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16일 가두리 바깥으로 나온 비봉이가 현재까지 생사여부나 유영하는 모습이 확인이 안되고 있어서 무척 마음이 무겁고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핫핑크돌핀스가 왜 비봉이의 야생방류를 주장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전반적인 상황을 설명하고자 합니다. 일부 단체와 모 언론에서는 반복적으로 비봉이의 관리와 보호를 주장하며 방류에 반대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비봉이의 관리와 보호를 주장하는 분들은 결국 비봉이가 거제씨월드라는 돌고래 학대시설로 옮겨지게 될 것임을 말하지 않으며 마치 비봉이가 수조에서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비봉이가 거제씨월드 좁은 수조로 옮겨져 체험과 학대 프로그램에 동원되며 죽을 날을 기다리는 것과 제주 연안 가두리에서 옛 친구들을 만나 조심스럽게 야생적응의 기회를 갖게 되는 것 중에서 무엇이 더 비봉이를 위한 선택이었을까요?
핫핑크돌핀스는 호반 퍼시픽리솜 측이 올해 4월 24일 일요일 오전에 태지와 아랑이를 거제씨월드로 아무도 몰래 보내버린 뒤에 수족관에 홀로 남겨진 비봉이의 상태를 매우 걱정했습니다. 홀로 남게 되었을 경우에 서울대공원에서 온 '태지'라는 돌고래는 매우 심한 우울증 상태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혹시라도 혼자 남게 된 스트레스로 인해 비봉이에게 비슷한 공황 상태나 우울증이 오지 않을까 매우 염려했습니다.
비봉이와 아랑이 사이에서 태어난 새끼 돌고래 '바다'가 2021년 9월 21일 호반 퍼시픽랜드 수조에서 죽었을 때 핫핑크돌핀스는 이틀 후인 9월 23일 호반건설 본사로 올라가 항의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돌고래 쇼 중단을 요구했었습니다. 이에 대해 호반 측에서는 퍼시픽랜드를 폐쇄하겠다고 답했습니다.
퍼시픽랜드를 폐쇄한다면 그곳의 돌고래들은 바다쉼터로 가거나 야생방류되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핫핑크돌핀스는 2017년 돌고래바다쉼터추진시민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이후부터 해수부에 수십 차례 바다쉼터 조성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예산도 기재부에서 깎아버려서 바다쉼터가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당장 비봉이가 갈곳이 남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호반 퍼시픽리솜 측은 태지와 아랑이 그리고 비봉이마저 모두 거제씨월드로 보내버리겠다고 했습니다. 핫핑크돌핀스는 제주 바다에서 태어나 불법으로 잡혀서 퍼시픽랜드로 팔려온 비봉이가 거제씨월드라는 악명 높은 돌고래 쇼장으로 다시 팔려가는 것은 비봉이에게 가장 나쁜 최악의 선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거긴 모두 일본 수입 큰돌고래들만 있었고, 개장 이후 11명의 큰돌고래들이 죽어 나간 시설입니다. 그곳에서 비봉이가 잘 살 수 있었을까요?
돌고래는 수족관에서 절대 행복하지 않습니다. 비좁은 수조에 갇힌 돌고래들은 살아도 산 것이 아니라 죽는 날만을 기다리는 비참한 신세입니다. 살아서는 빠져나올 수 없고 죽어서야만 바깥으로 나올 수 있는 곳이 돌고래 쇼장입니다. 11명의 돌고래가 죽은 거제씨월드는 지금도 동물 체험이라는 이름 아래 돌고래 올라타기, 수영하기, 허그하기 등의 동물학대 프로그램이 유지되고 있는 곳입니다.
그런 거제씨월드 수조로 보내질 바에는 차라리 비봉이가 제주 바다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게 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까 핫핑크돌핀스는 아주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정성 들여 비봉이를 위한 야생적응 기간을 충분히 갖도록 하자고 했고, 해수부가 저희 주장을 받아들여 비봉이 방류 협의체를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8월 4일부터 비봉이의 야생 적응을 위한 가두리 생활이 시작되었는데, 중간에 태풍으로 인해 대피하게 되면서 충분히 야생 적응이 되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핫핑크돌핀스는 10월 13일과 10월 14일에 각각 한 차례씩 두 번 열린 비봉이 방류를 결정하기 위한 최종 회의에서 아직 방류하기에 성급하다고 판단하여 비봉이 방류를 반대하였습니다.
비봉이는 당시
1) 가두리 안에서 지낼 때 가두리 바깥 야생 돌고래 무리와 교감하는 듯한 모습이 여러 차례 확인되었고 2) 유영 모습이 좋았으며 3) 활어를 스스로 잡아먹는 모습이 긍정적이었으나, 4) 너무 말랐고 5) 인간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아서
야생적응 기간을 더 가져야 한다는 것이 10월 13일과 14일 핫핑크돌핀스의 판단이었습니다. 1~3 세 가지는 좋은 지표였으나, 4~5 두 가지는 좋지 않은 지표여서 야생적응이 더 필요하다고 본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참가한 비봉이 방류 협의체 회의에서 이렇게 주장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비봉이 방류가 결정되었습니다.
저희는 무엇보다 비봉이의 바다 생존에 초점을 맞추어 비봉이가 가두리에서 더 지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해수부와 비봉이 방류 기술위원회의 결정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핫핑크돌핀스는 왜 애초에 비봉이 방류 협의체에 참가한 것일까요? 비봉이 야생적응과 방류 과정에 시민단체가 참여하지 않는다면 독립적으로 감시하고 개입할 여지가 없어지게 됩니다. 핫핑크돌핀스는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불법포획과 돌고래쇼 이용, 수족관 감금 문제를 가장 먼저 제기해 수족관 돌고래 해방운동을 시작한 단체이며, 특히 비봉이 방류는 2017년부터 지속적으로 촉구해왔습니다. 한국의 마지막 수족관 감금 제주 남방큰돌고래 비봉이를 건강하게 바다로 돌려보내는 것이 시민단체로서 가장 책임감 있는 자세였습니다. 결국 '협의체'라는 기구의 성격상 참여 단체인 핫핑크돌핀스에게 결정 권한이 없었다는 한계가 있었으나 최선을 다해 비봉이의 안전한 바다 방류를 촉구했습니다.
비봉이는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제주 바다에서 불법으로 잡혀서 퍼시픽랜드로 보내지면서 그 후로는 비봉이를 위해 좋은 선택이란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자신의 아기인 바다가 자기 눈 앞에서 죽는 상황을 봐야 했던 2021년 9월의 비봉이, 그리고 태지와 아랑이 라는 두 친구가 갑자기 자기 눈 앞에서 사라지고 수조에 혼자 덩그러니 남은 2022년 4월의 비봉이. 과연 그 비봉이에게 좋은 선택이란 무엇이었을까요? 무엇을 선택해도 좋은 선택이란 없었고, 최악이냐 차악이냐의 나쁜 선택들만 남아 있었습니다.
그중 최악은 거제씨월드라는 또다른 돌고래 학대 시설로 보내지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보다 덜 나쁜 선택, 즉 비봉이가 퍼시픽랜드 수조에서 약 3년 또는 4년 정도 같이 보냈던 친구들인 춘삼이, 삼팔이, 복순이가 있는 제주 바다로 보내서 야생 환경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춘삼이 삼팔이 복순이 등을 다시 만나게 한다면 비봉이도 제주 바다에서 다시 무리와 합류하여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런 희망을 갖게 된 것입니다.
가두리 내부에서 비봉이가 활어를 잡아 먹는다고 해서 가두리 바깥으로 나갔을 때 스스로 혼자 활어 사냥이 가능하다고 단정한 것도 아닙니다. 가두리 내부에서 지낼 때와 바깥으로 나갔을 때 사냥 상황이 다르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그런데 만약 비봉이가 퍼시픽랜드 수조에서 약 3년 또는 4년 정도를 부대끼며 같이 보냈던 친구들인 춘삼이, 삼팔이, 복순이가 있는 제주 바다로 보내서 야생 환경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춘삼이 삼팔이 복순이 등을 다시 만나게 한다면 어땠을까요? 비봉이도 제주 바다에서 다시 무리와 합류하여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런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비봉이가 야생에서 살아갈 때 친구들이었던 제돌이, 그리고 수조에서 시간을 보냈던 친구들이 그대로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계속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비봉이가 야생 무리와 함께 할 수 있다면 재빠른 활어 사냥도 바다에서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호반 퍼시픽 수조에서 몇 년간 같이 지냈던 친구들의 도움이 비봉이에게 필수적이었을 것이라고 봐서 그 친구들이 자주 관찰되었던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 가두리를 만들었고, 비봉이가 거기서 지내게 했던 것이며, 실제로 비봉이가 있던 가두리 주변에 춘삼이나 제돌이 등의 비봉이 친구들이 접근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관찰되었습니다. 이것은 모두 비봉이가 방류되었을 때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들이었기에 비봉이도 살아남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봤던 것입니다.
지금 현재 비봉이가 목격되지 않아서 저희들의 선한 의도가 마치 비봉이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것처럼 나쁜 것으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핫핑크돌핀스는 매우 무겁고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으로 10월 16일 이후 매일 그래왔던 것처럼 오늘도 제주 연안에서 비봉이가 발견되길 바라며 모니터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비봉이가 무리에 합류해 건강하게 지낸다는 좋은 소식 전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