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결혼 전인 2007년 일이다. 당시 나는 지금의 아내와 연애를 하고 있었는데, 둘다 재테크에 상당히 관심을 많이 갖고 있었다. 나는 그때 동탄의 아파트를 하나 당첨받아 놓고 인근 apt에서 전세로 살고 있었는데, 재건축 시장에서 재미가 시들해져 어떤 투자를 해야하나 고민에 빠져있었다. 그때 나는 주식도 4~5천만원 가량했었는데, 몇년 전부터 펀드가 과열일 것이 보여 펀드가 좋아할 만한 종목 위주로 담아놓고 장기 투자를 한 것이 대부분이었고 실패한 종목은 단 하나도 없었다. 주식투자를 2003년부터 2006년까지 했었는데, 매매한 종목이 대상, 동양종금증권, 삼광유리, 현대자동차, 삼성테크윈, 머 이정도 기억이 난다.
2007년 말, 그때를 회상하면 재건축 시장도 재미가 없었고, 주식은 과열이 보여 손을 뗏고 무슨 투자를 해야하나 고민에 빠져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무슨 투자를 하나하고 둘러보니 거의 모든 사람들이 차이나 펀드를 가입하고 있었다. 그때 선배인 모대리는 팀원들 다 불러 앉혀놓고 일장 연설을 하며 미래에셋의 신규 펀드를 설명하고 자신의 펀드 수익률을 자랑하곤 하였다. 당시 이직을 하여 온 나는 가만히 입 다물고 있었는데, 속으로 한마디 했다.
'까고 자빠졌네. 차이나펀드도 이제 끝났구나.'
그런데 뒤늦게 차이나펀드를 신봉하는 이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지금의 아내였다.
직장에 연차를 내어 M에셋에 가서 차이나 펀드에 가입을 할 계획인데, 나더러 같이 가입을 하자는 것이었다. 나는 과열로 판단되어 하지 않겠다고 했고 (정확히 말하면 '투자 자산의 가격이 오르는 원리는 내가 산다음 누군가가 사 줄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내가 적금 넣듯 계속 불입하여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일 뿐, 지구상에 더 이상의 신규자금이 올 것이 없으므로 차이나 펀드는 거의 막차인듯하다'고 하였다.) 그냥 외근 중에 인계동에 있는 지점까지만 데려다 주었다.
그때 와이프가 나를 회상하기를 한심해도 그렇게 한심할 수가 없었다고한다. 자기 주변의 모든 사람이 다하는 것을 나만 아니라고 하니 그렇게 보였나 보다. 그러고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차이나 펀드는 처참하게 붕괴되었고 수익률은 거의 반토막에 이르게 되었다. 당시 아내의 연봉이 고작 2천만원 내외였는데, 그 절반 가량이 홀랑 날려버리 그 아픔이 어떠했을까.
2008년 차이나펀드에서 쓴 맛을 본 아내는 툭하면 내게 죽은 펀드 좀 살려내라고 애원을 했는데, 내가 무슨 허준도 아니고 무슨 명약이 있을 턱이 있나... 어쨌든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아내는 그해 10월 나와 재테크적 합병(보편적으로 결혼이라고 함)을 실시하였고 그때의 말아먹은 투자가 지금까지 가정의 투자를 내게 일임하는 계기가 되었다. '
나의 가정사를 이야기하고자는 것도 아니고 펀드를 논하자는 것도 아니다. 부동산 투자에도 이런 심리가 그대로 적용되고 이런 상품과 투자 시장이 있기에 꺼내놓은 이야기이다.
2006년 당시 아파트, 빌라 가릴 것없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때 10억대 부자가 널려있었다. 나의 지인 중에 재건축 투자를 집중적으로 하며 대략 50억 정도까지 자산을 형성했던 형님이 있는데, 지금은 그가 가지고 있는 집이 경매에 부쳐진 상황까지 내몰렸다. 2007년부터 2012년은 대중적인 부동산 투자를 하는 이들에게는 엄청난 손해를 가져온 시기였고, 사회전체적으로는 상당한 거품이 꺼지는 구조조정을 겪은 시기였다. 이때 새로 생겨난 10억대 부자는 드묾고 오히려 7,8년 전 10억대 부자를 자칭하며 투자를 더 공격적으로 하던 이들은 많은 이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자화자찬을 하자고 꺼낸 것같아 머쓱하지만, 나는 비교적 이런 부동산 시장의 구조조정 시기에 자산을 형성하였다. 뭐 별다른거 없었다. 남들이 수도권에서 아파트 몰두할 때 나는 지방으로 뛴 거 밖에.
지금은 수도권 아파트를 투자하면 안된다고 하는 이가 있을까봐 밝혀두는데 이런 나도 올 초에는 아파트 하나 낙찰받았고 지금 내다팔면 꽤나 차액이 나는데, 좀 더 오르지 않을까하고 그냥 눌러 앉아있다. 지금의 나는 수도권 아파트를 투자할 시기라고 본다. 적어도 일본따라 가지는 않는다. never! )
시간을 돌이켜보면 참 어리석어 보이고 자신은 결코 저런 시장에 말려들지 않을 것이라 장담하지만 남들이 다 재건축/재개발이나 아파트 투자하는데 혼자만 관망하며 냉정을 유지하기란 상당히 어려운 문제이다. 특히 우리처럼 투자의 시장에 내놓여진 이들은 더욱 그러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이슈가되는 투자버블의 예는 1600년대 네덜란드 튤립, 1690년대 영국의 주식회사 설립 버블, 1820년대 이머징 마켓 투기, 미국의 대공황, 일본의 거품경제, 우리나라의 코스닥 투자열풍 등이 손꼽힌다. 이러한 투기 광풍이 부는 시장의 대표적인 특징은 투자자산의 정확한 가치를 파악하기 어려운 것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동산에선 어떠한 종목이 그러하겠는가.
정확한 수익률로 가치를 매기는 상가, 오피스텔, 원룸보다는 아파트, 재건축/재개발같은 상품이 그런 쪽에 가깝다고 본다.
경매라는 것이 어짜피 시장가격보다 조금 싸게사는 수단이 되는 것이고 또 우리는 대체로 단기적 투자를 하기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돛을 올리고 노를 저어야 효과적이지 않겠는가.
기억하자. 대중은 항상 어리석다.
한번쯤 싸게사는 수단에만 몰두하지 말고 어디로 갈지를 고민해 봤으면 하는 바램으로 남겨본다.
2013. 6.28.
쓰다 말고 밥먹고 와서 다시 썼더니 흐름이 조금 어색...ㅎㅎ
딱 맞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아파트는 사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
역시 당면하면 결론 내리기 참 어려운거 같습니다.. ㅋㅋ
감사히 배워갑니다
남들과 다르게.. 아님 물 흐르듯 유연하게...감사합니다.
감사한글 잘읽었습니다..
역쉬 타이밍...인생은 타이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