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빛 꽃비 물빛 시시각각 비쳐오는 데 내 마음의 풍경은 근심을 덜게 한다. 자귀 꽃 옆에 싸리 꽃은 촘촘하게 피었다. 사실 꽃피는 시간은 너무 짧다. 그래도 꽃피는 풍경 속에 인생을 이야기한다. 자연은 원초적 본능이다. 우리는 돌아갈 곳은 자연이다. 늦은 6월의 꽃들은 여러 새소리의 교합으로 핀다. 자귀 꽃은 자연의 소리를 잘 듣는다. 특히 새소리에 민감하다. 개울 물소리만큼 쉬지 않고 흐르는 세월 속에서 천금 같은 6월의 밤이다. 6월의 산하는 생동감이 넘친다. 눈으로 확인할 만큼 시간의 흐름도 보인다. 인간은 살아서 영원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순식간 꽃이 피고 지는 걸 보니 만시지탄이다. 현재 살아있으므로 그 생생함을 즐기는 것이다. 때를 맞춰 씨를 뿌린다. 천지 만물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늘 변해가는 풍경 속에 지친 마음을 씻고 싶다. 욕망의 화신은 오늘을 넘어 영원한 미래에 살고 싶어 한다. 늦은 6월의 풍경은 그때그때 아름답게 살라 한다. 밀착해서 꽃을 보면 금방 지고 없다. 좀 떨어져서 꽃나무를 보면 시간이 더디 간다. 꽃나무 중에서 전체를 한 눈으로 보이는 꽃은 자귀나무 꽃이다. 가지마다 일정한 간격으로 핀다. 너무 서두르지 않고 여유롭게 핀다. 바람이 불면 조용히 쓰다듬고 비가 오면 눈꺼풀에 눈물이 젖는다. 삶의 기조는 눈물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 건조한 간격을 부드럽게 한다. 꽃을 좋아하게 되는 것은 그 속에 마음을 보기 위해서다. 모든 꽃이 둥글다. 그 공간에서 마음의 공간을 찾는다. 말을 잘하기 위해선 잘 들어야 한다. 온전한 마음을 지키기 위해선 타인의 말을 잘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같은 마음을 가져본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6월은 나도 그 안에 있다. 새로 돋는 잎에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 상처 나는 곳에 생명이 다시 시작되는 시점이다. 한 그루 나무도 원초적 자생력도 있겠지만 은근과 인내 그리고 생각과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상처 속에서 꽃이 된다. 낮은 부엉이 목소리도 봄이 올 것이라고 알린다. 봄 산에 꿩 소리는 못 박힌 응어리를 쑥 뺀다. 6월의 숲속에선 다양한 새소리의 하모니다. 가느다란 실타래를 풀어서 꽃을 피운다. 빛과 물이 이동하여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었다. 어떤 그림이 이처럼 섬세하게 그릴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살아있으므로 가능한 일을 만들어 낸다. 민들레 씨앗보다 더 가볍게 보이는 자귀 꽃은 더 멀리 갈 수 있다. 먼 거리이지만 사랑할 만큼만 갈 수 있단다. 자귀 꽃을 위해서 배경이 되어준 소나무는 언제나 변함이 없다. 또한 자귀나무는 내 마음의 배경이 되어준다. 서로 배경이 되어 주는 삶이 감사하다. 이 또한 서로 살아있으므로 가능한 일이 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