라 품질과 기능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참숯은 물성 및 기능성 조사 없이 무분별하게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숯은 수종에 따라 물성 및 효능이 다른데도 일반적인 인식은 참숯을 제일 우수한 것으로 여기고, 모든 이용 분야에서 참숯만을 고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모처럼 일고 있는 목탄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참숯과 함께 자원 면을 고려하여 여러 수종에 대해 숯을 개발하고, 이들의 기능을 구명(究明)하여 적재적소에 이용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참나무 숯을 대체(代替)할 다른 수종의 개발과 각각의 수종이 갖고 있는 특징인 물성 및 효능에 맞는 숯의 개발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숯은 취사와 난방용 등의 연료뿐만 아니라 냄새와 독을 제거할 때, 특히 청동기 시대 이후로 청동이나 철의 야금 기술에 큰 역할을 하였으며, 근대에 전기다리미가 사용되기 전까지는 다리미질용으로 많이 사용하였다. 그리고 현재에도 흡수제나 필터 재료로 널리 쓰이고 있다.

또한 숯이 더러움을 멀리하고 깨끗하게 하는 기능을 가졌다하여 예로부터 간장을 담글 때와 아기가 태어난 집에서 금줄을 문간에 내걸 때에도 숯을 매달아 놓는 등 벽사적인 기능을 하기도 하였다.

특히 숯은 다른 연료와 달리 온도를 1,200℃ 이상으로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고대 철 제련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연료였다. 화석 연료의 경우 연소되는 과정에 유화물을 형성하여 제련할 때 철 속에 황이 유입되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숯은 전체가 탄소로 이루어져 있어 연소할 때 산화 반응이 빨리 일어나기 때문에 철은 환원이 된다. 이 화학 반응의 차이로 인하여 숯으로 제련한 철은 황의 함량이 적어 기본적인 탈황 공정만 하여도 질 좋은 철이 생성되는 반면, 화석 연료로 제련한 철의 경우 반드시 기본적인 탈황 과정 외에 추가 탈황 공정을 거쳐야 한다.

결국 오늘날 제련에 사용되는 화석 연료보다는 숯이 훨씬 경제성과 생산성이 뛰어나다. 그러나 숯은 숯 내부의 기공이 커서 비중이 다른 화석 연료에 비하여 작다. 그렇기 때문에 농축시킬 수 있는 방법과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앞으로 제련의 대체 연료로 사용될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

숯가마

흑탄 작업

이처럼 숯은 주로 연료로 사용되어 오다가 요즘에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 프로판가스, 도시가스 등에 밀려 생산이 감소했다. 그러나 최근에 숯은 요리용으로의 우수성과 고흡착, 고알카리, 원적외선 및 음이온 방사, 미네랄 함유, 살균, 방부, 전자파 차단 등의 기능성이 새롭게 알려지면서 생산 및 이용이 증가되고 있다. 이로 인해 목탄 생산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어, 전국 100여 곳에 전통 숯가마의 부활과 여러 곳의 공업적 탄화로가 증설되고 있다.

최근에 전통 참숯의 과학적 성질 규명과 기능 제고 방안 분석, 우리나라 주요 수종 및 목질 재료 숯 개발을 위한 탄화 조건 규명과 주요 기능성 분석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다음과 같다.

먼저 공업 분석으로 고정 탄소량이 전통 숯인 흑탄은 51.8~81.8%, 백탄이 72.9~84.6%이고, 기계 숯이 48.5~80.3%로 백탄이 가장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수종간은 침엽수재의 고정 탄소량이 활엽수재의 고정 탄소량보다 높은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비표면적은 전통 숯인 흑탄의 경우 0.1~13.7m²/g, 백탄의 경우 53.2~372.4m²/g, 기계 숯은 224.3~464.6m²/g로 흑탄이 아주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기 성분은 전통 숯 및 기계 숯의 경우 Ca, K, Fe, P, Na와 같은 미네랄 성분의 함유율에 큰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발열량은 전통 숯의 흑탄이 6073~7266kcal/kg, 백탄이 6678~7336kcal/kg, 기계 숯이 5920~6418kcal/kg로 백탄, 흑탄, 기계 숯 순으로 나타났다.

음이온 방출은 전통 숯 흑탄의 경우 26~82개/cc, 백탄은 31~118개/cc, 기계 숯은 66~104개/cc의 범위로 흑탄이 적은 경향이 나타났다.

원적외선 방사능은 전통 숯 흑탄 84~93%, 백탄 81~93%, 기계 숯 80~93%를 나타내 흑탄과 백탄 간에는 차이가 없었고, 기계 숯이 다소 낮은 경향을 나타냈다.

포름알데히드 제거율은 전통 숯 흑탄 11.4~26.7%, 백탄 17.9~34.9%, 기계탄 5.5~25.8% 범위로, 전통 숯의 백탄이 흑탄이나 기계 숯에 비해 높은 제거율을 나타냈다.

원소 조성 중 탄소(C) 함유량은 전통 숯 흑탄 66~83%, 백탄 64~98%, 기계 숯 61~92%로 백탄이 높은 탄소 함유량을 나타내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와 아울러 숯의 기능성을 이용하기 위한 기능성 제품으로 기능성 목탄지가 개발된 바 있다. 개발된 신선탄 박스는 오염도가 적고, 강도에 영향을 받지 않는 숯합지를 이용하여 제작하였기 때문에 신선도 실험에서 다른 박스보다 높은 신선도를 나타내었다.

이처럼 지금껏 우리가 단순하게 생각했던 숯의 본질과 그 응용 범위는 상당히 넓다. 우리가 앞으로 이 분야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숯의 기술 보존과 발전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

백탄 모답터

백탄

연관목차

전통 속에 살아 숨 쉬는 첨단 과학 이야기 19/52

•  전통 속에 살아 숨 쉬는 첨단 과학 이야기
•  저자소개 - 윤용현
•  "전통 과학 기술"이란 무엇일까요?
• Ⅰ 생활 속에 숨 쉬는 과학의 지혜
  •  빛 에너지인 '등잔'의 과학
  •  열기를 가두는 최고의 난방 시스템 '온돌'
  •  추석 속의 실용과 생활 과학 '방아'와 '송편'
  •  화학 기술과 원자 물리 기술의 바탕 '절구'와 '맷돌'
  •  마찰력과 원심력 '매통'
  •  열 함유량의 대명사 '뚝배기'
  •  세계의 으뜸 '발효' 과학 기술
  •  장기 숙성 전통 '된장'의 우수성
  •  바이오 과학인 '옹기'와 김치 냉장고
  •  멜빵 문화의 완성작 '지게'
• Ⅱ 장인 정신이 빚어 낸 과학의 숨결
  •  세계의 으뜸 '전통 한지'의 우수성
  •  '한지발'의 과학 슬기
  •  '먹'의 과학
  •  고 기능성인 '숯' 지금 읽는 중
  •  천연 도료 '옻칠'
  •  나노 기술을 찾다 '체'
• Ⅲ 과학과 예술의 조화
  •  첨단 선진 기술인 '금속 상감' 기술
  •  완숙한 주조 기술과 정치한 도금술의 최고봉 '백제 금동 대향로'
  •  음향과 합금 기술의 백미 '종'
  •  구조학적 안정성과 조화된 곡선미의 백미 '첨성대'
  •  비례와 균형의 극치 '석탑'
  •  물리·수학·건축 기술 등 과학 슬기가 숨어 있는 신라 미술의 절정 '석굴암'
  •  뛰어난 조형미와 구조 안정성의 으뜸 '홍예'
• Ⅳ 실용 정신과 합리성이 결합된 과학 슬기
  •  방직 기구로 보는 선조들의 과학 지혜 '물레'와 '베틀'
  •  '쟁기'와 벡터 원리
  •  조선의 냉장고 '석빙고'의 과학
  •  하늘을 그리다 '천상열차분야지도'
  •  제어 시스템의 극치이자 아날로그·디지털 변환기 '자격루'
  •  시간과 절기를 한눈에 '앙부일구'
  •  세계 최초의 강우량 측정 체계 확립 '측우기'
  •  조선의 초정밀 과학 기술 '혼천시계'
  •  기상학의 선구 '풍기대'
  •  고정·움직도르래 원리 이용한 '거중기'
• Ⅴ 전통 속에 녹아 있는 첨단 과학 기술
  •  전기 드릴의 원조 '눌비비'와 '활비비'
  •  청동기 시대 과학 기술의 결정체 '청동 잔무늬 거울'
  •  '철'의 하이테크 초강법과 표면 경화 처리
  •  '조개가루'의 우수성
  •  첨단 조직의 산실 '낫'
  •  군사 무기의 백미 '쇠뇌'
  •  가마솥에 숨겨진 과학 '무쇠솥'과 '통가열식 압력밥솥'
  •  이동식 다연장 로켓 '신기전'
  •  우리 민족의 신기술 '유기'
  •  첨단 도난 방지 시스템인 '자물쇠'
  •  자이로 원리를 배우자! '팽이치기'의 과학

출처

제공처 정보

전통 속에 살아 숨 쉬는 첨단 과학 이야기 2012. 4. 30.책보러가기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 『전통 속에 살아 숨 쉬는 첨단 과학 이야기』는 그동안 저자가 과학동아, 월간 과학소년, 원우(원자력연구원), 충청일보, 디지털타임즈, 동아일... 자세히보기

• 지음 윤용현

  윤용현은 충북대학교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화재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으며, 전통 속에 살아 숨 쉬는 우리 고유의 전통 과학 기술을 현대에 되살리기 위해 매진하고 있습니다.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 자세히보기

• 제공처 교학사 http://www.kyohak.co.kr/ 제공처의 다른 책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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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지식백과]고 기능성인 '숯'(전통 속에 살아 숨 쉬는 첨단 과학 이야기, 2012. 4. 30., 교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