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권역 리그와 토너먼트 대회에서 극과 극의 행보를 거듭하던 오산고. 토너먼트 대회만 들어서면 기를 펴지 못하던 오산고가 마침내 왕중왕전을 통해 징크스 탈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복병 능곡고를 맞아 변화무쌍한 패턴으로 승부차기 접전 끝에 승리를 낚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오산고는 18일 경북 안동 강변천연구장에서 열린 '2016 대교눈높이 전반기 전국고등축구리그 왕중왕전' 1회전에서 능곡고와 득점없이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했다. 지난 시즌과 올 시즌 토너먼트 대회에서 예선탈락을 피하지 못했던 오산고는 이날 복병 능곡고를 맞아 마지막까지 숨 막히는 접전을 이어갔지만, 집중력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며 토너먼트 승리의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갈했다.
"지난 시즌 전반기 리그 우승에도 왕중왕전 1회전에서 동대부고에 참패를 당하며 쓰라린 경험을 했었다. 아무래도 지난 시즌은 처녀 출전이라 큰 무대에 대한 부담감을 많이 느꼈었다. 오늘 역시도 천연잔디에서 경기가 펼쳐지면서 경기 감각 등이 많이 부족했고, 체력적인 부분에서도 미흡함이 도출됐다. 내가 오산고 감독 부임 이후 승부차기에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는데 원활하게 된 경기는 아니어도 승부차기로 승리해서 의미가 깊다."
선 굵은 축구를 구사하는 능곡고 전을 대비한 오산고의 키워드는 바로 수비 조직력 안정이었다. 공-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수비 안정을 꾀한 뒤 에이스 조석현과 '캡틴' 박종민 등을 축으로 역습을 구사하는 패턴을 내세웠다. 일부 주축 선수들의 부상에 따른 고육지책일 수 있지만, 단기전의 특성을 감안하면 안정된 경기운영은 필수적이었다. 오산고는 전반 초반부터 능곡고와 치열한 육탄전을 거듭했으나 번번이 마무리가 미흡함을 노출하면서 아쉬움을 곱씹었다. 오히려 폭염특보가 발효된 날씨 속에 후반 체력적인 부분이 급격히 고갈되면서 위기감도 감도는 듯 했다.
하지만, 오산고는 후반 막판까지 집중력을 잘 유지하면서 '0'의 균형을 줄곧 이어갔다. '지옥의 룰렛'인 승부차기를 대비해 미드필더 자원인 김도현을 골키퍼로 넣는 변칙 전략은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골키퍼 출신 답게 순발력과 판단력 등이 좋은 김도현의 특색을 굳건하게 믿었던 것이었다. 오산고의 모험은 대성공이었다. 오산고는 승부차기에서 4명의 키커가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키고, 김도현이 상대 키커의 볼을 2개나 막아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능곡고의 자료를 볼 때 전반보다 후반에 승부를 보는 경향이 짙은 것을 확인했다. 7번(장수빈)의 득점력이 좋고, 미드필더 라인에서 5번(김경석)의 볼 배급도 탁월해 이를 토대로 선수들에 집중력을 강하게 요구했었다. 수비에 치중하면서 역습으로 풀어나오는 전략을 내세웠지만, 체력이 떨어지면서 어려움이 컸다. 오늘 최악의 상황까지 갈 것을 대비해 (김)도현이를 꺼내들 구상을 가지고 있었다. 미드필더 라인에서 운영이 큰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었고, 도현이 자체가 워낙 순발력과 판단력 등이 좋은 선수다. 다행히 그 부분이 유효했다."
능곡고 전 승리로 고교축구 대표 강자인 신갈고(경기)와 32강전을 치르게 됐지만, 오산고는 자신감을 숨기지 않는다. 지난 시즌 후반기 리그 당시 신갈고에 승리한 경험이 있는데다 박현찬 감독 역시 오산고 감독으로 재직하면서 용인시축구센터 소속팀(신갈고, 백암고-현재 해체)에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최근 곽상욱 오산시장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축구부 버스와 인조잔디 신축 등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은 상황이라 선수들의 동기부여도 충분하다.
"선수 개개인의 기량과 팀 스쿼드 등에서 신갈고보다 열세에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오산고 감독직을 맡으면서 용인시축구센터 소속팀들에 패한 경험이 없다. 선수들 역시도 지난 시즌 후반기 리그 때 승리한 경험을 토대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선수들의 정신적인 부분도 잘 결합되리라 믿는다. 오늘 재학생과 졸업생 학부모님들이 많은 응원을 보내주셨고, 곽상욱 시장님께서도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시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갈고 전에서도 좋은 경기를 보여주겠다." -이상 오산고 박현찬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